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벌룬 Hot Air Balloon K-픽션 3
손보미 지음, 제이미 챙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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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이란 시스템
부모님의 죽음. 가족과의 헤어짐. 마지막 여인의 떠남. ‘그’를 중심으로 상실되어 가는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문제는 주인공이 그런 상실들을 모두 자기 탓이라 여긴다는 점이다. 무리하게 자신을 출산하다 병약해져 죽은 어머니, 자신을 보호하다 평생 장애를 안고 죽은 아버지, 불안정한 자신 때문에 집에 불을 낼 뻔한 사고로 헤어지게 된 딸과 아내.
죽음, 헤어짐, 상실을 겪은 사람들은 그 원인이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믿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실은 나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어떤 시스템에 의해서 작동하는 건 아닐까? 인정하고 내려놓기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돌아가는 시스템에 우리가 너무 마음을 크게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머니는 그가 아니더라도 무리해서 아기를 낳길 바랐을 것이다. 아버지는 그가 아니더라도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움직였을 것이다. 잘 사는 집안의 아내는 그가 아니더라도 수준에 맞지 않으면 딸을 데리고 떠났을 것이다.

#상실에 대한 파토스
내가 느끼기에 마지막 여인은 실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실의 고통이 만들어 낸 애드벌룬 같은 환상이 아니었을까? 그의 마음이 다른 곳에 있음을 느끼는 또 다른 자아인 건 아닐까? 상실이 만들어 낸 파토스이지 않을까?
마지막에 그 여인은 ‘당신, 나랑 헤어지려고 하는 거지?‘ ‘다른 세상에서는 나만 사랑해 줄래?‘라는 말을 남긴다. 왠지 이 말이 자살처럼 느껴졌다.

#손보미 작품의 특징
좀 독특한 소설이다. 내용 전개에서 정합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고 꿈과 현실을 넘나들기도 한다. 그래서 사실 읽고 나서는 바로 느낌이 안 왔고, 해설을 보고서야 이해가 됐다. 노지영 문학평론가는 이렇게 말한다. ˝손보미의 <애드벌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데뷔작인 <담요>를 끌어오지 않을 수 없다. 손보미의 새로운 작품에는 전작들의 ‘혼령‘이 깃들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가장 적극적인 상호텍스트로 기능하는 예가 바로 <애드벌룬>이다.˝ 그러면서 <담요>에 대한 설명이 조금 나오는데 그것만으로도 확실히 이야기와 의미가 풍성해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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