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9
제임스 M. 케인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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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사랑을 한 걸까 사랑을 이용한 걸까.


첫문장 : 정오 무렵 건초 트럭에서 쫒겨났다.



#가볍지 않은
미국 하드보일드 문학의 대표작. 범죄, 스릴러류의 장르 소설 분위기가 물씬 났다. 그래서 조금 가볍게 느껴지는 이 소설이 고전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론 범죄 사건에서 멈추지 않고 삶의 본질과 맞닿는 무언가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가볍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반전에 반전
이 소설의 묘미는 빠른 전개와 (한국어로는 어색하고 병맛같지만) 연극 같은 즉흥적인 대사, 그리고 반전이다. 처음 읽었을 때 이런 결말이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렇게 흘러가는
표면적으론 범죄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인생과 선악을 말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실제 모델 ‘루스 스나이더와 저드 그레이 사건’이 있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우울한 시대 배경과 사랑, 배신으로 얼룩진 인간 군상은 신문 기사 같은 케인의 문체와 만나 밤공기처럼 가라앉아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에 대한 구분이 모호한 상태에서도 계속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맞이하며 통제하지 못하고 흐름에 끌려가는 듯하다.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처럼 말이다. 이것이 하드보일드 작품만의 특징인지는 모르나, 그 점이 매력적이다.
마지막에 주인공 프랭크의 생각들은 진심일까? 나는 진심처럼 느꼈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이며 길을 좋아하는 살인자일 뿐. 그가 말하는 건 살인자의 말일 뿐이다. 어떤 분의 해석처럼 신적인 존재가 그 살인자에게 두 번의 기회를 줬다. 그 기회를 모르고 넘겼든 알고서도 모른척했든 이제 그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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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0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제목으로 오래전 극장에서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이것이 원작인가 봅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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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첫문장 : 폴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예전의 일들
사실 이 소설을 읽다가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 세상의 남녀 관계는 참 다양한데, 어쩔 땐 우리가 서로 비슷한 일들을 겪고 사는 건 아닌지-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오늘처럼 이렇게 잊고 있던 기억을 끌어내는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 말이다. 그 당시 그녀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아직도 남아있는 질긴 미련들은 이 소설로도 풀리진 않을 모양이다.


#비관적
혹자는 주인공 ‘폴’의 선택이 격정적 자극보다 일상적인 안정을 택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안정’일까? 자신의 선택 후에 어떤 전화가 올지, 어떤 생활이 이어질지 아는 그녀에게, 그 선택이 우리가 아는 진정한 의미의 안정일지 의문이 들었다. 오히려 ‘바뀌지 않는다’ 혹은 ‘바꿀 수 없다’는 취지의 결말로 느껴졌다.


| “그녀는 완벽한 안정감과 더불어 자신이 그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있음을 느꼈다. 로제 이외의 누군가를 사귀는 일 같은 건 할 수 없으리라. 그녀는 그런 안정감에서 서글픈 행복을 끌어냈다.” |


소설 속 한 문장이다.
사강이 이야기하는 ‘안정’은 우리가 평소에 말하는 ‘안정’과는 거리가 있다. ‘서글픈 행복을 끌어낼 수 있는 안정’이란 말에서 그 의미를 알 수 있는데, ‘익숙해지는 것’에서 ‘완벽한 안정감’을 느끼고, 그것은 ‘서글픈 행복’을 준다. 익숙하고 길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도 모른다.


안정을 택했든, 포기를 택했든,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결말은 비관적이다. 답답하고 마음이 복잡해지는 결말. 전문가들은 그것이 ‘사강’다운 결말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 속 폴은 안타깝고 무기력하게 보였는데, 실제 자신은 도발적이고 솔직하며 방탕한 생활을 영위했다고 한다. 돈을 좇았고, 스피드광이었으며, 약물과 술에 빠져 살았던 그녀. 어쩌면 ‘폴’처럼 무기력해지는 게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비난에 그치는 비관이 아닌 위선적인 세상을 향해 내던지는 냉소로 가득한 비관처럼 느껴졌다.


#인생의 답
처음 읽을 땐 가벼웠다. 인물들의 관계가 복잡한 것도 아니고, 어려운 내용도 아니며,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나 현재의 생활방식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잘 읽혔다. 하지만 읽고 난 후에 걸리는 감정들이 많아 더 깊이 빠져드는 책이다.
사강은 제목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뒤에 말줄임표(...)를 꼭 쓰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물음표가 아닌 말줄임표. 그것은 남자 주인공 시몽이 여자 주인공 폴에게 건넨 질문이 아닌 폴의 자아가 폴 자신에게 묻는 것이라는 어떤 분의 해석이 기억에 남는다. 사강은 이 소설을 통해 ‘타인의 질문’이 아닌 자기 마음에서 울린 ‘자아의 질문’에 더 집중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랑하는가? 그래서 행복한가? 그 행복은 언제까지일까? 본질을 알지 못하고 본질에 가닿지 못하는 우리들이 무슨 정답을 내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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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 탐서주의자 표정훈, 그림 속 책을 탐하다
표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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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색이 필요한 밤에 좋은 책.


