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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사틀란의 젠더시스
장형순 지음 / 지콘디자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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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등장하는 생명체의 형상을 간단히 묘사하려면 인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스피온이라고 명명한 생명체는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인어처럼 연약한 존재들이 아니다. 게다가 이 스피온들이 사는 세계에서는 여성인 스피란이 오히려 인간 세계에서는 주로 남자의 역할로 규정되다시피 한 전쟁과 정치를 담당한다. 삽화의 도움을 빌리고 독자로서의 상상력을 동원해, 라키네, 티리카 등 스피란들은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강인한 존재들일 거라고 상상하며 글을 읽어내려 갔다.

마지막에 이르러 스스로를 상처 입은 연약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도 불굴의 의지에 응답하며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한 헤엄을 멈추지 않았던 라키네가 신과 조우하는 장면, 그 이후로 진정한 변화를 겪으며 물살을 헤치며 나아가는 모습은 엄숙하다. 벨리타라는 가상의 행성에서도 신은 사실 명령자이거나 전적으로 책임지거나 벌하는 존재가 아니다. 선택은 그 앞에 선 존재의 몫이고, 라키네는 자신의 선택을 통해 젠더시스로 변화한다.

벨리타가 지구와 나란히 존재하는 병행 우주 속의 별일 수도 있다. 라키네의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함께 미소짓고 울고, 웃고, 감격하는 나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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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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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장편이 되고도 남을 분량을 작가는 썼을 것이다. 그리고 고치고, 버리고, 고치고, 버리고, 결국 남은 것을 모아보니 중편 소설이 되고 만 것이다. 그만큼 버릴 게 없을 정도로 정제된 문장만 남았다. 만약 이게 등단작이 아니고, 십수년 작가로 활동한 후에 적었다면 여유있는 장편이 되지 않았을까.
최은영 소설의 전형 같은 것을 엿볼 수 있다.
우연인 듯, 그러나 필연적인 만남. 새로움을 발견하며 발전하는 관계, 그 만남 속에 이미 도사린 아픔과 분노와 이별. 그리고 실제가 되어버리는 이별. 기억, 아쉬움, 그리움, 슬픔. 남아서 꿈틀거리는 의지.

씬짜오, 씬짜오
'씬짜오'는 '안녕'이라고 번역된다. 실제로도 인삿말로 쓰는 모양이다. 한자로는 마음 심, 비출 조, 마음을 비춘다는 뜻이다. 중국어로는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 서로와는 관계 없이 좋은 아침, 점심, 저녁, 밤이라고 인사하는 것 보다 편안한지, 별일 없는 지 물어보는 안녕이라는 인사는 좀 더 부담스럽고 무게를 가진 인삿말이다. 인도의 나마스테는 심오하다. 당신 안의 신에게 인사한다니. 씬짜오는 이미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인삿말이 아닌가. 이 인사를 하려면 눈을 뚫어지게 쳐다봐야만 할 것 같다. 그래야 상대의 마음을 비출 것 아닌가, 아니 상대도 내 마음을 비추려고 눈에 불을 켜고 쳐다본다니, 그래도 될 정도의 준비는 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참 심오한 인삿말이다.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병준형이 쓴 시 중 '마심이 언니'와 '우리 이모, 부잣집에 태어나러 가네'가 자꾸 떠올랐다. 그 시들을 읽으며 울었던 기억도.

99쪽
수선집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오 분 거리였지만 엄마와 이모는 일부러 길을 돌아가곤 했다. 이모는 하교하는 여고생들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했고, 문방구 앞에 멈춰 서기도 했고, 전봇대에 묶여 있는 개를 오래 쓰다듬기도 했다. 그리고 엄마는 그런 이모의 머리 위에 내리비치는 햇빛을 바라봤다. 그럴 때면 시간은 부드럽게 흘러갔고, 모든 일들이 잘 풀려가리라는 이상한 낙관이 마음에 배어들었다.

100쪽
곰의 이야기를 들을 때 엄마는 곰이 되어서 곰에게 이야기하는 이모의 모습을 봤다. 곰아, 밥 먹어. 그 말을 하고 엉엉 우는 이모의 모습을 바라봤다. 곰의 마음으로 이모를 바라보면 이모는 세상 누구보다 귀한 사람이었다. 엄마는 그후로도 죽은 개의 마음으로 이모를 바라보곤 했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두를 잃고 나서도 더 잃을 것이 남아 있던 이모의 모습을.

