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 북아일랜드 캠프힐에서 보낸 아날로그 라이프 365일
송은정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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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끝자락
나와 동갑인 작가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건 특별했다. 20대라는 동시간대에 나와는 다른 선택과 삶을 살아온 작가를 보면서 많은 생각에 빠졌다. 작가와 달리 나의 20대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내가 기준도 방향도 없이 떠다녔던 시절에 작가는 캠프힐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와 독립서점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내가 막 독서에 관심을 가졌을 당시에 작가는 서점을 닫았다. 삶에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쯤은‘-하고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캠프힐
하정 작가님의 <이런 여행 뭐, 어때서> 이후 다시 읽는 캠프힐의 이야기이다. 다른 장소의 캠프힐이지만 <이런 여행 뭐, 어때서>를 읽을 당시에 보고 느꼈던 그 감각들을 또 한 번 불러올 수 있어서 좋았다. 캠프힐은 역시 아름다운 자연과 여유,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있으면서도 외로움과 갈등, 사람들 사이의 애증이 공존하는 적당한 삶의 모습을 가진 곳이었다. 사실 송은정 작가가 이야기하듯 그곳은 ‘세상에서 가장 평온하고 따뜻한 감옥‘일지 모른다. 또 거길 찾는 코워커들도 잠시 스치는 봉사 활동쯤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사회에서 도태된 사람들과 함께 삶을 살아내려는 캠프힐의 모습이 너무나 멋지고 정상적으로 보였다.

#삶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의 삶과 미래의 삶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 것 같다. 생각해본다고 해서 결론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시간을 통해 나를 정리하고 준비시키면서 삶의 균형을 잡아가는 일이 나에겐 중요하다. 이 책 제목처럼 아무리 좋은 곳이라 하더라도 천국 같은 곳은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살 만한 곳이라면, 그 속에서 ‘나‘를 잃지 않고 잘 살다가 가고 싶은 마음이다.

#프롤로그
책의 맨 앞장에 나오는 프롤로그를 맨 나중에 읽었다. 처음엔 안 읽혀서 지나갔던 그 내용들이 하나하나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P4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결국 우리는 여전히 우리라는 것. 나는 변해서 다시 내가 된다는 것." - 김연수 <우리가 보낸 순간>

P7
캠프힐에서 그랬듯 여전히 나는 어제의 나와 이별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그것은 곧 오늘의 나와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했다. 매일 조금씩 더 나다운 모습으로, 조금씩 매일.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이 출구 없는 이별을 기꺼이 되풀이할 생각이다. 그렇게 나는 변해서 다시 내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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