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 일어서서 희망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다시 힘차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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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동안의 내 기록들~~~ 알라딘만의 특별한 서비스를 통해 나를 점검하고 내가 가야할 길까지 도움받는것 같아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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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18주년 축하합니다. 온라인 서점 중 늘 앞서가며 선도하는 알라딘, 앞스로도 승승장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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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레드 에디션, 양장) -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전 이 드라이브를 마음껏 즐기기로 작정했어요. 즐기겠다고 결심만 하면, 대개 언제든지 그렇게 즐길 수가 있어요!" (p. 51)

여전히 로맨스 소설을 보고 가슴을 설레고, 어린 시절 혹했던 동화들을 보며 눈을 반짝인다. 그중 열중하면서, 오늘 분량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했던 만화가 있다. <빨강머리 앤>이다. 피터팬처럼, 모래요정 바람돌이처럼, 미래소년 코난처럼 내 어린 시절의 한 영역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던 만화. 끊임없이 조잘대는 앤의 이야기를 알아들으려 귀를 바짝 세우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말들의 향연 속에서 때론 알아듣지 못할지라도 설렘은 끝날 줄을 몰랐다. 앤 속에는 무한 긍정의 에너지가, 끝도 없는 상상력이, 조수 간만의 차가 급격한 희비극이, 사람을 이해하는 아이들만의 통찰력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백영옥 작가가 좋아하는 동화가 두 권 있다고 하는데 하나는 <키다리 아저씨>이고 다른 하나가 <빨강머리 앤>이란다. 소설가의 길을 가겠다는 결심을 초등학교 때 시작해서, 작가로서의 길이 험난할 때 위로받았던 만화 역시 <빨강머리 앤>이었다고 말이다. 보는 것만으로 괴로운 일상이 살아질진대, 앤이 하는 말을 노트에 적으며 소설을 쓸 수 있었노라고. 그만큼 앤은 자신을 일으켜 세운 기적이었노라고 말이다.

'추억이 기억과 다르다면, 그런 것 때문이리라. 추억 속엔 '나'아닌 '너'도 있다. 추억은 '우리가 함게 만드는 것이다.' (p. 190)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있었다. 3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여전히 실종 상태로 처리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 뉴스를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 했다. 여파로 경제 침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한 고등학교의 거의 대부분의 학생을 잃은 사건. 대한민국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었고, 슬픔 또한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았다. 죽은 아이가 내 자식과 비슷한 연령대라서 무척 힘들었다. 연관이 없는 나도 이럴진대,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어떨까. 앤 역시 매튜 아저씨를 먼저 보내드리고, 깊은 슬픔에 침잠한다. 같이 살아가고, 추억의 한 장으로 남겨진 이유. 그렇다. 그 속엔 '나와 너'가 함께 오롯이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잃으면 슬픔을 묻으면 안 된다. 묻는다고 없어지지 않음을 우리는 안다. 상흔 깊게 패이고, 어쩌면 회복되지 못할 골을 남기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앤이 그랬듯, 마음껏 울고 슬퍼해야만 한다. 눈물로 슬픔을 분출해야 한다. 앤은 말했다. '우는게 그 아픔보다는 덜 괴로워요.'라고. 시간이 약이 될 수 없을지라도, 마음의 상처가 고름으로 썩어 문드러지지 않도록 마음껏 슬퍼할 사간을 가져야 한다.

'부모는 종종 자기 불안을 아이에게 투사하고, 자신이 풀지 못한 인생의 숙제를 아이가 반드시 풀어주길 바란다고, 그래서 아이에게 자신이 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의도치 않게 넘겨준다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조건 없는 사랑처럼 보이는 부모의 사랑조차 폭력이 될 수도 있다.' (p. 109)

좋은 이모는 되는 건 쉬워도 좋은 엄마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절감한다. 나는 멋진 이모였다고 생각한다. 언니가 낳은 내 조카들을 보며 마음껏 사랑했었다. 아낌없이 놀아주고, 무조건적 관용을 베풀었다. 의무감보다 사랑으로, 전폭적인 지지로, 자애로움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정작 내 자녀에게 쏟아부어야 할 사랑과 관용과 지지는 '교육' 보다 한수 아래로 내려갔다. 자녀를 올바르게 키워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랑보다는 책임감의 무게가 더 크게 작용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그 일면에는 내가 해내지 못 했던 것들이 두려워서, 일어나지 않은 미래가 두려워 조카에게 했던 조언들과는 다르게 내 아이를 몰아세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부모의 사랑으로 포장해서 내 두려움을 감추고, 나의 숙제를 떠넘기며 무언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근 1년간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하겠다.

'우리가 무엇인가 할 때, 망설이는 이유는 그 결정으로 지불해야 하는 몫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우리이며, 그것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 몫이다. 소설가 김훈이 말했다.
"물고기가 낚시 바늘을 물지 않고 낚싯밥을 먹을 수는 없다."
모든 선택은 위험한 것이다. 그것이 선택의 본질이다. 샤르트르의 말처럼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p. 171, 172)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과 나를 지탱하고 있는 것들은 모두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졌다. 사소한 하나라도 그것을 선택할 때, 심장이 쿵쿵댄다. 이 선택이 최선인가. 나와 내 가족과 앞으로 향해 나아갈 때 바른 선택인가 고민되는 요즘이다. 내가 선택하므로 얼마나 많은 리스크가 따라오는가. 과연 감당할 수 있는, 값어치가 있는 선택인가. 과감히 바늘을 물고 내 선택대로 걸어가질 주저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마음과 머리는 따로 놀 때가 많다.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열심히 보던 <빨강머리 앤>을 결혼하고 남편이 구해주어 열심히 봤더랬다. 중학교 때는 20권짜리를 한 권씩 사 모으기도 했고, 10권짜리를 도서관에서 구해 읽기도 했다. 실수투성이 앤이 자라서 대학도 다니고, 선생도 하고, 길버트와 결혼 후 아이들을 낳고, 그 아이들이 장성한 이야기들까지 말이다. 이번에 백영옥 작가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읽으며 앤과 마릴라 아주머니, 매튜 아저씨가 하는 말들을 글로 읽는데도 마치 음성이 자체 지원되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요즘처럼 감정의 등락폭이 컸던 때에, 앤이 하는 말을 읽으니 다시 가슴이 설렌다. 단호한 듯 사실은 정이 깊은 마릴라와 언제나 앤의 편인 매튜 아저씨는 여전히 울컥하게 만든다. 그 속에서 사유했던 백영옥 작가의 이야기들이 왜 이다지도 모든 글들이 마음을 찌르는지 모르겠다. 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들뜬 마음이 작가의 이야기로 나를 다독인다. 이름으로 고민하고 소설가가 되기 위해 걸어갔던 험난한 여정, 친구들에 대해, 때로는 자녀에 대해, 첫사랑을 보내고 남자친구가 남편으로 같이 살아가는 허심탄회한 작가의 이야기들이 말이다.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을 온몸으로 실천하며 살았던 앤. 그리고 그녀를 보며 위안을 얻고, 기적을 체험한 백영옥 작가처럼 나 또한 작은 기적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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