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도, 나답게 살겠습니다
장새롬(멋진롬) 지음 / 진서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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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도, 나답게 살겠습니다>라는 책 제목을 읽고 

조금 슬퍼졌다.

무언가를 이루거나 달성하면, 포기해야하는 것이 생기는 걸까?


결혼을 누구 좋으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하는 것인데

결혼해'도' 나'답게'라는 글귀에서

결혼 후 '나'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지레짐작한다.


여기에 이 책의 작가 장새롬(멋진롬)씨는 엇박자를 준다.

지레 겁먹지 말고, 남들의 짐작에 눈치보거나 주눅들지말고,

그냥 '나'라는 사람으로 살라고 말이다.


사회복지사, 지역아동센터장을 할 정도의 사회성과 씩씩함.

결혼하고 전업맘으로 나홀로 육아를 하는 터닝과 '접기'

일 년에 한 번은 혼자 여행을 떠나는 '개인주의' 엄마.

'동쪽바다 책방'이라는 듣기에 달콤하지만 녹록치 않은 책방 운영.

남편의 전근으로 책방 접기.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블로그에서 비밀 책 프로젝트 시작하기.

새로운 것을 채우기 위해, 꾸준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


엄마는 ~해야 한다.

전업맘은 ~ 해야 한다.

지역아동센터장까지 했는데 커리어가 아깝다.

책방 운영을 하려면 ~ 해야 한다.


사람들의 충고같은 간섭에 흔들릴 때도 있고

자기의 생각과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좌절할 때도 있지만

인생의 강약중간약 리듬을 타려고 하는 작가의 모습은

말이 아닌, 그녀의 (무모하거나, 매우 운이 좋아 보이기도 하는) 행동으로

살아 생동하고 있다.

누군가는 '유전자의 전달'에 불과한 유기체의 생존업무라는 

출산과 육아의 과정에서 엄마든, 아빠든 '나'라는 존재로 사는 것은

시기에 따라 누가 더, 덜의 문제가 있어도 결국엔 무겁고 버겁다.


혼자 자신의 삶을 오롯이 꾸려가기에도

나이가 들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면서 쉽지 않은데

나보다 어린 생명을 (심지어 사랑하는 자식을) 돌보면서

'나'다움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그래서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거창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책방을 열거나, 전업맘이 되거나, 아이를 둘 낳거나 한 것도

뭔가 대단한 결심을 하고 계획을 세워서 완벽하게 수행해낸 것도 아니다.

어차피 인생은 처음 사는 것.

너무 높고, 완벽하고, 멋진 결과나 성과를 바라지 않고

초심자의 마음으로, 처음 겪는 사람의 두려움과 설렘, 호기심을 잃지 않고

일단 한번 해보며 '나'라는 사람을 발견해가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엄마나 부모가 아니어도 책방을 여는 것은 어렵다.

나홀로 여행, 일 년에 한번 여행도 모두에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돈, 시간, 안전, 용기, 돌아오면 쌓여있는 일 등등...)


어려운 일은 그냥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까 엄마라고, 아빠라고, 부모라고해서 지레 포기 하지 말자.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저질러 보고 뜨거움과 냉정함, 즐거움과 괴로움을 겪어 보면

다음의 '저지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배짱이 생기고

사회와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지만 두껍게 가로질러 놓은

'~답게'의 얼음벽을 '나답게'의 송곳으로 쪼개가며 

자기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장새롬씨는 그래서 10시부터 4시까지만 하는 '책방'을 시작했다.

나는 어떤 것을 만들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때,

마음을 다잡기에 참 좋은 책을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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