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진가
모데라타 폰테 지음, 양은미 옮김 / 문학세계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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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들은 총 일곱 명이다. 이 중 가장 연장자이자 과부인 아드리아나, 혼기가 꽉 찬 그녀의 딸 버지니아, 젊은 미망인 레오노라, 그리고 루크레티아라고 하는 나이든 유부녀와 , 젊은 유부녀 코넬리아, 젊은 디메사 코린나, 그리고 어린 신부 헬레나가 있다. (p53)

"재혼이요? 남자한테 다시 복종하며 사느니 차라리 물에 빠져 죽겠어요! 간신히 노예 상태와 고통에서 빠져 나왔는데, 다시 내 발로 그곳으로 돌아가 똑같은 혼란 속에 뒤엉키란 말인가요? 오, 신이시여! 부디 저를 지켜주소서!"(p67)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저 가련한 여자들에게는 단 한가지 죄가 있을 뿐인데 반해 대부분의 남자들은 끝도 없는 범죄 행위를 저질러요.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은 비난들이 여성들에게만 쏟아지는 거죠? 비난받는다는 것이 수치스럽고 충격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려는 게 아니라 ,저는 모든 여자들이 몇몇의 위반 행위 때문에 싸잡아 비난받는게 공평하지 않다는 거에요. 남자들은 의기양양하게 거들면거리면서 좌시하고 있는데, 몇몇 여자들이 모든 비난을 감수할 이유가 없어요. 저는 이제껏 남자들에게 무죄를 선언하고 여자들에게만 벌을 가하는 어떤 신의 계율도 들어본 적 없으니까요.인간의 법에서조차, 어떤 강력 범죄가 일어나면 법원은 그 범죄에 연루된 수많은 범죄자들 중에 주모자를 찾는 데 전력을 기울여요. 그리고 일단 그를 찾아내면 공범자들에게는 무죄를 선언하고 주요 인물에게만 형벌을 가하죠. 인간의 법과 신의 계율 모두 부정한 남자도 부정한 여자와 동일한 맹비난과 형벌을 받아야 함을 똑똑히 명시하고 있어요. 남자들은 여자들이 범하는 악의 원인이자 선동자이기 때문에 더욱 그래야 해요. 꼭 창녀가 아니라도, 이런 식으로 죄의 구렁텅이에 빠진 소수의 여자들은, 앞서 말했듯이, 그 선량한 본성과 연민으로 그렇게 이끌린 거니까요."(p113)


페미니즘의 고전이라 불리는 '여성의 진가'는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분량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모데스타 포조이며, 모데라타 폰테는 그녀의 필명으로 쓰고 있으며, 여성의 진가는 그녀가 세사을 떠나기 직전에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16세기 후반 베네치아 여성의 삶과 생각을 읽을수 있으며, 이탈리아 베네치아 여성의 생각과 이 책이 쓰여진 시기가 1592년이며, 그 시대에 조선에 일어난 임진왜란과 비교해 볼 때 , 이 책이 가지는 혁신적인 가치를 지니는 고전이라는 걸 마주하게 된다.또한 이 책에서 느꼈던 건 여성이라면 지금 현대에 느낄 수 있는 그 기분을 동시에 접할 수 있으며, 여성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인 차별이나 편견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지 심도있는 토론을 할 수 있다. 또한 책에 등장하는 일곱명의 여성들은 결혼에 대해서 결혼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상호 비교해 본다면, 결혼이 여성에게 또다른 족쇄로 작용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책은 이분법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남자는 불행의 씨앗이고, 여자는 행운의 시작이라 생각하는 그 밑바탕에는 남자가 가지고 있는 사악함의 근원과 마주하게 된다. 자유롭고 싶지만, 자유로워질 수 없는 여성들의 삶은 사회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이다.남성들이 짜놓은 그 시스템안에서 여성은 불합리한 상황이 찾아와도 침묵해야 한다. 그것이 폭력적이던지, 물리적인 힘을 가하던지 간에 여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온전히 침묵이었고, 여성들의 침묵하는 이유는 남성들의 태도가 바뀌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남성들이 바뀌지 않고, 남성에 비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여성들은 서로 우정을 쌓고, 함께 하면서 자신의 약한 힘을 보완할려고 한다. 그럼으로서 그녀들은 스스로가 가진 나약함에 대해서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있으며, 현실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실제 잠자는 꿈속에서 느꼈던 그 무언가의 실체를 마주한다면,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근원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있는지 재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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