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들의 세계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18
김자미 지음, 안예리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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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할머니., 구둣가게 할아버지 좋아하죠?
좋긴 뭐가 좋노!
그래놓고선 꽃구경 갔다

언니, 찬이 오빠 좋아하지?
미쳤나!
그래 놓고선 영화보러 갔다.

너, 달복이 좋아하지?
그런 애를!
달복이랑 떡볶이 먹으러 갔다.(p15)


늑대가 여우를 꼬시는 방법

구둣가게 할아버지가 
할머니한테 건네는 커피

아빠가 엄마한테
불쑥 내미는 꽃다발

달복이가 책상 서랍에
넣어놓은 초콜릿

늑대가 여우를 
꼬시는 촌스런 방법

그런데 먹힌다.(p18)

할머니는 여자다

내는 이제 여자도 아이다
그래 놓고선 화장하고
꽃무늬 블라우스에 빨강바지
요래 비춰보고
조래 비춰보고
실룩샐룩 나갔다가
후다닥 들어와
향수 칙 뿌리고
봄바람처럼 나가시는
우리 할머니(p33)

새싹

문화해설사가 되겠다며
박물관에 공부하러 다녔다가
바리스타가 되겠다며
문화센터를 다녔다가
오늘은 화가가 되겠다며
미술도구를 잔뜩 사온 할머니

할머니는 새싹이다.
꿈이 무럭무럭 자란다.(p36)


이 책은 동시이다. 여우는 여자를 늑대는 남자를 말하고 있다. 12살 주인공 나와 언니, 그리고 엄마와 67살 되신 할머니의 일상을 동시로 재미있게 , 그리고 평범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때로는 우리 주변에 항상 일어나는 수많은 삶의 패턴들,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여우는 그렇게 살아가면서 죽을 때까지 여자가 되고 싶어한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거다. 나이가 먹어도 시들지 않고 싶어하는 그 마음들이 동시 곳곳에 묻어나 있으며,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그걸 말하지 못한다.


배움을 놓치 않는 할머니의 모습은 신세대 할머니였다.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한을 나이가 들어서 채워 나가고 있다. 문화해설사를 하고, 공부를 하는 모습은 엄마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손녀에게 좋은 변화를 만들어 준다. 서로 공통적인 것들을 공유하면서 살아간다는 것, 사람들은 여우라 부르지만, 그 안에 감춰진 곰 같은 기질이 누구에게나 있다. 엄마의 잔소리가 지겨무면서도 할 건 다하는 딸의 모습들, 그런 모습들을 산문이 아닌 동시로 접하는 느낌이 남다르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움도 묻어나 있다. 딸로서 태어나 엄마가 되고, 헐머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허리는 굽어지게 되고, 기운은 떨어진다. 다리 관절에 이상이 생기고, 몸에 지방이 덕지덕지 붙어 나가게 된다. 죽는 것쯤 두렵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 아닐런지, 이 책은 유쾌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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