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어게인 - 포르투갈을 걷다, 리스본에서 산티아고까지
박재희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짓말 같은 하루들이 계속되고 있다. 하늘길은 막혔고, 작은 계곡조차 들어가는 것이 눈치 보이는 요즘. 주말마다 내리는 비도 이제는 어색하지 않고 취소되는 약속과 여행에 서운함을 느끼기에도 지치는 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꿈꾸지 않았던 여행이 있었다. 바로 #산티아고순례길 여행이다.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좋아하지만 무거운 짐을 지고 몇백키로를 걸어야 하는 것이 좀처럼 부담스럽게 들리곤 했던 #산티아고 #순례길 . 그런 나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준 책을 만났다. 커리어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 여행기를 담은 박재희 작가의 #산티아고어게인 을 통해 그곳의 하늘과 숲을 만나볼 수 있었다. 


여행자는 가장 자유로운 존재지만, 


익숙한 모든 것과 떨어진 외로운 사람이 아니던가.


쉴 틈이 나면 구글어스로 리스본을 찾아가며 여행을 꿈꿨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코로나 이전 너무나 당연해서 의미를 잃고 떠났던 여행들이 기억나곤 했다. 여행을 사랑했고, 사랑하지만 도망치듯 떠난 여행에서는 좀처럼 만족할 줄 몰랐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음식을 먹고, 낯선 말로 농담을 던지면서도 어딘가 공허했던 그 여행들. 만약 조금 더 소중하게 여기고, 떠나기 전 나에게 이 여행이 가져올 의미를 생각할 수 있었다면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본 하늘이 조금 덜 슬펐을지도 모르겠다. 


[산티아고 어게인]에는 리스본과 포르투갈, 그리고 산티아고의 정취가 담뿍 묻었다. 소매치기를 당해 빈손으로 터덜 터덜 돌아온 숙소에서 마주하는 리스본의 풍경, 지난하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순례길에서 바라보는 하늘. 그리고 유난히 힘든 날 만나는 길 위의 친구들과의 대화. 그 모든 것에 여행이 가지는 의미가 잔뜩 묻어 지치는 코로나 시국을 위로하는 듯 하다. 여행이 거창할 필요가 있으랴. 인생이 여행이라면, 지금을 소중하게 느끼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내리 이틀을 무리한 탓에 걷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겨 주었지만, 그저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여행이란 없다고들 하지만, 나는 모든 여행이 그대로 완벽하다고 믿는 쪽이다. 


산티아고를 주제로 한 책들은 많다. 산티아고 여행에 대한 정보는 차고 넘칠 정도다. [산티아고 어게인]의 특별함은 여행에 대한 정보를 담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저자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을 걸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겪고 싶지 않은 일들을 겪기도 하며 끊임없이 걸음을 옮긴다. 리스본에서 포르투갈, 그 모든 길들에 담백하게 얽힌 소소한 에피소드와 큰 깨달음을 따라가면서 나 또한 무엇을 찾고 싶었던 건지, 그리고 꿈꿨던 것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어?"


"나는 네가 아니잖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답을 모르는 척 자신을 속이고, 아는 답을 찾아 헤맨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멈췄던 것 같았던 요즘, 나는 자꾸 잃은 것에 대해서만 떠올리곤 했다. 취소한 비행기표만 속상하고, 더해지는 것은 마스크 속 답답함만 있는 것 같아 속상한 밤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행에세이 를 읽으며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에 대한 감사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지금 우리에겐 리스본의 아름다운 거리 풍경도, 포르투갈의 맛있는 문어 요리도 없지만 나와 마주할 시간은 있으니까. 산티아고를 걷는 그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본다면, 속상함은 줄어들고 감사함은 더 커지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 시크릿 - 어제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한 56가지 마음 훈련법
류창장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그리워하게 되면서, 현재의 많은 것들을 놓쳤다는 것이 나의 2020년에 대한 한줄평이었다. 여행을 그리워하느라 오늘 지는 노을을 바라보지 못했고, 마스크 없이 편했던 생활을 그리워 하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을 놓치고는 했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생각보다 아련하기 보다, 때로는 공격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을 지경이었다.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힘들어지고, 그 고통이 그대로 #코로나블루 가 되어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지금처럼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때도 없었고 여행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도피하던 습관도 고칠 수 있었다. 그렇게 일상의 행복을 발견하고 소중하게 여길 수 있도록, 작은 행복도 놓치지 않는 법을 [행복 시크릿] 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한가하게 그럴 시간이 어디 있냐고 따지지 마라. 상대도 연락하지 않는데 왜 먼저 해야 하느냐고 불평하지도 마라.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더 큰 행복을 느낀다. 


