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는 - 스물여덟 언어의 사랑시 세미오시스 교양총서 2
한국외대지식출판원 편집부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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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각국의 사랑에 관한 서사시.책에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스물 여덟가지 언어로 쓰여져 있으며, 각 나라마다 사랑을 바라보는 문학적 관점을 엿볼 수 있다. 한중일 세나라의 언어와 유럽어권에서 즐겨 쓰는 이탈리어아,네덜란드,포르투갈 스페인 이외에 아랍어나 태국어로 쓰여진 사랑시는 우리의 정서와 묘하게 겹쳐진다.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사랑을 하게 되면 느낄 수 있고, 깨닫게 되는 사랑이라는 탐욕스러운 감각의 실체는 인간이 살아있는 존재라는 걸 검증하게 하며, 사랑이 죽으면 우리의 삶 또한 불꽃이 사그라지는 것처럼 사라지게 된다.


사랑은 보이지 않게 타오르는 불길이어라.
아프지만 느낌이 없는 상처이자,
불편한 기쁨이자,
고통스럽진 않지만 미칠 듯한 통증이어라(p70)


희노애락과 함께 하는 사랑은 우리에게 또다른 감각을 일깨운다. 물리적인 아픔은 느끼지 않지만 우리는 또다시 아픔을 느끼게 되고, 물리적인 상처가 없지만 우리는 또다시 상처를 경험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절대적인 권력의 실체는 인간이 체험할 수 있는 극과 극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불행이 될 수도 있고, 행복이 될 수 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누군가 말하더라.행복을 얻은 이들과 불행을 얻은 이들 사이에 통하는 것은, 극과 극을 연결하는 매개체는 바로 사랑이었다.


왜 당신은 꿈 속에 나오시나요?
왜 꿈 속에 내게 나타나는 걸까요?
차가운 우물 바닥처럼
투명하고 슬픈 아름다운 두 눈으로
왜 나를 쳐다보시나요?(p112)


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멀리 있더라도 우리는 사랑의 실체와 마주할 수 있다. 꿈 속에서 불식간에 찾아온 사랑은 원망과 상처의 또다른 모습이었고, 그것이 나에게 찾아오는 것에 대해 누군가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불편하지만 벗어날 수 없고, 그렇다고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위험한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인간을 나약하게 만들 수 있으며, 인간은 그걸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사랑을 외면한다. 누군가 투명하고 슬픈 아름다운 두 눈으로 사랑의 실체를 밖으로 꺼낸다면 그 사랑을 거부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냉정하게 물리치고 싶어도 물리칠 수 없는 사랑이라는 우리 앞에 놓여진 또다른 독버섯


널 그대로 기억하고 싶어
집 없고 희망 없고 외롭고
내 손엔 너의 뜨거운 손을 얽히고
내 심장 옆엔 슬픈 얼굴이 기대는 너의 모습
저 멀리 탁한 연기 속에서 도시가 흔들리고
우리의 사랑은 더욱더 거룩해지는 듯
우리는 이별해야 하니.(p135)


만남과 이별 속에 사랑이 있었다. 도심 속에서 사랑은 때로는 위태위태하고, 불안하다. 사랑이 앞에 놓여져 있지만 그 사랑을 쟁취하기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나약한 모습을 들킬세라, 사랑을 차마 잡지 못하고 언제나 사랑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켜 보기만 한다. 사랑하지만 용기가 부족하고, 사랑하지만, 이별과 마주할까 두려워 가까이 가지 못하는 사랑의 또다른 모습들, 그로 인해 우리는 사랑하면서도 또다른 사랑에 눈을 돌리고 있는 건 아닐런지, 불안한 자화상과 사랑은 그렇게 항상 우리 앞에서 붙었다가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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