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특강
이여영 지음 / 맛있는책방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좋지 않은 창업 조건에 맞는 점포는 결코 객관적으로 좋을 수 없다. 겉으로만 봐서는 이런 곳에서 장사할 수 있을까 싶은 곳들이 많다. 그러나 그 가운데는 드물지만 괜찮은 곳이 있다. 내 경우 옥석을 구분할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그 거리에서 방황하며 보낸 3년의 세월이었다. 그렇게 아깝기만 했던 그 시간이 내가 장사꾼으로 변모한 순간 가장 큰 힘이 돼주었다.

잘 놀고 잘 먹어본 사람을 구해다 쓸 형편이 못 된다면, 누구든 데려다 잘 놀게 하고 먹게 하는 수밖에 없다. 좋은 술과 안주, 서비스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그것들을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연히도 점포 두 개를 모두 창업 비수기라는 1.2 월에 열었다. 어차피 장사가 안될 바에야 그 시기에 시행착오를 다 마무리 하자는 계산이었다. 날씨가 풀리고 완벽한 상태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고객을 맞자는 계산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한두 달 고생을 하고 나면 점포가 안정을 찾았다. 보통 거창하게 개점하고 나서 오픈발이라는 걸 누리다가 3개월이 지나면 손님이 빠지는 것과 정반대였다. 그 무렵 고객은 물밀듯 밀려들어 왔고, 대개 상품이나 서비스에도 만족했다.

건물주의 갑 행세를 매듭지으려면 방법이 없다. 워낙 장사를 잘해서, 그가 세입자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한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고서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난 이 말을 변형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람을 잘라보지 않고서는 경영관리를 논하지 말라.

초보 창업자들에게서 가장 골치 아픈 일이 인력 관리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럴 만도 하다. 난생처음으로 누군가를 이끌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원들은 놀랄 만큼 사장의 경험 부족과 당혹감을 잘 알아챈다. 그들에게 매달리면서 관리를 제대로 하기란 힘들다. 하지만 가게를 하면서 당신이 매달려야 할 유일한 대상은 고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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