101쪽
이모는 곧 고등학교 졸업 자격 검정고시를 본다고 했다. 그리고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고, 아기가 태어나면 자신이 부모에게 받아보지 못한 모든 사랑과 기회를 다 줄 거라고 했다. 엄마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그 아이에게 질투를 느꼈다.

나는 이 마음을 안다.

112쪽
이모는 딸을 자랑스러워 했다. 아이가 순해서 밤에 잠을 잘 잔다는 이야기, 잠시나마 제 다리로 설 수 있다는 이야기, 잘 울지도 않고 이모가 일할 때는 기다려줄 줄도 안다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할 때면 이모의 목소리에는 힘이 붙었고 굽은 어깨는 펴졌다. 이모는 아이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다. 아이가 앞으로 무엇이 되고 어떻게 자라고 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곁에 살아서 있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이모는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같았다. 엄마는 이모의 등에 붙어서 작은 숨을 쉬는 아이가 이모의 몸 밖에 붙어 있는 심장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마음도 잘 안다. 내가 많이 늙어서, 늙은 아들을 보면서도 변하지 않을 마음이다.

한지와 영주
176쪽
내 적막한 마음에 함께 있어줘서 고마웠어.
한지,
네가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축복이 가득하길.
망각의 축복을, 순간순간마다 존재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기를.

이런 인사는 스스로에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먼 곳에서 온 노래
그녀는 페미니스트다. 치마만다 이디치에에 의하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그 말이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의미를 지녔고, 현실이 그렇지 않을 뿐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특별하거나 급진적이지 않기 때문에.

마카엘라
222쪽
세상 사람들은 부모의 은혜가 하늘 같다고 했지만 여자는 자식이 준 사랑이야말로 하늘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미카엘라가 자신에게 준 마음은 세상 어디에 가도 없는 순정하고 따뜻한 사랑이었다.

내리 사랑은 어럽지 않다. 더 강하고,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더 약하고, 덜 아는 존재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어렵지 않은 걸 하는 존재에게 아이는 그걸 받는 사람이 결코 갚을 수 없는 성질의 마음을 준다. 인생의 단 한번 뿐인 어린 시절의 순전한 마음을.

241쪽
딸이 태어난 후로는 그늘진 마음에도 빛이 들었다. 마음속 가장 차가운 구석도 딸애가 발을 디디면 따뜻하게 풀어졌다. 여자가 애써 세워둔 축대며 울타리들, 딸애의 손이 닿기만 했는데도 허물어지고, 그 애의 웃음소리가 비가 되서 말라붙은 시내에 물이 흘렀다. 있는 마음 없는 마음을 다 주면서도 그 마음이 다시 되돌아오지 않을까봐 불안하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그저 그 마음 안에서, 따뜻했다.

비밀
254쪽
말자는 지민의 손을 잡고 병원 바깥으로 걸어갔다. 지민이 울 때면 말자는 그애과 같이 산보를 했다. 바깥공기도 쐬고, 변하는 풍경도 보고 하면 서러운 마음이 잦아든다는 것을 말자는 알았다. 말자는 지민이 서러움을 모르는 아이로 살기 바랐다. 흘릴 필요가 없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으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했다. 삶에 의해 시시때때로 침해당하고 괴롭힘당하지 않기를 바랐다. 지민은 삶을 견디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기꺼이 누리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아이를 키워 보고나서야 그걸 알 수 있게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키워진 아이가 그걸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죽음을 빼고 인간의 삶이란 대체로 그런 것이기 때문에. 뻔하지만 소중한 삶. 작가는 이미 할머니가 되어 모든 걸 다 아는 듯 회상만 하면 되는 상태에 들어가 버린 것일까?

