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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로망 산뽀 - 한국인이 찾아내서 일본인도 놀란 도쿄의 문화 아지트 30군데
유종국 지음, 이미라 사진 / 디자인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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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동기'라면, 해서는 안 되는 거란 무엇 하나 없어-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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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구판절판


'사람 도리'를 하며 무난하게 사는 사람들도 필요하지만 남이 하지 ㅇ낳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도 이 세상 어딘가에 그 쓰임이 있을 것이다. 가끔 주변에서 자기 아이가 왕따가 될까봐 지나치게 전전긍긍하는 부모들을 보게 된다. 그렇지만 고립된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꼭 불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수도 한때는 홀로 광야에서 배회하는 그 사회의 왕따였다. 그분은 중요한 결정을 앞둔 순간마다 제자들과 군중을 물리치고 언덕으로 올라가 기꺼이 혼자가 되었다. 역사는 말없는 다수의 것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고독한 개인들의 몫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53쪽

우리는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인생의 버스는 항상 엉뚱한 곳에 우리를 내려놓는다.-187쪽

속독 완독 통독 등 가지가지 독서법이 있으나 독서에 드는 비용의 경중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다. 가장 사치스런 독서법을 먼저 소개한다. 이른바 '현장독서법'이라 부를 수 있을 이 방법은 어지간한 살림살이의 독자들은 선뜻 실행에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돈이 많이 든다. 쉽게 말해 이 독서법은 특정한 책을 골라 그것에 어울릴 만한 장소 (대체로 작품의 배경)에 가서 읽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읽으러 작품의 배경이 된 영국 요크셔로 가 바람 부는 언덕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것이다. 에베레스트 등반을 둘러싼 인간들의 탐욕과 그로 인한 좌절을 실감나게 묘사한 존 크라가우어의 걸작 논픽션 <희박한 공기 속으로>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읽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눈내리는 일본의 니가타현에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198쪽

이 독서법엔 때도 중요하다. 작품을 먼저 정하고 가야 할 곳과 시기를 정하는 것이니 세계의 계절과 기후 동향에도 민감해져야 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미안이야기는 로마에서 읽고 바다의 도시이야기는 베니스에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이왕 그 아름다운 도시까지 가느데 여행가방에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 죽다 도 끼워넣도록 하자.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독서법은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생각이 있는 사람은 돈과 시간이 없고 여유가 있는 사람은 이상하게 이런 독서법에 별 관심이 없다. 조금 돈이 덜 드는 독서법은, 이왕 가기로 한 목적지가 배경인 책을 들고 가는 것이다. 크리스토프 바타이유의 다다를 수 없는 나라 를 들고 베트남에 간다면 중부 고원지방의 서늘한 바람을 책 속에서 맛볼 수 있겠고 교토로 가실 분들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가 간사이 지방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잘 어울릴 터이다. -198쪽

마지막으로 가장 저렴한 (그러면서도 가격대 성능비가 꽤 우수한)독서법은, 이미 눈치빠른 분들은 짐작하셨겠지만, 집에서 위에 말한 모든 책들을 쌓아놓고 한권 한권 읽어가면서 남루한 우리의 일상을 베네스 교토 이스탄불 요크셔 히말라야로 바꾸어버리는 것이다. 돈이 별로 들지 ㅇ낳을 뿐 아니라 테러와 범죄, 풍토병과 과로의 위험도 없다. 그렇다고 감동이 반드시 '현장독서법'에 뒤지라는 법도 없다(어쩌면 더 강할 수도!)-190쪽

그 와중에도 지난 주말에는 경주에 꽃놀이를 다녀왔습니다. 허무주의를 조장하는 분분한 벚꽃잎들 때문에 벚꽃금지법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헛된 망상을 하기도 했습니다.-222쪽

