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조금 곤란하지만 대단하 잘 읽힌다고는 말할 수 있다. 쓸데없는 감상주의로 빠지지도 않고, 분위기 완급을 잘한다. 쿠소게 공략 후기를 보는 느낌으로 즐겁다. 어떤 면에서는 해보지 않은 게임 정보를 위키에서 검색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캐릭터가 익숙해져서 그런지 1권보다는 더 편하게 읽었다. 여전히 냄새 나고 멍청한 아저씨들이 술에 취해서 낄낄거리는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재미없을 법한 분위기. 지하철에서 이동하면서 한 편씩 읽기에 적합하다.
우린 다같이 망했다고, 아니라고 부정하는 걸 굳이 객관전인 시선으로 망했다고 다시 한 번 말해주는 책. 수족관의 비유가 적절하다. 한편으로는 힙스터(혹은 유사 힙스터)의 생리를 끔찍하게 잘 그려서 보는 내내 괴롭기도 했다. 어차피 우린 망했으니 다 부숴 버리자, 를 외치던 김사과가 박가분의 말을 빌리자면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혼돈과 파괴는 그만두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