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모모미에게는 연인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연인이라고 생각했던 남자가 있었다. 그의 요청으로 둘이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에 갔었다. 거기서 덜컥 마주친 것이 고등학교 때 친구였던 미유키다. 하지만 우연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미유키는 모모미와 함께 있던 남자와 동거 중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결혼식 날짜까지 받아놓은 상태였다.


거짓이 아니었다. 고타에 대한 마음 따위, 눈곱만큼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떤 얼굴이었는지도 제대로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 모모미도 밀크티를 마시면서 결국 미유키는 고타를 잊지 못했었구나, 라고 이해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머리를 밀고 무릎을 꿇은 정도로 용서해줄 리가 없다. 머리칼이야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라나는 것 아닌가. 게다가 바람피우는 남자라는 건 몇 번을 들켜도 반성하지 않는 법이다. 그런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미유키에게 말해줘야 할까 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가위바위보 대회가 시작되었다. 모모미 팀은 바로 옆에 있던 팀과 겨뤄 간단히 2연승을 거뒀다. 내심 일찌감치 패하고 끝내 버리고 싶었지만 이런 때일수록 마음대로 져지지도 않는다.


누구에게나 결국 빚을 청산해야 할 때라는 것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플러스 요소와 마이너스 요소가 있다. 중요한 것은 덧셈과 뺄셈을 거쳐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다. 


"기분 맞춰주는 거야 잘하지. 입만 먼저 태어난 것 같은 사람이니까. 목적을 위해서라면 마음에 없는 말도 태연하게 술술 내뱉잖아. 그래서 영 믿을 수가 없어. 나는 결혼해도 그 사람이 하는 말은 일단 믿지 않을 생각이야."


"달리는 데 집중하느라 뒤쪽에 신경쓸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뒤쪽 사람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도 잘 모르는데 어떤 코스를 어느 정도의 스피드로 달려야 하는지, 나는 아무래도 판단이 망설여지더라고요." ... 이 사람을 따라가는 건 포기하는 게 좋겠다. 모모미의 마음속에 체념이 싹트고 있었다.  만일, 이라고 히다가 말했다. "만일 함께 탈 거라면 모모미 씨를 앞세우고 내가 그 뒤를 따라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 히다의 제안을 받아들여 모모미가 앞서서 달리기로 했던 것인데, 그것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를 놓칠 걱정따위, 전혀 없었다. 모모미가 멈춰서거나 넘어질 때면 반드시 히다가 곧바로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해도 그는 모모미 뒤에 붙어있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따금 뒤글 돌아보면 벽을 오르거나 가장자리의 파우더를 가르는 식으로 그 나름대로 다양하게 즐기고 있었다. 그래도 결코 모모미에게서 눈을 떼지는 않는 것이리라. 히다가 틀림없이 뒤에서 지켜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모모미로서는 마음 놓고 어떤 경사면에라도 도전할 수 있었다. ... 그를 이토록 믿음직스럽게 느낀 것은 둘이 만난 이후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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