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1 - 응원할게 뭘 응원해 너
강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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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디즈니 플러스에서 제작한 강풀 작가의 <무빙>을 정주행했다. 1편에서 3편까지는 너튜브로 짤로 봤고, 바로 훅업 돼서 나머지는 제대로 봤다. 근래 본 드라마/영화 중에서 가히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날 같이 봉스가~ 타령을 하면서 감동의 도가니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참 판타지 액션 로맨스 그리고 가족물까지 모두 아우르는 방대한 서사에 다시 한 번 감동을 잔뜩 먹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도대체 원작이 어떨까 싶었다. 그리고 오늘 주간행사인 도서관 방문에서 <무빙> 원작을 만날 수가 있었다. 4층 테마실에 내가 좋아하는 만화들이 잔뜩 쟁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비치된 만화들은 관외대출이 되지 않는 그런 책들이었다. 우짜쓸까나. 일단 도서 카트에 올라가 있는 <무빙> 세 권을 냉큼 집어 들었다.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나는 3권 중에서 2권만 읽을 수가 있었다. 5권이라고 하는데, 시간만 넉넉했다면 바로 다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개인적으로 웹툰/드라마 <무빙>은 시민들 그 중에서도 기력자들의 쓸모만을 강조하는 국가주의의 폐해를 다룬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안기부/국정원의 민용준 차장은 국가인재양성교육(NTDP)”라는 명분 아래, 1세대 기력자들을 실컷 이용해 먹고 나서, 그 다음에는 그들의 자식들인 다음 세대 양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획책하다. 사실 이 방대한 서사에서 최고 빌런을 자처한 민용준이 계획한 블랙 요원들을 결국 모두 실패로 귀결됐다.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가스타이팅을 줄곧 시전했지만, 민용준이 지휘하는 블랙 괴물들의 감성이나 내면세계에는 1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블랙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그런 계획이었던 것이다. 킹두식(문산 김두식)으로 대표되는 블랙 요원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각성하게 되는 순간, 모든 계획은 어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좌천되었다가 복귀한 민용준은 이번에는 그들의 자식들로 구성된 새로운 블랙팀을 구성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의 조력자 조래혁의 제안대로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었다.

 

킹두식과 이미현의 아들인 김봉석(공중부양자), 구룡포 장주원과 황지희의 딸인 장희수 그리고 이재만의 아들인 이강훈이 다니는 학교가 ()정원고등학교라는 사실은 새롭지 않다. 아마도 국정원의 지원을 받는 정원고는 기력자들의 집합소라고나 할까. 나중에 밝혀지지만, 그 학교의 교장은 수탐 전문가 조래혁, 국정원 직원인 최일환의 기력자 자식 3인방의 담임선생으로 설정된다.

 

국정원 화이트요원 출신으로 드라마에서는 <남산돈까스>를 운영하는 화이트 요원 이미현이 원작에서는 추어탕 가게를 운영한다. 웹툰 연재를 4년 쉬면서, 새롭게 극본 쓰는 법을 배웠다는 강풀 작가는 디즈니 플러스 드마라 각본을 맡으면서 원작과 다른 점들을 드라마에 포진시켰다. 이런 가게명이 일단 다르고, 진천-봉평-나주를 차례로 딜리트하는 프랭크의 존재가 원작에는 부재한다. 아마 7편까지 어떻게 보면 늘어지는 전개를 만회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었을까. 차태현이 연기한 번개맨 전계도도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에피소드 1-3편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 다시 정주행해야 하나 싶었는데, 오늘 원작을 보면서 굳이 보지 않아도 되겠지 싶었다. 사실 드라마 <무빙>은 킹두식-이미현, 장주원-황지희 그리고 이재만의 과거사가 전개되면서 본격적으로 대미를 장식하게 될 정원고 배틀을 위한 서사 빌드업에 들어가니 말이다. 그리고 보니 다방 레지로 설정되어 장주원과의 로맨스로 눈물의 순애보도 드라마적인 구성을 위해 개작된 부분이지 싶다. 개인적으로 이미현이 하늘만 보고 살았는데, 걸어서 오네요.”란 대사와 위기에 처한 황지희를 구하기 위해 달방의 벽을 그야말로 머리로 깨부수는 구룡포를 보고 황지희가 친 대사인 헐크에 그만 반해 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이런 대사는 어떻게 만들어 내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최근 터진 고위공직자 자녀의 학폭이 충격적이었던 것처럼, 대한민국 교육계의 학폭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 버린 느낌이 들었다. 이전 드라마 <더글로리>의 주된 서사인 학폭을 보고 서구인들이 공감하지 못했다는 전언이 오히려 충격이었다고나 할까. 그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대처하는 방식이 우리와는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구룡포의 딸인 희수도 괴롭힘 당한 반친구 신혜원을 돕기 위해 17:1 전설의 대결자가 되면서 비로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런 신혜원에게 민용준 차장이 벌벌 떠는 장면이 더 충격적이었지만. 새로 국정원 직원이 이강훈이 그런 신혜원을 알아보는 장면도 후속작을 위한 큼직한 떡밥이지 싶었다.

 

탄탄한 서사의 얼개를 가진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해서, 디즈니 플러스의 막대한 자본력 그리고 한다하는 연기력을 배우들의 총출동으로 만들어진 <무빙>이 성공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니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밀리던 디즈니 플러스의 기사회생을 하게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기념비적이었다.

