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 Seo-u K-픽션 22
강화길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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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이 글을 표현하면 좋을까?
K픽션 시리즈는 언제나 읽는 즐거움을 주었지만, 이번에 만난 <서우>는 
그 중에서도 남달랐다.


말간 얼굴을 한 작가가 쓴 '서우'라는 작품을 표지로 만났을 때

이 책이 '여성'에 관한 소설이겠거니, 그렇다면 요즘 시류를 타고 있는

여성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어려움/고통을 사회에 고발하거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장하는 내용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 혹은 막연한 '상상'을 했다.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혹은 100% 그것들과 관련된 책이다.

여기서의 '그것들'은 '여성'이 아니라, '선입견' 및 막연한 '상상' 일 뿐.


시작은 이렇다.


'실종된 여자들은 모두 마지막에 택시를 탔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사람들의 상상력은 작동한다.

여자, 실종, 택시, 새벽녘 그리고 마지막 이라는 단어들의 조합이 불러오는 스토리는

우리 모두에게, 특히 여성들에게는 익숙한 매일의 일상이다.


새벽 한 두시에, 주현동으로 향하던 여자들이 지난 일 년 동안 4명이나 사라졌다.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은 야근을 마치고, 바로 그 심야에 택시를 타고

자기가 나고자란 '주현동'의 집으로 향하는 여성이다.


이 여성은 택시를 타면 꼭 뒷자리, 

그 중에서 운전자의 옆 얼굴과 목덜미가 보이는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는 택시 번호를 통화를 하며 남기거나 휴대폰에 적어놓는다.

언제든지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휴대폰을 꼭 쥐고 목적지까지 향한다.

흉흉한 소문은 택시회사 및 택시 운전사(주로 남성인)를 포함하고 있고

잠재적 '가해자'로 상정하고 있다.

오늘 주인공 여성이 탄 택시의 운전사는 그러나, 여성이다.

그래서 조금 누그러진 주인공과 주인공에게 말을 거는 여자 운전사로

소설은 점차 '스릴러'의 색채를 물들여간다.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서우'겠거니 하고 읽어나가는 동안

진짜 '서우'의 이야기가 플래시백처럼 등장한다.

그리고 이제부터 진짜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에도 스포일러가 있듯, 이 책도 자세한 이야기를 쓰면 그리 될 것 같다.

놀라운 것은, 책을 손에 쥐자마자 쉴 틈 없이 페이지를 넘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해설'과 '비평의 목소리'를 읽고 싶지 않았던 것도 특이했다.


이 소설이 주는 짜릿함과 멍함을 동시에 느끼는 그 기분을 좀 더 오래 즐기고 싶었다.

소설을 두고 비평과 해설로 다양한 해석을 하는 것도 흥미롭게

K픽션 시리즈의 특징인 한영 번역문을 같이 읽는 다양성도 있지만

그보다 단편소설이 가지고 있는 힘이 엄청나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몹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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