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게 (반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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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에네르게이아 energeia'는 '이루고 있는 것'이 전부이며, 그것이 그대로 '이룬 것'이 되는 움직임입니다.에네르게이아를 비유하자면 춤입니다. 춤출 때는 순간순간이 즐겁습니다. 도중에 멈추더라도 괜찮습니다. 춤이란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 추는 게 아니기 때무입니다.(p86)


'타자에게 평가와 인정을 바라지 않고, 자신과 부모와의 과제를 명확하게 구분하며, 부모는 자신의 이상과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안다.'(p126)


"희망을 가지면 머지않아 실망하게 된다. 그래서 실망의 고통을 맛보고 싶지 않은 자는 처음부터 희망을 갖지 않는 게 낫다고 한다. 하지만 잃어버린 희망이란 희망이 아니라 오히려 기대와 같은 것이다"(p161)


마흔이 되니 마흔이라는 숫자의 틀에 갇혀 있다는 걸 느끼고 또 느낍니다. 느낀다는 것은 단순하게 느끼는 것이 아닌, 무게와 책임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나의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모습들이 내 앞에 놓여지게 되고, 그럼으로서 많은 변화가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마흔에게 단호하게 평가하고 비판합니다. 이런 변화들이 나에게 유쾌함으로 다가오고, 긍정적으로 다가오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유쾌하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느끼게 되고, 나는 내가 선택한 결과물에 대해서 후회하고, 조심스럽게 나 스스로를 쥐어 뜯게 됩니다. 살면서 행복을 얻기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행복을 얻었다고 체감하지 못하는 그 가운데, 나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살아갑니다. 특히 말에 대한 무게감을 나이에 따라서 비례하면서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바로 내가 지금 현재 마흔이기 때문입니다. 마흔인데, 현실은 마흔같이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나 자신이 정말 너무나도 한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단지 내가 마흔을 인지하는 그 순간이라면, tv 속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이 낯설게 느껴지고, 내 앞에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오간다는 점입니다. 그들의 삶과 죽음이 나와 전혀 무관한 삶과 죽음이 아니라 나와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는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또다른 문제입니다. 나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의 죽음이 내 눈앞에 보이고, 어릴 땐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죽음이 보였다면, 지금은 나의 아버지,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의 누군가의 죽음이 보이게 됩니다. 그것은 나에게 독특한 경험이면서 ,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내 안에 무언가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공포를 층층히 쌓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마흔에 대해서 아들러 전문가 기시미 이치로의 생각이 듣고 싶어서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마흔 이후의 삶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현재 스스로에게 주어진 행복을 온전히 누리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기와 같은 보이지 않으면서도, 아주 중요한 가치, 행복을 스스로 체감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행복이라는 것은 내 앞에 불행이 나타날때 느끼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현재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만 비로소 그것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반성하게 되고, 과거를 반추하게 됩니다. 현재 나에게 주어진 인생에 대해서 죽음이라는 종착지로 향하는 것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춤을 추면서 즐기는 것입니다. 뺄셈 인생이라 생각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며, 나 스스로 덧셈인생이라고 스스로 결정내릴 수 있게 됩니다.그것은 누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나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내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끊지 않으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 그것을 나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살믕 살아가는 후대에게 물려 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나의 부모님과 나의 관계, 내 친구들과 나의 관계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 누군가를 의심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보다 믿음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나에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잊어버려도 됩니다.'지금 여기'를 충실하게 사는 것이 풍요로운 숲을 만들고, 다음 세대의 양식이 되는 도토리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과거를 생각하고 후회하거나, 미래를 생각하고 불안해질 필요가 없습니다.(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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