265~266쪽
지민아,
거기선 잘 있는겨. 거기서두 애들 잘 가르치고 있냐. 우린 걱정 말어. 다 잘 지내고 있어.
너는 많이 우는 아가였지. 살며 너처럼 자주 우는 애는 못 봤다. 첨엔 나이 먹구 다시 딸네 애를 보는 게 억울혔어. 너가 빽빽 울 때마다 내가 뭔 죄로 널 떠맡게 된 건지 싶었잖여. 너가 보채는 밤이 길기두 했구나, 지민아. 난 딴사람들처럼 애를 예뻐하는 사람이아니었었어. 근데 어쩌다 이리되었을까, 누가 물어도 뭐라 할말이 없어여.
할민 사람 좋아하는 게 무서웠다, 지민아. 사람 좋아하믄 맘이 아프구 힘들잖여. 할미는 겁이 많아선가 언제부턴가 그런 게 무섭드라. 그래두 늙음 안 그럴 줄 알았어여. 근데 아니잖여. 눈도 늙구 귀도 늙구 손발이 나무 껍데기만치 딱딱해져두 맘은 안 그렇드라.
지민아, 이런 거 입구 다니믄 춥지 아녔어? 너 추위 타는 거 알면서두 좋은 옷 하나 사 입히지도 못혔네. 너가 있는 곳은 산골이라는데, 바람두 많이 불 텐데 너 거기서 뭐 입구 다니냐. 겨울 되믄 너 생각이 더 나드라. 이런 옷 입구 벌벌 떨고 있을까봐 할미가 걱정이 많아여.
넌 궁금한 게 많은 아이였잖여. 할머니! 부르곤 재미난 소리들을 잘혔어. 개미들두 나처럼 이불 덮고 자? 하늘의 스위치는 누가 켜고 꺼서 아침이랑 밤이 와? 할민 그런 소릴하는 너가 어디서 왔는지 신기혔었어. 너라는 애를 모르구 사십 년 넘게 살았었는데 그때 넌 어디 있었냐. 어디서 와서 이런 신기한 얘길 하는 거여.
할미 독감 걸려 입원했을 때 기억나냐. 학교 끝나구 책가방 멘 너가 혼자 날 찾아왔잖여. 체육복 바지 무르팍에 풀물이 들어 있더구나. 너 여기가 어디라구 온겨, 하니까 너가 손에 든 걸 주더라. 네잎 클로바 세 개였어. 너가 그걸 내 손바닥에 올려놓구 할머니 죽지 말고 아프지도 말라고 했잖여. 할민 그런 너가 귀여워서 웃었는데 네 눈에는 눈물이 꽉 차 있더구나. 지민아, 이상허지. 그땔 생각하믄 아직두 가슴이 먹먹혀. 내가 뭐라구 바지에 풀물이 들 정도로 그걸 찾구 있었냐. 내가 뭐라구 네 눈에 눈물이 꽉 차 있었냐. 나의 귀염둥이, 나의 아가야.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서 동호의 어머니가 쓴 편지를 읽으며 울었었다. 자신에게 문자를 가르쳐 준 진짜 선생님 손녀딸에게 쓴 이 편지를 읽으면서도 눈물이 났다. 내가 뭐라고 이런 사랑을, 이런 전폭적인 신뢰를, 지지를, 인정을 보내오는가. 아이들을 키우며 종종 느끼던 감격이 생생하다. 내게서 비롯되었으나, 내것이 아닌 존재들인데.

293쪽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 길에서 나 또한 두려움 없이, 온전한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에서

그녀가 나이 들어서, 진짜 중년의 여인이 되어서 그런 생각에서조차 자유로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도 계속 마음에서 흘러나온 글을 쓸 수 있게 되기를, 그러면서도 그녀의 바램처럼 두려움없이 그녀 자신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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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itect's Apprentice (Paperback)
엘리프 샤팍 / Penguin Books Ltd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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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거라 예상했지만, 참 잘 적었다. 샤팍이 노벨상을 탈 거라는 내 예견은 이제 확신으로 변해간다. 대부분 지하철에서 서서 읽었다.
 455쪽의 영문소설 하나를 읽으며 내가 찾은 단어가 2042개. 처음에는 한 페이지에 스무개가 넘는 모르는 단어가 나오기도 했다. 대여섯 번 반복해 나와도 외워지지 않는 단어들도 많았다. 네이버 단어장을 잘 쓰고 있다. 예전에 저장했던 단어를 다시 찾아 저장하면 순서가 최근으로 이동하게 설정된다. 사 놓은 영문서적이 몇 권 더 있다. 당분간은 손이 가지 않을 것 같다.
 어디까지나 소설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실존인물들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작가는 후기에 어떤 부분을 창조했는지, 어떤 부분은 사실적으로 적었는지 고백해 놓았다. 이 긴 소설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누구의 입과 생각을 통해서든 가능했을 거니까.

56~57쪽
 자한이 갓 태어난 아기코끼리 초타에게 젖을 먹이려고 어미코끼리 파키자의 젖을 빨아 통에 모은 뒤 초타에게 먹이는 장면을 읽고 웃으면서 눈물이 고였다.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경이롭고, 감미로운 묘사.

112~116쪽
 전염병이 창궐한 내용인데, 줄거리와 무관하다.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

189쪽
 두 도제가 로마에서 돌아오는 길에 선술집에서 모든 걸 도난당한다. 그리고 간단히 로마에서의 일은 연결고리가 되지 않고 소멸한다. 샤팍은 더 연결해 얘기거리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니면 쓰다가 잘 안되서 이런 식으로 매듭지었을 수도 있다. 좀 아쉽다.

