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세계에서 사람들이 특유의 무력감을 느끼는 까닭은 이 같은 정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서방 세계 사람들은 이제야 자기네의 문제가 바로 도덕적인 문제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야, 핵무기의 비축이나 경제적 <경쟁>만을 강조하는 것은 양날이 선 칼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윤리적 혹은 정신적인 방법이 그런 방법보다 더 효과적이리라는 것을 이제 이해하게 되었다. 윤리적, 정신적 방법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감염 현상에 대 해 심리적 면역성을 키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 또한 시도 자체만으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 나고 있다. 적어도 우리 자신을 상대로나 세계를 상대로, 나쁜 것은 항상<저들>(즉 우리의 적대자들)이라고 주장하는 한 아무 효과도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악덕과 어두운 그림자(우리 본성의 그늘진 측면)를 인식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자기 본성의 그늘진 측면을 인식할 수 있어야 비로소 우리의 윤리적, 정신적 감염에 대한 면역이 가능한 것 이다.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 우리는 모든 감염 현상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그 까닭은 우리 역시 저들과 똑같은 일을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우리의 악덕에다 훌륭한 예의범절의 허울을 씌워두고는 이러한 사태를 보려고 하지도, 인식하려고 하지도 않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저들보다 약점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