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그림 - 고통과 환희를 넘나든 예술가 32인의 이야기
이은화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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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죽음도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은 고갱은 남은 인생 마지막까지 창작 혼을 불태우다가 1903년 55세를 일기로 조용히 숨을 거뒀다. 죽음을 결심하고 그렸던 이 그림은 그의 말년 대표작이 되었고, 타히티섬의 전설을 좋아했던 아마추어 화가는 사후에 미술사의 전설이 되었다. 고갱의 그림이 120년이 지난 지금도 감동과 울림을 주는 건 바로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삶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p.75)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사연 있는 그림! 빈센트 반 고흐, 앤디 워홀, 레오나르도 다빈치, 폴 고갱, 파블로 피카소, 클로드 모네 등 여기에 소개된 서른두 명의 예술가들은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이들이었다. 지독한 가난, 사회적 차별, 놀림과 조롱, 끔찍한 성범죄, 심지어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앞으로 나아갔던 예술가들!


책에는 화가들의 생애는 물론이거니와 명작의 가치와 부자들의 소유 욕망에서 비롯된 그림값과 명작에 얽힌 사연들까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걸작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상당히 많다. 솔직히 미술에 관해서는 1도 모르지만, 해당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그림을 보는 것보다 그림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더해지니 시너지 효과가 톡톡하다. 저자를 따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에 몰두하여 그림을 바라보니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확실히 아무런 지식 없이 작품을 보는 것보다 왕이득! 덕분에 독자들은 가만히 서서 멀뚱멀뚱 그림만 쳐다보는 것보다는 훨씬 더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책에 실린 다수의 그림은 세계 도처의 미술관에서 저자가 직접 조우했던 작품으로 각 장의 마지막에 마련된 스페셜 페이지를 통해 저자가 앞서 소개한 작품을 볼 수 있거나 해당 작가의 작품을 다수 소장한 미술관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책에서 본 그림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부터 드 퐁트 현대 미술관까지 미술관 23곳의 기본 정보와 그에 얽힌 사연을 읽는 깨알 재미 또한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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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처럼 영화 보기 - 시간과 우주의 비밀을 탐구하다
다카미즈 유이치 지음, 위정훈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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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화성에서 살기’를 생각해보자. 아마도 현실적으로는 영화처럼 건설된 거주 모듈 내부에서밖에 살 수 없을 것이다. 물은 땅에 얼음 상태로 존재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으므로 어떤 커다란 장치로 얼음을 물로 바꿀 수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화성에서 사는 데 가장 치명적인 것은 대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거주 모듈 내부에서 생활하기 위한 산소와 질소를 미리 수송해서 확보해두어야 한다. 공기를 현지에서 구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이것들이 바닥나서 죽고 만다. (p.138)




저자는 <백 투 더 퓨처>, <데자뷰>, <터미네이터>, <그래피티>, <마션>, <인터스텔라>, <스타워즈> 등 시간이나 우주를 주제로 한 SF 영화와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말도 안 되는 과학적 발상을 물리학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과거를 바꾸는 일은 가능할까? 시간여행은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웜홀을 통과할 수 있을까? 장비 없이 우주인과 교류하는 것이 실현 불가능할까? 실제 과학적으로는 어떻게 되는지, 과학자의 호의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SF영화 속 과학 이야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누가 알았을까?! 인간의 상상력은 단연 최고! 책은 솔직히 물리학의 관점으로 바라본 영화 이야기라 그 내용이 가볍지는 않다.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했던 중요 부분에 과학적 이야기가 더해지니 조금씩 흥미가 생긴다고나 할까. 인간의 상상력이라고만 생각했던 내용을 좀 더 깊이 파고들어 그동안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과학의 세계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훗날 현실의 과학 세계에서 실제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영화의 세계에 등장한 이 말도 안 되는 과학적 발상이 아마 미래 과학에서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각각의 이야기에 담겨 있는 진실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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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 - 나의 비행은 멈춰도, 당신의 여행은 계속되길
우은빈 지음 / 애플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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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은 계속되고 아직도 매일같이 짐을 꾸린다. 이어지고 이어지는 비행, 만나고 또 만나고 스쳐 가는 승객들. 지금도 비행이라는 일이 내 손에 꼭 맞게 쥐어지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그럴 일은 영영 없을 거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미더운 승무원이 되고자 캐리어를 끌고 현관을 나선다. 이런저런 비행 이야기를 품은 몸, 이 몸뚱이 하나 믿고 비행기 문 앞에서 승객을 맞이한다. 이 몸은 오늘도 비행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어떻게든 맞이하고 감당해야 한다. 기내에서만큼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눈길로 말이다. (p.118)