[행복 시크릿] 에서는 56가지나 되는 작은 일상의 행복을 소개한다. 코로나 이전의 나는 행복을 위해 어떤 이벤트가 존재해야 한다고 믿고는 했다. 일상이 지쳤을 때에는 여행을 떠나야 했고, 유난히 고된 하루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좋은 술집에서 술한잔을 기울이는 것이 낙이곤 했다. 그렇다 보니 늘 부족함을 느꼈다. 일상과 여행은 함께하기 어려운 두가지이고, 집과 술집은 엄연히 다른 공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강제로, 그 모든 것들이 없어진 이후엔 비로소 평소에는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시간의 행복,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마주할 수 있는 동네의 낯선 골목들. 함께 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에서 지금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를 느껴야 했다. 그리고 이제는, 여행이 없는 1년여간의 시간에서 그 어떤 여행에서보다 더 값진 것들을 얻어내고 있다. 바로 내 옆에 늘 있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늘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나의 24시간 속 곳곳에 숨겨져 있던 행복의 요소들을 발견하는 재미이다. 


당신의 친구가 당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우리는 서로 아주 특별한 무엇을 원하지도, 아주 값진 보상을 원하지도 , 아주 많은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 위로와 격려, 작은 가치라도 인정해주는 것을 원하고 바란다. 



그것에 소홀해지지 말자. 


일상의 행복을 발견하고 이를 잊지 않기 위함이라는 책의 중점에 맞추어 각 파트에서는 긍정의 발견, 현재의 행복, 그리고 행복의 의미와 그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56가지의 짧은 챕터들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에 부담이 없고, 유난히 지친 하루의 저녁을 위로하기에 더없이 적합하다. 


앞으로 나아가기만을 바라는 것 같은 사회의 분위기에서 가끔은 지쳐버릴 때가 있다. 뭐가 중요한지, 무엇을 위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이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아래로 두는 것 아닐까? 나의 인생의 곳곳에 피어있는 작은 길가의 꽃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고, 언제나 나의 뒤에 있어주는 가족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때가 있다는 걸, [행복 시크릿] 에서는 그런 소소한 행복들을 가질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한다. 


부유함의 진정한 의미는 마음에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들의 마음을 얻고 지지를 받아야 한다. 행복한 삶을 가꾸는 방법이고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비결이다.


지금을 살라고 충고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지금인가? 


지금에는 눈앞의 사람, 주변의 일, 그 순간의 감정이 포함된다. 



지금을 산다는 것은 과거를 슬퍼하지 않고, 미래를 기뻐하지 않으며 진심으로 그 순간의 감동과 행복에 집중하는 것이다. 