305쪽
왜 중년을 향해 가는 자한은 아직도 동물원에서 기거하고 있는지, 왜 그의 지위는 아직도 견습생인지 의문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있다. 이게 사실이어서 그런 것일까?

378쪽
 어휘에 정확한 감정을 반영해야 하는 한글과 달리 영어는 정확한 단어를 나열하면 되는 것이니, 영어로 쓰는 게 쉬울 것 겉다는 생각을 했다.

p.7
He had seen the mighty humbled and the heads that used to carry the loftiest turbans rolled in mud. Only two things are solid, the servants taunted: Taras the Siberian and the misery of love. Everything else perishes...

p.56
Doing his best not to inhale, Jahan placed his lips around one of her nipples and sucked. As soon as the first drops reached his mouth he retched. It was the smell that got to him. He never knew milk could smell so foul. His second and third attemps were no more successful than the first, and before he knew it he was outside in the yard, throwing up. Elephant's milk was like nothing he had tasted before. Sweet and tart at once, thick and fatty. The nape of his neck was slick with sweat and his hed felt dizzy. Covering his nose with a handkerchief helped. After that he was able to make headway. He sucked and spat the liquid into the pot, sucked and spat. When the pot was one third full, he stepped down and proudly carried his gift to the calf.
 Throughout the afternoon he repeated this. The milk that he had so painfully extracted was always consumed by the baby in one happy slurp. After a dozen trips the boy awarded himself a break. While he rested, rubbing his sore jaw. he glanced at the calf, whose mouth had twisted into what he could only describe as an impish smile. Jahan smiled back, revealing they had become milk brothers.

p.57
When Jahan finished, still on his knees and having talked for the last hour at a tuft of grass, he dared neither to sit up nor to stare at her. If he had taken so much as a glance, he would have seen a smile etch on her lips, delicate as the morning mist.

p.70
 Majnun Shaykh's response to this was that Allah was not a king or rajah or padishah sitting on his celestrial throne, watching from above, writing down every sin so that He could punish when the day arrived. 'God is not a merchant - why should He calculate? God is not a clerk - why should He scribble?'

p.146
 'But, aren't you afraid-'
 'My son, I dread the Sultan's wrath as much as you do. Yet that is not why I toil. If there were no hope of reward and no fear of punishment, would I work less? I don't believe so. I work to honour the divine gift. Every artisan and artist enters into a covenant with the divine. Have you made yours?'
 Jahan made a sour face. 'I don't understand.'
 'Let me tell you a secret.' said Sinan. 'Beneath every building we raise - it doesn't matter whether it's small or large - just imagine that below the foundations lies the centre of the universe. Then you will work with more care and love.'
 Janan pursed his lips. 'I don't understand what that mean.'
 'You will,' said Sinan. 'Architecture is a conversation with God. And nowhere does He speak more loudly that at the centre.'

p.168
 In the end it was Master Sinan who helped him. The architect not only gave his apprentice time off from work but also provided him with a carriage and a silver coin, and said, with a smile, 'Go and find the beast a pretty wife and make him happy. Only God is alone.'

p.313
Time became a river. He stood by the grassy bank and stared at the water flowing by, alone and forsake. The carriage came to a stop. A hand, as graceful as a bird, fluttered out of th window and pulled the curtain aside. Mihrimah looked up to where Jahan was perched, her face softening as she took in his adoring gaze. She saw one more time that, despite the decades and the distances and the wrinkles and the greying hair, nothing between them had changed. Jahan took a long look at her, without averting his eyes or bowing his head; he stared straight into her eyes. Her lips curled into a tender smile and she blushed a little. She pulled out a hankerchief from her bosom, smelled its perfume, glanced up at him and then dropped it for him to come and fetch afterwards.

p.348
Little did he know, back then, that the worth of one's faith depended not on how solid and strong it was, but on how many times one would lose it and still be able to get it back.
 그 때 그는 알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의 믿음이란 그게 얼마나 견고하고 강한지가 아니고, 얼마나 많이 그걸 잃어버린 후에도 여전히 그 믿음을 회복할 수 있는 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p.349
The coldest day in forty years, they called it - the day Mihrimah died. Street cats in Scutari froze while jumping from one roof tothe next, hanging in the air like crystal lamps. The mendicants, the pilgrims, the roaming dervished and those of no fixed abode had to seek refuge in alms houses for fear of turning into ice. Why she chose such d ady to leave this world, Jahan would never know. She was born in spring and loved flowers in bloom.

