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들 (마음산책X) 개봉열독 X시리즈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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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
첫 부분들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판의 미로> 이런 판타지 영화들이었다. 상상으로 채워진 라브로보 숲. 그건 아이에게 실재하는 세상이고, 대화 상대이며, 악당이면서도 친구이다. 이 책에 ‘동심‘이라고 직접적인 단어가 나오진 않지만, 포스코 자가의 어린 시절은 동심으로 가득하다. 동심의 뜻을 찾아보면 ‘어린이의 마음‘이라고 나온다. 특별히 ‘상상력‘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어린이의 마음‘ 자체로 ‘순수‘와 ‘상상‘을 표현하고 있는 단어이다. 순수성에 기반한 스토리텔링 능력은 신이 인간에게 주는 첫 선물과도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신이 인간에게 주는 첫 시련은 그걸 다시 거둬가는 일인가 보다.

#마법사
자가 집안은 그런 상상의 세계를 사람들에게 펼쳐서 먹고 사는 일명 마법사들이다. 그래서 아버지 ‘주세페 자가‘는 막내 ‘포스코 자가‘의 상상력을 칭찬한다. 예전의 마법사는 광대, 예언자, 점성술사, 약사 등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 시대에 상상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해왔다. 자가 집안은 그걸 이용해서 러시아 여제와 돈독한 관계를 구축하고 정치적, 외교적인 집안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포스코는 아버지의 그런 방식이 무너지는 현실을 경험한다. ‘시대의 변화인가‘ 아니면 ‘한계인가‘라는 고민 속에서 포스코는 작가를 꿈꾸게 된다. 꿈꾸는 인간, 마법사, 작가가 하나의 플레임 안에 합쳐지면서 글을 쓰는 자신을 신비롭게 포장하고 있다.

#펜과 종이와 잉크
포스코는 집안의 가업을 글쓰기로 승화시킨다. 사랑하는 테레지나의 부탁 때문인지 아니면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시대적 요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글을 통해 집안과 테레지나와 라브로보 숲을 불멸하게 한다. 작가 로맹 가리는 포스코를 통해서 이러한 기록의 불멸성을 표현해내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 죽어가는 테레지나를 글로 옮겨 살리려는 부분은 절절하면서도 가슴이 미어진다. 작가의 소설, 사람들의 일기. 혹시 우리는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면서 그 이야기가 영원히 살길 바라는 건 아닐까? 나는 잃고, 병들고, 죽어가지만 내 글은 남아, 나의 꿈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는 건 아닐까.

#테레지나
오, 사랑하는 테레지나. 테레지나는 엄마이자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남자의 로망을 담은 그녀. 하지만 사랑을 한다는 건 유년기를 잃는다는 의미이자 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때부터 시작되는 고통은 삶을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다. 기록으로 사랑을 영원히 살아있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 것이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사랑의 행복을 추억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것일까? 왜 그 괴로움을 기록해서 계속 유지되길 원하는 것일까? 괴로움도 사랑인가? 아픔도 추억인가? 우리는 알 수 없는 감정을 가진 존재. 그래서, 그래서 상상력의 마법이 이 시대에도 살아남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실
상상을 파는 직업이라도 현실의 무게는 냉혹했다. 로맹 가리는 시민혁명이 활발하던 시기를 다루면서 많은 비유와 상징으로 서술한다. 이탈리아, 러시아에 대한 역사를 잘 모르지만, 그 뉘앙스만은 눈치챌만하다. 그래도 좀 더 알고 있었으면 유쾌하게 떠들고 욕하면서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든다. 역사적인 현실뿐 아니라 개인의 성장도 잘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전해지는 이야기와 한 여자에 대한 사랑. 그 모든 것이 현실의 벽을 만나 뭉개지고 가로막힌다. 우리는 그 벽 앞에서 고민하고 갈등한다. 작가 로맹 가리도 이 작품 이후 새로운 길을 택하게 되었다니 더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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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책의 실험 : 챕터 제로
롤링다이스 엮음 / 롤링다이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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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_0
기술의 발달로 출판 환경이 변화했다. <책의 실험 - 챕터 제로>는 2015년 8~9월 동안 출판업 관련자들이 모여 대담회를 나눈 내용을 엮은 책이다.


#미디어의_변화
˝기록된 것을 통한 기억을 신뢰하는자는 점차 스스로의 기억을 소홀히 하게되어 결국 영혼을 상실하게 된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받아 적어서 출판물로서 전달되면 대화 속에 담겨 있는 영혼들이 사라진다며 소크라테스는 비판했다고 한다. 그 당시 뉴미디어였던 책은 이런 대접을 받았다. 지금 들어보면 황당하지만 한편으론 모바일로 대변되는 요즘 뉴미디어 환경에서 내가 받은 인상과 너무 비슷해서 놀랍다.

알쓸신잡에서 정재승 교수가 ‘요즘은 전화번호도 외우지 않고, 모르는 건 검색으로 찾게 되어 인간이 뇌를 덜 사용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예전에는 외우는 데 많이 썼다면 요즘은 정보를 입력하고 분석하는 과정에 뇌를 많이 쓰며, 디지털 디바이스가 등장한 이후로 인간의 뇌를 덜 쓴다는 어떠한 연구도 없다고 이야기 했던 게 생각났다.


