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를 살리고, 나는 더 단단해졌다 - 감동육아에세이
한결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7월
평점 :
주중에 친정에 다녀와 보니, 집 앞에 배달 되어 있는 책....! 궁금했지만, 쉽게 열어볼 수 없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으므로..., 급하게 읽는 걸 싫어 하므로...
그리고 금욜쯤 책을 집어 들었다. 두껍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 반면 가볍지 않은 묵직한 글들이 읽는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비록 아이들 때문에 처음 부분만 볼 수 있었지만, 알수 있었다. 글이 진짜라는 것을.. 다시 덮는 나,,,
'이 글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에 읽어야겠구나.'
저번주 일요일, 원래 나는 큰 소리 치는 것을 싫어한다. 상대방이 하는 것도, 내가 하는 것도 싫다. 일명 '악다구니'를 엄청 싫어한다. 그런 싸움 뒤에 오는 불편한 감정, 기분 나쁜 그 감정에 내가 휩싸이는 것을 싫어하고 되도록 피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일요일에 남편에게 악다구니를 퍼부었다. 신랑은 별거 아닌 듯 한 말에 그동안 쌓여 있던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사실 이 날은 남편이 화장실 청소에, 간단 요리에 씽크대 하수구까지 청소 해준 날인데도, 나는 악다구니를 제대로 퍼 부었다. 물론 이유는 있었으나, 내면 깊은 곳에서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렇게 건강하던 내 몸이 늬 아들들 키우다 이리 됐잖아.'
'내가 아이들 엄마표로 가르치느라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내가 왜 제사를 지내야 하니? 내 부모도 아닌데......'
'알러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심정을 알아?'
'내 부모는 날 왜이리 나약하게 키웠을까?' 등등.....
뭐든 자신감 넘치는 나이지만, 한편으로 박혀 있던 피해 의식이 남편에게 그리 행동하게 한 것이다. 워낙 건강하던 내가 40대에 들어서며 여기저기 이상 신호를 보내는 몸들로 심신이 지쳐 있었던 것도 한 몫 했으리라...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 '내가 왜 그랬을까?'하고 후회는 했지만, 한번은 쏟아 내었을 감정들이었다. 그리고 곧 이어 뒷골까지 땡기는 불편한 감정들이 나를 엄습했다. 역시나 유쾌하지 않은 감정들...😨
그날 저녁, 언제나 그랬듯 남편은 슬며시 화해를 청했고 우리 식구는 외식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돌아와 잠이 들었고, 중간에 잠이 깨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30분...! 나도 모르게 다시 한결 작가님의 책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2시간 동안 책을 모두 읽었다. 술술 읽히는 책, 굉장히 힘겨웠을 경험을 풀어낸 글임에도 술술 읽혀졌다. 그 만큼 리듬감 있게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스토리, 언제나 밝고 씩씩한 한 결 작가님의 이미지와 글이 닮아 있었다.
알러지 아이를 힘겹게 키웠던, 지금도 키우고 있기에 공감 되는 이야기, 물론 작가님에 비하면 나의 아픔은 보잘것 없겠지만, 나도 아이를 안고 응급실로 뛰어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에, 알러지 클리닉 가는 지하철 안에서 내가 모르고 준 간식을 먹고 멈추지 않는 기침으로 급기야 토를 하며 내 잠바에 모두 게워내는 아이...
그 아이를 들쳐 안고 밖으로 나와 절박하게 택시를 잡았던 기억, 하지만 병원에 도착하자 오히려 나를 위로 하는, 누구보다 의젓한 큰 아이를 보며 더 가슴 아팠던 일들...아픈 아이를 그리 씩씩하게 키워 내고 계신 한결 작가님에게 공감하고 또 글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떠오른, 평생 몇번 있을까 말까한 악다구니를 퍼 부은 오늘의 일...! 한결 작가님의 글을 보며, 큰 일이 아님에도 피해자인척 살아가고 있는 내가 보였던 것이다.
우리 남편, 누구보다 책임감 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데, 나 힘들다는 핑계로 저 사람에게 막 대했구나. 누구보다 날 아끼고 잘해 주려고 하는 남편인데...
요즘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아이들이 어려 아직 내 것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불만족스러움의 핑계로, 남편에게 모든 걸 쏟아부었구나. '나' 자신을 탓하지 못해 '그'를 탓한 것이구나. 책을 읽는 내내 너무 부끄러웠다. 너무 창피했다. 다시 오늘 일을 주워 담고 싶었다.
그리고 나서 책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그래! 작가님처럼 나도 못 할 것 없지!'라고..! 최근 하고 싶었던 일을 아이들 때문에 포기 하려고 했었는데, '그럼 그 일을 집에서 해보자!' 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내 머릿속은 명료해졌다. 무엇을 해야할지 안개 속이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명확한 이정표가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되는거야! 남을 탓하는 멍청한 짓은 그만 하자~!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받아 들이고 그 안에서 뭐든 해 보자!'
이렇듯, '아이를 살리고 나는 더 단단해졌다' 책은 힘겨운 40대를 맞이한 나를 일으켜 안아주었다. 그리고 나를 보듬으며 '엄마니까 힘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어 준 한결작가님의 에세이.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어떻게 변화 시키는지 잘알기에 나는 오늘도 책을 놓을 수가 없다.
힘겨웠던 지난 날을 켜켜이 꺼내어 우리에게 큰 희망과 이정표를 안겨주신 '아이를 살리고 나는 더 단단해졌다.'의 저자 한결 작가님^^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