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을 읽다 - 빅데이터로 본 우리 마음의 궤적
배영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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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들어가는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빅데이터를 통해 사회 구성원의 마음과 사회변화를 읽으려는 노력이다. 우리 사회와 구성원 개개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무엇을 선호하고, 공적 담론이나 여론의 향방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트위터 블로그등 SNS, 언론기사를 통해 의미를 추출해 보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소개되고 있는 특정 현상을 상징하는 언어와 빈도높게 출현하는 연관어들 전반에 대한 소감은 우리들에게 엄청난 파편화와 개인화가 진행되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타자성의 상실이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으며, 문제를 외부에서 찾으려하는 우리네와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떠나지 않는다.

 

소개되고 있는 대표적인 주제어는 혐오갑질’, ‘비혼’, ‘불안’, ‘혼밥과 같은 어휘들일 것이다. 이들 언어들은 대개 문제의 원인을 타자, 외부를 가리키고 있다. 내겐 아무런 문제가 없어, ‘아닌 쪽에 손가락질 하며 폄훼하고 비난하며 미움과 꺼림, 증오, 분노의 감정을 쏟아낸다.

 

2006년에서 2016년까지 10년간 한 일간지에 혐오관련 기사가 1639건이었다고 한다. 06~11년에는 주로 소각장, 납골당과 같은 혐오시설과 관련하여 등장하던 단어가 11~16년에는 소수자, 개똥녀, 여성, 동성애자, 외국인, 장애인과 같은 사람 혐오의 감정어로 변화했다고 한다. 혐오란 즐거움, 기쁨, 슬픔, 아픔과 같이 나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감정이 아니라 타자화된 대상을 필요로 하는 감정이라고 한다. 타자에 대한 부정적 대상화가 급증하는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갑질기사가 2013년부터 우리 사회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는데, 이러한 행위가 새삼스럽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대한 평등성과 정의감 성숙, SNS와 같은 매체의 다양성 증가가 수면아래에서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타자성에 묘한 충돌이 엿보인다. 약자, 소수자인 타자에 대한 연민이라는 감정과 타자의 물질화, 대상화라는 감정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대한항공 땅콩회항사건부터 백화점 모녀의 주차관리원(경비원) 무릎 꿇린 사건, 공관병 부당노동 강요사건 등 한동안 미디어의 중심을 차지하던 갑질 사건들에서 우리 모두는 공모자라는 의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를 생각게 된다. 더구나 핵심 연관어가 부인’ (장성부인, 회장 부인, 국회의원 부인...)이라는 점이나, 피해자가 운전기사, 경비원, 가맹점원(편의점 등)이라는 것도 오늘 우리네의 가치관을 점령하고 있는 의식을 반추해볼 대목이다.

 

    

 

 

비혼은 우리네 사회 전반의 미래를 우울하게 하는 언어다. ‘미혼이 아니고 비혼이란다. 자발적 결혼 포기, 혹은 지향하는 삶의 기준이 변화했음을 알리는 신조어다. 빈도가 높은 주요 연관어가 여성인 것은 어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곤 행복, 반려동물, 저출산이 뒤를 잇는 언어인 것은 곤혹감을 느끼게 한다. 2014년에서 2017년 사이 산부인과는 3.7% 줄고, 동물병원은 13.8% 늘어났다고 한다. 또한 10년 만에 년간 혼인건수는 33만 건에서 28만 건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결혼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우리의 사회 구조적 - 경제적 여건, 사회적 진출, 임신과 양육의 불안한 환경 등과 같은 - 강압이 작동한다. 누군가의 아내나 어머니보다는 자신의 삶을 중시하겠다는 여성의 변화된 가치관이 긍정적이라거나 부정적이라는 판단에 앞서 타자와 함께하는 그 정서적 교환의 고귀한 가치를 언젠가부터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되는 것은 왜일까? 인간과의 접촉을 반려동물로 대체하는 우리들과 우리사회에 대해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누구나 관계에 대한 부담과 그 피로를 크게 느끼고 있다. 어쩌면 타자를 대상화는 학습에 훈련된 우리들이기에 타자에 대한 저항이 더욱 커진 것은 아닐까? 밟고 서야할 대상, 경쟁에서 이겨야 할 대상, 내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대상으로만 가르쳐온 기성세대들, 기득권자들이 종용한 결과가 이토록 피폐한 인간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행복하고 건강하게 나이듦을 결정하는 것은 지적 능력이나 경제적 계급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관계다.”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인간관계란 바로 상실해가는 타자성(otherness)의 증식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혼밥도 이와 다르지 않은 맥락의 언어로 보인다. 나홀로족, 혹은 자발적 아웃사이더(아싸)로 불리는 이 조어도 관계의 피로에 연유하는 것일 게다. SNS상에서도 금요일과 토요일, 즉 사회생활의 피로감에서 벗어나는 주말에 빈도 높게 등장한다고 한다. 인간관계, 타자와의 관계가 이토록 고통스런 사회라는 것은 그것이 과연 인간 개인의 내재적 문제인지, 사회적, 외부적 문제인지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만 같다. 유아시절부터 습관화시키는 타자에 대한 이해의 바로잡음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따뜻한 정감과 배려의 대상으로서 말이다.

 

책이 소개하는 주제어가 물론 이들만은 아니다. ‘적폐에서 출산’, ‘추석과 설’, ‘가짜뉴스’, ‘더위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사회의 일상적 모습을 담고 있는 무수한 단어들이 열거, 추적되고 있다. 그런데 빅데이터로 활용된 SNS상의 언어, 정보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요구하는 온라인상의 정보 확산은 시선을 끈다. 그 첫 예는 더위와 관련하여 전기요금 누진제부과에 대한 문제제기와 제도변화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인데, 더위가 언급되고 관련 트위터 게시물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리곤 관련 기사량이 증가하고 누진제 관련 언론 기사가 등장하고, 트위터에 리트윗되면 정보 공유가 확산되어 사회적 이슈가 생성되기 시작하며, 이어 근거가 되는 사회적 인물이나 사건을 발판으로 여론 형성의 단계와 공감 채널이 증가한다. 이로인한 학습효과증대로 인해 제도변화 요구가 시작된다고 한다. SNS의 긍정적 정보 확산의 예이다.

 

반면에 이처럼 전파와 확산이 빠르고 쉽다는 SNS의 특성이 악용되는 부정적 파급도 있다. 가짜뉴스가 그것인데 민감한 사회 이슈에 대한 기사 형태의 거짓, 왜곡 정보의 생산, 유포를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개인과 집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사회적 동조현상이랄 수 있는 타인의 생각과 판단에 의존하려는 사회적 폭포효과, 같은 생각을 가진 자들이 더욱 편향된 정보를 심화시켜 자신들만의 기존 신념을 강화시켜 사회갈등을 극단화시킨다는 집단극화현상이 있다. 다수의 무비판적 공유와 소비는 사회적 건강성을 심각하게 파괴한다.

 

빅데이터를 통한 한국인과 한국사회의 현상을 성찰한 이 책이 오늘 우리네의 지금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자각, 숙고하며 변화를 추진해야 하는지 그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와 우리네의 사유와 행위의 시간은 어디쯤에 있을까라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는데 맞춤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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