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이블
김범준 지음 / 성안당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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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눈을 뜨면서 해가 질때까지 말의 테두리 안에 존재한다. 내가 쓰는 말과 남이 쓰는 말들 사이에서 나는 온전히 존재하면서 살아가고, 일상 생활을 큰 불편함 없이 살아간다. 말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내가 건넨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때가 있고, 상대방이 건낸 말이 나 자신에게 상처가 될 때가 있다. 과거보다 일상적인 언어는 정제된 언어를 쓰고, 덜 거칠어졌지만,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 한정되었던 말이 인터넷 공간을 활용하면서 과거보다 더 많이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로 인해 말 하나 하나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더 많아지게 되고 상처를 더 많이 받게 된다. 도시 사람들의 눈에 시골 사람들의 거친 말에 대해 어색함을 느끼는 이유는 어쩌면 시골 사람들이 쓰는 언어가 정제되어 있지 않고, 말의 쓰임새가 주변 사람에 한정되어 있는 또다른 이유가 존재한다.


요리는 재료를 맛있고 건강한 먹거리로 만드는 과정이다. 우리의 언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는 사랑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경쟁의 언어만 갖고 산다. 나눔의 언어보다는 착취의 언어를 말하며 하루를 보낸다. (P6)


우리 말에는 요리나 식사에 관한 말이 많다. 가난한 삶의 패턴에 살아가다 보니, 사람과 만날 때면 식사 이야기가 먼저이다. 물론 그건 기성세대의 모습이며, 지금 젊은 세대는 풍족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식사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그 언어의 잔상은 여전히 남아있으며, 관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찬밥과 더운 밥이 그 예이며, 책에는 찬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누군가 나를 찬밥 신세를 하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불합리하고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찬밥의 시선을 보내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일상적이다. 이런 이중적인 모습은 바로 우리의 독특한 모습이며, 생각이 말로 전달되고, 그것이 나의 사고 패턴을 만들어간다. 나 스스로 누군가에게 따쓰한 밥을 대접한다면 상대방도 나에게 따스한 눈길로 바라볼 수 있다. 


'이유없음'에도 기쁨과 행복, 편안함과 따뜻함, 그리고 사랑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그냥'이라는 말이 '그냥'좋아지기 시작했다. (P51)

돌이켜 보면 그렇다. 무언가 어떤 사물에 대해 좋아하고, 사람에 대해 좋아하고, 대상에 대해 좋아하는 건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 이유를 꼭 찾고 싶어한다. 이유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상 속에서 내가 그냥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찾아 다닌다면, 그 어느때보다 따스해지고, 위로와 행복을 얻을 수 있다. 나의 기대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행복에 대한 파이는 더 커져만 간다.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누군가에게 행복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할 줄도 알게 된다.내 주변에 '그냥' 좋아하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 소중함을 지속하면 어떨까 싶다.


우리는 늙는다. 하지만 몸이 늙는다고 내 마음이 성숙해지는 나이듦을 포기해서야 되겠는가.군자가 되어버린 우리의 선배님을 보며 나도 산에 오를 준비를 한다. 성숙한 나이 듦을 얻어내고 싶다. (P95)


나에 대해 감탄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해 잔치국수를 만들어주는 일과 같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나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자신에 대한 감탄처럼 말이다. 감탄을 듣는 일에서 감탄을 하는 일에 익숙해지는 순간 우리의 인생은 맛있어진다. (P127)


지나고 보면 그런 거다. 남에게 칭찬하고, 남을 인정하고, 남을 위로하여 한다.그런데 우리는 그 대상이 남이 아닌 나를 향할 때 어색함을 느낄 수 있다. 나를 칭찬하고, 나를 위로하고, 나의 상처를 어루 만지는 것, 내가 가진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는 게 사실상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 잘 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그건 것들이 우리는 어느새 당연하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나에게 감탄할 수 있고, 나를 사랑할 수 있다면 , 그것이 나 자신을 행복으로 이끌어 준다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책에는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고 , 행복이 나 자신의 가까이에 있다는 걸 속삭이게 한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나의 언어가 되면서, 언젠가 우리 말은 경쟁을 당연하게 생가하는 언어로 변질되고, 배려하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이 사라진 채, 상처를 주는 언어로 바뀌고 있다. 내가 건넨말이 누군가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걸 느낀다면 말에 대해 좀 더 조심스러워질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 스스로 행복해지려면 내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과 항상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당연한 것들 뒤에 감춰진 소중한 가치들을 놓치니 말아야 한다는 걸 김범준씨의 따스한 에세이 <테이블>에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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