한달 전 작가님 강연 듣고 감동받은 문창과 학생입니다. 작가들은 눌변이 많던 데 작가님은 말씀도 잘하시고 키도 크고 몸도 좋고 손은 어찌나 하얗던지...제가 그때 첫 질문 했는데 인간 김영하에 대해..2세 계획은 없냐는 당돌한 질문도..그때 작가님은 "나는 호사취미도 없고 영화도 여행도 음악도 별로다. 2세도 갖지 않겠다. 고양이 키우면서 살겠다. 24시간 소설만 생각한다. 이번 생은 소설에 모든 걸 걸겠다" 말씀하셨죠.-263쪽

그러나 우주에는 지구와 안드로메다 성운만 있는 건 아니다. 그 사이에도 그 너머에도 수많은 별자리와 행성과 소혹성들이 나름의 빛을 발하고 있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선 엔진과 연료가 필요하다. 독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독서에도 일정한 훈련과 의식적인 노력이 분명히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분명한 대가를 받는다. 소설은 춤과 같아서 처음에도 즐겁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더 큰 즐거움을 준다. 아는 작가가 많아지고 출판사나 번역자에 따라 책을 고르는 요령들을 터득해감에 따라 취향은 분명해지고 만족감도 커진다.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책을 사야 할 지 알 수 없던 대형서점이 자기 방 서재처럼 친숙해지는 순간이 온다. 동시에 소설을 읽는 목적도 달라진다. 감정이입을 통한 즉자적 수준의 감동보다는 텍스트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형태로 바뀐다. <중략>
소설 역시, 그래 이건 내 얘기야, 라는 단계에서, 이건 내 얘기가 아니지만 새롭고 탁월해, 라는 단계로 전이할 수 있다. 그 단계의 즐거움이 이전 단계의 즐거움에 비해 월등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대단히 독특한 기쁨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로 전이하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마치 초보 운전자들처럼, 바이엘을 배우는 피아노학원생처럼,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소설의 초보다. 따라서 훈련이 필요하다. 독서도 피아노와 같은 하나의 숙련된 기능이다.'
*앤디뽕님의 밑줄긋기를 붙여넣기 하였다-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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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11월
구판절판


배가 부두에 매여있다고 믿는 것, 그게 바로 덫이다. 우리는 남남으로 만나 특별한 사이가 되기로 마음을 정하고 신뢰를 쌓고 미래를 약속한다. 그런 다음 모험을 간행한다. 집을 사고 아이들을 낳고 아이들 방을 온통 분홍빛으로 꾸미고 밤마다 끌어안고 잠을 잔다. 그러면서 그 남남의 하나됨에 경탄한다. 남편과 내가 예전에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안다'라고 말했던 그 은근한 묵계의 경지에 경탄한다. 사실, 우리도 행복할 때는 그런 말을 하며 살았다. 예전보다는 약간 덜 행복하다고 느낄 때까지도...우리가 행복한 게 당연하다고 믿는 것, 그게 바로 덫이다.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우리 삶의 방향을 우리가 좌우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일쑤니 말이다. 우리 인생은 우리 뜻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건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건 더 일찍 그 점을 깨닫는 것이다. '더 일찍'이라는 게 언제인가? 그냥 더 일찍. -50쪽

마흔두살...그 나이에 인생에서 무얼 기대하겠어?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어. 일밖에는 할 게 없었어. 그냥 죽어라고 일만 했지. 일은 나의 위장이자 갑옷이자 알리바이였어. 삶을 즐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알리바이였어.-101쪽

"홍콩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을 때, 나는 내 생애에서 처음으로 비행기 타는 게 두렵지 않았어. 나는 생각했지. 이 비행기가 폭발할 수도 있고 한낱 돌덩이처럼 추락하여 박살이 날 수 있지만, 난 상관없어, 하고 말이야."
"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왜냐고?"
"네.....저 같으면 반대로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저는 이렇게 생각했을 거에요 '이제 나에게 진정으로 두려워할 이유가 생겼다. 비행기야, 제발 추락하지 말고 무사히 가 다오!'하고 말이에요"
-160쪽

