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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만
박한평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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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나는 감정을 앓았다. 세상 만사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내가 자는 시간, 먹는 것, 시간을 쓰는 방법 밖에 없다는데 그 모든 것들이 '감정'하나에 무너져 내리곤 했다. 강철같을 것 같았던 의지도, 영원할 것 같았던 우정도 때때로 나도 모르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감정에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25살 즈음의 여름이었다. 내 마음인데,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속수무책으로 나를 무너뜨렸다. 감정을 나쁘게 하는 것들을 멀리 하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도피는 어떤 것도 해결해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만]은 조금 다른 의미로 나에게 다가왔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로 더웠던 여름 날부터 웅크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추웠던 겨울날의 내가 고민했던 모든 것들이 담겨 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나 자신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어 줄 수 없는 순간들을 보내는 당신을 위한 위로를 [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 에서 만날 수 있다.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러워진 요즘에는 <감정다루기>에 대한 다양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개중에는 심심한 위로를 건네거나, 때로는 전문적인 정신과 지식까지 더해진 내용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만] 에서는 실제로 저자가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워나갔던 경험이 그대로 담겨 있어 더욱 공감이 가고, 또 그 해결방법들도 실천하기가 쉽다. 이번 서평에서는 특히 공감이 갔던 내용들에 대한 소개를 통해 #감정조절 에 대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케이스와 필자 또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해결책들을 공유해본다.



자신의 기분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오롯이 마주하기 위해.


잘 지내지 못하는 내 기분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지금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건지


혼란을 겪는 사람들에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기 위해.


이 책은 그 여정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해우소 인줄 알았던 불평이 일상이 되었다면


감정 컨트롤이 유난히 안되는 시기를 돌아보면 늘 불만 사항을 말하고 다니곤 했다. 직장 상사의 이런 점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사는 집의 이런 구조가 너무 불안해서, 심지어는 식당이 너무 시끄럽다는 불평까지. 때때로 불편과 불만은 더 나은 발전을 위한 현재의 상황 인식으로 작용하곤 하지만, 그것들이 가지는 부정적인 감정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불평을 중단하라는 말은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애써 무시하라는 말과는 아예 다르다. 불평이 습관이 되는 걸 경계하라는 의미다.


입에 불평이 가득하면 어딜 가든 그곳 또한 불평할 것들이 넘쳐나는 곳이 된다.




돌아보면 좋은 일은 한번에 생기지 않는다. 서서히, 많은 시간에 걸쳐 빌드업되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구절 중


생각을 조심하라.


말이 되기 때문이다.


말을 조심하라.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행동을 조심하라.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습관을 조심하라.


인생이 된다.


라는 구절이 있다. 이렇듯 선물처럼 내려온 것 같은 좋은 일도, 하필 나에게 떨어진 벼락같은 나쁜 일도 꾸준한 역사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그러니 감정 조절을 위해 쏟아내던 불평들의 방향을 바꾸어 나가는 연습은 장기적인 마인드셋의 방향을 위헤 필수적이다.


걱정, 정말 필요한 순간이었을까?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를 겪을 때 걱정거리는 좋은 밤친구가 되어 주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걱정 거리들, 결국 최악으로 치닫는 시나리오는 나를 겁먹게 만들기 충분했다. 우스운 일은 걱정했던 상황은 대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따금 그 걱정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여지없이


거봐!!


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는 모두 그 상황들을 해결해왔다. 그리고 걱정하던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더라도 대부분 훨씬 더 견딜만한 수준으로, 걱정하던 밤이 무색하게 간단하게 끝날 때도 있지 않던가.



걱정을 마냥 덮어두는 그런 무책임한 태도를 견지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걱정의 크기를 실체보다 더 크게 느껴서 지레 겁먹거나 움츠러들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 걱정이 되는 일이 있다면 단 한가지를 떠올리는 시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인가?" YES 의 답이 나오면 더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해결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NO 라는 답이 나온다 해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내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정을 미리 조절하는 법


스스로가 예민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때때로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의 파도를 겪는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나는 나만의 리츄얼을 만들었다. 바로 감정을 미리 조절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가끔 역치에 도달하기 까지 그 모습을 숨길 때가 있어서, 갑작스럽게 폭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엔 매일, 1주일, 2주, 한달, 분기별로 스트레스를 완화하곤 한다. 예를 들어 매일 일기쓰기, 일요일엔 화장실을 청소하기, 2주에 한번은 가만히 누워 영화보기, 한달에 한 번 좋아하는 친구와 장시간 통화하기등이다.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삶에 치여 잊기 쉬운 일들을 일부러 해 나가다 보면 인지하지 못한 채 쌓여있던 스트레스들을 경감할 수 있어 감정의 파도를 막을 수 있다.