 

배우들이 살면서 한두번 정도 인생작을 만나게 된다고 하던데, 그동안 논스톱 출신 한효주나 조인성에 대해 너무 저평가하지 않았나 싶었다. 로맨스면 로맨스, 액션이면 액션까지 아우르는 두 배우의 일취월장한 연기력에 놀랐다. 닭집사장으로 능구렁이 같은 류승룡의 연기야 더 말할 것도 없고. 곽선영 배우와 합을 맞춘 눈물의 순애보는 정말 대단했다. 다만 드라마 상에 연출된 과도한 폭력 시퀀스가 조금 아쉽긴 했다.

 

<무빙>은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라는 말처럼, 김일성 사망부터 시작된 굵직한 한국현대사의 흐름에도 적절하게 편승한다. 남한 기력자 부대의 자극받은 북한에서도 무지막지한 방식으로 기력자들로 구성된 최고인민전사로 구성된 9472 특수부대를 만든다. 남에도 있다면, 북에도 있는 말이 와 닿았다. 그들은 NTDP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게 되고, 관련 파일과 관련자들을 처리하기 위해 특수부대원들을 파견하고 이른바 정원고 결전이 펼쳐진다.

 

나의 최애 캐릭인 권용득을 필두로 해서, YDG가 연기한 정준화, 강릉 무장공비로 활약한 박찬일, 판타스틱 4의 싸이클론을 연상하게 하는 림재석 등으로 구성된 인원들 역시 모두 제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들 역시 철저하게 쓸모위주로 선발된 인원들이다. 남이나 북이나 모두 조직에 의해 소모되는 기력자들의 운명이 쓸쓸하게 다가온다. 잡설로 정원고 결전에서 왼쪽눈을 잃은 구룡포의 이미지는 토르의 그것과 유사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그건 <무빙>이 먼저가 아닌지.

 

쓸모의 이야기는 역시 장주원과 황지희의 사연이 압권이다. 안기부가 해체되고 5팀에서 사무직으로 발령난 장주원이 자신의 쓸모에 대해 한탄하고 있을 적에, 부인이 된 황지희는 너는 나의 쓸모라는 말로 불사신 로맨티스트를 위로한다. 정말 만화적 설정 같은 시퀀스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요소들의 합으로 결국 <무빙>의 서사와 세계관이 완성된 게 아닐지.

 

짤로 보는 바람에 놓친 어린 봉석이에게 공감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이미현과의 대화도 꼭 복기하고 싶었다. 아무리 능력이 많은 히어로 혹은 사회 지도자라고 하더라도, 공감하는 능력이 없다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상대의 아픔을 같이 나눌 수 있고, 이해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이미현 같은 부모가 우리 사회에 많다면, 리코더와 우산으로 하급생을 때려서 전치 9주의 부상을 입히는 일 따위는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사후처방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드라마 엔딩에 등장하는 떡밥도 무시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일단 미국판 기력자들 가운데 6번 프랭크에 앞서는 5번 일라이어스도 등장할 모양이다. <무빙>에서 메인 빌런 역할을 맡았던 민용준을 대신해서, 국정원 실세로 등장한 마상구의 활약(?)도 기대가 된다. 갈매기 작전과 사과밭 작전에서 소시오패스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너무 궁금해서 <무빙>에 이른 다음 이야기라는 <브릿지>에 대해서도 조금 살펴보았다. 아마 원작 만화를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억세스가 쉽지 않다. 그러니까 대출 대신 직접 도서관에 가서만 볼 수 있다는. 그래도 그 만화들이 모여 있는 만화소굴을 알아냈으니 조만간 시간 내서 가서 읽어봐야겠다.

 

이상 만화 리뷰를 빙자한 드라마 감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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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3-10-30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웹툰이었군요. 전 요즘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참 재밌습니다 ㅎㅎ
드라마가 완결나려면 한참 걸리지 싶네요...

레삭매냐 2023-10-30 12:49   좋아요 1 | URL
네 카카오웹툰이었다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책으로도 나왔구요.

저는 드라마로 처음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원작도 찾아봤답니다.

<브릿지> <타이밍>까지 가려면
한참 걸릴 것 같습니다.
 
심야식당 1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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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바이넘의 <창의적인 삶을 위한 과학의 역사>를 살펴 보려고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앉은 자리에서 <심야식당> 첫 번째 권을 다 읽었다. 왜 이걸 보면서 어제 봤던 먹텐 생각이 나는 거지.

 

<심야식당>은 마스터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운영하는 식당이다. 아무래도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밤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그리고 그들 모두 한자락씩 이야기 보따리를 품고 있다. 마스터는 별 거 아닌 요리로 손님을 맞이한다. 물론 터무니없는 요리를 요구하는 진상들도 있지만, 점잖게 그들을 내쫓는다. 모름지기 그런 품과 재료가 많이 소모되는 요리라면 값비싼 레스토랑에 가야할 것이다. 허름한 <심야식당>에서 그런 요리를 요구하지 말지니.

 

나폴리 출신 후리오(?)인가 하는 친구는 심야식당에서 처음으로 나폴리탄 파스타를 먹어 봤단다. 그도 그럴 것이 나폴리탄 파스타의 원조는 이탈리아 나폴 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긴 캘리포니아 롤의 원산지가 일본이 아닌 것처럼 말이지. 심야식당에서 스승을 만난 후리오는 고향에서 출동한 식구들에 강제 연행되어 끌려 갔다지.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이 수를 놓는다.