p.373
Esteemed Sancha,

Your letter has brought me happiness and despair. Happiness because finally you are free to go. Despair because you are leaving. I shall come and help you next Thursday. Do not worry about being ready. You have been ready for this for a long, long time.

p.376
 In that moment Jahan understood that life was the sum of the choices one did not make; the maths yearned for but notaken.

p.401
 In that moment a strange calmness came over him. He was, for the first time, at peace with himself. He was part of everything and everything was part of him. So this was it, he thought. Centre o the universe was neither in the East nor in th West. It was where one surrendered to love. Sometimes it was where one buried a loved one.

p.454
 'May the world flow like water,' Sinan used to say. I can only hope that this story, too, will flow like water in the hearts of its rea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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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보고서 2055 - 박영숙 교수의 <유엔미래보고서> 2017년 최신판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이영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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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쪽
 오토데스크의 연구원이자 싱귤래리티대학 교수인 합성생물학자 앤드루 헤셀 박사는 '싱귤래리티대학 익스포넨셜 메디신 2016 컨퍼런스'에서 "이는 합성생물학의 유일한 그랜드 챌린지다. 인간 게놈의 작성, 이를 반드시 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258쪽
 헤셀 박사가 오토데스크에서 하는 일은 보다 효율적인 설계 툴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2년 전부터 바이러스 DNA를 작성하고 있는데, 현재는 암세포와 싸울 수 있는 보다 복잡한 바이러스 유전자 DNA를 작성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이다. 오토데스크. 그 회사의 다른 정체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발도상국 건축설계업계의 등골을 빼먹고 있다고 여겼던 오토데스크, 미국이라는 거대 조직을 등에 업고 업계의 헤게모니와 개도국 정부와의 결탁을 통해 시장을 확대, 독점한다고 생각했던 그 오토데스크의 한 저명한 연구원은 이런 일을 하고 있었다. 오토데스트는 기계나 건축 설계 툴을 개발하는데 전념하는 업체가 전혀 아니다. 몇 년 전 새로 개발된 버전이 출시되었을 때, 프로그램을 로딩하면 뜨는 초기 팝업의 이미지가 전혀 기계적이거나 건축적이지 않고 무슨 복잡한 유기적 생물체를 형상화시킨 것과 유사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이 원하는 일은,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것일 수도 있다. 건축업계는 단지 고정수입원이고,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더 앞선 미래 산업과 관련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내용이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해 가능한 세계의 긍정적인 면을 소개하고 있다. 금방 실현될 것 같은 예상과 암울한 현실과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과 관련된 시간표는 서로 상충되며 제시되었다. 짜깁기한 책이 범하는 오류일 것이다. 오타도 꽤 많이 발견되어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이곳저곳에서 엿볼 수 있는 현재진행형인 다양한 분야의-그러나 결국 한 가지를 위한-기술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들을 접한 것이 소득이다.
 2055년, 살아있다면 나는 86세의 노인이다. 아직은 고갈되지 않았을 국민연금에 의지해 재화를 획득하며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지금 내가 그리는 노년의 삶이다. 하루에 한 끼의 밥을 먹고, 그날의 책을 한 권 읽고, 피아노를 연습하고, 글을 쓰고, 쉬거나 놀거나 음악을 듣고. 그런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단순한 삶. 