기분 전환을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두는 건 중요한 일이다.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순간에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탈출구가 되기 때문이다. 하루를 기대하게 하는, 생각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그것을 당신이 꼭 찾을 수 있기를.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 기회를 빼앗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날씨의 영향으로, 심지어는 스쳐지나는 말 한마디에도 울적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땐 단순노동의 힘을 빌려보자. 책에서는 뜨개질을 소개했는데, 나의 경우엔 냉동실에 쟁여놓을 수 있는 음식거리를 만들곤 한다. 요리의 특성상 과정 중에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렵고 완성된 요리를 가족들과 함께 맛있게 먹는 과정에서 충분한 감정 환기는 물론 보람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에게서 주도권을 빼앗아 오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경험의 힘은 생각보다 강렬해서, 이후 감정에 압도당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삶의 복잡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가끔 경험하는 단순작업을 통해 머릿속이 환기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당신의 주의를 끌만한 새로운 일 혹은 단순한 일에 집중하면서 잡생각과 복잡한 문제로부터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다.



여행마저 어려워진 요즘, #코로나블루 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울감 뿐 아니라 감정에 압도당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매일 밤 고통을 겪지 않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감정컨트롤을 통해 평정심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만] 이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수 있을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야 할 우리의 인생을 위해, 좋은 위로는 꼭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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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무심해도 괜찮아 - 세상에 쉽게 상처받는 초민감자를 위한 심리 처방
오라 노스 지음, 강성실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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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고민을 말하면 속이 좀 시원해지는 느낌이야". 친구는 술자리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단골 호프집에서 나누기엔 무거운 주제의 고민을 들어주며, 지대한 공감을 보내며. 진이 빠진 나는 속으로 생각하곤 했다. '넌 속이 시원한데 내 속은 무겁네.'. 공감을 잘 해준다는 말은 언제부터인가 칭찬 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오곤 했다. 그렇게 세상에 쉽게 상처받고, 남에게 맞춰주며 배려하는 것이 일상인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무심함이었을지도. 공감능력이 뛰어난 초민감자를 위한 심리 처방이 담긴 <조금 무심해도 괜찮아>에서는 그 무심함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타인의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공감은 하되 나의 삶의 중심을 지키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6월의 심리학 도서. 


저자는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상대방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공감능력을 가진 사람을 "초민감자"로 칭한다. 관계 중심적인 우리 사회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초민감자로서의 고민을 가지고 있을 듯 하다. 특히 몇년 전부터 화두로 떠오른 표현 "감정쓰레기통"이라는 표현에 빗대어지는, 남의 고민과 엄청난 감정을 습관적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에게는 더없는 위로가 될 책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적고 있는 필자 또한 20대 초반, 남의 고민과 감정을 어떻게 받아주고 처리해주는 지에 대해 미숙한 상태에서 나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답답함을 느꼈을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어떻게 이 답답함을 해결해야 할 지 몰라 그저 모든 관계를 차단하곤 했었는데, 만약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조금이라도 더 현명하게 그 과정을 해결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마저 남는 독서였다. 


우리 삶의 절반은 어둠 속에 있는데, 어떻게 항상 빛 안에만 머물 수 있겠는가? 하루가 끝나갈 때 밤은 필연적으로 오기 마련이다. 



우리는 모두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책은 초민감자, 혹은 공감능력으로 인해 오히려 고통을 겪는 이들의 특징을 살펴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의 민감성으로 인해 마주하는 어두움에 대한 공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2장에서는 그림자를 이해하는 심리학을 함께 한다. 그리고 그 민감성의 시작,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감정 에너지의 분출방법과 공감능력으로 인해 감정의 주인을 찾는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감정의 주인찾기를 심리학과 이어 설명한다. 