 

자식 자랑을 늘어지게 하던 야마모토인가 하는 손님은 십대 소녀 딸의 갑작스런 임신 소식에 기겁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마 마스터에게 자신의 딸에게 줄 도시락을 주문했지. 딸이 사는 곳에 가서 조용히 문고리에 도시락을 걸어 두고 발걸음을 돌리는 아버지의 마음이란. 그리고 다음해 봄에 딸을 꼭 닮은 손주 자랑에 나선다.

 

열 몇 가지 에피소드들에서 아베 야로 작가는 짧게 끊어치기 기법을 선보인다. 조폭 출신의 켄자키 류 씨나 게이맨 코스즈 같은 경우에는 심야식당의 단골로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1회성 단발로 출연했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다양한 삶의 군상을 이어주는 공간으로 심야식당이 작동하고, 그 중심에는 묵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 많은 마스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탁월한 밸런스가 아닌가.

 

하루 지난 카레를 고객들에게 무한대(?)로 공급하기도 하고, 멋쟁이 의사 선생에게 빠져 다이어트를 하면서 동시에 요요현상에 시달리는 고객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 마스터. 아마 성시경이 요리를 할 줄 안다면 이런 마스터에 적합한 캐릭터가 아닐지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사는 집 근처에 이런 마스터가 운영하는 술집이 있다면 나도 단골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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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너튜브를 통해서 한국어 자막이 달린 <심야식당> 두어편을 봤다. 사실 시간이 좀 촉박해서 만화는 슬렁슬렁 봤다고 고백해야지 싶다. 일본 도라마는 훨씬 더 짜임새와 밀도가 높았다.

 

네코맘마의 주인공 엔카 가수 치도리 미유키의 경우를 보자. 어느날 6시반 정도 마스터가 신주쿠 골목의 메시야’(동네밥집)의 문을 닫으려고 하던 차에 무명의 여가수 지망생 치도리 미유키가 등장해서 네코맘마 흰쌀밥에 가다랑어포를 얹어 달라고 한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흰밥에 마스터는 바짝 말린 가다랑어포를 직접 대패에 갈아서 얹어 준다. 그리고 어찌어찌해서 메시야에서 라이브를 하던 치도리 미유키는 대스타의 반열에 올랐다가 병에 걸려 죽고 만다. 그녀가 가고 난 뒤에, 진짜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마스터. 일본 갬성이 폭발하는 순간 이 아니었나.

 

간간히 요리에 대해서도 도라마는 설명해준다. 별 것도 아닌 계란말이를 촉촉하게 만드는 방법을 게이바 사장 코스즈 상이 등장해서 소개한다. 서로의 직업(?)을 좋아하지 않지만 류 짱과 사이 좋게 계란말이와 문어모양 비엔나 소시지를 나눠 먹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에 이미 ASMR의 효과를 잘 알았는지 요리하는 소리 그리고 그렇게 마스터가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소리 내어 먹을 적에는 정말 야심한 시간에 뭐라도 맹글어 먹어야 하나 싶더라. 그리고 보니 이십년도 전에 손예진의 드라마 데뷔작 <맛있는 청혼>을 보고 그렇게들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지 아마.

 

개인적으로 마스터의 왼쪽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궁금한데, 아마 나중에 이것도 풀어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고 싶은데, <심야식당>도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긴 하지만 역시나 관외대출 불가라고 한다. 천상 도서관에 갈 때마다 조금씩 읽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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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10-19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고놈의 관외대출....요건 그래픽노블도 아닌데 또 왜, 벽이 높네요. 레삭매냐님의 책사랑 방훼꾼.

˝심야˝라는 시간이 주는 매력이 있겠어요? 그시간대 손님에는 어린이는 아예 없겠네요?^^

레삭매냐 2023-10-19 12:50   좋아요 1 | URL
아 맞습니다.

심야라는 시간이 아예 아해들을
배제하는 그런 요소가 있었네요.
예리하십네다 고저.

밤에는 좀 더 센치해지는 그런
갬성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대화의 밀도도 깊어지구요 ^^

서니데이 2023-10-19 1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심야식당 오랜만이네요. 전에 드라마도 조금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도 아마 가수 지망생 편은 있었던 것 같아요. 성공하는 순간에 찾아오는 불운이 아쉽게 느껴졌던 것 같네요.
심야식당이 집 근처에 있다면 가끔 가볼 것 같아요. 특별한 요리가 아니어도 신기할 것 같아서요.
잘읽었습니다. 레삭매냐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10-19 12:51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어렵게 성공한 엔카 가수
가 결국 사망하는 에피가 참... 그렇
더라구요.

저도 고런 심야식당이 있다면 들러
보고 싶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유부만두 2023-10-20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야식당은 한국판 중국판도 드라마로 만들어졌어요. 중국판은 사람들 사연도 다채롭지만 (액션이 더 나옴) 음식 영상이 꽤 자극적이에요. 공복에 보면 위험할 정도에요.

레삭매냐 2023-10-24 08:37   좋아요 0 | URL
크하,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그리고
중국판까지 있군요 기래.