나는 조금 괴롭다고 해서 모든 걸 망쳐버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어. 헤어지는 게 괴롭다고 해서 계속 함께 살다가 평생을 망쳐 버리는 사람들 말이야..그래 내 나이쯤 되면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지.. 그들이 아직까지 함께 사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건 줄 아니? 그들은 보잘것없는 거멀못에 의지하고 있는 거야. 자기들의 생기 없는 삶에 기대고 있는 거라고. 온갖 타협을 거치고 갖가지 갈등을 이겨낸 결과가 고작 그것인 셈이지...훌륭해, 아주 훌륭한 사람들이야! 그들은 자기들의 사랑, 꿈, 친구등 모든 것을 땅에 묻었어. 그리고 이제 곧 그들이 묻힐 차례가 될 거야. 훌륭해,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야. -171쪽

그들은 일종의 은퇴자야...모든 것에서 은퇴한 사람들이지. 나는 그런 사람들을 싫어해. 내 말 듣고 있니? 나는 그들이 싫어. 그들에게서 나 자신의 이미지를 보기 때문이야. 그들은 자기들 나름의 만족감에 빠져 있어. '우리는 꿋꿋하게 잘 벼텨왔어'라고 말하고 싶겠지. 하지만 그렇게 잘 버텨온 대가가 뭐지? 아쉬움 회한 상처 비겁자의 낙인이야. 그런것들은 아물지 않아.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스러지지 않아. 황금 사과가 열리는 헤스페리스의 뜰에서 아무리 행복하게 산다 해도 사진을 찍기 위해 증손자들까지 그들 주위에 앉아 있다 해도 퀴즈 프로그램의 문제들을 척척 맞추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해도 없어지지 않는거야-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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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불온한가 - B급 좌파 김규항, 진보의 거처를 묻다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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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정말 희망이 있는가" 물었던 사람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노신 선생의 말을 대신 전한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1쪽

한국인들의 삶에 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에게 문화란 대학생 시절(은 출신 성분을 막론하고 다종다양한 문화를 소구하는 유한함이 허락되는 시기다. 이 글이 실리는 잡지를 포함,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문화상품의 구매자들 역시 대개 그들이다) 혹은 청년 시절의 언저리에 잠시 존재하는 것이다. 생활인으로서 한국인드르이 삶에 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정신 가운데 문화를 소구하는 데 사용되던 부분은 군대, 취업, 결혼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진작에 박살이 났다. 그들이 언젠가 가졌던 이런저런 문화적 취향들은 온갖 차이를 막론하고 끈적끈적하고 처연한 트로트로 대거 통합된다.-42쪽

학생운동은 쇠락하고 있다. 그것은 전체 운동의 침체와 관련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전체 운동에서 학생운동이 감당할 몫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생운동의 쇠락이 대학에서 진보의 쇠락을 전적으로 지시하는 건 아니다. 학생운동의 쇠락이 강조되는 가운데, 나는 오늘 대학에서 '운동권이 아닌 진보적 청년들'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중요한 건 운동권 학생이 얼마인가가 아니라 학생 가운데 진보적 신녀믈 가진 사람이 얼마인가, 그리고 그 신념이 오래 지속되는가,다. 이를테면 10년 전 대학에 진보적인 청년이 백이었고 오늘은 다섯이라 치자. 알다시피 그 백 가운데 여전히 신념을 간직한 사람은 하나가 채 안 된다. 오늘 다섯 가운데 10년 후 20년 후에 둘, 아니 하나라도 남는다면 그게 훨씬 좋을 수 있다.
세상은 '학생 시절에나 하는 운동'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일생에 걸쳐 간직되는 신념으로 바뀐다. 그 긴 신념은 운동을 세상의 모든 지점(운동을 청산한 사람들이나 선택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지점들을 포함한)으로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운동하는 판사, 운동하는 국회의원, 운동하는 배우, 운동하는 코미디언, 운동하는 투수, 운동하는 장군, 운동하는 사장.....세상의 모든 지점에 운동이 스며들 때 세상은 비로소 바뀔 것이다.-48쪽