자신을 잘 알게 되기 까지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진정으로 파악하고 해결하려면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과 떨어져 있으면, 다른 이들의 에너지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에너지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이러한 감정의 주인을 찾았다면 나의 중심을 위한 너와 나의 경계선을 뚜렷하게 할 필요가 있기에 6장에서는 그 경계선에 대한 심리학을, 7장에서는 그러한 인간관계에서 나의 에너지를 지키는 법을 함께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민감성과 공감능력을 정말 나의 장점이자 능력으로 바꾸기 위한 조언이 담겨있다. 모든 과정에서 초민감자를 위한 실천리스트가 함께 하고, 실제 상담가로 활동중인 저자가 겪은 다양한 상담 사례가 담겨 있어 모든 과정은 쉽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당신이 자신의 경계선을 존중할 떄 느끼는 만족감과 힘은 일시적 죄책감보다 훨씬 크다. 



나를 위한 선택을 허락하라. 


책의 표지에는 "남에게 맞춰주다가 내 인생을 끝내고 싶진 않아"라는 말이 적혀있다. 올해 초, 습관적으로 남의 고민을 들어주다가 지쳐 버렸던 내가 스스로에게 되뇌였던 말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긍정의 에너지는 바닥을 쳤고, 남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 자체가 부질없이 느껴지곤 했다. 들어주고, 공감을 해주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었는데. 언제부터 그 과정이 고통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그런 과정에서 나는 나 스스로의 고민에도 지쳐버리곤 했다. 그런 내게 많은 책과, 사랑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거리를 두라고 조언했다. <조금 무심해도 괜찮아>에서 또한,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고, 내가 건강하고 아름다울 때 비로소 남에게 행하는 공감이 빛을 발한다고 말하는 듯 하다. 그러니 오늘도 아직 조금은 지쳐있는 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길. 나 부터 생각해도 괜찮다고, 조금 무심해져도 나는 그저 나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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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 80이 넘어 내가 깨달은 것들
메흐틸트 그로스만.도로테아 바그너 지음, 이덕임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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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이듦에 대한 새로운 시선


 -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 에세이 추천


할머니, 할아버지는 나의 많은 것들을 완성시켜주었다. 어린 시절의 할머니는 나에게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쉼터같았다. 초등학생이 되어 모든 것에 궁금증을 가지던 내게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다 아는 척척박사셨다. 할아버지가 알려준 과학의 이론들이 많이 틀린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20대 후반의 지금에서도 그 이론은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다. 머리가 좀 컸을 쯤, 박막례 할머니를 처음으로 만났다. 세상의 모든 것을 처음 본다는 듯이 신나하시는 모습에 그 분의 인생 절반만치도 살지 않았으면서 모든 것을 안다 생각한 내가 얼마나 부끄럽던지. 그 이후로 노년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의 주변에 있었고 어떤 때에는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늘, 내가 만난 또다른 최고의 할머니를 소개하려 한다. 80이 넘어 깨달은 것들을 알려주는 독일의 키가 작은 할머니. 메흐틸트 그로스만의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이다. 


치열하게 살았던 순간들은 소중하다.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새롭게 행복의 순간들을 만들어내겠다. 지금 현재.


시험에, 여러 마감에, 일에 치여 한참을 미루던 책을 집어들었던 엊그제 밤, 나는 좀처럼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어떤 순간은 단호하게, 어떤 순간은 부드럽게. 하얗고 보드라운 머리카락이 느껴지는 듯 다정한 문체에 한순간에 매료되었다. 지쳐서 몇페이지만 읽어야지, 싶었는데 부드러운 이불 속에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밤늦도록 읽어 내려가며 한참을 깔깔 웃고 훌쩍 훌쩍 울었던 시간이었다. 



나이듦이란 무엇인가, 25살이 되던 생일, 농담처럼 주변의 사람들이 말하는 '꺾인다'의 표현이 너무나도 싫었다. 26살 때 헬스장에서 만난 트레이너는 이제 곧 서른인데~ 라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뒤로 그 트레이너를 본체도 하지 않았다. 이상했다. 시간이 가면 나이는 드는 거고, 그에 맞게 나는 또 매일을 새롭게 살아야 하는 것 뿐인데 왜 자꾸 그 시점 시점마다 무언가를 바라고 포기하기를 기대하는지. 솔직하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에 대한 답을 속 시원하게 내려주는 할머니 저자의 글에 자꾸만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났다. 


인생 최고의 시기는 노년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쩌면 노년은 단지 시작일지 모른다. 


