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My Clint Eastwood K-픽션 4
오한기 지음, 전승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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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개척시대의 정신
나는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살면서 마카로니(스파케티) 웨스턴 장르나, 서부 총잡이가 나오는 작품을 전혀 접하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지만, 이 소설을 통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와 더불어 우리나라 여느 할아버지들과 다를 바 없는 구시대의 꼬장꼬장함을 보면서도 불편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그 시대를 알고 싶은 학구열 비슷한 걸 느꼈다.

#지나간 정신
탈이념 시대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것도 하나의 의견이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그러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오히려 내가 꼬장꼬장한 할아버지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 나도 구식이 되면 신세대들에게 무시당할 거라는 두려움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내 안에 일어난 변화를 보면서 희망을 조금 선물 받은 것 같았다. 세월이 흐르면 필요한 시대정신은 계속 바뀌겠지만 지나간 정신이라고 해서 폐기되는 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랜토리노
책을 읽은 후에 <그랜 토리노>를 봤다. 영화 <그랜 토리노>를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건국의 위대한 정신만 훼손하지 않는다면 흑인이든, 황인이든, 젊은이든, 여자든 상관없이 모두에게 공유되고 이어져야 한다.‘ <그랜 토리노>에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소설 속의 모습과 비슷했다. 과거의 영광에 심취해 있고, 변화된 시대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모습. 하지만 <그랜 토리노>에서는 이 소설보다는 훨씬 성숙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힘든 시기에 힘들게 만든 영화라는 걸 대충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가치관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들이 보였던 것 같다. 보수라고 하면 변화를 싫어하고 지키려고만 하는 성향만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지켜내야 하는 건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잘 보여 준다. 예의를 갖추고, 여자를 지키며, 약자를 괴롭히지 않는 올바른 정신. 이것이 그가 말하고자 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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