..그 일요일 교회에 가는 사병들에 끼어 부대를 나갔다. 나는 이 상병이 말한 '고흥 여인숙의 윤 양'을 찾았다. 여자를 보는 순간 나는 안도했다. 여자는 종일 방안에서 남자나 상대하는 사람이라고 믿기 힘든, 이상스레 맑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밤에 보초를 서면 말간 달 속에 여자의 얼굴이 나타났고 밥을 먹을 때면 식판 국물 속에 그 달이 떴다. 떠난 여자가 남긴 번민을 씻어 내려는 욕구가 섞였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여성지와 시시한 수필집 따위로 채워진 작은 서점에서 나는 간신히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찾았다. 여자가 사는 곳에 갔지만 들어서진 않았다. 나는 여자를 사러 온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선물을 전해 주러 왔다. 난 이 고단할 연애를 그렇게라도 소유하고 싶었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군복이 하얗게 되고 모자챙 끝으로 물방울이 떨어질 무렵 내 시야의 오른편에 여자가 들어섰다. 여자는 집게에 연탄재를 들고 나오다 나를 발견했다. "이거......."말이 나오지 않아 나는 선물만 들어 보였다. 천천히, 연탄재가 떨어져 박살이 났다.





-70쪽

오랫동안 담아 두었던 질문을 했다. "선생이 말하는 말의 혁명은 결국 정치혁명입니까." 그가 대답했다. "결국 그런 셈입니다." 조용히 미소짓는 그의 주름진 얼굴 왼편으로 충북의 동그란 햇살이 들었다. 나는 그가 청년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늙는 게 숙명이라는 말은 거짓말이거나 절반만 맞다. 몸이 늙는 건 숙명이지만 정신이 늙는 건(온갖 요사스런 핑계와 그럴싸한 설명에도 불구하고)선택이다. 일흔의 몸에 스물의 정신을 가진 청년이 있고 스물의 몸에 일흔의 정신을 가진 노인이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제 선택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조금씩 하루도 빠짐없이 신념과 용기와 꿈이 있던 자리를 회의와 비굴과 협잡으로 채워 갈 때, 그런 순수한 오염의 과정을 철이 들고 성숙해 가는 과정이라고 거대하게 담합할 때, 여전히 신념과 용기와 꿈을 좇으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있다. -97쪽

여자가 남자에게 물리적으로 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저런 전문가들이 이런저런 장황한 분석을 내놓곤 하지만, 이유는 실은 단순하다. 물리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대개의 여자는 남자보다 물리적으로 약하며, 여자와 남자 사이에서 물리적 폭력은 대개 남자의 선택 사항이다. 여자는 물리적으로 당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침묵하고 살 건지 제 자존을 되찾기 위해 싸울 것인지 선택하게 된다. 물론 싸워야 하고 싸우는 건 침묵하는 것보다 낫다. 그러나 그보다 더 나은 건 처음부터 물리적으로 당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기는 '약한 인간인 여자'가 적어도 10년 이상의 철저하고 조직적인 교육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한 여자아이는 그의 유년기와 소년기 동안 '여자다움'이라 설명되는 철저하고 조직적인 교육을 통해 '약한 인간인 여자'로 완성된다. 그리고 그 약함은 모든 사회적 억압과 차별의 공식적인 근거가 된다. 강한 인간(남자)은 약한 인간(여자)을 당연히 다스리며 고작해야 '보호'하는 것이다.-107쪽