중국 버전이 왠지 궁금하네요. 허풍
이 쎈 나라니 액션과 음식 모두 자극
적이지 않을까 싶네요 ^^

유부만두 2023-11-09 08:4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자극이 강합니다. 조폭들이 우루루 나와요. ㅋ
 
어느 싱글과 시니어의 크루즈 여행기
루시 나이즐리 지음, 조고은 옮김 / 에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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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도서관 방문은 주간행사다. 지난주에도 도서관에 갔고, 짧은 체류 기간 때문에 보통는 그래픽노블을 주로 본다. 우리동네 도서관에서는 대부분의 그래픽노블은 대출이 되지 않고 관내열람만 허용이 된다. 그러니 빠른 시간에 후딱 읽어야 한다. 그날의 픽은 루시 나이슬리라는 작가의 <어느 싱글과 시니어의 크루즈 여행기>였다.

 

1985년 생 루시 나이슬리는 본토박이 뉴요커인 모양이다. 2015년에 나온 이 책의 바탕이 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나선 카리브해 크루즈 여행 당시 그는 프리랜서였던 모양이다. 거의 아흔 줄의 할아버지는 2차대전 참전용사로 관측기(?) 조종사셨고, 할머니는 평생 교사로 일하셨다. 다른 가족들은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노인들을 모시지 못하고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던 저자가 크루즈 여행이라는 십자가를 지게 됐다.

 

치매에 시달리시는 저자의 조부모들을 모시기는 처음부터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 할아버지는 바지에 실례를 하셨고... 그런 할아버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과 루시 나이슬리는 배틀도 마다하지 않을 기세다. 그렇다, 상대적으로 젊은 우리들은 우리도 언젠가 그들처럼 되고 또 죽는다는 사실을 시시각각 망각하면서 살고 있다. 아니 그 사실 자체를 외면하면서 살고 싶은 게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점은 루시 나이슬리는 그 어느 때보다 죽음이 자신의 근처에 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지 않았을까. 자신도 따뜻한 카리브 바다를 즐기고 싶지만, 항상 앞서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챙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그러다 잠을 설치기 일쑤다. 동시에 1년 전, 자유로운 여행을 하면서 만난 스웨덴 청년과의 썸의 추억도 등장한다. 그 땐 그랬지 하면서. 롱디 관계는 어렵고, 또 그런 저런 이유로 멋쟁이와의 만남은 지속될 수 없었다.

 

크루즈 정원이 4,700명이라고 했던가? 정말 많은 인원들이 승선해야 하는 이유로 배에 타는 데만 세 시간이 걸렸다고. 크루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현재진행형이라면, 각 에피소드 말미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유럽 전선에 파견되었을 때 경험한 것들의 기록이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예비군에 들어오라는 어느 모병관(?)의 의견을 단호하게 할아버지는 거절했다고 한다. 이미 조국에 대한 의무는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어디에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하버드에서 문학교수로 일하는 아버지에게 분당 4.5달러를 내고 10분 통화를 하기도 하는 루시 나이슬리. 자신도 대학을 나오기는 했지만, 노마드 같은 삶을 살기에 인생에서 학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부모님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내가 보기에 씨잘데기 없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어쨌든 그런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부제인 트래블로그를 무사히 마친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무지 힘들었겠지만, 이런 경험이 <어느 싱글과 시니어의 크루즈 여행기>의 바탕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들에게 남이 하지 않은 경험이야말로 좋은 글감이 되기 마련이니까.

 

동시에 어쩌면 곧 돌아가실 지도 모를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을 갚았다는 차원에서 뿌듯한 감정도 들지 않았을까. 바쁘다는 이유로 자식도 마다하는 동반여행이라고 적고 실제로는 고생길을 감당한 자랑스러운 손녀의 위업을. 게다가 이런 멋진 작품까지 썼다면 더 바랄 게 없지 않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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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10-17 2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픽노블 대출이 안 되는 도서관이 있다니, 믿을 수 없어요. 사전 수준의 참고도서가 아닌데 왜 빌려주지 않은 걸까요? ^^;;

얄라알라 2023-10-18 02:2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그래픽 노블은 구입 신청하는 족족 반려 당해 본 경험은 있지만
관내열람만 허용하는 경우는 첨 들어봤어요^^;;;

레삭매냐 2023-10-18 09:53   좋아요 0 | URL
모든 그래픽노블이 그런 건 아니구요...

어떤 그래픽노블들은 관외대출을 해주지
않더라구요.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
도 마찬가지구요... 흠 -

레삭매냐 2023-10-18 09:54   좋아요 0 | URL
[얄라얄라님] 저도 하도 뻰찌를 먹어서
이젠 아예 그래픽노블은 희망도서 신청
을 하지 않는답니다 ㅠㅠ

얄라알라 2023-10-18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너무 뻰지?를 많이 줘요.....그래도 [조지오웰] 그래픽노블은 읽었네요. 먼 도서관에서 구해서

레삭매냐 2023-10-18 11:10   좋아요 1 | URL
아 그러시군요.

전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그래픽노블을 만나 보고 싶은데
제 순서가 도통 오질 않네요 -

얄라알라 2023-10-18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Dune 그래픽노블도.뺀지.맞아서 못봤어요.영화는.2024년.개봉^^;;;

레삭매냐 2023-10-18 19:26   좋아요 1 | URL
아, 저희 동네 도서관에는 다행히도
듄 2탄이 있어서 빌려 보았답니다.

올해 11월 개봉 예정이라고 했는데
작가조합 파업 이슈로 아마 개봉이
연기된 모양이네요. 내년을 기대해
봅니다 고저.