코로나블루가 가장 힘든 이유는 이 여정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그 의지들이 반영되기가 좀처럼 어렵다는 것도 한 몫을 거든다. 피곤해 지기만 하는 뉴스, 미뤄지는 여행 스케쥴속에서 조금씩, 어쩔 수 없이 일상의 행복을 발견했어야 했던 작년과 올해, 문득 이런 것들은 언제나 나의 안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했다. 여행을 가지 않았어도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는 걸, 우리는 모두 나의 인생이라는 여정 속의 여행자라는 것을 알게 되며 현재의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 이시국, 이 코로나가 준 강제성이 있는 현재의 순간들이 주는 가르침을 온전하게 배워갈 수 있는 나 자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오늘의 행복에 집중해보기로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미가 알려주는 가장 쉬운 미분 수업 - 미분부터 이해하면 수학공부가 즐거워진다
장지웅 지음,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오랜 짝사랑을 소개한다. 수학이다. 가끔 꾸준히 하면 실력이 는다, 라는 말을 볼때마다 나는 수학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주 어렸을 적, 구구단부터 시작해서 나눗셈, 집합, 미분 할 것 없이 나는 수학을 아주 아주, 못했다. 수능 성적도 겨우 3등급의 마지막 수준이었는데, 그나마도 만족스러운 나머지 아주 소리를 지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수학을 못했으면서도 나는 수학을 아주 좋아했다. 수학 선생님도 좋았고, 수학에 나오는 논리 정연한 말들도 매력적이었으며 그 어려워보이는 기호들을 예쁘게 쓸때면 아주 기분도 좋았다. 무엇보다 두루뭉실한 것이 많은 국어나 외우면 편한 사회, 과학 보다도 전혀 새로워 보이는 문제에 공식을 대입해 탁 탁 풀면 답이 나오는 모든 과정이 아주 좋았다. (그 답이 보기에 있었던 적은 많지 않아도..) 그렇기에 성인이 되고 나서, 수학은 계산기가 해주고 미분이나 적분과는 담을 쌓았음에도 가끔 수학이 옛 사랑처럼 생각나고는 했다. 그런 오랜 짝사랑을 끝내려고 한다. [개미가 알려주는 가장 쉬운 미분 수업]이 그 여정을 함께 해주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변화다. 변화 없이는 수학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놀랍게도 미분은 변화를 다룬다. 변화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변화를 다루는 미분 이야기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두었던 책들도 쌓여가는 마당에 이 책의 서평 제안을 덥썩 받아버린 이유 중 하나는 이제야 비로소 수학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시작한 주식, 시대를 바꾸고 있는 AI등을 보면서 수학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어디 있을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더랬다. 마케팅에도 차트나 데이터 분석을 위해 수학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었는데, 그 순간들마다 나는 지레 겁을 먹기 일쑤였다. 장지웅 저자가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미분 이야기는 수학에 대한 딱딱한 인식을 바꾸고, 그 안에 숨어있는 작은 이야기들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더이상 대입을 하면 딱 딱 떨어지는 수학이 아닌, 이야기들이 얽히고 섥혀 만들어지는 수리의 영역이 되어주는 것이다. 


미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분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그리고 그 미분을 활용하는 방법까지 담고 있는 [개미가 알려주는 가장 쉬운 미분 수업]은 성인에게는 또다른 일상의 즐거움을, 중고등학생에게는 수학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선물한다. 슈퍼 문과로 태어나 수학 공식을 외우느니 차라리 외계어를 배우겠다고 선언했던 나조차도, 수학의 정석을 취미 삼아 푼다는 모 연예인들을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수학이 우리의 일상에 아주 필요한 학문이고,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중고등학생 시절을 거쳐오며 지긋지긋한 등급의 굴레에 갇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리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개미가 알려주는 가장 쉬운 미분 수업]을 통해서는 수학을 어떻게 일상에 적용하고, 그로부터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과연 미적분으로 쩔쩔매던 17살의 나에게 이 책을 주었으면.. 잊자. 말을 말자구..


어찌되었건 오랜 두려움의 존재를 오랜만에 마주하고 마침내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던 과정. 솔직하게 잘 밤에 침대맡에서 절대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던 수학 책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이 웃길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책을 덮을 때 쯤에는 복잡한 세상에서 지칠 때 수학문제나 하나 풀어볼까 하는 객기도 다짐하게 되었다. 모든 것에는 아쉬움이 남으면 안되는데, 수학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쉬움이 남았나보다. 오랜 짝사랑을 끝내보는 독서, 책은 매번 새로운 가르침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지 않고 삽니다 -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는 구독경제 소비생활
정희선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빠는 이제 면도기를 사기 위해 여러가지 검색을 거치지 않는다. 자취 중인 남동생은 더이상 물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서 끙끙대며 물을 나를 필요가 없다. 엄마는 이제 가는 모발을 위한 샴푸를 검색하지 않아도 당신만의 샴푸를 매달 받아볼 수 있다. 모두 #구독경제 덕분이다. 사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나만을 위해 완성된 것 같은 매달의 선물을 경험할 수 있는 구독 경제는 어느덧 소비의 새로운 패턴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누군가는 필요할 때 사면 되지,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자주 필요하면서도 매번 결정하기 귀찮은 소비재들을 편안하게 받아본 사람들은 절대 구독을 끊을 수 없게 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커피 한잔부터 이제는 집까지 구독할 수 있는 시대, [사지않고 삽니다] 에서는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면서 이것들이 우리 일상에 가져오는 변화를 그려냈다. 


이제 고객들은 선택을 귀찮아하고, 선택에 들어가는 자신의 수고를 덜고 싶어 한다. 