변화는 '여자답게 키우는 일'과 '약한 인간인 여자, 남자에게 물리적으로 당하는 여자로 키우는 일'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생각해서 시작한다. 나는 그런 생각을 지난 10년 동안 나름대로 실천해 왔다. 그 실천이란 그저 소박한 것이다. 김단이 말귀를 알아먹을 무렵부터 '남자들의 세상'에 대해 토론식의 대화를 한것,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김단에게 몇 가지 무술을 맛보게 했고 제가 고른 태권도를 꾸준히 하게 한것, 어쩌다 김단이 대수롭지 않은 일로 눈물이라도 보이면 "여자라서 우는 거냐?" 야비하게 빈정거리는 것 따위다.
그런 소박한 실천들은 내 일상에 어떤 부담도 주지 않는다. 앞으로 10년 더 하는 것 역시 별 부담이 없다.
...
이런 얘기를 듣던 이가 참으로 근심스러운 얼굴로 내게 물었다. "김단이 남성적인가요"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김단은 인간적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내 진정한 바람이다. 김단이 남자에게 당하고 사는 것도 심란하지만, 김다닝 남자 놈들이 하던 못된 짓을 해보는게 유일한 목표인 '치마 두른 마초'가 되거나 세상을 성기로만 구분하는 '파시스트 여성주의자'가 된다는 건 또 얼마나 심란한다.-108쪽

몇 년 전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를 의심했다. 그가 지나치게 좋은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처럼 어디서나 좋은 사람 소리를 듣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세상은 헤아릴 수 없는 옳음과 그름으로 중첩되어 있는데 어디서나 좋은 사람이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근거하면, 어디서나 좋은 사람이란 대개 가장 세련된 처세술을 가진 위선자들이다. -119쪽

몇 달 전 내가 마음의 스승으로 모시는 분이 텔레비전에 한 방 먹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강아지 똥. 몽실 언니. 한티재 하늘. 의 권정생 선생이다. 몇 달 전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에서 선생의 책 '우리들의 하느님'을 선정하고 녹생평론사에 연락했다. "최소 20만부를 준비하고, 표지엔 '느낌표 선정도서'라고 박아주고 어쩌고..."그러나 녹색평론사에선 "책이 그렇게 팔리길 바라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텔레비전은 다시 권정생 선생에게 연락했다. 결과는 끔찍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장 행복한 경험 가운데 하나가 책방에서 자기 손으로 책을 고르는 일인데, 왜 그런 행복한 경험을 텔레비전이 없애려는 거냐." '우리들의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삶의 길잡이가 될 책이니 그 책이 거기 소개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면 좋은 일이다. 그 책을 팔아서 벌 막대한 돈도 녹색평론사와 권정생이라면 더 좋은 책을 내고 더 좋은 글을 쓰는 일에나 쓸 테니 역시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유익들을 거리낌 없이 거부했다. 그런 유익들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런 유익들을 얻기 위해 포기할 수밖에 없는 다른 가치 때문이다. 그 가치는 오늘 인간의 위엄을 스스로 접고, 사고 팔리는 물건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126쪽

...'만화라는 그릇'을 사용한다는 내 생각을 선생은 손뼉을 치며 반겼다. 선생은 한글 교열을 자청하기도 했다. 그리고 선생은 당부했다. "아이들에게 어떤 생각을 심어주겠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잃어버린 것들을 아직 가지고 있다는 걸 믿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게 잘 열매 맺도록 도와 주는 겁니다." 선생의 당부는 내내 기획 작업의 기조가 되었다. -132쪽

..아이들은 제 아비의 계급이나 지역 따위에 아직은 제 정신을 앗기지 않은 상태에 있다.
그리고 빅맥 세트를 거부한 부잣집 아이들처럼 아이들은 제가 스스로 깨달은 것은 삶에 반영한다. 아이라 불리는 인간들이 어른이라 불리는 인간들과 가장 다른 점은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혹은 "세상이 다 그런 거지"라는 말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사는게 다 그런거지" 혹은 "세상이 다 글너거지"라는 말이야말로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는 한국인들의 절대적 이념이다. 지성이나 예술 혹은 종교 따위는 그 절대적 이념 아래 무수한 장식물로 존재한다. 한국인들, 한국의 어른들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건 그래서다. 한국에서 아이들은 삶의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남은 유일한 인간들이다. 아이들이 있다. 그거야말로 한국의 유일한 희망이다.-144쪽

