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vre (Paperback)
Martina Padberg / Koenemann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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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백으로 이 가격에 이 정도 품질이면 매우 훌륭하다.
르브르 전시품에 관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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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ilon Redon / by Walter Pach. (Paperback)
Walter Pach / Legare Street Press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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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집이나 적어도 그림과 글을 원했는데, 미치겠다.
15페이지 가량 되는 오딜롱 르동에 대한 짧은 소감(?.
일단 페이지 숫자랑 언어학으로 분류된 걸 무시한 내 잘못이 크겠다만.
그래도 학술적인 가치가 있던지 말던지, 정보도 안주고 지구 반대편 사람들 등쳐서 모금같은 거 하지 말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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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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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만 혀도 자네는 유물론자가 아니구만.

오랫만에 피식거리며 읽은 현대 소설이었다.

표지 첫 장에 실린 정지아씨의 사진을 보고 책을 읽어나가며, ‘아니 나보다도 어린 사람이 어쩜 이렇게 사투리를 맛깔나게 섞어가면서 이야기의 완급 조절을 노련하게 해나갈 수가 있지?‘ 그랬는데, 찾아보니 낼모레 예순이라는 것 까지 웃음 포인트. 어쩐지.

빨치산이었던 덕에 연좌제로 친인척들을 고통으로 몰아 넣고, 한 켠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고 오지랖 넓은 삶으로 주변에 널리 영향을 끼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의 장례식을 중심으로 회고의 형식을 빌어 전개시킨다.

재밌게는 읽었는데 그런 후에 알아야 했던 것들이 있었다. 우선 빨치산.

정의: 6·25 전쟁 전후에 전라북도 순창군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공산 게릴라.

개설: 빨치산은 1945년 해방 이후부터 1948년 여순 사건과 1950년 6·25 전쟁을 거쳐 1955년까지 활동했던 공산주의 비정규군...... 빨치산은 러시아어 파르티잔(partizan), 곧 노동자나 농민들로 조직된 비정규군을 일컫는 말로 유격대...... 좌익 계통을 통틀어 비하하고 적대감을 조성하는 용어로 표현된 것이 빨갱이다. 흔히 조선 인민 유격대... 남부군이나 공비, 공산 게릴라.......
-네이버지식백과펌.

난 빨치산이라고 해서 빨갱이와 지리산의 합성어 쯤으로 생각을 했었는데, 빨갱이의 어원 자체가 러시아어였다니. 애초에 색깔이랑은 상관없는 문제였잖아.

다음에 찾아본 것이 ‘여순사건‘ 이었다.
여순이 뭔가 궁금했는데, 여수와 순천 합쳐서 여순.
- 위키가 할 일 없는 사람들의 기여(?가 많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현대의 정치 권력과도 얽혀있는 근현대 역사 같은 것들을 찾아볼 때는 정말 곡식인지 쓰레긴지 진위를 알기가 힘든 도구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어쨌거나 대충 추려보면 당시 이승만 정권때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약칭 반민특위를 만들어서 말 나온대로 친일파숙청을 했어야 하는데 흐지부지 되니까 가뜩이나 권력의 중심이었던 부패경찰들과 남로당 기반의 군인들 사이에서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그 와중에 정부에서 군인들에게 제주4.3 사건을 명령하니까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일부 군인들이 반발하고 일어나서 여수 순천 지역을 점령하고 무력시위를 했고,
이승만이 계엄령 내려서 맞서 싸우는 가운데 그 지역의 민간인들만 무고하게 떼죽음을 당한 사건.

참고로 제주4.3 사건 역시 비슷하게 이승만이 공산당원 몇 잡겠다고 도민들을 얽어서 씨가 마를 정도로 도민들을 몰살시킨 사건.

사실 현재 제주도 사람이랑 알게 되면 99프로 연좌제에서 자유로운 집이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내 남편의 어머니의 아버지도 젊었을 때 행방을 알 수가 없게 되셨다고 하고, 그렇게 할아버지 대에선 시신이 안치되지 않은 가묘가 드물지 않다고 들었다.
문재인 정권에 들어서야 복권 문제가 불거지고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간단한 소감.

오랫만에 아빠네 고향에서 친척들에게 둘러쌓인 기분이 들었을 정도로 리얼한 전라도사투리의 향연.
영화에서 깡패들 말하는 거 말고, 이 지역 방언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어디서 봤던가 싶다.
(엄마가 별로 안좋아했던 억양...) 어쨌거나 난 경상도 엄마와 전라도 아빠를 둔 덕에 양쪽 사투리가 꽤 익숙한 편이라 방언들이 싫지 않다. (하지만 제주도방언은...)
싫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친척들을 만나면 강한 운율이 있는 억양들이 웃음소리와 함께 노랫가락처럼 들려서 그냥 듣는 것만으로 유쾌했었다. 근데 나중에 여동생 얘길 들어보니 어릴 적엔 마음을 졸일 정도로 무서운 말씨로 들렸다고.

