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잘될 거야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장이라는 공간, 시간, 관계에 대한 고민


#여성 직장인
같은 직장에 다니는 세 명의 마리코. 각각 2년 차, 12년 차, 20년 차 직장인이다. 이들을 통해 직장인으로서의 고민과 직업여성으로서의 고민을 잔잔하면서도 날카롭게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남자인 내가 봐도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고 직장이나 사회생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일상의 고민
마스다 미리 책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작가는 일상의 고민들을 정말 잘 포착해 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일상 속에서 하는 고민을 많이 놓치고 사는 편이다. 깜박 놓친 고민은 시간이 지나 다시 나에게 왔다가 또 놓치는 실수를 반복한다. 이 책은 ‘직장과 관련된 고민’을 제삼자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에 좋은 책이다.


#일을 잘 한다는 것
이야기 중에 능력이 좋아 승진이 빠른 사토 씨와 출세와는 거리가 먼 후루하타 씨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시대나 어느 사회나 그 시대, 그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인정받게 되어있다. 안타깝게도 인정받는 사람은 소수이고 나 또한 부족한 그룹의 일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의 의미마저 없는 건 아니지 않을까. 30대를 지나 40대가 되고, 50대가 되어도 나는 계속 흔들릴 것이다. 그 순간순간 내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지금은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나중엔 다른 가치를 추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항상 흔들리고 있을 거라는 것.

P25 오랫동안 회사에 다니다 보면 자신이 앞으로 출세하지 못하리란 것을 깨닫지만, 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의욕을 북돋우며 지내는 것도 일한다는 의미 아닐까.

P31 사실은 약간의 줄 따위 별거 아니라 생각하지만 그런 줄이 생기지 않도록 일하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것에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과장 승진은 어렵겠지만 학교에 여러 유형의 사람이 있었듯이 회사에도 여러 유형의 사람이 있습니다. 진심을 담아 일한다는 것도 의외로 괜찮을지 몰라.

P111 어떻게 하면 이렇게 믿음직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구와타 씨처럼 대인관계를 좀 더 좋게 하고 싶어요."
"간단해, 사람들과는 다음번 만날 떄에 서먹하지 않도록 헤어지는 것, 그뿐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 깊고 진하게 확장되는 책 읽기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 권의 소설에서 뻗어 나간 사유의 여정


#김겨울
겨울서점 유튜버, 김겨울의 두 번째 책. 그녀가 평소에 어디에 관심을 갖고, 무엇을 생각하며 지내는지, 북튜버가 아닌 독자로서의 김겨울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 책인 것 같다. 네 권의 소설을 각각 ‘운명 / 고독 / 시간 / 상상’ 이라는 인간의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난제와 연결하여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녀의 관심 포인트가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P5 나는 이 각각의 책들이 인간이 처한 조건 중 일부를 다루고 있음을 깨달았다. 운명, 고독, 시간, 상상이라는 조건이다.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몸에 따른 고독, 그 몸을 가지고 통과할 수밖에 없는 시간, 그 안에서 만들어가야만 하는 운명, 그리고 삶을 탈출하려는 혹은 변화시키려는 상상이라는 조건들은 비단 나에게만 주어진 것들은 아닐 테다.


#책리뷰
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 중 하나는 책에 대한 리뷰가 담겼다는 점이다. 친한 친구와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서로 다른 생각과 감동 포인트를 갖게 되는데, 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많은 책을 읽어온 분의 해석이라서 더 궁금했다. 이전에 유시민 작가님, 채사장님 두 분의 리뷰가 담긴 책을 각각 읽었는데, 작품을 해석하는 시각과 현재 내 삶에 연결짓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런 시각의 확장이 하나의 자아로만 살 수밖에 없는 나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는 것 같다.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는 앞에 두 분의 책과는 또 다르게, 작품 내용을 중심으로 깊이 파고들고 주관적인 해석에 더욱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당신인생의이야기
총 네 권의 책이 메인으로 나오는데, 나는 마지막에 나온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만 읽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 파트를 읽을 때 더 공감되었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김겨울 저자는 <네 인생의 이야기> 마지막 부분을 언급하면서 ‘주인공 루이즈가 단순히 미래를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없고 기억하게 됐다.’라고 적고 있는데, ‘알게 됨’이 아니라 ‘기억’하게 되었다는 표현이 참 와닿았다. 그 외에도 공감되거나 더 잘 이해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런 소통을 통해서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이 좀 더 깊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여기 나온 나머지 세 권의 책도 꼭 읽고 다시 이 책을 읽어 볼 생각이다.