허문영 씨는 <선택>을 "이념이 아니라 명예를 그린 영화"라고 했다. 물론 그건 대단한 찬사다. 그러나 그 찬사엔 이념이라는 게 비인간적이고 차가운 것이라는 상투적 편견이 깔려있다. 이념은 이념이 생겨나던 날부터 그렇게 공격받아왔다. 우리는 이념이 휴머니즘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모른체하지 않는 것, 그 지극히 인간적인 행동이 바로 이념이다. 이념은 다름 아닌 인간의 명예다.
지나간 역사, 다른 나라의 현실에 올바를 선택을 하긴 쉽다. 게바라와 마르코스가 애호되는 건 그래서다. 그러나 오늘 현실, 오늘 진행하는 역사에 올바른 선택을 하긴 쉽지 않다. 그 선택이 제 밥그릇과 안락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33년 전 전태일에 서슴없이 올바른 선택을 하는 우리는 오늘의 전태일에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는다. -146쪽

어느 존경받는 진보적 인사가 정작 제 식구들, 특히 제 딸에게서 전혀 존경받지 못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저렇게 훌륭한 아버지를 왜 존경하지 않는 걸까' 얼마가 지나서야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흔히 짐작하듯(그리고 그런 인사들의 가장 편리한 면죄부인) '세상에 헌신하느라 가족에게 소홀해서'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실은 매우 가부장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딸은 단지 딸아들 하는 자식 중의 하나가 아니다. 딸은 한 남자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가장 정교하게 알아낼 수 있는(폭로하는) '삶의 시험지'다. 한 남자가 '딸에게서 존경받는 인간'이 되려고 애쓴다면 그의 삶은 좀더 근사해질 것이다.-174쪽

이오덕 할아버지를 기억하니? 아빠가 누구보다 좋아했던 분이지. 아빠는 그분이 돌아가시기 5년 전쯤부터 사귀었다. 할아버지는 워낙 훌륭하게 사셨기에 그 뜻을 따르는 이들이 참 많았다. 그분이 아빠 글을 읽고 연락을 해오자 아빠도 한달음에 만나러 갔다. 그분을 사귀면서 많은 걸 배웠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분은 당신을 존경한다고 말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너무나 외로워하셨다.
아빠는 그분이 외로움이 그분의 올바른 삶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단아, 올바르게 산다는 게 뭘까? 아빠 생각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삶'이다. 사람들은 지난 올바름은 알아보지만 지금 올바른 건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올바른 삶은 어제나 가장 외롭다. 그 외로움만이 세상을 조금씩 낫게 만든다. 어느 시대나 어느 곳에서나 늘 그렇다.
예수님은 가장 외롭게 죽어 갔다. 아무도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예수님을 죽인 힘세고 욕심 많은 사람들뿐 아니라 따르고 존경한다는 사람들 중에서 오히려 더 많았다. 그후 2000년 동안도 그랬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예수님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여전히 드물다. 예수님은 '2000년의 외로움'이다.-203쪽

한국 사회는 여전히 파시즘 상태에 있습니다. 새로운 파시즘, 군사 파시즘이 아니라 자본의 파시즘이지요. 군사 파시즘은 억압과 폭력으로 우리를 다스리지만 자본의 파시즘은 우리에게 자본의 욕망을 심어서 스스로 복종하게 만듭니다. 현재 대부부느이 한국인들은 자본의 매우 충성스런 백성들입니다. 얼마 전 고대에서 일어났던 일과 그와 관련한 반응들은 바로 그 사실을 드러냅니다.
어떤 사람은 고대나 고대 학생들의 태도가 '밥그릇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인터넷 신문에 그 발은을 두고 '직격탄을 날렸다'고 적혀 있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밥그릇 때문'이라는 말은 속으론 인정하지 않지만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정한다는 뜻인데, 제가 보기엔 그게 아니라 그들은 진짜로 진심으로 이건희를 인정하고 존경합니다. 그들이 이건희와 다른 건 이건희보다 돈이 없다는 것뿐입니다. -210쪽

