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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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문제제기에 공감한다.

특히 서울 초집중화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과 예산, 지자체 문제에 대해.
그러나 당장 개개인의 욕망과 무관심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제도적으로는 서울 초집중화 및 불균형발전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지만, 그러한 제도설계자/실행자들도 대체로 서울을 기반으로 삼고있어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런 문제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 문제.

바벨탑 공화국의 시민은 다른 면에선 선량할망정 자신의 서열과 그에 따른 이익을 지키려는 데는 악착같고 집요하다는 걸 어찌 부정할 수 있으랴.

우리는 자기 정체성을 오직 남과의 서열 관계 속에서만 파악하는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자신의 서열 확인 차원에서 자신보다 서열이 낮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상대로 "내가 누군지 알아?" 를 외치는 게 아닌가?

법과 제도는 스스로 진화하진 않는 법이다. 그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의 끈질긴 저항과 투쟁에 의해서만 변화가 가능하다. 집단적 차원에서 학습된 무기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갑질‘은 결코사라질 수 없다. 그러나 이 바벨탑 공화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학습된 무력감을 가져야만 무난하게 살 수 있다는 신념을 요구한다.

공적인 문제에 대해서조차 체념의 지혜를 갖고 살더라도, 투표만큼은 그 지혜를 잠시 유예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나만 알 수 있는 건데, 투표를 하는 순간만큼은 서울 초집중화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잠시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런데 이마저 그렇지 않다는 데에 우리 모두의 비극이 있다.

예산 분배 과정이 중앙 권력자들의 출신 지역과 관계없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지역주의 투표를 해야 할 이유는 사라지거나 약화된다. 이런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나는 ‘공적 분노, 사적 평온’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믿는다. 우리 모두 사적 평온이나 행복을 유지하고 가꾸면서 공적 분노에 작은, 아주 작은 에너지나마 투자하면 좋겠다. 남도 아닌 나의 가족의 미래를 위한 소박한 이기심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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