#책읽기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윤성근 대표님의 말 중에 책 읽기를 잉여활동으로 이야기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은 흔히 핸드폰이나 TV를 볼 시간은 있으면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시간‘은 ‘잉여 활동을 할 시간이라는 것. 책 읽기가 지식, 교양을 얻는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잉여 행위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책 읽기 = 사색이라는 걸 느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얼마나 일하는지. 그런 것들이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사실 잉여 시간이라는 게 남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정부에서 하고 있는 독서 캠페인 같은 게 어떤 면에서는 좀 환상에 빠져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책을 읽어라‘보다는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바른길 아닐까요. 책을 읽도록 만드는 그런 사회가 아니라. 책을 읽어도 되는 환경.˝


독립서점에서 독립 출판물을 사겠다던 계획으로 만나게 된 CHAPTER ZERO. 셀프 퍼블리싱 책은 아니지만, 한편으론 책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가끔 우연히 발견되는 이런 보물들이 내 생활에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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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경 옮김 / 시공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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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이 마지막으로 썼던 소설 <설득> 나에겐 그녀의 첫 소설이었다.


#옛 여인
살다 보면 사랑과 애틋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관계가 생기는데 전남친, 전여친이 꼭 그렇다. 특히 주변의 영향으로 헤어지게 되었다면 그 애틋함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설득>은 바로 이 둘의 감정변화가 중요한 소설이다. ‘난 아직도 사랑하고 있지만, 그는 과연 어떨까?‘라고 생각하며 사랑과 긴장감과 주변의 조언들로 인한 혼란이 동시간대에 존재한다.


#사랑만으론
19세기 영국처럼 현재는 신분의 문제로 사랑을 잃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여전히 사랑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떠올릴 때면 인간도 동물이란 걸 깨닫는다.


#번역문제
번역은 정말 문제가 많았다.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원본의 느낌을 살리는 일과 가독성의 문제 사이에서 다시 균형을 맞추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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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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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P48 <고독과 외로움>
시인은 현실에서의 인간관계가 무겁게 느껴질 때면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소박한 곳에 가서 소박하게 지내다 오는 그런 여행. 나도 울적할 때면 여행을 떠올린다. 고향에 내려가 살던 동네를 둘러보는 상상. 하지만 번번이 포기하게 된다. 고독한 나를 만나는 일이 나도 모르게 두려웠던 것일까. 조금조금 하다 보면 나도 그 여행에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까.


#혼잣말
조곤조곤 혼잣말을 하듯 쓰인 글들. 그래서 더 애틋하고 아름다운 산문집.


#시인 박준
동명의 여행 에세이 작가가 한 분 더 계신다고 한다. 박준 시인이 등단하기 전부터 책을 내신 분 같다. 물론 시인이 시로 등단했기 때문에 그러하겠지만, 이런 내용을 아시는 분들은 더더욱 박준 작가와 박준 시인을 구분하여 말씀해 주셨다.
박준 시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이 산문집에는 시인 박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떤 이는 내용이 너무 절제되어 있고 감추어져 있다고도 했지만, 그렇다고 몰랐던 시인의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이 없지는 않았다. 시인은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이번 산문집을 첫 시집에서 말하지 못한 연장 선상의 내용과 두 번째 시집으로 가는 다리 같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읽는 내내 시인의 첫 시집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시인에겐 부담이겠지만 다음 시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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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유럽 4개국 2 -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2016 개정판 이지 시리즈
고영웅 외 지음 / 피그마리온(Pygmalion)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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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람
첫 유럽여행에 뭔가 단단히 준비하고 싶었다. 특히나 또 언제 올지 모를 기회니 더욱 그랬다. 유람을 위한 책은 신문 기사처럼 딱딱한 내용뿐이다. 어디에 뭐가 있고, 그것의 역사는 어떠하며, 입장시간과 폐장시간이 적혀있는 딱딱한 글. 그런 글인데도 왜 그렇게 설렜을까? 에세이를 넘기듯 마음속에서 몽글몽글한 감정이 왜 생겨났을까? 그 글을 읽는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만나 새로운 스토리가 마구마구 생겨나고 있었다.


# 제본
책을 과감히 잘라내고, 제본 테이프를 두르고 표지를 만든다. 고등학생 때 문제집 이후로 오랜만에 해보는 작업. 벌써 이 책이 새로운 경험을 던져주고 있다. 문제집이나 가이드북은 뭔가 이렇게 해줘야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 함께한 여행
여행 중엔 너무 바빴다. 여유를 가지고 싶어도 돌아갈 날이 정해져 있고, 하루하루 일정 또한 정해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책에서 봤던 내용을 깡그리 잊어버리곤 했다. 그런 이유로 계속 끼고 다닐 수밖에 없었던 책. 형관팬이 지-익직 그어져 있고, 포스팃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나의 유일한 책. 그 지저분함 속에서 그 날의 추억들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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