무릎이 쥐어짜듯 아프건 말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크고 다채롭고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조언은 삶의 모든 방면에 걸쳐 다정하고 부드럽게 , 유쾌하고 솔직하게 진행된다. 남편의 장례식에서 느꼈던 사람들의 온기, 그리고 데이트를 하는 손녀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 얼마나 입겠어, 망설이다 구매하는 코트에 대한 시원함이 모두 느껴진다. 재미있는 것은 그 모든 것을 20대의 나도 느낀다는 것이다. 나에 대해서, 그리고 부모님에 대해서. 감사하게도 아직 정정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보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걱정했던 것도 더이상 무섭지가 않을 정도다. 코로나로 생각만 늘어나는 요즘,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 


느린 걸음걸이가 당신의 삶의 속도를 늦추고 순간 속에서 살도록 만든다.


나이는 등록할 필요가 없는 명상코스이다. 


메흐틸트 할머니의 매력은 그 모든 나이듦의 과정을 지나치게 미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허리가 아프다는 것도, 살이 늘어진다는 것도 모두 다 솔직하게 말하고 그것이 너무 좋다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노화의 과정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전한다. 그런 글들을 읽다 보면 세상 사람들이 나에게 나이가 들었다고 하는 것도, 우리 엄마가 흰머리를 보며 한숨짓는 것도 모두 다 별일이 아닌 것으로 느껴진다. 시간이 가면 나이는 들고 몸은 변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것은 세상도 변하고 나도 자란다는 것이다. 우리는 성인이 되고 나면 성장을 멈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80이 넘은 이 할머니도 마음은 20 그대로라고 말한다. 그러니 스물 몇의 내가 왜 나는 아직도 그대로인것 같지 하는 고민을 가지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긍정적으로 모든 과정을 받아들이며 때로는 신릴한 비판도 이어가는 할머니의 태도를 조금이라도 본받고 싶은 4월의 마지막날이다. 


징징거리는 게 내 삶이 행복해지는 데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과거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이 제 그 모든 것이 얼마나 덧없는지 낱낱이 이야기 해봤자 일상의 멋진 순간만 망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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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랜 불안에게
이원영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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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새벽 꽃시장에 다녀왔다. 기약없는 코로나의 종식 소식과 더불어 끝을 알 수 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만난 작은 기쁨이었다. 비가 내릴 것 같은 흐린 날씨를 알기나 하는지 저마다의 색과 향을 뿜어내는 꽃들 사이에서 오랜만에 사람들의 활기를 보니 감회도 새로웠다. 어떤 이유로 꽃을 사는 걸까, 꽃을 사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있어 더욱 좋았다. 이원영 작가의 [나의 오랜 불안에게] 에는, 그런 꽃같은 삶이 담긴 듯 하다. 오랜 기간 불안을 앓아내고 버텨오며 꾹꾹 눌러적은 수필이 담긴 책을 봄의 한가운데에서 만났다.



 자유를 즐기는 여유보다 괴로움, 외로움, 막막함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을 더 오래 견뎌내야 한다는 사실에 나 자신이 애처롭다.



처음 불안을 앓은 이후로 나는 굉장히 날카로워졌다. 다시는 불안을 겪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오히려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악순환속에서 어쩔 줄 모르는 내 마음을 몰라주고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 어찌나 야속하던지. 감정의 잔을 가득 채워 찰랑이던 불안은 이내 어디에서 엎어질 지 모르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나의 오랜 불안에게’ 를 읽으며 그 시간들이 자주 떠올랐다.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던 그 순간들, 이유도 모르고 엉엉 울던, 이건 우는게 아니라 그냥 눈물이 터지는 것이라고 애써 변명하던 그 시간들. 모든 것이 지나간 지금에야 이겨냈다, 라는 표현을 쓰곤 하지만 사실 불안을 겪는 사람들은 그저 그 순간을 견뎌내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마다 깊은 공감이 갔다.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던 목표가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자 초라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무기력과 절망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은 섬세한 고통이었다. 


그렇지만 견뎌내는 시간이 아무것도 선물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마음의 아픔은 어떤 병보다 전염이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상담을 전문가로부터 받고, 나에게 맞는 루틴을 개발하고 안정에 좋다는 것은 무엇이든 시도해보았다. 모든 것이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제 내 스스로의 마음에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뿐이랴, 평소 같으면 차일피일 인간관계라 어쩔 수 없다고 믿던, 부정적인 사람들과의 관계도 조금씩 정리해나갔다. 불안이 정리되고 나니 일상에 의지가 더해졌고, 자연스럽게 나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오랜 불안에게]의 서사도 그랬다. 차근 차근,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내게 필요한 일들을 찾아보는 시선의 이동을 통해 잊고 지냈던 그 치료의 시간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사람들은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실상 힘든 일을 겪는 순간의 시간은 천근만근 느리기만 하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딘 미래의 당신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길. 책을 읽는 내내 작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실은 나를 응원했던 그 마음으로 그의 시선을 따라가는 새벽의 독서가 행복했다. 