을 원하고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65세, 은퇴 직후부터 실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책이 그리는 대로 기술적, 재정적 헤게모니를 잡은 사람들이 설정한 방향대로 순조롭게, 무섭게 진행된다면, 이 책이 약간의 지면을 할애해 소개한 해결해야 할 소외된 부분, 어두운 부분은 그닥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거대한 벽을 치고 차단해 버릴 것 같은, 혹 그런 걸 예상하고, 그걸 바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저자인 박영숙, 이 할머니가 과연 내전, 기근, 기아, 테러, 성착취, 아동착취가 만연한 곳의 문제를 기본소득이 보장되고, 지금의 두 배 이상 기계의 도움과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곳의 사람들이 기꺼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할 리가 만무하다. 세상은 대락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뉘고 말 것 같다. 지구가 둥근 데 그 두 세계의 경계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질 지가 궁금할 뿐이다. 조만간 모든 사람들이 선택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예상한 것보다 기술적 진보와 관련된 시간표는 훨씬 더 늦춰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그 조점들이 여러 곳에서 보이고 있다. 테슬라가 그렇고, 구글도 그렇다.
 그리고, 이 책은 한 가지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인간 자체의 정신적 능력의 고양에 대해서는 아무런 분석도, 조사도, 예측도 하지 않았다. 억지로 연결하자면 그건 다 뇌, 신경세포와 관련된 전기자극, DNA 조작 같은 것 정도. 책을 다 읽고 나서 느껴지는 공허함은 그것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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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바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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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는 영어로 "Castellio against Calvin or a conscience against violence"가 되고, 한글로는 "칼뱅에 대항한 카스텔리오 혹은 폭력에 대한한 양심" 으로 번역된다. 한글 제목은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책의 전체를 설명하는데는 무리가 있고, 저자가 붙인 제목을 굳이 바꾸어야 할 만큼 판매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지도 않다.
 이제는 스스로도 기독교인이라 부르지 않게 되었다. 나는 불가지론자와 무신론자 사이 어느 지점엔가 놓여 있다. 다른 동네로 이사를 오고, 적당한 교회를 물색해보려 몇 군데 교회를 들려 보았는데, 아무리 양보해도 다닐 만한 교회를 찾을 수 없었다. 이제는 교회에 앉아 있으면, 예배의 형식과 말과 노래들에 담긴 인간화를 견디기가 어렵다. 인간이 아니고, 인간이 될 수 없고, 인간이 되어서도 안 되는 신을 사람들 마음대로 인간화해버린 모든 것들이 너무 유치하기 때문이다. 신은, 만약 그가 이 모든 걸 만들어내고, 지금까지 살피고, 바라보고, 인식하고 있는 존재라면, 이런 걸 견딜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신이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그걸 견딜 수 있어야 신이라 할 수 있는 건가? 인류가 신의 이름으로 저지른 피비린내나는 그 모든 사건들을 목도하면서도 견뎌낼 수 있는 신이라면, 그 존재는 냉혈한 이거나 피에 굶주린 괴물, 또는 그 두 가지 속성을 다 가진 존재이어야 할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는 순간 신은 인간의 역사를 방임한 무책임한 존재로 전락한다. 이 정도 얘기해도, 평범한 종교의 체계 속에서조차, 신의 설 자리는 거의 없어지고 만다.
 두 가지 측면. 종교의 목적이 인간의 생활, 선한 인생을 살아기기 위한 것이라면, 신에 대한 지식이나 깨달음은 필수요소가 이니다. 종교의 목적이 신의 존재와 속성을 깨닫기 위한 것이라면, 그건 불가능하다. 신은 신이고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인 인간이 신을 완벽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인류가 지금까지 유지해 온 종교적 행위의 목적은 뻔한 것이다. 그 두가지 목적이 아닌 모든 것이다. 신과는 상관없는 모든 것, 인간적인 목적을 위한 것들이다.
 논란 속에 베스트셀러가 된 '젤롯'의 저자 레자 아슬란은 이렇게 말했다. "열렬한 기독교인이면서 예수를 전혀 추종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열렬한 예수 추종자이면서 기독교인은 아닐 수도 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오순절파 교회를 다니다가 기독교인이 되었고, 열렬한 전도자가 되었고, 그가 전도한 그의 모친은 여전히 기독교인인데, 그는 지금 다시 무슬림이 되어 있다. 얼마 후에 그는 또 다른 종교인이 되기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보여주기 원하는 것은 신이 아닌 자신의 중요성, 그리고 그걸 깨달은 각 개인들의 중요성인 것이다. 예수의 가르침, 특히 정경에 들지 못해 한국에서는 거론도 잘 되지 않는 도마복음서에 의하면, 역시 그 한 사람의 깨달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카스텔리오나 칼뱅이나, 그 시대의 일반적인 평민보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도 그 시대에는 지식인이 되고, 지도자가 되고, 권력을 가질 수도 있었다. 츠바이크는 그보다 훨씬 덜한 노력으로 사실에 접근할 수 있었다.