얄라알라 2023-10-18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샥매냐님 동네로 책.원정을 가볼까요?^^ㅋ

레삭매냐 2023-10-19 12:49   좋아요 0 | URL
원정 고고씽~이옵니다 !

그레이스 2023-10-22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정말 쉽지 않은 여행을 했군요.
그러나 그것이 글감이 되었다는...!
레삭메냐님에게 독자에게 메멘토 모리를 전하는....!
가끔은 진부하지만 칼날 같은 진실이 있죠!

레삭매냐 2023-10-24 08:38   좋아요 1 | URL
정확한 판단이십니다 -
칼날 같은 진실, 결국 우리 모두
는 언젠고 소멸할 존재라는.

다만 그 사실을 망각하면서 살
고 있을 뿐.
 

명절이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다.

기침을 동반한 감기에 걸려서 아주 제대로 고생했다. 내일부터 다시 일상에 복귀로구나.

이걸 반가워해야 할지 어째야할지.

 



오늘 저녁에는 어제 낮에 실컷 먹다가 싸온 아구해물찜을 재료로 삼아 볶음밥을 해먹었다. 언젠가 준비해둔 후리가케까지 뿌리니 성찬이 따로 없더라. 이럴 때, 예전에 혼자 살던 시절이 생각나는구나. 순전히 생존을 위해서 먹던 시절의 추억들. 그 시절 이야기를 풀자면 또 한 보따리일텐데.

 

아참, 아구찜에는 왜 이렇게 콩나물이 많이 들어가는지. 맛이 있긴 한데, 이가 점점 더 시원찮아져서 그런지 질겨진 느낌이랄까. 설거지하다가 든 생각인데, 가위로 콩나물들을 좀 자를 걸... 항상 다 먹고 난 다음에 드는 생각들이지.

 

오늘 점심에는 인스타맛집(?)이라고 소문난 수원의 어느 식당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가게 앞에 늘어선 차량의 행렬을 보고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었지만... 그 느낌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가게 안을 날아 다니는 파리 때문에 밥맛이 날아가 버렸다. 게다가 무조건 11식을 주문하란다. 아니 그냥 밥메뉴도 만이천원, 고등어 추가도 만이천원인데 왜... 그때 식당 문을 박차고 나왔어야 했나.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 반찬이 좋은 것도 아니고... 하는 수 없이 동행한 꼬맹이 때문에 생선정식 2인분(이것도 무조건 2인 이상이라고 해서)에 콩비지를 주문했지. 콩비지가 너무 싱거워서 먹다가 나중에 양념간장을 좀 얻어다 먹으니 그나마 낫더라. 동행들의 일그러진 인상 때문에 내가 다 밥을 못 먹겠더라. , 이럴 때를 대비해서 근처에 백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몇 번 가던 북극해 고등어가 차로 3분 거리였는데 말이지. 돈 쓰고 기분 잡치고를 이런 거라고 해야 하나 어쩌나.



밥을 먹었으니 그냥 가기가 아쉬워서 근처 탑동의 시민농장을 찾기로 했다. 다행히 멀지 않아 금방 갈 수가 있었다. 예전에 갔던 당수동의 시민농장이 얼마 전에 가보니 대단위 아파트숲으로 바뀌어서 아쉬웠는데...

 

너른 공간에 펼쳐진 잔디에 사람들이 텐트도 치고 공놀이도 하고 있더라.

다음 주초에는 영하의 날씨로 떨어진다고 하던데, 오늘 낮에도 차 온도는 30도던데.

이제 좋은 시절은 다 간 모양이다. 아직 음력 8월 아닌가.



작지만 벼농사도 지어서 누렇게 익은 벼구경도 할 수가 있었다.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네.

시민농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작물들을 심은 모양이다.

누구에게 들으니 한 번 시작하면, 주말 내내 농장에서 노가다라고.

 

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들이 곳곳에서 꽃을 피우려고 준비 중이다.

그것도 찍질 못했네 그래. 집에서 키우는 녀석들은 대가 비실비실한데 야외에서 자란 녀석들은 줄기가 아주 단단해 보인다. 종자가 다른 건지 아니면, 환경 때문에 그런 건지.

 

억새밭에서도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더라.

사진 스팟인가 보다.



이렇게 도시농업 전문가 수료텃밭이라는 타이틀의 밭도 보인다.

우리 꼬맹이는 잠자리채를 들고 사방에 날아다니는 잠자리 사냥에 나섰다.

곤충잡기에 나름 전문가인 내가 요령을 알려 주었지만 내 말은 개코도 듣지 않는다.

 

앞에서 채를 날리지 말고, 장대에 가만 앉아 있는 녀석들은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가서 후리라고 그렇게 말하는 데도 지 맘대로 하다가 결국 잠자리채 망을 북 찢어 먹었다.

엉터리로 해서라도 잡으니 나는 그게 신기하다. 이놈아 잠자리가 널 잡겠다.

하도 날뛰어서 목덜미에 땀이 줄줄 흐르는 꼬맹이.

 

결국 잠자리채는 부서 먹고 말았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내가 가만 둘러보니, 텃밭에는 대개 다음의 작물들이 심겨 있었다.

배추--고구마-가지-고추-당근-호박 이 정도가 아닐까. 배추는 특히 요즘처럼 비싼 시절에는 아주 요긴하지 않을까 싶더라.

