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피어에서 진행한 독자교정 이벤트에 다녀왔다. '교정'이라는 말에 주눅이 들었다가 '이벤트'라는 말에 솔깃하여 신청하였다. 또 '출판사 구경을 하고싶다!' 라는 마음이 컸다. 게다가 북스피어라는 출판사는 '사장님집= 사무실'이라는 어딘가 괴기발랄함을 지니고 있으니, 일차원적 독자인 나는 반응할 수 밖에. ㅎ
이번 독자교정에서 진행된 작품은 루스 렌들의 <<A JUDGEMENT IN STONE>>이다. 1996년에 고려원에서 <<유니스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는 작품이다. 이번에 북스피어에서 <<활자 잔혹극>>이라는 새 제목을 입고 출간된다.

첫문장에 범인을 밝히고 있고, 범인은 살인을 위해 특별한 기교를 사용하지 않는다. 작가는 자잘한 트릭을 배제하고 인물들의 마음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한 켠에서는 사건일지와 같은 이야기가 진행되고, 다른 켠에서는 약간은 냉랭한 어조로 인물들의 마음이 그려진다. 이 두개의 이야기는 '잔혹극'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작품은 탄탄하고 재미있다.
수치심은 분노로 바뀌기 쉽다, 라는 말을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유니스의 경우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활자에 대한 수치심이 '잔혹극'으로까지 간 것은 활자에 대한 다른 이들의 수치심과 맹신이 유니스가 가진 수치심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수치심, 맹신, 분노가 아니라 충돌하는 수치심, 맹신, 분노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 때문에 '탄탄하다!, 균형이 잘 잡혀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여튼 책이 나오면 꼭 읽어보시라.
사실, 정자세로 열심히 읽기는 했지만 원고를 끝까지 보지는 못했다. 3시 무렵이었던가?, 사장님께서 등장하시더니 안절부절 못하시다가 사라지신다. 독자교정자들도 덩달아 안절부절. 밖에서는 부스럭부스럭 봉지 소리가 난다. 사장님은 다시, 4시 20분경 나타나셔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시간이 없다, 지금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세팅이 완료되었다, 지금 고기가 익고 있다......' 라고 하신다. 그리고 사뭇 비장한 목소리로 '4시 30분'까지 교정을 마감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재촉하시고 방을 나가신다. 다시 밖에서는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난다.
강수확률 100%라는 일기예보에 취소된 난지캠핑장 나들이를 다시 일으키시느라 사장님은 그렇게 '부스럭부스럭, 재촉', '재촉, 부스럭부스럭'이셨던 것.-^-^;; 정말 신선한 캐릭터의 사장님이셨다.
캠핑장에서도 사장님은 계속 '부스럭부스럭, 재촉' 모드셨다. 본인이 준비하신 '고기-술-라면-커피'라는 풀코스를 하나도 빠짐없이 완료하기 위해서. 풀코스를 달리는 사이사이에 마케팅 대표님께서 손수 기르신 맛난 고구마도 얌얌. 덕분에 독자교정자들은 배가 터졌다. 뻥! ㅎ;;
캠핑장에서는 독자교정자분들과 사장님 외에도, 막내님, 마케팅 대표님과 번역자님, 그리고 '피니스아프리카에' 사장님도 함께 해 주셨다. 피니스아프리카에는 <<스틸라이프>>를 낸 출판사이고, 곧 새로운 작품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하신다. <<활자잔혹극>>의 번역자님께서 번역을 맡으셨다고. 일단 <<스틸라이프>>를 챙겨놓고, 다음 작품을 기다려야지.
궁금한 것도 여쭤보고, 이런저런 얘기도 듣고, 게임도 하고, 산책도 하고. 좋은 분들과 난지 캠핑장에서 즐겁게 둥가둥가둥 따스한 가을밤을 즐기고 나니, 힘이 솟는구낭. 북스피어 감사합니다! *^^*
아차, 전 뒹굴뒹굴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