#그릇을 키우는 일
예전에는 나 스스로 모든 걸 해석해 내고 싶은 욕심에 다른 사람의 해석을 보거나 듣는 걸 극히 경계했는데, 그러한 태도가 나를 고립된 세계에 가두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본다는 건, 그 사람에게 물들거나 내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그릇을 더 키워나가는 일이다. 다양한 생각들을 읽으며, 나는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어떤 부분은 이해할 수 있고 어떤 부분은 용납할 수 없는지, 내가 가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게 된다. 나를 잡아먹는 일이 아니라 나를 키우는 일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 재미있고 감각적이고 잘 팔리는
김은경 지음 / 호우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세이 쓰기의 생활화.


#독립출판
과거 나에게 책은 유명 작가들의 컨텐츠였다. 그 후 독립서점을 알고 나서 처음 놀랐던 건, 수많은 사람이 자기만의 책을 출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았던 생각은,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국문학과나 문창과를 나와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소위 ‘예비 작가’이지 않나-라는 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독립출판물을 알아가고 읽으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글을 쓰고 또 알려지는 걸 보며, 현대의 유튜브나 SNS처럼 책도 개인 미디어로서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던 것 같다.


#오키로북스
오키로북스는 요즘 나의 관심사 중 하나다. 거기서 하는 워크숍이나 추천하는 책들을 유심히 본다. 그것들 중에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라는 워크숍이 있다. 바로, 같은 이름의 책을 쓰신 작가님이 하는 프로그램이다. (정확히 말하면 워크숍을 먼저 하고 계셨고 이후에 책을 출간하심) 오키로의 오사장님이 글을 잘 쓰는 방법으로 항상 강조하는 게 있는데, 이 책에 고스란히 나와 있었다. 아마도 작가님의 수업을 통해 전수받은 것이 아닐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나도 기회가 되면 워크숍에 참여하여 전수받고 싶다.


#에세이
평소에 내가 글을 쓴다는 건, 몰랐던 정보를 기록하거나 갑자기 좋은 글이 떠올랐을 때 까먹지 않기 위해 잽싸게 써놓는 수준이다. 그런 내게 에세이는 ‘전문가의 영역’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작가님이 9년이나 출판계에서 책을 만들던 ‘전문가’이지만, 김경희 작가님의 <회사가 싫어서>와 같이 알려지지 않았던 좋은 글을 찾아서 책으로 만들던 분이기에 믿음이 간다.


#쓰기
가끔은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쓰고 싶은 글이 막 떠올라서 그렇기도 하고, 보통은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은데 풀 방법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글을 쏟아내고 나면 그 글 속에서 내 상태가 드러난다. 복잡하고 앞뒤가 안 맞는 문장을 보고 있노라면 심란할 때가 많다. 그래도 글은 수정할 수 있어서 좋다. 수정하고 수정하면서 나는 나를 치유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브르 곤충기 1
앙리 파브르 지음, 김진일 옮김, 정수일 그림, 이원규 사진 / 현암사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삶을 기록한 곤충기.

#어린시절 곤충기
어린 시절, 집 뒤로 동산이 있었다. 잔디가 아름답고 드넓은 공간이 있는 그런 동산은 아니지만, 덕분에 곤충들이 참 많았다. 푸른 여름이 되면 각종 개미와 풍뎅이, 나비가 보였고, 풀잎인 척 앉아있는 방아깨비 옆으로 메뚜기가 뛰어다녔다. 하늘이 높아지면 잠자리들이 비행 실력을 뽐내며 날아다녔고, 나무마다 장수하늘소와 매미가 크기별로 앉아 있었다. 밤이면 가로등을 향해 하루살이와 나방들이 달려들었고, 끊이지 않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잠들기도 했다.

#완역본
현암사라는 출판사에서 완역본 파브르 곤충기가 나와 있다고 했다. 알고 난 이후로 알라딘을 갈 때면 항상 찾아보곤 한다. 1편을 읽으니 어린 시절 청소년판으로 읽었던 파브르 곤충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청소년판은 곤충을 실험한 부분만을 각색해서 실었다는 것을 이 완역본을 보고 알게 되었다.

