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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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 들어 오늘까지 정확하게 99권의 책을 읽었다. 그 중에 가히 최고로 꼽을 만한 책이 바로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보라색 히비스커스>라고 말하고 싶다. 그녀와의 인연은 예전에 나온 <아메리카나>를 원서로 사면서 시작됐다. 물론 원서로도 그리고 번역서로도 다 읽지는 못했다. 뭐랄까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미국인이 된 그녀의 정체성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할까. 단편집 <숨통>에 실린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 받는 과정을 그린 단편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돌고 돌아, 그녀의 데뷔 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를 만나게 됐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내가 소설에서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캄빌리 아치케는 15세 소녀로 타인들에게는 고결한 사람이자 오멜로라(고장을 위해 일하는 자)라고 불리는 아버지 유진의 폭압적인 슬하에서 자라고 있다. 영국 유학생 출신으로 일찍이 선교사들에 의해 가톨릭으로 개종하여 독실하다 못해 광신자(zealot)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유진은 성공한 사업가이자 진보 언론 <스탠더드>의 사주로 사회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문제는 가정이다. 캄빌리와 그녀의 오빠 자자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며, 자신이 만든 규칙과 매일의 일과표를 지키라고 강요한다. 한 치라도 자신의 규칙에서 어긋나면 상상 이상의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진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은 쿠데타로 나이지리아 헌정 질서를 어지럽힌 군사 정권의 그것과 정확하게 궤를 함께 한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굉장한 정치 소설로도 읽을 수 있지 않나 싶다. 군사 정권을 맹렬하게 비판하는 지식인들에게 폭탄 테러를 가하고, 살해한 다음 산성 용액을 붓는 만행에서 군사 독재정권 시절의 기시감이 떠올랐다.

 

나이지리아판 스카이 캐슬도 주목할 만하다. 자자와 캄빌리가 다니는 가톨릭계 사립학교에 거액의 기부를 하는 유진은 자식들이 항상 1등을 강요한다. 2등을 한 캄빌리에게 라이벌의 머리가 두 개냐며 묻는 장면에서는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전통주의자인 아버지 파파은누쿠를 이교도라 부르며 상종도 하지 않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한다. 파파은누쿠는 기독교의 핵심교리인 아버지와 아들이 동등하다는(삼위일체) 이유로 아들 유진이 자신과 맞먹으려고 한다며 혹독하게 비판한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균열이 있는 법. 은수카의 나이지리아 국립대학에서 남편을 잃고 교수를 하던 고모 이페오마의 크리스마스 방학을 보내러 가면서 캄빌리와 자자는 자신들이 처해있는 억압적인 상황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이런 면에서는 성장소설의 수순을 따르기도 한다. 세 명의 사촌 아마카, 오비오라 그리고 치마는 당장 쓸 가스가 없고 먹을 게 없는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들 가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토론과 웃음 그리고 자유는 캄빌리를 충격 속으로 밀어 넣는다. 아니 도대체 이런 별천지가 있었던가.

 

그 즈음에 등장할 법한 매력적인 아마디 신부는 또 어떤가. 항상 억눌린 삶을 살아온 십대 소녀 캄빌리는 자유분방하고 순수 그 자체인 아마디 신부를 사랑하게 된다. 문제는 경쟁자가 사람이 아닌 신이라는 점이라고 작가는 못 박는다. 아니 어쩌면 지극히 속물근성의 집합체인 아버지와 달리 민중을 사랑하는 아마디 신부의 모습에 캄빌리는 반했던 게 아닐까. 캄빌리에게 아버지는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인정받고 싶은 대상이기도 했다. 이런 다채롭게 펼쳐지는 스토리텔링이야말로 <보라색 히비스커스>의 진가가 아닌가 싶다.

 

데뷔작으로 이런 소설을 쓰는 게 과연 가능할까? 예전에 천명관 작가의 <고래>를 보고 느낀 전율감 비슷한 게 느껴지기도 했다. 서구에서 들어온 가톨릭과 전통주의의 충돌, 외부에서는 고결한 지식인의 면모를 보이지만 집에 돌아오면 가차 없이 벨트를 풀러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폭군 아버지, 나이지리아 국가를 바꿀 의식과 능력이 있는 이들은 군사 정권의 폭력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조국을 떠나게 되는 현실. 아니 아프리카 유수의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서 기름이 없어서 대학 교수가 차를 굴리지 못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느냔 말이다.

 

나이지리아 전통 음악을 즐기는 아마카의 자주적 캐릭터는 캄빌리가 속으로만 생각하는 롤모델이 아니었을까. 이페오마 고모가 그렇듯, 캄빌리가 처한 상황과 달리 자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만의 자신감이 보였다. 미국으로 가지 않고 조국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아마카의 주장은 파파은누쿠의 주장과 결을 함께 한다. 아마카의 동생 오비오라는 나이지리아에 미련이 없다는 듯 당장이라도 미국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미국에 가서 2등 국민으로 살아야 한다는 숙명에 대한 고민도 빠지지 않는다. 의사가 청소부가 되고, 변호사가 택시운전사로 살지만 최소한 잦은 정전과 허기는 면하게 되리라는 희망. 그 뒤의 이야기는 아마 후속작 <아메리카나>에서 아디치에가 다룬 것으로 보인다.

