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독서 여행자
박시하 지음, 안지미 그림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지하철이라는 좁은 공간, 레일위에 머무는 사람들의 짧은 한 페이지를 들여다 보고 있다. 모바일, 스마트폰 일색의 지하철 공간에서 누군가 책을 들고 펴 본다는 건 이젠 일상이 아닌 독특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무관심, 무의미, 피곤함과 공허함을 느낄 수 있는 그들의 삶 속에서 그들이 읽는 책들을 시인 박시하는 관찰하며, 그들의 내면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름
'사랑의 기술'을 읽던 그녀에게 나는 어쩐지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녀가 그 시간에 지하철에서 그 책을 읽고 있었디 때문에
그녀의 일부는 나에게 왔고, 그것은 나에게 내 존재를 돌아보게 했다.
사랑의 가능성이며, 사람의 가능성이기도 하다.(p67)


가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연을 경험한다.
유년의 풋내나는 사랑,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
평생을 함께하게 되는 사람,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
평생을 함께하게 되는 사람,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
나를 좋은 쪽으로 이끈 사람, 나에게 나쁜 영향을 준 사람
내가 멋대로 떠나온 사람.
나에게 고통이나 상처를 주고 떠나버린 사람.
그러나 어떤 인연.
어떤 마남도 예외없이 나를 성장시켰다.(p133)


시인 박시하는 지하철에서 본 독서 여행자들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의 이름 시하는 여름을 뜻하는 단어였으며, 친구의 이름이었다. 그것이 지금의 시인이 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스스로 책벌레였다 말하는 그녀의 인생 속에서 그녀가 찾고 있었던 건, 그들이 읽고 있는 책이 아닌 일상속에서의 특별함이 아니었을런지, 어떤 때와 장소가 겹쳐지면, 그 책이 독특해진다. 5월에 지하철에서 봤던 한강의 <소년이 운다>는 그 책이 우리의 5월의 슬픈 역사를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하철에서 자신의 궁금증을 풀어내고 있었다. 인간의 존재는 무엇이고, 행복과 희망은 무엇인지, 사랑은 무엇이며, 인간의 존재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들이 읽고 있는 책들 중에서 그들은 왜 그 책을 읽었을까 그 특별한 인연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그 책들 중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책도 있으며, 때로는 우리를 지루하게 만드는 책도 있다. 희망에 대해서, 행복에 대해서 그걸 얻고자 하는 우리들은 결국 그것을 놓칠 수 밖에 없다는 걸, 저자가 읽은 25권의 책에 담겨져 있다. 때로는 절판된 책도 있고, 때로는 저자의 인생을 바꾼 책도 있다. 그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 스스로를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우리는 사람을 통해 성장하게 되고, 책을 통해서 한 번 더 성장하게 된다. 책에 나오는 다양한 책들 중에서 장 필립 투생의 <욕조>를 찾아 보고 싶다. 그리고 토베 얀손의 무민 시리즈도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