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놓다 - 길 위의 러브 레터
전여옥 지음 / 독서광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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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여옥을 싫어한다. 2MB 정권 밑에서 보여준 전여옥의 정치적인 행동은 작위적이었고 비판 받아 마땅했다. 특히 최근 대통령 탄핵에서 맞불집회의 시초와 불씨를 당긴 건 전여옥이 과거 SNS 에서 보여준 망언과 정치적인 쇼였으며, 그들은 전여옥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정당성과 리성을 부여하였고, 민주주의의 고유 정신을 잃어가게끔 만들었다. 예전 읽었던 베스트 셀러 <일본은 없다1권, 2권>에서 그녀가 보여준 비도덕적인 행동들, 그럼에도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녀는 살아남았다. 당연히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전여옥에 대한 관심이 아닌 그녀를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2012년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통진당 이정희는 다시 나올 수 없었고, 정치에서 사라진 그녀가 다시 나타난 건 그 사람이 탄핵인용되어서  정치 권력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행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전여옥이 살아남았던 건 그 사람이 대통령에서 파면되었고, 전여옥의 말과 사실이 현실이 되었기 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 대립각을 세웠고, 이후 그 사람은 대통령이 되었고, 그림자였던 전여옥은 그렇게 정치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돌아와서 SNS 를 시작하고 있다. 물론 그때 보여줬던 망언은 하지 않고 있으며, 일상적인 SNS 활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 책은 전여옥의 정치에 관한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과거 도쿄 특파원으로 재직하였던 그 당시의 이야기와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나 평범한 일상을 즐겼던 전여옥의 소소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도쿄특파원으로 재직하던 그 당시 일본에서 있었던 이야기들,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그들의 이름은 생략된 채 아무개로 쓰여져 있으며, 자신이 여행했던 곳곳에서 느꼈던 것들이 책에 담겨진다.


철없는 아들과 철없는 엄마 이야기. 자신을 힘들게 하는 아들을 위해서 전여옥은 철없는 행동으로 복수(?) 하게 된다. 자신의 카톡에 들어온 메시지, 그녀는 그 메시지를 보자 마자 홍콩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는 아들에게 한방 먹이고 말았다. 너도 다 컷으니 니 일은 니가 스스로 하라는 식으로 말이다.같은 남자로서 엄마가 저런 행동을 보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한번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나중에 전여옥은 아들에게 한방 먹을런지도 모르겠다.


한없이 부러웠다. 그녀의 재능, 그것도 뛰어난 천부적인 재능. 더 부러운 것은 고희에 가까운 그녀가 날씬한 몸매와 살짝 스러지긴 했으나 여전히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연예인 못지 않게 관리도 하고 수술도 살짝살작 받았겠지만. 그렇다고 다 그녀처럼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p40)


일본 아카사카애는 고급 술집과 고급 요정이 밀집되어 있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이곳에 가게 된 전여옥은 소문의 주인공 마마를 만나게 된다. 돈이 많은 마마는 전여옥을 잘 알고 있었고, 전여옥에게 고급 술을 대접하였다. 두 사람 사이의 마묘한 모습 속에서 전여옥은 자신의 미래를 생각했을 것이다. 마마처럼 곱게 늙고 싶었을 것이고, 마마의 재력을 부러워 한 건 아닐런지. 한국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였다.


나는 워낙 다른 사람에게 비난받고 얻어맞는 아니 돌팔매질하는 인간에게 관심이 많다. 그런 인간들이 역사를 만들고 세상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p47)


존레논의 그녀 오노요코에 관심을 가지는 전여옥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비난 받고 얻어맞는 사람은 바로 오노요코였다. 오노요코의 기이한 성격, 그럼으로서 돌팔매질 당하고 말았다. 여기서 문득, 전여옥은 그 사실을 알려나. 전여옥 자신도 오노요코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전여옥이 정치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국민들의 돌팔매질의 대상이 되었고, 그럼으로서 전여옥은 정치에서 아웃사이더가 되었던 것이다. 자신이 관심 가지는 대상이 바로 자신과 동일시된다는 걸 이 문장에서 한번 더 느낄 수 있다.


오노 요코를 사람들은 '마녀' 혹은 '괴물','재수없는 여자'라고 부르곤 했다. 그렇지만 마녀나 괴물, 재수없는 여자들은 살아남았다. 그들은 세상과 맞서서 온갖 돌팔매질과 공격을 받으면서도 '자신'을 지켰다. 세상에 맞추지 않고 세상이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녀들은 더욱더 강해졌다.(p49)


"백 살이라는 나이는 세상으로부터 치외법권이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p89)

103세가 된 시노다 토코가 남긴 명언이다. 시노다 토코가 쓴 책은 아직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았다. 전여옥이 관심가지는 여성, 어쩌면 전여옥 자신이 그동안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한국 여성에서 보여지지 않는 강인한 여성들을 찾아 다녔고, 스스로 강해지려고 노력했다. 자신에게 독이 될 수 있음에도 그 사람과 맞섰던 그 모습이 생각난다. 1959년 생 전여옥은 과거에도 비난 받았고, 앞으로도 비난 받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은 여전히 사회에선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가 가지고 있는 주홍글씨도 전여옥 자신이 죽을 때까지 남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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