꽤 오랜 시간 하늘 위에서 일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이야기 보따리 개봉박두! 이게 정말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승무원. 많은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지만 일에 대한 부담감이나 피로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우당탕탕~ 참으로 다사다난하다! 이륙해서 착륙하기까지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비행기 안! 울그락불그락 화를 내며 삿대질을 하는 무례한 승객과 그와 반대로 시간이 지나 지금도 저자의 마음에 고스란히 머무를 만큼 따스한 말로 그녀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힘이 되어준 승객까지 정말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승객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대화하길 즐긴다는 저자! 그녀는 대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승객과의 대화가 서비스뿐 아니라 안전 비행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승객에게 말을 걸고 또 건다. 그렇게 귀중한 피드백을 받으면 다음 비행에서 개선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비행 일지에 적어 기억한다. 그 이유는 승객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비행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기억이 그녀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내가 받았던 ‘오늘 수고했어요’, 그 한마디를 누군가에겐 꼭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유독 지쳐 있을 누군가에게 그 말이 힘이 되어 활력을 되찾길 바랐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또 다른 누군가의 수고를 알아보고 어떤 형태의 말이라도 남기게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수고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수고를 알아보며 세상은 그렇게 한없이 미더워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함께 담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름답다. 승객의 안전과 생명과 마음까지 책임지는 승무원! 당연하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다. 읽으면 읽을수록 유쾌하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저자의 비행 기록! 재밌고 황당하고 낯 뜨겁고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질 만큼 긴박한 상황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지만,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주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붙잡았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에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어떤 마음가짐이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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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 - 지구환경의 미래를 묻는 우리를 위한 화학 수업 내 멋대로 읽고 십대 7
원정현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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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난 뒤에 남는 가장 큰 문제는 플라스틱이 분해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플라스틱을 땅에 묻으면 대부분 500년 이상 지나야 분해가 된다고 합니다. (p.47)


물질 순환이 중요한 이유는 물질 순환이야말로 지구에 생물체가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입니다. 혈액이 제대로 순환해야 우리 몸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산화탄소가 물질 순환고리에서 이탈해버린 결과 지구 대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우리 모두가 잘 압니다. 물질 순환고리의 회복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일입니다. (p.119)




책제목 그대로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 지구가 펼쳐진다>. 환경이 오염된 원인부터 우리가 당면한 현실 문제까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문제의 원인부터 해결책까지 안내하는 아주 친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화학이라고 하면 왠지 좀 복잡할 것 같고, 어려울 것 같이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친절하게 설명을 곁들인 탓에 해당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편리한 만큼 무심했던, 일상의 화학물질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돌고 도는, 이산화탄소> 물질 순환, 생태계의 법칙> 책을 읽다 보면 미간이 찌푸려진다. 영화 <승리호>나 <고요의 바다> 속 이야기가 머지않아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플라스틱은 진짜 인류에게 편안한 생활을 가져다주었지만, 지금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작 3년 동안 입고 버려지는 교복,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쓰고 다니는 마스크, 스마트폰 케이스, 운동화, 물티슈, 교통카드, 물병, 칫솔, 축구공, 볼펜, 단추, 레고 블록 등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제품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열망이 점점 고조된다. 나 하나로 인해 드라마틱하게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나진 않겠지만, 작은 마음이 하나둘 모이고 또 모이면 커지지 않을까. 이런 상황을 좀 더디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생태계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를 알게 되니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그 길이 보인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모두 함께 생각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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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다 - 이길여 회고록
이길여 지음, 김충식 인터뷰어 / 샘터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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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계단, 한 계단씩 난관을 극복하고 매 순간마다 가슴 떨리는 결단을 통해 이뤄낸 성과였기 때문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이길여 산부인과, 동인천길병원, 중앙길병원, 가천길대학, 가천의대······ 이런 벽돌, 디딤돌, 어느 것 하나라도 거치지 않았다면 가천대학교는 없었을 겁니다. 저는 인생의 각 단계에서 최고가 되는 꿈을 꾸며 살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밤잠을 잊고 노력했습니다. (p.478)



맞바람이 바람개비를 돌리듯이, 사람은 고난과 역경을 통해 삶의 동력을 얻는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었지만, 그것이 언제나 나를 나답게 단련하고, 성취로 이끄는 동력이 됐거든요. (p.502)




이 책은 일제 강점기에 집안의 둘째 딸로 태어나 6·25 전쟁 중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하여 졸업 후 미국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국내에서 여의사로는 처음으로 의료법인을 설립. 인재 양성을 위해 학생 수 기준으로 수도권 사립 3위 규모인 가천대학교를 설립. 의료·교육·문화·봉사·언론 분야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의 공익재단인 가천길재단을 이끌고 있는 이길여 총장! 그녀가 열정을 갖고 살아온 인생의 기록이다.


가난한 환자를 위해 무료 진료와 무료 치료를 하고, 벽지 오지의 무의촌 환자를 돌보기 위해 적자를 무릅쓰고 취약지 병원을 3군데나 경영하고, 청소년들에게 봉사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봉사단을 만드는 등 그녀가 생애에 환자들에게 나누어 준 따스한 온기는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워도 부족하다. 이러니 그녀를 향한 수식어는 당연히 화려하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다음 세대에게도 존경받는 교육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자! 그녀는 머무르지 않는다. 언제나 끊임없이 새로운 관심사와 목표를 가지고 발 빠르게 움직인다.


두꺼운 책에 비해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불꽃같이 강렬하고 기적 같은 삶을 살아온 이길여 총장. 그녀의 삶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놀라움의 연속이다. 어떻게 그런 에너지를 계속해서 뿜어낼 수 있을까. 전쟁과 가난을 이겨내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보통 사람은 흉내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환자 뿐! “이웃에게 온몸을 던져서 헌신하라” “강인한 도전 정신과 의지로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라” 환자만을 바라보고, 환자를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올곧은 삶이 가슴을 진한 감동으로 아름답게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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