얼마 전, 샴푸바 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요컨데 우리가 흔히 쓰는 액체 샴푸는 고체 샴푸에 일부러 액체화를 시키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화학 성분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되고, 플라스틱 통에 담게 되어 환경에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발빠른 MZ세대 답게 샴푸바를 사려고 검색을 했더니 무슨 종류가 이렇게도 많은지. 선택을 하기도 전에 피곤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런 순간들이 일상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환경운동과 동물들의 권리, 비건 등 다양화된 가치관이 생겨나면서 이미 포화상태였던 제품들은 더욱 더 그 수를 늘려가고 있지 않던가. 나를 위한 제품을 찾기 위한 과정을 즐기던 때도 잠시,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잔뜩 사느니 조금씩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싶은 나는 단 한가지 생각만 떠올렸다. 



그래서, 뭘 사야 하는건데? 



이때 구독 경제는 아주 간편한 제안을 한다. 선택은 저희가 해드릴테니까요, 써보기만 하세요! 


최근 구독 모델의 큰 흐름 중 하나는 고객의 취향을 파악해서 제품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이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다. 제품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것이 아닌 '전문가의 안목으로 골라주는 추천'이라는 서비스가 사업의 핵심 가치이다. 


샴푸바를 구매하겠다는 나의 선택은 결코 단순한 결정이 아니다. 수만가지의 선택지가 가능한 물질 포화 상태의 경제에서 소비는 더이상 단순한 제품의 구매가 아닌 나의 가치를 결정하는 잣대가 되곤 한다. '엘라스틴 했어요~'라는 그저 향기 좋은 샴푸가 아닌, 환경을 생각하는 나로서의 가치, 그리고 천편일률적으로 소비되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 대형 제조사의 소비재 보다는 작더라도 비오틴 함량이 더 많은 샴푸바를 구매함으로서 하나의 샴푸에서마저도 나를 위한 소비라는 가치관을 찾겠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그리고 많은 구독 경제 기업들이 이러한 사람들의 취향을 간파한다. 남이 쓰는 걸 똑같이 쓰기 싫어하는, 그렇지만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기엔 시간이 없는 현대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기업들. [사지않고 삽니다] 에서는 이런 것도 구독을 할 수 있다고? 싶은 산업군에까지 진출한 구독 경제 모델들을 만나보며 MZ세대의 소비 패턴에 대한 이해는 물론 그 안에 숨어있는 마케팅과 경제의 작은 변화들까지 만나볼 수 있다. 


구독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사지않고 삽니다] 에서는 사업자는 사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비자는 현명한 소비를 기획할 수 있을 것 이다. 특히 소비자로서 느꼈던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나라는 존재의 개성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고급 시계를 구독하는 서비스를 통해서 위험비용을 절감하면서 스스로의 취향을 알아갈 수도 있고, 술을 좋아하는 소비자는 술 구독 서비스를 통해 좀 더 품격있고 다양한 주종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취미 활동을 견고하게 만들 수도 있다. 구독경제는 스스로에게 적합한 제품을 알아가는 과정인 동시에 나의 취향의 파이를 넓히는 역할로도 작용할 수 있으니, 그 동안 약간은 아깝게 느껴졌던 구독 비용을 새로 바라보는 시각도 얻음과 동시에 다양한 구독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고객과 오랜 기간 끈끈한 관계를 맺어가려면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계속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고객의 기대치를 넘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획득해야 한다. 


무엇보다 구독 경제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두번째 매력은 그 과정에서 나의 취향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소비의 순간에는 나의 경제적 파이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다. 하여 "자동차"라는 소비재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차 구독 서비스"에 대해 알게 되면서 난생처음 "차"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엔 그저 "깨어 있기 위해"마시던 커피에 대해서도, 구독을 하게 된다면 어떤 취향을 선택해야 할까? 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니 무의식중에 마시던 커피에서도 나의 개성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지금은 물건이 아닌 경험에서 더 큰 만족감을 얻는 시대다.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제 물건이 아닌 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들은 소유한 물건이 아닌 경험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경향이 짙다. 