 보수+꼴통 기독교 단체들이 탄핵을 반대했고, 지금도 강남에서는 빨갱이라는 용어가 공공연하게 사용된다. 재판관의 배우자가 빨갱이란다. 라고 내가 아는 한 노인이 말했다. 그리고 한 언론에서 그 재판관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소개되었다.

 나는 이런 생각도 했었다. 내가 만약 다시 독실한 기독교인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누군가 내 목에 칼이나 총을 들이대고 신을 부정하면 살려주겠다. 또는 특정한 다른 신을 섬기겠다고 맹세하면 살려주겠다고 협박한다. 옆에는 그걸 거부하고 죽은 사람들의 시체들과, 맹세하고 살아서 걸어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내가 거부하고 죽음을 택하는 건 신에 대한 신앙이라기보다는 스스로의 자존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신이라면 - 이 경우의 신은 인간화에 갇히지 않은 진정한 신, 인간이 알 수 없는 진짜 신을 말한다. - 이런 걸 가지고 누구는 천국으로 들이고, 누구는 지옥불에 던지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카톨릭의 성인들은 다 인간들의 입장에서 성인인 것이다. 마더 테레사를 성인으로 만드려고 만들어 낸 기적이란 얼마나 우스운가. 나중에 테레사 수녀가 쓴 편지에서 도저히 신을 느낄 수가 없다고, 너무 외롭다고 적은 부분이 크게 논란이 되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다시 성인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지는 않는다. 그 의미가 뭔지를, 성인의 의미와, 그 외로움의 의미를 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인류가 정신을 차리고 역사가 정상적으로 흘러간다면, 정통적인, 보수적인, 배타적인 종교들은 쇠퇴하거나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데 초능력을 가진 만화적인 신들의 이야기였다.
 유대교는 유일신교의 정체성을 양보하지 않고 지금껏 버티고 있다.
 정치적으로 악용된 그리스도교는 그 원천인 예수를 왜곡하고 나서야 세력을 얻어 뻗어나가게 되고, 로마의 선택으로 범지구적 종교가 되어 버렸다.
 카톨릭이 보여주는 한계는 인간의 굴욕적인 권력욕, 복종욕이다. 어떤 교황은 그 자리가 얼마나 미안한 자리인지 알고 있는 것 같다.
 이슬람교는 선지자를 신이라고 하지 않았다. 종교적 규범의 단순화와 흑백논리로 득세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개신교의 유일한 장점은 성경을 평신도에게 쥐어 준 것이었는데, 잘 읽지 못했다. 읽어도 잘 알 수가 없다. 이미 왜곡된지 2천년이 지났기 때문에.
 종교적 관념을 포함한 사람 수준의 인공지능을 가진 사이보그가 죽으면 천국으로 갈 수 있는지를 논의해야 할 때가 곧 올 것이다. 그런 일로 시간을 보내기는 좋은 것이다.
 
 나는 인류가 가장 참혹하게 오류를 드러내는 전쟁이 내가 죽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늙어갈 것이다.

27쪽
 역사는 정당할 때가 없다. 역사는 냉정한 연대기 기록자로서 결과만을 헤아릴 뿐, 도덕적인 척도를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역사는 오직 승리자만을 응시하여 패배자들은 어둠 속에 남겨둔다. 이 '이름 없는 용사들'은 거대한 망각의 구덩이 속에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고 내던져져 있다. 십자가도 없고 화환도 없다 희생의 행위가 헛되이 끝나고 말았기에 십자가도 화환도 이 잊혀진 자들을 찬양하지 않는다.

54쪽
 언제나 도발적인 인간에게 굴복하곤 하는 인류는, 단 한번도 참을성 많고 공정한 사람에게 굴종한 적이 없었다. 오직 자신의 진리가 유일하게 가능한 진리이며, 자신의 의지가 세계 법칙의 기본 공식이라고 선포할 용기를 가진 위대한 편집광들에게만 인류는 굴종해왔다.

202쪽
 그는 어느 시대에나 폭력을 사용하는 자들은 어떤 종교적인 이상이나 세계관의 이상을 가지고 자신들의 폭력 행위를 장식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피는 모든 이념을 더럽히고, 폭력은 모든 사상을 타락시킬 뿐이다. 미겔 세르베투스는 그리스도의 명이 아닌 장 칼뱅의 명령에 따라 불태워진 것이다. 모든 기독교 정신은 그런 행동을 통해서 지상에서 더럽혀졌다. 카스텔리오는 외친다.