 

휴일인데도 출동하셔서 열심히 작물을 가꾸시는 분들이 보였다.

참 주차장에서는 장구를 치는 분도 있어서 한참 리듬을 타보기도 했다.

 


요즘이 사마귀들이 활동하는 계절인지 사방에 사마귀가 출몰하고 있다.

이 녀석은 지난 명절 전날 방문한 시흥 늘솜당에서 만난 거대한 사마귀다.

태어나서 이 정도 크기의 사마귀는 처음 봤다. 다큐멘터리에서 사마귀가 개구리를 사냥해 잡아 먹는 걸 보고 기겁했는데 나중에 보니 뱀이며 새까지도 잡아 먹는다고. 정말 무시무시하지 않나.

 


작물에 물주는 게 농사의 핵심이라고 어디선가 기억이 나는데...

그래서인지 곳곳에 이렇게 물뿌리개가 걸려 있더라.

그리고 보니 우리 동네 천변 텃밭에 농사짓는 이유 중의 하나가 물대기가 용이해서가 아닐까. 그렇게 농사짓지 말라고 해도, 해마다 반복해서 단속과 농사가 거듭된다.



쓰레기 투기를 하지 말라는 경고문인데, 보기 좋게 그 앞에 이렇게 쓰레기들을 투척해 주시는 센스란.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나름 재활용을 하는데, 리사이클 센터에 가보면 가관이 아니다. 귀찮다는 이유로 우리의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은 걸까.

 

언젠가 유시민 작가가 방송에서 하는 말을 들었는데, 이런 식으로 우리 인류가 에너지를 소모하고 환경에 쓰레기를 만들어내면 우리 지구별이 세 개는 필요하다고. 동네 공원에 가봐도 쓰레기 천지다. 쓰레기통을 만들지 않으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희망사항은 어디서 나온 건지. 차라리 쓰레기통을 잘 구비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긴 바로 앞에 쓰레기통이 있어도 그냥 길에 쓰레기를 내버리는 장면을 보고 기겁한 적도 있지.



요즘 나름 식집사 행세를 하고 있어서 아침에 커피를 사러 갔다가 복귀하는 길에 만난 꽃집에서 황칠나무를 하나 발견했다. 고 녀석 귀여운데 그래.

 

참 지난 몇 달 동안 밖에 내둔 치자나무를 들여놔야 하나. 다음 주에 영하로 날씨가 떨어지면 바로 얼어 죽는 건 아니고 말이지.



마지막은 늘솜당에서 보기만 하고 미처 사오지

못한 디저트와 육쪽마늘빵인지 무언가에 대한

미련으로 엔딩.



아디오스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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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10-03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마귀 너무 충격적이네요. 믿기지가 않아서 바로 영상을 찾아봤는데
럴쑤....ㅋㅋㅋㅋ 무시무시한 육식 곤충이었군요!

저는 아구찜도 좋아하지만 거기 들어간 콩나물 킬러예요ㅋ
거기 볶음밥을 해드시다니 야밤에 군침이 돕니다^^



레삭매냐 2023-10-04 12:53   좋아요 1 | URL
아 아구찜 좋아하시는군요 ^^

저희가 갔던 집에는 아구가
제법 들었더라구요. 어디는 정말
아구 살이 한 두개고 나머지는 죄
다 콩나물 무침이거든요 :>

사마구, 무시무시합니다.

coolcat329 2023-10-04 0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식당에서 파리가 보이면 밥맛이 뚝 떨어집니다. 파리가 날아다니는데 주인은 신경도 안쓰고 셀프 반찬바는 다 오픈되어 있으니 말이죠.

근데 저 사마귀 진짜 킹사이즈네요. 저도 동영상 찾아봐야겠어요 ㅋ
대단한 곤충이네요.

레삭매냐 2023-10-04 12:55   좋아요 1 | URL
크하~ 맞습니다.

파리가 너무 많았어요. 저희 꼬맹이는
아주 대놓고 자기는 바퀴벌레보다 파리
가 더 싫다고 떠들더라구요...

셀프 반찬바도 별루던데 에휴 참-
다시 갈 일이 없을 테니...

그 전에 바로 잡은 녀석도 있는데
사이즈가 다르더라구요.

페넬로페 2023-10-04 0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을의 느낌들이 비슷한가 봅니다.
저도 최근에 사마귀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어요.
윗쪽 지방엔 아구찜의 아귀를 생으로 조리하는데 저의 친정쪽에는 아귀를 말려서 아구찜을 만들거든요.
이번에도 가서 먹고 왔어요.
두 가지 맛 다 나름의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커피를 부르는 디저트의 비주얼입니다.

레삭매냐 2023-10-04 13:01   좋아요 2 | URL
오오 아구를 말려서 찜으로
드시기도 하는군요.

저는 아구는 만날 생으로 먹
는 줄 알았답니다. 간만에 먹
으니 맛나더라구요 ^^

디저트 맛나 보이지요.
항상 실컷 먹고 가는 바람에
디저트를 즐기지 못하게 되
더라구요.

얄라알라 2023-10-18 0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9월엔가 연두색 사마귀 사진 하나 겟했는데 레삭매냐님 올려주신 사마귀는 색으로 보나 몸집으로 보나 어른 사마귀가 틀림 없네요^^;; 무서워요 ㅎ

레삭매냐 2023-10-18 09:55   좋아요 0 | URL
아주 무지막지하게 생겼지요.

