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방
세르게이 도나또비치 도블라또프 지음, 정지윤 옮김 / 뿌쉬낀하우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여행가방>의 이야기들은 실제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삶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이 중편소설은 주인공이 소련을 떠나면서 가방 속에 넣어간 물건 하나하나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것들은 양말, 구두, 양복 윗도리, 가죽벨트, 잠바, 셔츠, 겨울장갑 등이다. 미국에 정착한 주인공은 이 물건 각각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과거 조국에서의 삶을 회상한다.

말하자면 가방 속에 든 물건들은 그의 삶의 일정 시기나 사건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들이 된다. 요컨대 핀란드산 양말은 ‘범죄와 연루되었던 젊은 시절‘을, 양복 윗도리는 기자로 활동했던 삶을, 가죽벨트는 군복무 시절을, 페르낭 레제의 잠바는 체르사꼬프가족과 가깝게 지냈던 가난한 어린시절을, 포플린 셔츠는 아내와의 결혼생활을, 겨울모자는 기자시절의 음주행각을, 운전장갑은 아마추어 영화를 찍으면서 일어난 일들을 함축하는 상징물인 것이다.
그 물건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서로 모자이크처럼 짜 맞추어져서 마침내는 주인공의 인생이라는 커다란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따라서 주인공이 가지고 떠난 여행 가방에는 그의 삶이 들어있는 것이다. 주인공 자신의 표현을 든다면, [가망 없고 가치 없는 한 인생]이˝ ㅡ 작품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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