#에세이
파브르 곤충기는 실험의 기록이라기보단 에세이에 가까웠다. 어릴 때 보던 책처럼 ‘쇠똥구리 편’, ‘벌 편’ 등등 곤충별로 분류된 것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대로 연구가 이어지는 구조였다. 그래서 백과사전같이 결과가 정리된 책이 아니라 파브르 자신의 궁금증으로 가득한 책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곤충사회를 통해 본 인간사회
현지에서는 그를 곤충학자라기보다는 철학자, 시인으로 더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을 읽다 보면 곤충의 행동을 통해 인간사회의 모순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최재천 선생님이 생각나기도 했고, ‘개미’를 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생각나기도 했다. 나도 어린 시절 곤충을 보며 그런 생각에 들곤 했는데, 어쩌면 곤충을 관찰하는 행위가 우리 인간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록하는 삶
56세에 1권을 출간, 곤충과 식물 연구에 평생을 바친 파브르는 30년 동안 10권의 곤충기를 완성했다. 이어 11권도 집필 중이었지만 완성하지 못하고 떠나셨다.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1800년대를 살았던 파브르를 보면서 마지막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곤 한다. 손에 잡히는 이 10권의 책이 놀라운 건지, 아니면 마지막 30년을 기록에만 매달리며 살았던 모습에 감동을 느끼는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무언가에 빠져 평생을 연구하고 기록했던 그를 닮고 싶다던 어린 시절의 꿈이 생각난 하루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구왕 서영
황유미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편한 순간들을 침묵했던 지난날의 반성



#사회문제를 다룬 독립출판물
독립출판물로 인기를 얻어 기성 출판된 책이다. 이 책에 대해 아는 건 없었지만, 인기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꾸준히 추천받아왔다. 개인적으로는 발랄한 제목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표제작 <피구왕 서영>을 포함하여 5편의 단편소설이 있다. 각각 다른 작품이지만, 차별과 고정관념에 빠져있는 ‘집단’ 안에서 불안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개인’의 모습을 다루었다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 “어린 시절 나는 폭력에 예민한 편이었다. 육체적인 폭력뿐 아니라 언행과 구조적인 부분까지 여러 방면에서 집단 내 개인에게 행해지는 폭력을 감지하는 감각이 유난히 발달했던 것 같다.” (프롤로그 중) |



#차별이 낳은 권력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집단이 가하는 폭력이 불편했다고 한다. 작가와 달리 어릴 적 나는 그런 걸 느끼지 못한 채 살아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성별, 나이, 외모, 빈부, 취향 등 개인 요소들에 우열을 매겨 구분 짓는 행위를 나도 모르게 앞장서거나 동조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피해자가 생겼을 것이고 그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는 걸 부끄럽게 생각한다.



#집단과 개인
이 책은 차별을 만드는 주체가 집단의식에 기대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가장 안전하고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정, 학교, 회사라는 집단 안에서 피해를 보는 개인이 발생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집단이 돌아가기 위해선 집단을 이루는 개개인들 중에 힘(권력)을 가진 자들이 나타나고 그들은 운영과 통제를 위해 우열관계를 만들고 방조한다. 이런 점을 일상 속에서 계속 인지하지 않으면 우리 자신도 모르게 여기에 동조하고 동화되어 버리는 것 같다.



#피구왕 서영
성장소설이자 집단에서 생겨나는 편 가르기와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초등학생으로 집단의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이 독특했다. 책에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과 사건들이 과거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추억 속의 나와 친구들도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같은 실수를 했던 것이다. 어쩌면 서영이처럼 어릴 때부터 그 점을 파악하고 있던 친구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부조리를 알아챈 서영. 몰랐던 과거의 나. 피해자이면서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피해자들이다. 소설은 집단이 개인을 위축 들게 한다는 점을 하나의 사건으로 잘 전달하고 있다.



#피구
작가는 피구를 통해 권력이 유지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코트’는 사회이고, ‘게임룰’은 법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힘 있는 아이들(현지네 일당)의 ‘말’은 권력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하수구’라 불리는 (즉, 사회에서 소외된) 이가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부당하게 아웃(Out) 판정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땅볼인데도 친구들은 하수구에게 코트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한다. 거기에 더해 공을 피하지 못했다는 야유까지 보낸다. 유일하게 그 판결이 부당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윤정이뿐. 서영이와 다른 아이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도 묵인한다. 하지만 권력자인 현지는 윤정의 주장을 가볍게 되받는다. | “이미 죽은 걸로 됐는데 무르는 것도 좀 아니지 않아?”
상황을 정리한 건 현지의 한마디였다. 현지는 땅볼이다, 아니다로 판정을 내리기보다는 상황의 적합성을 이유로 윤정의 문제 제기를 뭉갰다. 그러자 아이들이 현지의 말에 한마디씩 거들었고, 아무도 편을 들어주지 않는 윤정의 주장은 힘을 잃었다. (P77) |

이 장면을 읽으며 나도 많은 ‘부당함’을 묵인하고 외면했다는 반성을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앞으로도 그런 일에 선뜻 나서질 못할 것을 안다. 이런 행동이 심하게 몸에 베여버려 의식조차 못 하는 경우가 이후로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문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말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