노동자 착취와 정경유착과 온갖비리로 부자가 된 아버지를 둔 덕에 부자가 되어선 다시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재산을 제 자식에게 상속하는 사람이 한국이 자랑하는 기업인입니까? 노조조차 만들 수 없는, 노동자의 위치를 추적하고 노동자들을 협박하는 회사가 세계적인 첨단기업입니까? 지금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어려운 시절을 보내는지 뻔히 알면서 프랑스의 스키장을 통째로 빌려서 스키를 타는 인간이 과연 철학을 가진 인간입니까? 그런 인간에게 이 나라의 대표적인 명문대학이라는 곳에서 명예 철학 박사학위를 주려고 작전을 벌이고 그나마 정신이 제대로 박힌 학생들이 현실을 깨우쳐 주었는데도 총장은 엎드려 용서를 빌로 보직교수들은 사퇴서를 내고 수천명의 학생들은 총학생회를 탄핵하는 서명을 하고 이게 대체 대학입니까, 정신병원입니까?-211쪽

그러나 바로 그 모습이 우리의 모습, 한국인들의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건희라는 파렴치한 인간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한국인들에게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삼성이라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먹고사는게 원수라 저런 놈 밑에서 일한다"고 부끄러워해도 신통치 않을 판에, 그런 파렴치한 인간을 왕처럼 떠받들며 노조조차 없는 회사에서 '삼성맨'의 자부심에 젖어 삽니다. 참으로 무지한, 그러나 배불리 먹여 주는, 돈은 많은 주인 아래 있다는 걸 자랑으로 삼는 머슴들이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런
삼성맨을 부러워합니다. 대학생들은 삼성맨이 못 되어서 안달이 나고 그들의 아버지들은 이건희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생의 한으로 생각합니다.
...돈으로 안락을 살 수 있지만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습니다. 돈으로 박사학위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 박사학위는 내가 아니라 돈에게 수여된 것입니다. 이건희가 돈이 없다면 누가 그를 존경할까요? 모든 사람이 그의 돈을 존경하는 것입니다. 이건희씨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입니다. -211쪽

여러분, 광주의 정신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당장 실현 가능한 문제에만 매몰되지 말고 우리가 인간임을 진정으로 증명할 수 있는 문제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지금 당장 아니 설사 내 생애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라 해도 그것이 옳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면 그 일에 대한 신념을 버려선 안 됩니다. 중세의 암흑 속에서 근대라는 세상이 올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그러나 그 신념을 버리지 않은 아주 적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당대의 사람들에게서 어떤 소리를 들었을지 생각해 보십시오. 바로 "어리석고 비현실적이며 관념적인 사람들"이라고 했겠지요. 그러나 바로 그 "어리석고 비현실적이며 고나념적인 사람들"이 깨지고 또 깨지면서 결국 중세는 무너집니다. 우리의 암흑도 그렇게 무너질 것입니다. 그게 바로 광주의 정신, 진정한 민주주의 정신입니다.-215쪽

예수는 지난 2000년 동안 단 한번도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습니다. 그 중요한 원인은 예수의 정신이 너무나 현대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예수의 정신엔 사회중의, 여성주의, 생태주의, 아동인권을 비롯한 인류가 현대에 들어서야 깨달은 여러 소중한 정신들이 이미 들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예수의 일행엔 언제나 여성들이 여럿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인류 역사의 어떤 현인이나 종교 창시자도 여자를 일행에 포함시킨 일이 없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자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는 2000년 전에 여자들과 동행했고 여자 가운데서도 가장 천한 성매매 여성과 인격적으로 교우했습니다. -221쪽

