당신은 모를 것이다 - 그토록 보잘것없는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정태규 지음, 김덕기 그림 / 마음서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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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나온다. 그리고 가슴 언저리 묵직함이 느껴진다. 먹먹해지고 자꾸한 한숨이 나오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우리에게 슬픔과 아픔이 느껴지는 소설가의 인생이야기다. 삶의 끝자리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이의 영혼의 울림, 그의 글 하나 하나에서 느껴지는 그 진심과 그의 몸부림은 우리에게 , 나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서 염치없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에게 주어진 것에 대해서 왜 겸손해야 하고, 왜 감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명쾌하게 말하고 있다. 그에게는 물리적인 힘이 없지만,그는 자신이 가진 또다른 힘을 우리에게 느끼게 하고,깨닫게 하고 싶어한다. 소망하고, 기억하고, 소중하다는 건 바로 이 책이 가지는 큰 의미이자 가치인 것이다.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병을 주는 것은 너무 오만해지지 말라는 경고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돌아보라는, 그동안의 삶의 습성을 바꾸라는 충고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나는 문학박사에, 소설가에 두 아들의 아버지에, 과분한 아내까지, 많은 것을 얻고도 더 욕심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p44)


전설의 야구선수 루게릭이 앓은 병으로 유명해진 병,루게릭병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 이 병은 우리 몸의 근육세포를 망가뜨리는 불치병이다. 10만 명당 한두명이 걸리는 이 병을 가진 이는 대한민국에 2500명이 있다. 아직 치료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병, 그 병이 저자에게 불현듯 습격하고 말았다. 부산의 국어 선생님이었던 정태규씨는 어느날 단추가 잠기지 않았고,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1년동안 병원을 돌고 돌아 자신의 병명이 무엇인지 모른채 방치되었던 시간들, 그것은 루게릭 병이며, 근육이 서서히 죽어가는 벙이다. 아직 치료법이 발견되지 않은 그 병은 저자의 삶을 송두리채 빼앗아 버리게 된다. 점점 더 근육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라지게 되고, 목 삼킴조차 불가능해지는 그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책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 그 하나 하나 이 책을 통해 기록해 나가고 있다.


삶이라는 것,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 많이 생각했을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 죽음과 마주한다는 것, 그것은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건 자신이 무엇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든 감각이 살아있는데, 그것을 행할 수 없다는 것, 자신이 몸으로 느끼는 모든 반응에 대해 스스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건 또다른 비극이고 슬픔이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이가 똑같은 고통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조금씩 알 수가 있다. 한사람에게 찾아온 병은 저자의 삶 뿐만 아니라 소중한 아내의 삶도 빼앗아 버렸다. 그렇지만 그에겐 또다른 책임이 주어지게 된다. 죽어야 하는 운명이지만, 살아야 하고 살아나가야 한다는 사실, 스스로 살아야 하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 몸부림 치게 된다. 부산의 국어 선생님이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루게릭병은 모든 걸 멈춰 버릴 정도 였다.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기다려야 하고, 그 순간을 자신을 자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온전히 혼자서 감내해야 했다. 명예퇴직이 받아들여진 그 순간 그는 한양대 루게릭 클리닉을 찾아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 알게 된다. 정상이었던 사람에게, 비장애인에게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들은 편리함 속에 노출되어 있으면서, 더 편리함을 추구하고자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정작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필요한 편리함은 등한시 한 채 방치된다. 저자는 그걸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혼자서 걸어갈 수 있었던 지하철 계단을 이젠 혼자선 절대로 걸어갈 수 없다. 숨쉬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태에서 안구의 움직임만 느끼면서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으니 너의 삶은 어떤지 되돌아 보라는 그의 침묵의 절규였다. 산 정상의 높다란 바위 위에 깍가지른 절벽 끝자리에 서 있다는 그 느낌을 저자는 온전히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잃어버릴 수 없었다. 몸을 쓸 수 없지만 소통하기 위해서 그는 페이스북을 사용하게 된다. 후원금을 통해 안구마우스를 가지게 되었고, 그것은 저자의 삶의 방식의 일부이자 전부나 다름 없었다. 소설가가 꿈이었지만 국어 선생님으로서 살아온 지난날 그 꿈을 펼칠 수 없었다. 몸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꿈꾸지 못했던 자신의 꿈을 몸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 놓여지자 그 꿈에서 자유로워지게 되었고, 소설가가 현실이 되었다. 그는 물리적인 힘은 없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설가로서의 문학의 힘을 활용해 영혼의 힘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챡 <당신은 모를 것이다>이며, 나에게 이 책이 가지는 슬픔과 아픔, 위로가 무엇인지,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걸 사랑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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