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 - 사랑의 시작에서 이별까지 연애 심리 보고서
이철우 지음 / 북로드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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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금 솔로라면,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읽어야 할 책!
 
 엊그제인 9월 19일, [한국경제신문]의 [고두현의 책마을 편지]제목이 재미있다. "심리학이 밥먹여 준다!" 라는 제목으로 세 권의 [심리학 서적]을 소개한 컬럼인대, 얼마 전 '심리학 책이 연봉을 높여준다'는 본인의 컬럼을 빌어 심리학 관련서를 읽는 사람이 남보다 앞선 생각이나 지혜를 발휘하게 되므로 직장에서도 좋은 대우를 받는다는 요지를 설명하였다. 앞선 바와 같이 최근들어 심리학 서적이 많이 출간되는 이유는 '심리학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또한 이 '사람의 마음(心)을 이해(理)하는 학문(學)'이 독자들에게 그 소용을 점점 늘어간다는 말은 그만큼 현실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학문적 위치'로서의 심리학이 아니라, 그 쓰임을 실생활에 점점 넓혀가는 심리학 전공자들의 노력이 독자들의 요구에 충분히 노력하며 부응하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도 든다. 
 
 The scientific study of the human mind and the reasons for people's behaviour, 즉 '인간의 마음과 사람들의 행동의 이유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인 심리학Psychology 이 이제 그 영역을 넓혀 '연애'에도 손을 뻗었다. 제목도 솔직하게 [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고 써져있다. '사랑의 시작에서 이별까지 - 연애 심리 보고서' 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의 저자는 심리학 박사이자 자신의 블로그 유멘시아 닷컴(http://www.umentia.com)을 통해 사회심리학을 일반인에게 소개하고 있는 이철우씨가 쓴 책이다. 한 길 속도 모르는 것이 인간의 마음인데, 거기다 알다가도 모르는 그것, 사랑을 더했다. '심리학과 연애'라, 의문투성이들의 오묘한 조합이 시작부터 흥미롭다.
 
 저자는 사람들이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배경과 연애가 시작되고 전개되는 과정 그리고 그 연애가 결국 이별이라는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까지, 그 각각의 과정들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인 요인들을 살펴봄으로써 연애에 대해 품고 있는 지나친 기대감이나 비현실적인 환상에서 벗어나 연애 그 자체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구성도 모두 네 가지로 나누었다.
 
 1장에서는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배력을 느끼고 좋아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고, 2장에서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물음에서 시작해 사랑에는 어떤 유형들이 있고, 다양한 연애의 단계설을 통해 연애가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되는지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3장에서는 연애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흔히 마주치게 되는 현상이나 심리들을 알아보았고, 마지막 4장에서는 '실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자는 각론에 들어가면서 이 책은 제대로운 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사회심리학에서 이루어진 연애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쉽고 현실에 맞게 풀어쓴 책이지, 절대 '연애를 잘 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전략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결코 늘 그러한 답은 될 수 없다는 것을 언급한 것이리라.
 
  1장 연애의 배경은 연애나 결혼을 하고 싶다면 먼 데서 짝을 찾을 것이 아니라 가까운 데서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리적 근접성'을 선호하는 인간의 심리를 들어 조언하고, '단순접촉효과'를 빌어 '호감'이란 자주 볼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되도록 상대의 눈에 자주 띌 것을 권하며 이것이야말로 연애를 시작하는 첫 번째 절차라고 말한다. 또한 '호의의 상호성'에 의해 사람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에게 호감이 생긴다면서 입발린 말이라도 칭찬을 거듭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성에게 사랑받는 성격으로는 여자들은 상냥하고 부드러우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남성을 가장 좋은 연인 상대로 생각하고 있고, 남성들은 함께 있을 때 즐겁고 명랑한 여성, 그리고 자기 속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여성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연애의 시작은 '생리적으로 흥분해 있을 때' 심장이 뛰고 격양된 상태에 연애의 감정이 생기기 쉽다면서 '높은 산을 등반한다든지, 함께 운동을 한다든지,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타라'고 권한다. 또 단 둘이 배를 타는 방법도 좋은 방법인데, 배가 흔들려서 내 가슴이 뛰는 건지,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가슴이 뛰는 것인지 헷갈리는 상황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사랑을 속삭이려면 투우장에서"라는 스페인의 속담을 예를 들었다.
 
