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허벅지 다나베 세이코 에세이 선집 1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을 좋아해서 읽게 된 그녀의 에세이인데 사실 초중반부 까지는 너무 별로라 어서 읽고 눈 앞에서 보이지 않게 중고책방에 팔아버려야겠다 생각했다. 읽는 내 시간이 아까울 정도? 그 이유라면 첫째 글의 분량이 짧고 소재가 음담패설이라 글에 별다른 깊이가 없다는 점, 둘째, 다나베 세이코가 1920년대 출신인 이상 그 시대의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벗어날 수 없어서 '이게 뭔소리래' 싶은 시대착오적 내용이 많다는 점. 그런데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 역시 썩어도 준치, 기대보다 못하다 해도 유명작가는 유명작가군...싶었다. 객관적으로 좀 괜찮은 글이 후반부에 많이 실린 탓도 있고(역자가 인상 깊다고 언급한 글이 다 후반부에 실린 글이고 나 역시 동일하게 느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 글의 리듬에 좀 익숙해진 덕도 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글은 단행본으로 엮기 보다는 페이스북 같은 채널에 가볍게 농담하듯 올리면 더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을 그런 종류의 글이라고. 단행본으로 보자면 아무리 봐도 글이 날린다. 70년대 주간지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두었다 하는데 그 시대엔 인터넷도 없고 SNS도 없었으니 이런 가벼운 글이 유통될 창구로는 주간지 정도가 제격이었을 것이다. 수십년 전의 글이 살아남아 이렇게 후대에게 읽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긴 하겠지만 역시나 SNS에서 가볍게 읽었더라면 더 깔깔거리고 어머 재미있어 했을 글들인데 무거운 책의 형태로 보자니 김이 샌다. 이 시리즈를 3권 정도로 출간할 예정이라 하던데 정말 괜찮은 글들만 고르고 골라 한 권으로 출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야 많이 찍고 많이 팔면 돈이 되겠지만 70년대의 글 전량을 있는 그대로 옮기다 보니 시대와의 불화 탓에 책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내 서재에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한 권의 책으론 다소 밀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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