의리와 기리
오늘날 한국에서 의리라는 말은 대개 남성들의 인간관계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 주고 하는 걸 뜻한다. 그러나 그건 의리가 아니라 '기리'다. 기리는 의리와 한자가 같은 일본말로 '자신이 받은 만큼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의리란 본디 "인간이 마땅히 해야할 도리"를 뜻한다. 의리는 남성적인 말도 아니고 더더욱 개인적 관계를 전제로 하는 말도 아니다. 개인적 관계를 전제로 한다면 의리는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에서 멀어지게 된다. 개이적 관계에 반하더라도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하는 것, 손해나 고통을 무릅쓰고라도 원칙과 신념을 지키는 것이 의리다. 알고 보면 의리라는 말처럼 귀한 말도 없다. 그리고 이제 '의리있는 사람'은 온 나라를 뒤져도 찾기 어렵다.-284쪽

우리는 늘 공동체적 이상을 좇는다. 사회주의적인, 혹은 생태적인, 혹은 또다른 고귀한 지향을 가진. 공동체적 이상은 인간이 갖는 가장 인간적인 전망이며 세상이 진보한다는 건 결국 공동체적 세상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공동체적 이상을 좇기 위해 윌에게 꼭 필요한 건 진정한 개인이 되는 것이다. 진정한 개인이 되지 않고는 윌에게 공동체는 없다. 이런저런 집단만이 있을 뿐.-310쪽

못된 아들
선후배, 혹은 동무인 몇몇 여성들과 이메일로 설 인사를 나누면서 '명절과 여성'의 문제는 없었느냐, 물었는데 좋은 답이 없다. 딱 한 사람 "인생의 봄날이라고나 할까" 했는데 그는 작년에 이혼했다. 달라졌다고들 하지만 명절이 되면 그 습속이 건재를 과시한다. 뼈대가 있다는 집안일수록 그렇다. (하여튼 나라고 집안이고 뼈대란 뼈대는 다 무너져야 한다.) 어머니는 설날 세배를 받고는 아내와 김단을 보며 그랬다. "일흔이 되니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아버지와 지금까지 정을 나누며 잘 살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아무개의 아내'로서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살아보고 싶다. 너희들은 그렇게 살길 바란다" 어머니는 '돈 안 되는' 춤을 하는 아내의 가장 듬직한 후원자다. 아내가 지방에 전수라도 간다 싶으면 달려와서 아이들을 챙긴다. 단지 며느리 대신 아이를 챙기는 게 아니라 며느리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어머니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어머니와 아내도 한때 심각한 고부갈등을 겪었고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323쪽

중간에 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당시 내가 취한 태도는 '중립'이 아니라 '아내 편'을 드는 것이었다. 여성의식 같은 건 별로 없을 때지만 '아내는 제 식구를 떠나 혼자 남의 집에 들어온 사람이니 약자고 소수자'라는 소박한 정의감 같은게 있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당연히 내 태도에 충격을 받았고 나 역시 많이 힘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최선이었다. 결국 그게 어머니가 당신과 아내가 같은 여성이라는 사실을 재발견하고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 동기가 되었다. 상황이 좋아지고 난 어느 날 한 번은 어머니가 나를 보고 웃으며 그랬다.
"못된 아들!" 부디 김단은 나보다 더 못된 아들을 만나고, 김건은 나보다 더 못된 아들이 되길.-323쪽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이란 학벌이나 재산, 혹은 사회적 지위 따위가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인 가치관을 갖지 못한 사람' 이다. 지배자들은 그들이 주체적인 가치관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 그들을 완전하게 지배한다. 요컨대 평범한 사람들은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이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인데..." "세상이란게 그런거지..." 물론 그런 생각은 지배자들이 그들에게 오랜 기간동안 심어 준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뭔지 세상이란 게 뭔지 다 안다고 생각하기에 자본주의 사회가 뭔지 세상이란게 뭔지 영원히 알지 못한다. 결국 그들은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외식, 아파트, 차 같은 것에 두게 되며 완전하게 지배된다.
-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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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 三國志 6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2월
구판절판


남 녀 한 쌍이 만났다가 헤어졌을 경우 여인은 사내가 했던 못난 짓과 지겨웠던 일만 기억되고..사내 편에서는 여인의 귀여움과 고운 짓만 추억에 남는다고 했다.-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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