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만-정채봉


철옹성 인간이 있었다.

폭력의 악마가, 금력의 악마가, 권력의 악마가

차례로 찾아가서 유혹도 해보고, 회유도 해보았지만

번번히 퇴짜만 맞고 돌아왔다.


악마들이 특별 대책 회의를 열었다.

갑론을박 끝에 지금은 현직에서 은퇴한 늙은 악마를

특사로 임명했다.


늙은 악마는 다른 악마들이 원정할 때와는 달리

준비물 하나 없이, 그리고 수행원도 없이

홀몸으로 비실비실 떠났다.


그런데 놀라운지고?

그 인가의 철옹성이 허물어졌다는 속보가 날아오지 않는가?


돌아온 특사, 늙은 악마에게 악마네 신문 방송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도대체 무슨 수를 쓰셔서 그 철옹성을 함락하셨습니까?"

"별다른 것이 아녜요. '딱 한 번만'이라고 졸랐지요."

"그러면 이번 한 번뿐이겠네요?"

"순진하기는... 자네도 그 인간 못지않구먼."

아, 한 번 맛보았는데 그것으로 그치는 인간들 보았어?

그렇게 망하는 길이 나는 거야."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정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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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동 2019-10-05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정채봉을 접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두장을 읽기도 전에 난 젇채봉에 반해 버렸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구나 하는 감동....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