사마귀가 그 동네에선 최상위 포식자
라 거의 모든 녀석들이 벌벌 떤다고
하더라구요. 먹을 거리가 많아서인지
아주 살이 통통하게 올랐더라구요.
 
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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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인데 아프다. 4일 중에 3일을 앓고 있다. 그래도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구나. 책쟁이의 숙명이라고나 할까. 인천에 갔다가, 무언가 재미난 책이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그런 책을 두 권 만났다. <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의 책이다. 그리고 내가 한동안 괴짜 의사 이라부가 등장하는 <공중그네> 시리즈를 열심히 읽지 않았던가. 명절에 제격인 책을 만났다. 그리고 700쪽 짜리 책을 단박에 읽어 버렸다.

 

시간적 배경은 2005년 봄의 어느 때쯤 그리고 공간은 도쿄도 나카노 어디라고. 내가 일본 지명에 대해 좀 더 안다면 지리적 인과관계를 알겠지만, 그런 건 모르고 그렇다고 해서 예전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보지도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는다.

 

소설 <남쪽으로 튀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11살 짜리 초등학교 6학년 우에하라 지로의 시선으로 처리된다. 과거 혁공동 출신의 전설적 투사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지닌 아버지 이치로, 동네에서 자그마한 찻집 <아르가타>를 운영하는 어머니 사쿠라, 9살 터울의 누나 교코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4학년 모모코가 우에하라 집안의 구성원들이다.

 

아버지는 말은 프리라이터라고 하지만, 거의 백수에 가까운 존재다. 딱히 하는 일은 없다. 대신 반국가주의 아나키스트답게 국민연금과 세금 따위는 낼 수 없다면 공무원들과 그야말로 전쟁을 치른다. 아마 한국의 사회복지 담당자들이 이런 사상인간을 만나게 된다면 정말 어떨지 사실 좀 궁금하긴 했다. 이치로 아저씨는 그냥 돈이 아까워서 못내겠다는 게 아니라, 국가가 왜 필요한가 그리고 내 자유의지로 살겠다는데 왜 자신의 삶에 간섭하겠냐는 아니키스트인 동시에 어느 지도자를 떠올리게 하는 절대 자유주의자이기도 하다.

 

지로는 여느 십대 초반의 아이들처럼 준과 무카이 그리고 구로키 같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낸다. , 이치로 아저씨는 학교에도 꼭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특이한 인물이다. 그리고 어린 지로의 삶을 대혼란과 고통으로 몰아넣은 빌런으로 중학생 가쓰가 등장한다.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악직 학폭 주동자이자 아이들을 돈을 뜯는 최악의 악당이다. 어른들은 이런 악당의 존재를 어른들에게 알리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 가해지는 제재는 일시적인 것일 뿐 그들의 보복은 예상보다 집요하고 악랄하다.

 

아들 지로의 이런 고민을 주워들은 아버지 이치로는 혁공동 전사답게 당당하게 빌런에게 맞서 싸우라고 주문한다. 자신이 나서서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고. 그리고 쇠파이프를 이용하라는 혁공동 투사다운 팁을 알려준다. 세상에나, 이게 아버지가 할 말인가. 어쨌든 가쓰 문제는 어느새 아버지의 식객으로 우에하라 가문에 침투한 나카무라 아라키 씨가 말끔하게 해결해 준다. 문제아 구로키와 동반으로 가출을 감행하기도 하지만, 큰 일탈은 아니고 작은 해프닝 정도로 끝난다. 어쨌든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세상의 간단한 이치리를 아버지 이치로는 아들 지로에게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남쪽으로 튀어>는 성장소설의 전범을 보여주기도 한다.

 

세상 친근하던 아라키 아저씨의 테러가 공론화되면서, 우에하라 집안은 결국 조용하게 살던 나카노에서 쫓겨날 처지에 처한다. , 지로는 가쓰와의 대결에서 세상 조용해 보이는 엄마 사쿠라가 오래 전 누군가를 칼로 찌르고 형무소 생활을 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을 전해 듣기도 한다. 아버지 이치로는 후텐마 투쟁에서 팬텀기를 불사른 사건의 주모자였다는 말도 들었던가. 분가해서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나는 누나 교코는 지로가 12살이 되는 날, 집안의 비밀에 대해 알려 주겠다는 말도 한다. 아니 이 집구석 잘 돌아가는구나.

 

지로는 엄마 사쿠라가 알고 보니, 잘나가는 전통의상집의 부유한 딸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리고 엄마도 아빠처럼 젊은 시절 잔다르크 뺨치는 활동가였다는 점도. 아니 오쿠다 히데오 작가는 이야기를 도대체 어디로 인도하려고 이렇게 방대한 설정을 짰단 말인가. 어찌어찌해서 근 20년간 의절하고 살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그리고 외삼촌 가족을 만나게 되는 지로와 모모코. 하지만, 몇 번의 방문을 통해 자신의 사촌들이 자신들과 다른 세계에 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라키 사건을 거치고 전광석화처럼 오키나와 이리오모테 아이주가 결정되면서, 외할머니 집과의 인연은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개인적으로 이 집안과의 인연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오키나와에 정착한 우에하라 집안이 개발 저지 투쟁을 위한 총력전에 투입되면서 휘발해 버렸다.