소비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21세기이지만, 그에 따른 경제적 능력에 대한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고 느끼곤 했었다면 구독 경제를 통해 자신의 파이를 보다 저렴한 가격을 통해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경제 모델을 만남으로써 나의 시야를 넓히고,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지 않고 삽니다]는 쉽고 재미있는 설명과 다양한 예시를 통해 부담없는 경제에 대한 접근을 함께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나만의 취향과 개성을 확립하고 싶다면, 한번쯤은 구독하기를 눌러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 네트워크 경제 입문자를 위한 가장 친절한 안내서
강성호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요즘은 공짜로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첫달무료 서비스 이다. 간단한 회원가입을 통해 이제는 세계의 동영상을 광고 없이 볼 수 있기도, 수만권의 책을 무료로 몇권이나 읽을수도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개인정보이다. 플랫폼을 소유한 자가 미래의 부를 거머지게 될 것이라는 4차 산업에서 데이터는 간단한 정보뭉치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네트워크 플랫폼 경제에서 각 개인이 예의 주시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이러한 경제 체제를 이해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서기관 강성호 작가가 운을 떼었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에서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볼 수 있다


네트워크 시대에 등장할 새로운 정치, 경제 권력은 누구일까?


네트워크 경제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가?


네트워크 경제에 알맞은 새로운 제도와 문화는 무엇일까?


이 책은 위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며, 그 대답으로 네트워크 경제의 가장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주인공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플랫폼 기업'이다



우리에겐 너무 쉬운 딜, 개인정보 제공 


사람들이 개인 정보를 대하는 태도도 이중적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를 너무나도 쉽게 제공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기업이 조그만 혜택을 제공하면, 손쉽게 자신의 개인 정보를 내준다. 


언젠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나의 개인정보가 몇원대 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보이스 피싱, 문자 피싱을 비롯해 언제 가입했는지도 모르는 사이트의 홍보 메일이나 문자로 메일함은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이트를 가입하건간에 #개인정보제공동의 란에 체크를 넣는 것은 1초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개인정보에 무감각해져있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은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장한다. 또한, [플랫폼 기업과 공짜점심] 에서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를 통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보여준다. 상품평을 쓰거나 방문한 식당에 후기를 쓰는 모든 행위가 플랫폼 기업의 자산이 되어주는 셈이다. 한마디로 지금 블로그에 서평을 작성하고 있는 순간, 나는 이 기업에 노동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노동에 대한 대가는 누가 지급해야 할까? 



플랫폼 기업이 지향해야 할 태도, 사용자와의 유대를 쌓아가는 과정


많은 경영학자들은 리프트가 급부상한 원인으로 다양한 원인을 지목한다. 친근한 브랜드, 승객들의 불안감 해소, 저렴한 가격, 까다로운 운전사 자격요건 등이다. 그러나 양면시장의 관점에서 보자면 플랫폼 양측을 형성하는 이용객과 운전자 두 집단을 균형있게 관리하여 교채 네트워크 외부 효과를 창출해낸 결과이다. 


언급했듯 다수의 이용자들은 무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듯 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저마다의 값을 치루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딥 러닝의 시대, 플랫폼 기업의 발전은 단순히 고객 만족을 넘어서 인권을 다투기도 한다.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쿠팡의 노동환경은 기업이 제공하는 편리함이 무색하게 보이콧을 일으켰고, 배달 문화가 창출해 내는 배달 서비스 제공자들의 업무 환경등은 도로교통법을 비롯한 사회 변화를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플랫폼 기업은 기업 내에서 뿐 아니라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발전해나가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시가총액이 주식 시장의 10위에 들어가는 것이 낯설지 않은 2021년, 고객과 기업은 조금씩 더 똑똑해져가고 있을지도.



간단하고 묵직한 사례들을 소개한 바와 같이 [플랫폼 경제와 공짜점심]에서는 네트워크 경제의 중심으로 우뚝 선 #플랫폼기업 을 바탕으로 사회, 경제, 경영과 금융권의 이야기를 다룬다. 네트워크 경제서라고 소개하였지만, 책의 중간 중간 저자가 던지는 심도있는 질문을 통해 현대의 경제에 대한 고찰을 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더해 저자 나름대로 고심하여 낸 조세제도의 개편이나 인공지능 감사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플랫폼 경제에 논하는 전개에 맞게 이 책 자체가 경제에 대한 작은 플랫폼이 되어 저자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어 더욱 좋았던 경제서이지 않았을까. 


코스피 지수가 3300을 넘은 2021년의 6월 말, 주식은 예능이 되고 새로운 화폐 가치가 매일같이 생겨나고 있다. 주식을 하고, 듣도 보도 못한 가상 화폐에 발을 담그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사회를 받치고 있는 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그 상황에서 개인은 어떤 의문을 가지고 참여해야 하는지를 알면 조금 더 현명한 투자 생활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플랫폼 경제와 공짜점심]은 훌륭한 기본서로서 곁에 남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