  2장 연애의 시작에서는 심리학자 스턴버그의 연구를 빌어 사랑의 구성요소는 '친밀감', '열정', '커미트먼트(결정과 관여)'가 있는데, 이들의 조합에 따라 사랑의 종류는 호의, 짝사랑, 공허한 사랑, 연애, 우애, 뜨내기 사랑, 비애, 완전한 사랑 이렇게 8개로 도출된다고 한다. 가장 이상적인 완전한 사랑은 그 자체가 대단히 어려울 뿐 아니라 현실에서 이러한 사랑을 하는 커플은 거의 보기 힘들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우애적인 사랑'을 현실적인 사랑의 최고형태로 생각한다고 한다. '우애적인 사랑'이란 친밀감과 커미트먼트가 높은 상태로 결혼한 지 비교적 오래된 부부나 친구 사이에 생기는 감정을 말한다. 사랑하면 떠오르는 최고는 '모성애'이고, '우정'은 세번째라고 한다. 그럼 연애는? 자매간의 사랑보다 한 단계 아래인 다섯번 째라고 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짐작은 하고 있지만, 학자들도 연애에는 단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연구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머스타인이 제안한 '연애 과정의 3단계론'인데, 단계별로 중요한 요인의 머리글자를 따서 'SVR : Stimulus-Value-Role' 즉, 자극 - 가치 - 역할분담 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 모두를 넘어서면 결혼에 이르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연구는 돈과 외모는 단지 자극, 즉 S일 뿐이며 첫 단계에 불과 하다면서 연애란 만남 자체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3장 연애의 전개에서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에 대해 연구들이 호의적인 것을 들어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직관', 즉 '감이 좋은 만남'으로 맺어진 케이스들은 직관이 발달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고 전한다. '첫눈에 반한 사랑'이 오히려 '계산적인 그것'보다 나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연애를 한 단계 발전시키려면 어둠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면서 밑저야 본전이니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극장이나 조명이 어두운 술집등 그런 분위기가 연출된 곳으로 함께 가라고 조언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랑해'를 반복하게 하거나, 비슷한 것을 확인하려 하는 사랑은 절대 오래가지 못하는데, 그것은 '자기정체성 즉, 자기 아이덴티티'가 확립되지 않은 사람들이 자꾸만 요구하기 때문이란다. 양보와 배려가 부족한 미성년의 경우는 자주 있을 수 있지만, 청년기에 형성되어야 할 이것이 부족하면 '자기 정체성을 위한 사랑'이 되기 때문에, 상대가 쉽게 지친다고 말한다. 진정한 친밀성이란 나를 상대에게 나누어주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커플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질투심'을 처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냉정하게 질문을 하라'이다. 냉정하게 질문하면 상대방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다음에는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답을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주의 해야 할 것은 '내 여자가 질투를 드러낸다면 헤어질지도 모르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마지막 4장은 연애의 파국, 이별을 이야기한 장이다. 연애의 끝은 결혼이나 이별, 둘 가운데 하나다. 대부분 경험해보았겠지만 결혼까지 골인하는 연애는 매우 드물다. 나도 물론 이제껏 이별만 거듭했다. 대개의 연애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별로 끝난다. 특히 젊은 날의 연애란 그 끝이 이별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조금 놀란 사실인데, '권태'가 가장 많았단다. 흥분해 있던 감정이 식어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상대에 대한 실망 혹은 상대의 진면목을 파악하고 난 후 환멸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그 다음은 '흥미나 관심의 차이' 나머지 모두 배경, 지적, 성적 태도 등의 차이로 순서를 매긴다고 한다. 이별하기 직전에 나타나는 징후들은 서로간에 만나자는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던가, 시시콜콜 알고 싶어 오랜시간동안 하던 전화와 메시지가 뜸해지거나 단순해질 때인데, 유념해야 할 것은 남성들은 전화, 문자, 이메일등을 도구적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여기는 반면, 여성들은 이를 적극 활용하는 표출적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처음에 사귈 때는 남성들은 여성들이 원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통화나 문자를 주고 받지만 실은 그녀를 위한 행동일 뿐 사실 즐기지 않는 반면, 여성들은 전에도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남자들의 이러한 태도를 수상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남성들은 처음처럼 그녀를 위해 배려를 해야 겠지만, 여성들 또한 남성들의 그런 점을 이해해 그 횟수를 줄여야 할 필요도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실연 후에 대처해야 하는 올바른 마음가짐은 사랑에는 정말 다양한 모습이 있고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새롭게 다가온 사랑은 쓰라렸던 과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느꼈던 불안감과 상실감은 새로운 사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충실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조언을 구하거나, 대답을 해준다는 것은 '정말 바보같은 짓'이기에, 누가 그런 사람이 있거든 옆에서 입다물고 그저 자리를 지켜주거나, 고개만 끄덕여주라."고 어느 러브 카운셀러가 말한 적이 있다. 개개인 마다 다른 절대적 가치인 '사랑'을 논하고 돕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말일테다. 중요가치이면서도 정답이 없는 것이 사랑인지라 묻기도, 답하기도 어렵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카운셀러가 되줄 것 같다. 오롯이 '완전한 사랑'을 이룬 저자의 생각이 아니라 사회심리학적 연구를 근거로 한 다수들의 의견이기도 하기에 정답은 아니겠지만,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 많다. 사랑을 여전히 로맨틱한 판타지로 여기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사랑를 찾는 사람들의 현실을 알아야 할 테다. 당신이 지금 솔로라면,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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