203쪽
 "오, 세계의 창조자이며 왕이신 그리스도여! 당신은 이 일을 알고 계십니까? 당신은 정말로 그 옛날과 달라진 겁니까? 당신 자신에 대해서 그렇게도 잔인하고 적대적으로 변했습니까? 당신이 지상에 계실 때 당신보다 더 선량한 존재는 없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비웃음을 당신보다 더 온화하게 참아낸 사람은 없었지요. 욕하고 침 뱉고 비웃고 가시관을 씌우고 도둑들 사이에 십자가를 못 박고, 이 모든 멸시의 한가운데서도 당신은 당신에게 이런 모욕과 수치를 준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이제 그렇게 변한 건가요?
 하나님 아버지의 거룩한 이름으로 간구합니다. 당신은 모든 요구와 계율에서 당신을 가르치는 선생들이 요구하는 것과 정확하게 똑같지 않은 사람들을 물에 빠뜨려 죽이고, 창자가 튀어나오도록 꼬챙이로 쑤시고, 소금으로 문지르고, 칼로 찢고, 불에 그을려 죽이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한 천천히 온갖 방법으로 고통을 주라고 명령하십니까? 오 그리스도여, 진정 이런 일을 허락하셨나이까? 그와 같이 사람들의 가죽을 벗기고 절단 내는 살상을 저지르는 이 사람들이 진정 당신의 종입니까? 그와 같이 잔인한 살육 장면에 당신의 이름을 증인으로 부르는데도, 당신은 인간의 살에 굶주리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그리스도여, 당신께서 진정으로 이런 일을 명령하신다면 사탄이 할 일은 어디에 남아 있겠습니까? 당신께서 이런 일을 하신다고, 사탄처럼 이런 일을 하신다고 주장하는 이 무서운 모독이여! 악마의 의지력, 악마나 만들어낼 만한 그런 일들을 그리스도께로 미루는 이 인간들의 극악한 용기여!"

203쪽
 "오, 세계의 창조자이며 왕이신 그리스도여! 당신은 이 일을 알고 계십니까? 당신은 정말로 그 옛날과 달라진 겁니까? 당신 자신에 대해서 그렇게도 잔인하고 적대적으로 변했습니까? 당신이 지상에 계실 때 당신보다 더 부드럽고 더 선량한 존재는 없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비웃음을 당신보다 더 온화하게 참아낸 사람은 없었지요. 욕하고 침 뱉고 비웃고 가시관을 씌우고 도둑들 사이에 십자가에 못 박고, 이 모든 멸시의 한가운데서도 당신은 당신에게 이런 모욕과 수치를 준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런 당신께서 이제 그렇게 변한 건가요?
 하나님 아버지의 거룩한 이름으로 간구합니다. 당신은 모든 요구와 계율에서 당신을 가르치는 선생들이 요구하는 것과 정확하게 똑같지 않은 사람들을 물에 빠뜨려 죽이고, 창자가 튀어나오도록 꼬챙이로 쑤시고, 소금으로 문지르고, 칼로 찢고, 불에 그을려 죽이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한 천천히 온갖 방법으로 고통을 주라고 명령하십니까? 오 그리스도여, 진정 이런 일을 허락하셨나이까? 그와 같이 사람들의 가죽을 벗기고 절단 내는 살상을 저지르는 이 사람들이 진정 당신의 종입니까? 그와 같이 잔인한 살육 장면에 당신의 이름을 증인으로 부르는데도, 당신은 인간의 살에 굶주리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그리스도여, 당신께서 진정으로 이런 일을 명령하신다면 사탄이 할 일은 어디에 남아 있겠습니까? 당신께서 이런 일을 하신다고, 사탄처럼 이런 일을 하신다고 주장하는 이 무서운 모독이여! 악마의 의지력, 악마나 만들어낼 만한 그런 일들을 그리스도께로 미루는 이 인간들의 극악한 용기여!"

204쪽
 비록 말이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 해도, 그것은 그 말의 영원한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다. 그런 순간에 진실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하는 사람은, 어떠한 테러도 자유로운 영혼에 대해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비인간적인 세기에도 인간성의 목소리를 위한 자리가 있다는 사실도 입증하는 것이다.

205쪽
 비록 말이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 해도, 그것은 그 말의 영원한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다. 그런 순간에 진실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하는 사람은, 어떠한 테러도 자유로운 영혼에 대해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비인간적인 세기에도 인간성의 목소리를 위한 자리가 있다는 사실도 입증하는 것이다.

224쪽
 그리고 카스텔리오는 <기독교 강요>를 인용했다. 옛날에 자신이 했던 말이지만, 오늘의 칼뱅이라면 어쩌면 그를 화형시킬 만한 말이었다. 왜냐하면 그 옛날의 칼뱅은 오늘 카스텔리오가 자신에게 들이대는 주장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기독교 강요>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단자를 죽이는 것은 범죄행위이다. 쇠와 불로 그들을 파멸시키는 것은 인문주의의 모든 원칙을 부인하는 행동이다."

286쪽
 역사는 그 알 수 없는 목적지로 나아가기 위해 때때로 우리에게 알 수 없는 퇴행을 마련해놓는다. 그리고 폭풍우에 가장 튼튼한 댐과 지붕들이 무너지듯이, 유산으로 물려받은 권리의 담도 무너져내린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순간에 인류는 깡패집단의 유혈이 낭자한 발광으로, 양떼의 노예 같은 양순함으로 되돌아가는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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