책 속에 아버지라는 사람은 그냥 겉으로 보면 세상의 소금같은 존재로 살아간 사람이다.
넓은 인맥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돕고 동네에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솔선 수범하여 지역 사회에 봉사하고, 집안에선 딱히 큰 소리 내지않고 사는(자기가 하는 정의로운 일들이 부인과 가족에게 얼마나 폐가 되는지 생각해보지 않고 논의 없이 밀어부치는 조선시대 양반같은 면이 있었지만) 그냥 현명하고 부지런한 사람.
근데 젊었을 때 사회주의자였다는 것이 더해져서 얘기에 색이 입혀진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터 마르크스 얘기가 자유로웠지? 싶다.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최소한 이념의 선에선 사회주의를 논할 때 더이상 눈치 볼 필요가 없어졌는데,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가져온 10년이 지난 후 정도였을까.
-물론 아직도 우리 웃대들은 입 밖에 내는 것을 뭔지도 모르면서 꺼려하고 뭔지 모르니까 꺼려하는 듯하다. 제주도같이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하다. 그 중심엔 변하지 않고 협박으로 권력을 탐하는 언론매체들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시대를 훑는게 쉽지 않다. 훑어 놓은 자료를 접하고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좋은 소설은 보통 개인사로 시대를 느끼게 해주는 것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사람들에게 소설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버지 덕에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을 빨리 가지게 된 딸은 슬픈 현실을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미소지으며 볼 수 있는, 못지 않게 현명한 사람으로 자랐고,
아마도 작가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마지막에 쓸데없는 신파로 흐를 기운이 살짝 보였으나
작가는 마지노선을 밟는 듯 하며 균형을 잡았고,

나는 아들에게 차분하고 음전하게 책을 패스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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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3-02-09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카페에 올린 글을 복사해서 실으면 왜 두 번이 올라가는지 알 수가 없다.
 
눈물을 마시는 새 세트 - 전4권 (양장)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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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자를 음... 20대에 본 것 같다.
그리고 오랫만에 이영도씨 소설을 펼치게 되었다.
- 얼마전에 화집이 나왔길래 호기심이 동하여.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함.

이런 글이 있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그런 세계에 도통 짐작이 힘든 방식으로 내러티브가 전개되는 그런.

그냥, 이 사람은 구상을 체계화 시켜서 풀어내는데 천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개인적으로 이야기의 뒤로 갈수록 뭔가 비어있는 도식화된 도표 같은 것에 값이 채워져 나가는 느낌으로 전개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 구상 자체도 기발하기 그지 없었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소재들을 가져다가 어색하거나 조잡한 느낌없이 이야기에 잘 녹여낸 것도 감동이었다.

읽으면서 자꾸 톨킨을 곱씹은 건,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그 촌스러운 무슨 자부심 때문이었을라나.

말이 필요없는 환타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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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우스가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머물면서 환대를 받던 와중 유흥거리인 운동경기를 권해받았다)

그러자 에우뤼알로스가 면전에서 그에게 시비를 걸며 이렇게 말했다.
”나그네여! 인간들 사이에는 실로 많은 경기가 있지만
보아하니 그대는 경기에 능한 사람 같지는 않구려.
오히려 그대는 장사하는 뱃사람의 우두머리로
노 젓는 자리가 많은 배를 타고 일삼아 오가며 고향에서 싣고 가는 화물을 생각하거나 고향으로 싣고 가는 화물과 탐욕스럽게 얻은 이득을 생각하는 사람 같고 경기하는 사람 같지는 않소이다.“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친구여! 그대가 한 말이 곱지 않구려. 그대는 무례한 사람 같소이다. 이렇듯 신들께서는 몸매든 지혜든 달변이든 사랑스러운 것들을 만인에게 다 주시지는 않는 법이오.
어떤 이는 생김새는 누구보다 빈약하지만 신께서 그의 말을
우아함으로 장식하니 사람들은 그를 보고 기뻐하고
그는 달콤하고도 겸손하게 청산유수처럼 말하지요.
그래서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돋보이고
그가 시내를 걸어가면 사람들은 신처럼 그를 우러러보게 되지요.
그런가 하면 어떤 이는 생김새는 불사신들과 같지만
그의 말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지요.
그대도 그와 같아서 생김새는 매우 돋보여 신들께서도
달리 더 훌륭하게 만드실 수 없겠으나 지혜는 빈약하오.
그대는 도리에 맞지 않는 말로 내 가슴속 마음을 흥분시키는구려.
나는 그대가 장담하듯이 경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니며
내가 아직도 내 젊음과 두 손을 믿을 수 있던 시절에는
일인자들에 속했다고 자부하오. 그러나 지금 나는
불행과 고통에 붙들려 있소. 인간들의 전쟁과
고통스러운 파도를 헤치고 오느라 모진 고생을 겪었기 때문이오.
그렇듯 모진 고생을 고생을 겪었지만 그래도 경기는 해 보이겠소.
그대의 말이 내 마음을 할퀴고 그대가 말로 나를 분기시켰소.“
오뒷세우스는 이렇게 말하고 겉옷을 입은 채 벌떡 일어서서
아주 큼직하고 두꺼운 원반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파이아케스족이 저희들끼리 던지곤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거운 것이었다.
그가 원반을 빙글빙글 돌려 억센 손에서 내던지자 돌이 윙윙
소리을 내며 날아갔다. 그러자 돌이 날아가는 기세에 눌려
이름난 뱃사람들인 긴 노의 파이아케스족이 땅에 엎드렸다.
돌은 그의 손에서 가볍게 내달아 모든 사람들의 표시 너머로 날아갔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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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프게 치고 싶으면 잘 어르고 난 다음에 쳐라.
마음에 거리 낄 것이 없는 사람은 도움을 받는 자리조차 당당하고 느긋하다.


사람들 앞에서 아직 ’내가 그 전설의 오딧세우스‘ 라는 것을 밝히지 않은 상태라, 이런 식의 -슈퍼맨이 힘을 숨기고 있다가 잠깐씩 드러나는 모양, 복선들은 정말 짜릿한 맛이 있다.
그리고 오뒷세이아가 두꺼워진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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