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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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봤을 때는 저녁 시간이 되어 폐장된 동물원 안에서

쫓고 쫓기는 혈투 속에 피가 낭자하며 괴한들과 치열하고 팽팽하게 맞서 싸우는 격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상당히 잔잔하다. 그리고 고요하다….

그래서 더 심장이 쫄깃한 것 같다.

어마어마한 긴장감과 두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매우 차분하게 조용조용 써 내려간 이야기에

더욱 조마조마 해지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자꾸 나라면….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런 물음표와 함께 동물원을 상상하게 된다.

고요한 적막과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나를 위협하는 소리인지, 나에게 도움을 주려는 소리인지를 구분해야 하며 내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나라면 잘할 수 있을까?

나의 두려움을 극한 긴장감을 아이가 느끼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작고 여리고 아직 거칠어 지지 않은 그 조그만 모든 것이 그대로 남도록

나는 집중해야 하고 움직여야 하고 벗어나야 한다.

!!!!!!!

!!!!!!!

너무 시끄럽다. 너무 시끄럽다. 너무 시끄럽다.

그녀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말.

그리고 위기에 처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저지 해야 하는 소음. 아이의 말, 울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아무일 없는 듯 아이를 달래고, 아이에게 일상과 같은 분위기를 주려고 애쓰는 그녀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또 생각해본다.

난 잘 할 수 있을까?

정말 난 겉으로라도 평상심을 보일 수 있을까?

자꾸 그런 물음표만 던진다.

사건의 전개보다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최대한 긴장감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해주려는 엄마의 노력에 자꾸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조앤처럼 내 감정을 일일이 아이에게 드러내지 않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그 시절에 대한 후회와 미련 때문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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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오스카 와일드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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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한 달에 한 권 정도씩 고전을 읽는데 그때마다 느끼지만 고전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하지만 읽는 내내 그리고 읽은 후에 인간에 대한 또는 삶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며 근본적인 고민이나 나에 대한 되돌아보기를 하게 된다. 또한 내용의 깊이가 느껴지며 문장이 탁월하다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된다.

그래서 역시 고전은 고전이다 ^^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그러하다.

행복한 왕자를 비롯, 그 동안은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집만 읽었었는데

이렇게 잘 쓰여진 장편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인간의 순수함, 여림, 인자함, 사랑, 애정, 존경, 욕심, 욕망, 허영, 쾌락, 자기도취 등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과 마음들이 이 모든 한 권의 책에 다 들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완벽한 미모와 순순함을 겸비한 청년 도리언 그레이, 그에게 홀딱(?) 반해 자신의 뮤즈로 작품세계에 담아내는 진중한 예술가이자 화가 바질 홀워드. 그리고 그의 친구이자 도리언의 인간 본성을 일깨운 헨리 워튼 경.

바질 홀워드는 자신의 영혼과 열정을 담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완성한다.

도리언을 너무 애정한 나머지 자신의 영혼까지도 그림에 담아 냈다는 고백 아닌 고백을 헨리에게 하고 그 초상화를 본 도리언은 자신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그 그림에 반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젊음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느끼며 영혼을 팔아서라도 계속 젊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는 간절한 기도를 하고 마는데….

도리언의 본능적 욕망을 알아본 헨리는 여러가지 궤변에 가까운 미사여구로 도리언을 충동하며 욕망에 충실하도록 부추기는데….

순수하고 완벽하게 아름다웠던 청년 도리언은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내면에 있던 욕망과 자기애 그리고 이기심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도 그런 마음들을 외적인 수려함으로 모두 가리며 사람들의 환심을 얻는다.

자신의 욕망과 나르시시스트 적인 모습을 자각 할 때면 그런 이기적인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며 괴로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으로 인한 고통의 쾌락을 즐기고 좋아하는 도리언의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인간 내면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는 본성의 민낯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쾌락을 위해 도리언은 어떤 본성까지 끄집어 내려고 하는 것일까? 어떤 모습까지 우리에게 보여주며 인간의 추하고 잔인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정말 한 순간은 너무 내가 그를 어떻게 할 것만 같은 증오까지도 느꼈다.

이렇게 도리언에게 빠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력이고 작가로서의 능력이리라.

도리언 뿐 만이 아니다. 진실되게 도리언을 사랑하며 도리언이 멋진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점점 변해가는 도리언의 모습을 고통스럽게 바라보는 화가 바질 홀워드도, 도리언 그레이의 순수한 모습을 보면서도 그의 자기애 강한 이기적 본성을 일깨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예리함을 지닌 헨리 워튼 경도, 그 밖의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섬세한 표현은 오스카 와일드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의 두께도 상당하고 쉽게 쉽게 읽지 못하면서, 더딘 진도에 힘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고 등장인물에 오롯이 빠져들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고전에 대한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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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자의 사랑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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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프랑스이고 남자이다.

