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 카페
오정은 지음 / 디아망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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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 카페]비밀스런 우주의 기적이 시작되는 공간, 미시시피 카페!

 

 

인생이란 예고도 없이 진행되는 프로젝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계획에 없던 일이 자주 불쑥 생기는 걸 보면 말이다. 아니면 그런 뜻밖의 사건도 이미 정해진 운명일까. 책을 읽으면서 인생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우연히 부딪치게 되고 우연이 인연으로, 인연이 운명으로 엮이는 걸 보면 말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근무하던 기연은 정리정돈을 잘 하지 못하고 물건을 잘 잊어버리는 여자다. 해서 무엇을 찾는 데 인생의 대부분을 소비한 여자다. 자신의 기획안이 인정을 받을 무렵 그녀는 느닷없이 해고된다. 언젠가 그녀에게 밥솥을 선물하면서 데이트 강간을 하던 남자의 실종 때문이다.

거래처인 광고회사의 직원이었던 석준은 그녀에게 변태행위를 한 이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기연은 석준의 실종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해고된 것이다. 해고 된 날 우연히 알게 된 카페 사장 미시시피의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된다. 미시시피의 카페에서 일을 하던 중 기연은 자신의 기획안과 똑같은 기획안이 영화로 만들어 진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우완의 기획안과 자신의 기획안이 너무나 똑같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기연은 우완이 그녀의 고3 시절과 함께 한 노랑머리 남학생임을 기억해 낸다. 10년 전의 인연의 등장으로 기연의 삶도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한편, 휴지를 줍거나 뜨개질을 하며 소일하던 78세 김춘분 여사는 새벽 광화문 거리에서 줄무늬 팬티만 걸친 채 반나체로 누워있는 남자(석준)를 발견한다. 그리고 김 여사는 기연과 석준을 잇는 정보망이 되어 준다. 기연을 찾아와 석준의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기연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기연의 가장 편안한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

 

기연의 물건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기연 앞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같은 기획안이 도둑맞게 되는 블랙홀 같은 이야기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기이하게 다시 나타나는 화이트홀 같은 이야기다. 기이한 인연이 만들어지고 기이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기묘한 이야기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 희박한 똑같은 기획안의 탄생, 여든에 가까운 할머니가 이북을 보는 유쾌한 상황,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사람과 물건들, 탈북자 돕기까지 이어지는 다소 좌충우돌의 인생 이야기다.

  

어느 날 예측불허의 일이 일어나거나 누군가 갑자기 사라질 수가 있는 어느 우주 공간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다. 어쩜 삶은 예고도 없이 진행되는 프로젝트일까. 갑자기 사라지거나 나타나는 일들이 생기는 걸 보면 말이다. 만약 지구상 어디엔가 그런 블랙홀 같은 카페가 있다면 어떨까. 누군가가 사라졌다가 먼 훗날 다시 나타나는 공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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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크래커 2015-04-28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우연이 필연이고, 언과 행이 업이 되어 결과가 되나 봅니다.

봄덕 2015-04-28 21:48   좋아요 0 | URL
우연이 필연이 되고 연과 행이 업이 된다는 말이 마음에 드네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 세상이기에, 멋진 말입니다.^^*

치즈크래커 2015-04-28 22:10   좋아요 0 | URL
법정 스님 말씀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