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미니북)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민준 옮김 / 자화상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날 아침, 잠을 자던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화들짝 놀라 깨어났을 때,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이 거대한 벌레의 모습으로 변신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장갑차 같은 딱딱한 등을 대고 누워 있었으며, 머리를 약간 들자 불룩하니 활처럼 휘고 줄이 간 갈색 배가 보였다. 이불은 튀어 나온 배 위에서 더 이상 그를 덮어주지 못하고 미끄러져 내려올 듯했다. 다른 부분의 크기와 비교했을 때 형편없이 빈약한, 수많은 다리들이 그의 눈앞에서 어찌할 줄 모르고 옴싹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는 생각했다. 꿈은 아니었다. (p.9)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의 목표는 오로지 모든 희망을 앗아가 버린 사업의 실패 때문에 불행을 겪는 가족들을 가능한 빨리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모든 힘을 다해 일하기 시작했고 하룻밤 사이에 수습사원에서 큰 외판원이 되었다. 그가 일한 만큼 즉시 중계료가 들어왔으며 그 돈을 받고 기쁨에 차서 행복해하는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때가 정말 좋은 시절이었는데, 그 이후 그레고르가 가족 전체의 생활비를 감당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벌어서 가져다줬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가족들이 기뻐하는 일은 없었다. 가족들도 그렇고 그레고르 자신도 이러한 모습에 익숙해졌다. 물론 가족들은 돈을 받을 때에는 그레고르에게 고마움을 느꼈으며 그도 가족들을 위해 그가 번 돈을 기꺼이 내놓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에게 그 이상의 특별한 애정을 주지는 않았다. 단지 여동생만이 그레고르를 친근하게 대해 주었다. 하지만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신하면서 이 모든 것은 사라졌다. 처음엔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자고 일어나서 이 모든 말도 안되는 상황을 잊으면 괜찮아질꺼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손과 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 쉴 새 없이 제각각으로 움직이고 있는, 어떻게 해 볼 수도 없는 수많은 다리들이 허둥거리고 있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
여동생이 그렇게 말하면서 주먹으로 식탁을 쳤다.
“더 이상은 안 되겠어요. 혹시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다면 제가 간파하고 있어요. 저는 이 괴물을 오빠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요. 그렇기에 오로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이것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이 괴물을 돌보고 참아 오면서 인간으로서 가능한 모든 일을 다 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어느 누구도 조금이라도 우리를 비난할 수 없어요.” (p.101)

 

그렇게 되기 전까지 그의 삶은 늘 치열했다. 부모님이 진 빚을 다 갚기 위해, 가족들 때문에 참고 일하며 늘 시간에 쫒겨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몸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5년 동안 일하면서 한 번도 아팠던 적이 없던 그를, 가족들을 위해 한없이 자신을 희생하며 애써온 그를 부모라고 하는 작자들은 점차 그를 무시하고 갈시하며 무자비하게 방치하여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거북하게 여기긴 했지만 그래도 그를 이해해주고 식사를 챙겨주던 여동생 그레테 역시 마찬가지였다.
분명 그레고르도 가족의 구성원이었으나 가족 모두 그의 존재 자체를 참아내지 못하고 결국은 적처럼 취급하고 배척하며 결국에는 그의 존재를 부정해버렸다. 식솔들을 책임지던 그가 하루 아침에 그렇게 돼버렸으니 그 동안 그레고르가 벌어온 돈으로 편안한 생활을 이어가던 가족들은 생계를 위해 일을 하러 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일을 하며 힘들고 지쳤을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그를 방치해두었어야만 했나 싶다. 가족이 아니었다면 벌써 진즉에 사표를 내었을 만큼 고단하고 힘든 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가족들을 위해 애써 일하던 그를 생각하면 그렇게 홀로 쓸쓸히 떠나가 버린 그의 삶이 너무나 애처롭고 또 허무하다.

 

카프카는 프라하에서 태어나 프라하에서 직장을 다니며 생전에 작가로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창작을 이어 나갔고 그가 죽고 난 뒤 유언을 통해 그의 친구이자 유산 관리 집행인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작품을 미공개로 하고 파기시켜 줄 것을 부탁하였으나, 친구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의 유언과는 다르게 그가 보유하고 있던 카프카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발표하였다.
카프카의 장편 소설은 변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완성이다. 변신은 훗날 카뮈, 사르트르와 함께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일컬어진다. 평론가중 몇몇은 그가 살았던 시대가 그의 작품 세계를 깊이 탐구할 수 없었던 것에 깊은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인간의 존재, 의미, 가치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이 담겨 있다. 특히나 소설 변신의 문장들은 오늘날 현대인이 겪는 일상의 고단함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의문과 깊이 마주하고 있다. 벌레를 통해 형상화한 인간 사회의 소외와 고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접해볼 기회가 없어 이제서야 읽어보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신해있다니 초반부터 내용이 상당히 파격적이다. 그 시대에 이런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그의 작품은 변신을 제외하고 모두 미완성이다. 미완성임에도 어떻게 책으로 출간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는데 책을 읽으니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짧지만 그 나름대로 흥미로웠다.

작은 미니북으로 새롭게 출간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로 웬만한 크기의 가방에도 쏙 들어갈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가벼워서 외출시 들고 다니기에도 불편함이 없는 이 책. 단점이 있다면 책이 작아진 만큼 글씨가 줄어들었다는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미니북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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