 

오키나와에 가서는 상라 어르신과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우에하라 가족들은 큰 위기 없이 정착할 것처럼 보였다. 대도시 도쿄에서는 천지분간하지 못하고 날뛰던 아버지 이치로 역시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외딴 섬의 오지에서는 자급자족을 모토로 삼아, 가족을 위한 치열한 보급투쟁에 나선다. 2005년에 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지로와 모모코의 의향 따위는 가뿐하게 무시하고 완벽하게 현지에 적응한다.

 

지로의 증조부 간진 어른이 오키나와 현지에 남긴 전설의 광휘는 대단했다. 선대의 조상들이 남긴 후광을 후손들이 받는다고 해야 할까. 마을 사람들이 들려주는 아카하치 집안의 전설에 대해 굳이 반론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아버지 이치로는 지로에게 인간은 모두가 전설을 원하는 법이라고 말한다.

 

과연 우에하라 이치로는 모든 불의에 대항해서 맞서 싸운 반골 조상들의 후예다웠다. 도쿄에서 긴급하게 최소한의 짐만으로 오키나와로 튀었지만, 현지 사람들은 간진 어른의 손자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마치 자기 집안일을 하듯, 음식을 마련해서 대접하고 각종 생필품을 물론이고 먹거리들을 하루가 멀다하고 제공한다. 그리고 폐허가 된 집을 수리해서, 자기네 집 드나들 듯 방문해서 소주를 마시고 사는 이야기들을 나눈다.

 

인스타에서 보니 우리네도 언젠가 그런 적이 있다고 하던데, 과연 이리오모테 섬이야말로 우에하라들이 꿈꾸던 그런 낙원이자 이상향이 아니었을까. 가족들이 느낀 행복한 순간들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리조트 개발 문제가 등장하면서, 애써 터를 일군 우에하라들의 거처가 도쿄의 개발사의 사주를 받은 현지 하청업자들의 불도저에 파괴될 위기에 처한다. , 우에하라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우리 사회에 과연 변혁이 가능한가라는 거창한 담론을 오쿠다 히데오 작가는 철지난 사회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전설적 투사 우에하라 이치로 가족의 좌충우돌 소동극에 녹여냈다. 국가란 무엇인가? 왜 국가라는 이름의 권력이 무슨 권리로 나의 자유를 통제하고 억압한단 말인가? 우에하라 이치로는 전통 사회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로 그리고 다시 자유주의자로 계속해서 변신을 거듭한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에 근거한 삶을 산다. 어떤 점에서 이치로는 극단적 자유주의자처럼 보인다. 그냥 자신을 자유롭게 살게 놔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개인이 생존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의식주까지 책임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미래의 사회보장제도라는 미명 아래, 세금과 세금에 준하는 국민연금을 뜯어가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이치로 아저씨의 투쟁이 일견 수긍이 갔다. 국가가 개인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나는 묻고 싶다.

 

오키나와 리조트 개발저지 투쟁 과정에서 등장하는 매스 미디어의 과다경쟁에 대해서도 오쿠다 히데오 작가는 일침을 놓는다. 과거 전설적 투사가 등장해서, 오키나와에서 새로운 투쟁을 시작했다. 자극적 기사를 원하는 언론들의 특종 경쟁이 시작됐다. 그들은 균형 잡힌 보도나 양측의 주장을 공정하게 다루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무대와 판에 전설적 영웅이 등장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았을까. 전설과 유대인 뜨내기 여행자가 불도저 군단을 함정에 빠트리고, 체포되었다가 도주한 용의자들이 다이너마이트로 현지개발사의 자재창고를 폭파하는 서사를 도대체 어디서 구할 수 있단 말인가.

 

소설 제목에 등장하는 남쪽은 어쩌면 우리 도시인들이 이제는 영원히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방향이 아닐까 싶다. 기억이 쇠락한 자리에 채색된 전설이 채워지면서 갈 수 없게 된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짚어낸다. 나도 파이파티로마에 가보고 싶어졌다.


[뱀다리] 아마 이 책은 십년도 전에 사둔 책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포인트 하나, 언제고 산 책은 반드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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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3-10-01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지금은 괜찮으신지. 김윤석이 주인공이었던 영화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요.

레삭매냐 2023-10-01 21:0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조금 쉬어서 많이 나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자목련님.

김윤석 배우가 나오는 한국영화가 있네요.
전 당연히 일본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페넬로페 2023-10-01 1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빨리 쾌차히세요^^

레삭매냐 2023-10-01 21: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아직 명절이 이틀 남았으니
그 안에 낫겠지요. 캄솨 ~~~

자성지 2023-10-01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픈 중에도 책을 놓지 않는 레삭매냐 님 쾌차를 바랍니다.

레삭매냐 2023-10-01 21:04   좋아요 0 | URL
배우자들이 상대방의 취미생활로
가장 좋아하는 게 독서와 영화감상이
라고 하더군요 ^^

아파도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책 읽는
게 아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자성지님.

cyrus 2023-10-01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파도 손에 책을 놓지 않으려는 정신. 아주 좋아요. 연휴 아직 남았으니 끝나기 전에 푹 쉬시면서 몸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

레삭매냐 2023-10-01 21:05   좋아요 0 | URL
평소에 게을러졌던 독서 욕망이
아프면서 부스트업~ 된 게 아닌가.

빨랑 나서서 주말 달궁 모임에 출격
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