첫문장 : 책이 묘사된 그림이 적지 않다.


#추천도서
올해 초. 한 유튜버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매달 발표하는 ‘추천도서’에 대해 소개하는 걸 보았다. 유튜버도 고르고 골라 몇 권의 책을 소개해줬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사고 싶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은 작가님이 책이 나온 그림 작품을 보고 그 책이 어떤 책인지, 그 그림이 그려진 시대와 배경을 고려하여 유추해보는 에세이라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탐서주의자
출판평론가 표정훈 작가님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궁금해지고 존경심이 우러나게 만드는 분이었다. ‘탐서주의자’라는 별칭답게 무려 2만 권이 넘는 책을 보유하고 계시며,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분이라고 한다. 각 그림에 붙은 글이 길지도 않으면서 깊이 있는 주제를 오가는 문장력을 보며 실력자의 글이 주는 편안함과 깊은 사색감을 마음껏 누렸다. 이 책은 가까이에 두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한 그림씩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표지 디자인
책을 이야기하는 책이라서 그런지 책 디자인이 너무 예쁘다. 표지엔 벨벳 질감을 입혔고, 양 귀퉁이를 둥글게 잘라 마치 그림에서 나온 책 같았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멋진 표지 디자인이다. 책을 이루는 요소 중 표지 디자인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내용의 톤과 디자인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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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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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티비 채널을 돌리다 영화 <플라이>를 본 적이 있다. 한 과학자가 공간이동장치를 실험하다 장치 안에 파리와 함께 들어가는 바람에 인간과 파리가 융합되는 공포영화였다. <변신>을 읽기 전, 내 상상 속 ‘그레고르 잠자‘는 그런 이미지였다. ‘징그럽고 끔찍한 벌레이지 않을까?‘ 그러나 읽어가면서 잠자에게 점점 연민을 느낀다. 우리는 이 세상에 벌레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걸까.


<변신>에서 잠자가 사람으로 나온 장면은 한 번도 없다. ‘벌레가 된 잠자‘가 상상하는 ‘사람 잠자‘의 모습은 꿈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1900년대 초에 쓰인 소설이 현재 우리의 모습과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 노동자라는 위치가 원래 그런 것일까? 아침에 잠에서 깬 ‘벌레 잠자‘는 그냥 자신의 본모습 자각한 것일까?


책을 읽으며 작가 프란츠 카프카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다. 카프카 인생에 악영향을 끼친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 작가 활동을 유일하게 지지해주던 막내동생 오틀라 카프카,
반항도 못 해보고 아버지 뜻에 따라 가게된 독일어학과. 그러다 차선책으로 선택했지만 역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던 법학과. 여가시간을 낼 수 없었던 보험회사를 거쳐 본격적으로 자신의 글을 쓸 시간이 생겼던 근로재해보험공사로의 취업. 그리고 그 속에서 듣게 된 근로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 카프카가 아파하고 쓰려 했던 지점들이 현재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카프카를 그리워하는 듯하다.


<변신>도 좋았지만 마지막 유작인 <굴>도 좋았다. 독백으로 채워진 중편의 소설은 <변신>과 마찬가지로 카프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가 평생 받았던 외, 내부적인 압력과 갈등을 짚어 보는 듯했다.


강한 억압과 부조리를 느끼지만 어쩔 수 없음을 남겼던 프란츠 카프카. 지금은 그가 편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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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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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 읽기 시작했다. 엎드렸다가 바로 누웠다가 하며 몸을 뒤쳐기기는 했지만 한 숨에 읽어 나갔다. 틀어놓은 음악처럼 고요하고 차분한 속도로 읽혔다. 하지만 마음은 복잡해져갔다. 소유와 쇼코의 성장이 그리고 그 가족들의 인생이 나의 삶과 얽히고 설켜 슬프고 심란한 채로 읽혀갔다. 많은 생각이 입 속에 걸렸지만 할수는 없을 것 같다. 소유 엄마처럼 할아버지처럼 숨겨야 할 것 같다.
숨겨야 할 사람에겐 숨기고 말해야 할 사람에겐 말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움푹파여 내피가 드러난 쇼파처럼, 얇디 얇아져 바스라질 것 같은 오래된 내의처럼 우리의 마음은 하염없이 불안정하기만 하다.
지금 나는 바스러져가는 각 서른이 된 소유의 모습일까? 무엇도 감지하지 못한채 내 안으로 침잠하는 닻에 묶여 어디로든 나아가지 못하는 중인 걸까? 아마도 모든 것이 무서운 것이다. 앞으로 맞이할 무서운 일들에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되었으니깐. 바닥은 너무 찬데 실내온도가 높다며 돌아가지 않는 보일러처럼 뭔가 잘못되었지만 딱히 손볼 수 없는 것들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무언가 딱 부러지게 고장이 나서 내 눈 앞에 보여지길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심숭생숭한 마음으로 글을 써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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