이 둘의 조합(?)부터가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기에 책을 선택할 때부터

심사숙고를 하고 마음도 굳게 먹고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왠지 모를 끌림이라는 것이

있는 것을 보면 프랑스가 주는 묘한 매력은 상당한 것 같다.

같은 시기에 이혼을 했다는 이유로 결속력이 단단해진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라고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책의 내용을 짐작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제목과 표지의 이야기 만으로도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아버지와 비슷한 시기에 이혼을 한 소설가 에릭 오르세나(. (작가와 이름이 같아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짐작만 해본다 ^^) 같은 시기에 이혼을 했다는 사실이 이 부자를 무언가 단단한 끈으로 연결시켜 놓았나 보다. 그 때부터 부자간의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대화는 시작이 된다.

아버지는 아무래도 조상들이 물려준 부정적인 유전자의 영향으로 인하여 자신과 아들이 이혼을 했다고 생각하며 그 원인 찾기에 들어가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생각과 이야기를 충실하게 성심 성의껏 들어주며 함께 대화를 이어 나간다. 그렇게 아버지는 조사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결국 쿠바의 조상님들에 대한 기록까지 조사 하며 그 원인을 찾기에 이르는데….

이 모든 것이 아들에게 잘못된 유전자를 물려주어 아들이 결혼생활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 마음 아파하는 아버지의 자책에서 시작된 것이고 그래서 그 아버지는 아들의 두 번째 결혼 생활은 꼭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라짐을 선택한다.

사랑의 실패를 유전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힌데 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공감하는 아들이라. 역시 부전자전이다. 그러면서 거리낌없이 자신들의 사랑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인생에 대한이야기 그리고 주변에 대한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그 부자를 보면서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대화의 주된 주제는 자신들의 이혼과 사랑의 실패이지만 그 이야기 중간중간 마다 서로에 대한 가슴 깊은 사랑과 신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사랑의 유전자로 인해 아들이 결혼에 실패 했다고 생각하며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을 하도록 자신을 조용히 감추는 아버지의 사랑과, 엉뚱하고도 기발한 발상의 이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존중하며 들어주는 아들의 사랑. 이 이야기는 이성간의 사랑에 대한 심오한 논의가 바탕이 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자식과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엔 그저 조금 지루하고 밋밋한 프랑스 특유의 느낌을 발산하는, 쉽지만은 않은 소설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사랑에 대한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그들의 인생 철학,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 등을 엿볼 수 있어서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또 굉장히 진지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위트 있는 한마디 한마디를 던지며 대화를 주고 받는 내용들에 책 중간중간 웃음과 재미를 느낄 수 도 있었다. 문장이나 문체도 간결하고 위트 있는, 바로 내가 가장 부러워하며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자신이 사라지면 아들이 결혼생활에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며 사라져 주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바람과 사랑에 상처 주고 싶지 않아 거짓으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전하는 아들.

그리고 그런 둘의 사랑을 지지해주는 주변의 가족들과 지인들.

프랑스 남자의 사랑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이성에 대한 사랑의 실패원인을 찾는 것에서 시작이기는 하나 아마도 아버지와 자식간의 끈끈하고도 깊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더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쉽게 읽히지 않을 거라 예상하고 봐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잘 읽혔다. 그렇다고 가독성이 좋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대한 철학적이고도 엉뚱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어렵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던 프랑스 소설.

읽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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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차력사의 오늘 이야기 - 역사를 통해 시대를 보다
차경호 지음 / 노느매기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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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함께 역사 공부를 하고 있는 교사가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 하다가우연한 기회에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일주일에 한 번 고정 코너로 역사강의를 하던 내용을 추려내어 책으로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더군다나 보수의 최고 집결지라 할 수 있는 대구에서 공정하고 바른 역사관으로 역사 강의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많은 고민 속에서도 언젠가 대구가 좌우 양 날개로 비상하는 꿈을 꾸는 마음으로 라디오 강의를 시작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우선 작가님이자 교사이신 차경호님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곳이 대구라는 사실에 살짝 놀랍기도 했지만 반갑기도 했다. 또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우리나라 곳곳에 있다는 사실에 매우 기뻤다.

 

이 책은 우선 주제별로 사건을 나누었다. 각 장의 주제에 맞는 사건들을 설명하고 그 사건이 갖는 의미를 지금 현재의 역사적 사실에서 다시 한번 찾아보고 되새기는 과정을 갖는다. 또 라디오의 형식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진행자가 질문을 하면 차경호 선생님이 답변을 하는 형태로 책이 전개 되기 때문에 이해도를 훨씬 높인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가서 매우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는 점도 좋다. 또한 한국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따라 세계사적으로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들도 조금씩 다루고 있어서 한국사뿐 만 아니라 세계사까지도 알아갈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주제도 상당히 예민하고도 깊이가 있는 것들이 많다.