그럼 우리에겐 현재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안심한다.


김영하 작가는 우리가 졸업식과 같은 행사에 꽃을 선물하는 것은 한송이 꽃이 피어나는 과정이 무엇을 이루어내는 과정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안은 삶과 함께 지속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하루를 잘 이겨낸 누군가에게 기꺼이 꽃 한송이를 선물해 줄 수 있다면 그만큼 그에게 기분 좋은 위로가 있을까. 조금은 낯설어도 내가 나에게 꽃을 선물하며 그래, 잘 이겨냈다 라고 말할 수 있기를, 그러므로 인해 기꺼이 과거의 나와 미래의 불안을 온전히 품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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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롭게 투자한다는 것 - 절대 잃지 않고 가장 오래 쌓는 투자의 대원칙
버턴 말킬.찰스 D. 엘리스 지음, 한정훈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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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돈을 버는 것, 지혜롭게 투자한다는 것 



카카오의 거래 정지로 맞이하는 월요일의 주식 창,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는 곳에서 누군가의 창은 빨간불이 가득, 누군가의 것은 파란불이 가득하다. 주식 투자는 이제 너무 당연한 재태크방법이 되어버렸고 코인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라고도 한다. 카카오티비의 예능 #개미는뚠뚠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프로 주식 투자자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지금까지 잘한다고 생각했던 예금 속 돈은 그저 녹아 없어진 것으로 원금의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주식이며 편드에 돈을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 지혜롭게 투자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투자의 첫걸음은 첫째도 둘째도 저축! 

예금 속 돈이 녹아없어졌다고 표현한 주식 프로도 주식 투자는 꼭 여유자금으로 시작하라는 말을 했다. 여유자금을 위해서는 저축이 첫번째! <지혜롭게 투자한다는 것>에서는 일찍 저축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와 간단한 절약, 그리고 큰 절약을 위한 오랜 지혜를 전한다. 

기회 비용의 측면에서 들여다보자. 당신이 낭비하는 사소한 돈을 은퇴할 때까지 불릴 수 있는 자금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성공했다고 떠벌리는 이를 조심하라고? 나 자신부터 조심하자.

손실회피편향 : 얻은 것의 가치보다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것

주식 투자에서는 많은 이들이 지인의 권유로 투자를 한 것이 망해서, 그 사람은 정말 성공을 했대서 식의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들린다. 주식 투자에서 자주 나타나는 손실회피편향에서 투자자는 잃는 것의 가치를 너무 크게 느낀 나머지 “절대 손해보지 않을 것이다”라는 고집과 함께 더 큰 손해를 입고는 한다. 이렇듯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의 말을 얼마나 듣느냐가 아니라 나의 선택을 얼마나 신중하게 하느냐 인 것! 

<지혜롭게 투자하는 것>에서는 과도한 자신감이 불러일으키는 투자자의 오류등을 짚어내며 정말 지혜로운 투자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말해준다. 


그 사람에게는 로또였던 투자가 당신에게는 꽝일수도 있다. 

개인 투자자는 휩쓸리기 쉽다. 지난 2월 #게임스탑 사태를 보면 시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는 투자의 위험성을 알 수 있다. 당신에게는 당신만의 자산 배분이 있고, 지금 당장의 수익 보다는 복리의 효과를 통해 10년뒤의 엄청난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장사꾼들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데 유리한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팔기 위해서 펼치는 온갖 복잡한 기교속에서도 여러분은 단순한 원칙을 지킴으로써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주식 투자를 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투자를 하면 할수록 욕심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주식은 돈이 복사가 되기도 하고 어떤 주식은 좀처럼 파란 불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지혜롭게 투자한다는 것>을 읽으며, 정말 오래된 투자 노하우도 현대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것을 보면, 시장은 내 욕심이 없이도 잘 돌아갈 테니 나는 나의 길을 묵묵히 가며 나만의 투자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동학개미 로 꾸는 꿈도, #서학개미 로 꾸는 꿈도 모두 목적은 잘먹고 잘사는데에 있다면 적어도 마음 놓고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의 지혜는 쌓으면서 성공적인 투자를 계속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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