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잠시만 도망가자 - 잘해야만 했고 버텨야만 했던 나를 구하는 법
이종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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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게 되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주워 담게 된다. 그 사람의 생각이 나와 이질적이면 그것은 선택하고 수용하기 전에 먼저 밀어내는 과정을 먼저 거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나 자신의 생각과 교차되고 한 때 나 자신이 생각해 왔던 질문이나 생각들, 풀지 못했던 문제에 대한 답을 얻게 될 때 그 사람의 생각은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생각을 취합하고 모을 때 오류가 생길 수 있고, 착각에 빠지는 건 독서에 있어서 안타까운 숙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만화가 이종범씨의 생각은 나에게 동질적이면서,유익한 생각들이 많이 담겨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다. 힘들고 어력고 고통 스러울 때 조금만 더 인내하고 견디고 참으라 한다. 그러면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성공에 도달하기 위한 달콤한 생각에 불과하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망가는 게 먼저 아닐까,손자병법에서도 삼십육계 줄행랑이 최고의 전략이라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수많은 책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야기 하는 순간 자신의 책이 팔리지 않을거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에 관한 책들 속에서 미사여구들이 등장하고, 그럴 듯하게 포장한다.


나는 언제 행복한가, 나는 어떠한 사람들에게 마음이 끌리고 어떤 친구는 사귈 수 없는가.내가 도통 견디지 못하는 스트레스는 어떤 종류인지, 주로 탐닉하게 되는 대상은 무엇인지. 즉, 나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은 도대체 무엇들인지 늘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왜 그럴까?' 라고 재질문하게 되었다. (p92)


나는 책을 읽으면 작가의 생각을 먼저 파악하게 된다. 그 작가의 생각의 깊이에 따라서 그것이 내가 다시 읽을 책인지 아닌지 판가름 한다. 생각이 없는 작가와 그가 쓴 책은 쓰레기에 불과하다는게 나의 지론이다. 누군가의 생각들을 짤줍하다시피 옮겨오는 수많은 작가들, 그들 때문에 사람들의 자기계발서를 읽는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지한 고민이나 진지한 질문이 없는 책들은 효용가치가 없으며, 금방 소멸되는 것이다. 반면 이 책은 그렇지 않다. 8살부터 지금까지 만화가가 되기 위한 꿈을 키워온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책 속에 밑줄 그을 부분도 상당히 많으며, 가벼우면서 진지하다.꿈을 이룬 작가의 밑바탕에는 만화가로서의 재능 뿐 아니라 작가의 생각들이 모이고 모여서 꿈을 이룬 케이스였다. 웹툰 <닥터 프로스트>는 그런 과정에서 탄생되었고,만화가로서의 밥벌이 뿐 아니라,저자는 음악과, 강사 등등 다양한 직업들을 가지고 있다. 


원형을 가지고 있으면, 안심할 수 있다. 그러나 안심하고 나면, 그뿐이다. 사람을 만날 때도 나는 나도 모르게 모종의 원형을 품에 안은 채 상대방을 마주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에이 저건 예의가 아니지,사람이 저러면 안 되지.' 하지만 이 말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하고 다닐수록,새로운 친구를 만날 가능성은 적어지게 된다;. (p212)


우리는 사람들을 볼 때 색안경을 끼고 본다. 내가 누군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건 내 안에 모종의 원형들이 많이 존재한다. 상식과 비상식을 은연중에 많이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 이러한 것들을 모으게 된다. 예의를 차리고 눈치를 많이 보고 뻔뻔해지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물론 우리가 도망치지 못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겉으로는 나답게 살아야 한다 말하면서도 그렇지 못한 한국인르로서의 근성, 정치인들이 욕을 많이 먹으면서도 그 욕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자들은 정치인들이 욕먹을 일들을 찾아 다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우리 안에 감춰진 원형들을 조금 더 덜어내고 사람의 내명를 바라보는 것, 그 사람의 행동에 주목하지 않고 , 그사람의 생각을 들어보는 자세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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