현재의 촛불혁명을 이야기 하면서 영국의 혁명과 프랑스의 시민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루소의 주장이 미국에 영향을 미쳐 독립선언을 하기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고, ‘십상시라는 단어 하나로 과거에 이루어졌던 측근정치부터 시작하여 현재의 최고 권력자의 십상시 게이트까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광대한 영역의 역사 이야기는 매우 이야기 하나하나가 상당히 흥미롭고 빠져들게 만든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한국사와 서양사를 아우르는 것뿐만 아니라 철학자들의 정치와 국가에 대한 주장까지도 다루고 있어서 소위 말하는 통합교육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그리고 어마어마한 역사적 지식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는 생각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역사 교사이니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이 역사적 지식을 다수의 사람들이 알기 쉽게 풀어 낼 수 있으려면 상상도 못할 만큼의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 역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감탄을 했던 것이다.

이 책에는 내가 잘 모르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도 상당히 많이 들어있어서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꼭 청소년이나 학생들에게만 국한 시켜 읽도록 권장하는 것은 좀 아쉽기도 했다.

오히려 역사를 쉽고 흥미롭게 볼 수 있으니 역사를 잘 모르거나 역사공부를 재미있게 다시 해보고 싶은 어른들에게 매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한국사 개정교과서 때문에 나라가 한창 시끄러웠던 적도 있었고 여전히 바른 역사인식을 심어주지 못한 채 본인의 사관대로 역사를 가르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물론 어떤 성향으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의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친 후 아이들이 정립할 사관은 본인 스스로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기에 역사 교육이 매우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달았다. 아직은 좀 많이 부족한 나의 역사적 지식이 많이 부끄러웠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찬란한 역사뿐 만 아니라 아픈 역사,조금은 부끄러운 역사의 한 단면들도 더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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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새움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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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소년 시절 그냥 제목과 대강의 내용만 알았을 뿐, 꼼꼼하게 읽었던 책은 아니었다.

집어 들었다 놓기를 몇 번을 반복했으나 결국 다 읽어내지 못했었으니까.

그렇게 어른이 된 후 일과 관련된 이유로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도 사실 그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아니었다. 그저 망망대해에서 노인 홀로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지키기 위해 상어들과 사투를 벌이다 인간은 파괴되어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어라는 말을 남겼다는 것만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노인을 통해 포기할 줄 모르는 인간의 의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했었던 것이 노인과 바다에 대한 기억의 전부이다.

요즘 고전을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라

마침 새롭게 번역된 노인과 바다의 출간을 알게 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번역의 중요성에 대한 역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실 책을 읽을 때 역자의 말이 앞에 있는 경우는 드문 것 같은데 맨 앞에 나와 있고

잠깐 훑어 볼 생각으로 펼친 역자의 말 첫 문장이 모든 번역서를 그게 그거일 것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첫 문장의 신선한 충격 덕분에 역자의 말을 찬찬히 읽어 볼 수 있었고 그 덕에 기존에 읽었던 책과 어떤 다른 느낌을 줄 지 조금 더 차분히 생각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번 <노인과 바다>가 조금 더 직역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문체는 좀 딱딱하고 건조한 느낌이 들며 문장 또한 간결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용에 대한 느낌은 조금 더 진솔하고 진지하다고 해야 할까? 오히려 더 노인의 마음과 소년의 마음을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이를 더 먹고 세상을 더 알기 때문에 오는 느낌의 차이일 수도 있으나 이전에 읽었던 책을 잠깐 살펴보고 나서 더 확실하게 들었던 느낌이다. 

노인과 소년의 우정에 대한 따스함이 이번에는 조금 더 감동스럽게 다가왔고

나이차에 관계 없이 서로 마음이 통할 수 있고 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노인에게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

, 그 넓고 넓은 바다에서 고기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여러 날을 보내고, 힘들게 잡은 물고기를 지키기 위한 사투가 처절하기도 하고 감탄스럽기도 하지만 사실 조금은 이해가 어렵기도 했다.

나라면 과연 끝까지 물고기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머릿속을 어지럽히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노인은 결코 포기란 없었고, 용감하게 매우 경건한 마음으로 상어들과 차례로 사투를 벌였고 비록 다 내어주기는 했지만 상어 역시 온전히 놓아주지는 않았음에도 노인은 겸손하게 그들의 승리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결국 살아 돌아온 것은 노인이기에 그 힘든 고난의 시간을 잘 견뎌낸 노인의 승리라고 난 생각한다. (인간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

역자는 기존의 번역서들이 의역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고 했는데 내가 가지고 있던 노인과 바다 책을 다시 살펴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그것이 결국 의역에 의해 내용은 매끈하게 연결되나 의미 전달에 있어서는 원작 그대로의 의미 전달은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역자에 말에 어느 정도 동의 할 수 있었고 그래서 책에 있어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노인과 바다는 어렵다. 그리고 재미있지도 않다. ^^;;

그래도 예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노인에 대한 공감을 얻을 수 있었듯이

조금 더 세월이 지나 다시 한 번 읽는 다면 그땐 완전하게 헤밍웨이의 의도를 파악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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