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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 한니발과의 전쟁에서 살아남는 데에는 귀족과 평민, 로마인과 동맹시들의 단합된 힘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리고 승리한 로마가 장장 반세기에 걸쳐 경쟁자 없는 패권국이 되었을 때, 그 과실은 동맹들을 소외시키고 오직 로마만이, 평민들을 몰락시키고 오직 귀족들만이 가져갔다. 그래서 로마는 세계의 패권국가가 되었지만, 국력은 나날히 약해졌고 로마의 자작농들은 도시 빈민이 되어갔다. 몰락은 그것이 언제인가가 문제였을 뿐, 기정사실이었다.


여기에 가이우스 그라쿠스의 전면적인 국제개혁이 등장한다. 아주 조금 긴 안목에서 그것은 로마의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으며, 사실상 원로원 지배층의 손아귀에 든 명목상의 국가원수 집정관이 아닌, 시대의 변천에 따라 1인 권력자로의 전환이 가능했던 호민관이라는 도구를 택한 파격적인 전략을 취한 것이었다.


집권초반의 승승장구에도 불구하고 가이우스 그라쿠스는 실패했다. 개혁의 요체는 로마의 자영농 육성을 통해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이탈리아인과 로마인을 하나로 묶는 것으로 이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정책목표였다.


로마의 일반대중은 전자는 열렬히 환영하고 지지했으나, 후자에는 냉담했다. 전자는 그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었고, 후자는 그들의 특권을 빼앗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쪽 바퀴만 돌아간다고 수레가 앞으로 나갈 수는 없기에, 그락쿠스는 홀로 힘겨워하다가 희생되었다.


원로원의 기득권층도 그락쿠스에 대항하여 일반대중에게 복지를 약속하고, 이탈리아 인에게 대한 로마인의 특권을 변호했다. 그락쿠스 사후에 그들은 약속을 지키는 것은 잊어버렸으나, 그락쿠스를 머리에 뿔달린 반역자로 만드는데는 게으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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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전의 폭풍 - 로마 공화정 몰락의 서막
마이크 덩컨 지음, 이은주 옮김 / 교유서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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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동. 천년로마라는 평면적인 역사아래에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이 뒤엉켜 발버둥치는 움직이는 역사가 있었다. 고대인들은 그랬지라는 설명아닌 설명으로 묻어버린 역사 속에서 파낸 실체는 너무나 낯익은 인간 사회의 맨얼굴인지... 과거와 현재가 서로 묻고 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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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1~3 세트 - 전3권 - 5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5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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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 주사위를 높이 던져라' 역시 번역본이 3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1권에서는 로마와 갈리아 코마타의 각 부족들과의 갈등과 이를 폭력적으로 해소하는

과정에서 비등하는 전 갈리아의 반 로마 정서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한 축을 이루며,

카이사르의 끝없는 승전보가 초래한 로마 정치계의 카이사르에 대한 경계심이 다른

한 축을 이룹니다. 그 사이에 크라수스가 파르티아 전쟁에서 전사하고, 율리아가

산고로 인해 때이른 죽음을 맞이하므로써 이제 폼페이우스가 카이사르에게 등을 돌리

는데 제약이 없어져버린 상황이 한 몫을 하고 말이죠.


2권에서는 드디어 알레시아 전투로 요약되는 전 갈리아 대 카이사르의 향후 유럽의 역사

를 결정하는 거대한 전쟁이 묘사됩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묘사는 주로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갈리아 전기'를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것이 일종의 상황보고서였던 관계로 다양한 종족과의 비슷비슷한 전투로 점철되어

있는 관계로 어느 전투가 얼마만큼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지 분별하기가 쉽지 않습

니다. 이를 초기상황은 과감하게 잘라버리고 굵직한 이야기를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

해준 맥컬로 여사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3권은 이제 목전에 닥친 카이사르의 총독임기 종료문제에 관련한 로마 정치계의 우여곡절

을 필두로 마침내 파르살로스까지 직진합니다. 그 사이에 국내문제가 심각하던 이집트의

상황도 같이 얽혀들어가지요. 카이사르와 옵티마테스간의 군사적인 이야기는 카이사르가

'내란기'를 통해 밝혀놓았고, '갈리아 전기'와는 달리 그 상황파악이 어렵지 않습니다만,

총독임기와 관련한 구구한 법적인 문제는 국내에 발간된 1차 사료로서는 산뜻하게 파악이

힘들기 때문에 역시나 맥컬로 여사의 꼼꼼한 해설이 소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 '내란'과 관련하여 가장 크게 주목해야 할 점은, 내란을 바라보는 로마의 기사계급

과 지방민들, 그리고 로마 도시 평민들의 평가일 것입니다. 수박 겉͕기식 '로마 이야기'에서는

오직 카이사르와 옵티마테스의 눈을 통해 내란을 바라보기 때문에 영웅적이거나 순교자적이거

한 이야기밖에 나올 수 없었습니다만, 실제로 당대 로마인들은 무지렁이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한표를 행사하는 정치적인 사람들이었고, 따라서 정치적 사건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가늠할 중 아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 중요하죠. 카이사르의 성공은 그의 군사적 재능 못지않게

저 정치적 인간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정략적 재능에 바탕하고 있습니다.

군사적 재능을 서술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겠으나, 정략적 재능을 서술하는 것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해야합니다. 그래서 이 'Masters of Rome'이 대하소설이 된 것

일 것입니다.


역사적 서술의 측면에서, 사실의 기록에서는 당대의 주요사건들을 100% 담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1차 사료를 구해 읽기 힘든 우리의 처지에서는 황금광맥이라 할 수 있으며,

역사적 평가에서는 숱한 비역사가들의 '역사책'들보다 수준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이 책은 학술서가 아니고 '소설'입니다. 역사가들이 이해하기를 포기한 여러 사건들을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는데 이보다 성공한 해설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키케로가 왜

밀로 변론에 실패했는가, 카토는 왜 아내를 다른이에게 주었다가 다시 찾아왔는가, 카이사르는

왜 스스로 그토록 거부했던 독재자의 모습으로 변모해가는가...


맥컬로 여사의 노력과 재능이 빛을 발한 결과, 감히 주장하건데, 이 책을 읽은 사람에게 추천할

다른 책 - 로마 공화정에 관한 개론서 중에 - 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음... 진짜 없습니다.

이런저런 수준 낮은 책들이 있었기 때문에 갑론을박도 하고 재미있는 시간도 보낼 수 있었는데,

이건 거의 반박할 수 없는 정답지 같은 느낌의 작품이 떡하고 나왔다고 할까요, 왠지 한편으로는

섭섭할 정도라는 역설은 기분탓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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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1~3 세트 - 전3권 - 5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5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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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인양 하는 숱한 교양서와 에세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역사소설. 다른 책은 사실상 필요없다(로널드 사임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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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여자들 1~3 세트 - 전3권 - 4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4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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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사실이 많다고, 그 시대를 다 안다고 할 수는 없다. 2000년전 로마에 대한 숱한 이야기 속에는 서로 앞뒤가 맞지않는 사실들, 많은 오해와 편견의 산물 또한 뒤섞여있기 때문이다. 맥컬로의 학자적 노력과 작가적 상상력은 로마를 진정 그럴듯하게 되살려놓았기에 그렇게도 빛이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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