 

중후반까지의 놀라운 스토리의 전개에 비해 결말이 다소 미흡한 게 아쉽다. 엔딩이 좀 작위적이라고나 할까. 역자 후기에 보면 당대 나이지리아 현실에 대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한다. 1960년 이래 6번의 군사 쿠데타와 참혹한 비아프라 내전을 겪은 다민족 연방국가 나이지리아의 역사를 살펴 보면, 과연 소설에서 지식인들이 주장하는 혁신적 민주주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 싶다. 만연한 부정부패, 종교 갈등, 석유 개발이권 등의 다양한 사회적 난제들을 연이어 등장한 무능력하고 정통성 없는 군사 정권이 해결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외부인의 시각으로 본다면, 그런 만큼 소설을 위한 다양한 이야깃감을 제공한다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너무나 재밌게 읽었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은 스토리텔링에 반해 버렸다. 가지고 있는 <아메리카나><숨통>도 기회가 되는 대로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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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19-07-19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99권 중 가히 최고라니...저도 도전해봐야겠어요. 아버지 유진이란 사람이 흥미롭네요.글 잘 읽었습니다.

레삭매냐 2019-07-19 10:02   좋아요 2 | URL
아... 어젯밤에 회사 회식하고서
음주 독서로 달렸는데 도저히
다 읽지 않고서는 잘 수가 없더라구요.

술이 다 깰 정도로 재미지더군요.

유진 아치케, 정말 문제적 인물입니다.

coolcat329 2019-07-19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주독서...흑! 대단하세요!

설해목 2019-07-19 1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99권이라구요!!! 아놔~~~ 느므 책만 읽으시는 거 아니에요! ㅋㅋㅋ
이 작가의 작품은 소설이 아닌 페미니스트 관련 책만 읽었네요.
레삭매냐님이 올해 읽은 책 중 으뜸으로 손꼽으신다 하니 또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19-07-19 11:02   좋아요 2 | URL
뭐 예전보다 독서량이 확~ 줄었습니다...

페미니스트 작가로도 유명하다는 말을
저도 들었네요.

자자, 이제 두 분 낚았으니 좀 더~

잠자냥 2019-07-19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을까말까 하다가 일단 넘겼는데.... ㅋㅋㅋㅋ 이 글 보고 장바구니에 담아둡니다.

레삭매냐 2019-07-19 11:39   좋아요 0 | URL
여기 한 분 더 추가요 ~~~

정말 재밌더라구요. 다양한 스토리가 적절하게
섞인 짬뽕밥 정도라고나 할까요.

moonnight 2019-07-19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레삭매냐님이 꼽으신 올해 최고의 책이라니 놀랍고 아직 7월인데 99권이라니 또 놀랍습니다. @_@;;; 저도 행복하게 낚여봅니다^^

레삭매냐 2019-07-19 13:24   좋아요 0 | URL
도저히 신인 작가가 쓴 책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구성
그리고 다채로운 스토리텔링의 향연
이 가득한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Falstaff 2019-07-19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어제 아디치에 읽었습니다.
이 책도 그냥 넘기지 못하겠군요. ^^

레삭매냐 2019-07-19 13:24   좋아요 1 | URL
오옷 공교롭게도 같은 작가의 책을 ~

어떤 책을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 :>

psyche 2019-07-20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99권의 책을 읽으셨고 그 중 제일이라 하시니 무척 끌리네요. 읽고 싶어요에 추가.

레삭매냐 2019-07-21 10:22   좋아요 0 | URL
감히 압도적 재미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아디치에의 다른 책도 재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9-07-24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99권이나 읽으셨다니 대단하십니다ㅎ 친구신청 받아주세요~~ㅎㅎ

byself120 2019-08-27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저도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이 소년의 삶
토바이어스 울프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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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토바이어스 울프에 대해 알게 된 게 벌써 3년 전이었나 보다. 그 당시에만 하더라도 아직 번역본이 나오지 않아서 일단 원서로 그의 책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올드 스쿨>, <이 소년의 삶> 그리고 <질문의 밤> 등을 사 모았다. 일부는 읽기도 했고, 오늘 막 읽은 <이 소년의 삶>은 읽다 말아서 그런지 기시감에 아주 반가웠다. 달궁 모임으로 알게 된 브랜던 친구가 추천해서 알게 된 작가가 바로 토바이어스 울프였다.

 

토바이어스 울프는 정말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올드 스쿨>에 앞선 자전적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올드 스쿨>이 동부의 소위 말하는 귀족 자제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면, 소년 토비가 환골탈태하기 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게 바로 <이 소년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버지 아서와 이혼한 토비의 엄마 로즈메리는 둘째 아들 토비를 데리고 플로리다의 새러토가에서 출발해서 유타의 솔트레이크시티 그리고 워싱턴의 웨스트시애틀과 치누크에 이르는 방대한 여정을 감행한다. 로즈메리는 지지리도 남자 복이 없다고 해야 할까. 토비의 아빠 아서부터 시작해서 만나는 남자들이 하나 같이 자신에게 안정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이들이 아니라 고통의 근원이었다. 그 중에서도 최고는 치누크에 사는 드와이트였다.

 

드와이트는 애 딸린 이혼녀 로즈메리와의 새 출발을 원하며 그녀에게 청혼한다. 토비라는 이름 대신 잭으로 불리기 원하는 영특한 소년 토비는 불길한 조짐을 알면서도, 자신이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드와이트와 로즈메리의 결합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소년의 고난이 시작된다.

 

드와이트는 철저하게 위선자였다. 본색을 드러낸 계부의 학대는 끝이 없었다. 11살 먹은 소년에게 수많은 마로니에 열매를 까게 하고, 토비가 어렵사리 신문 배달을 해서 번 돈을 갈취하고, 엄마의 이전 남자친구이자 전직 군인인 로이에게 받은 윈체스터 소총을 쓸모없는 개와 바꾼다. 유사가정을 원했던 소년 토비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런 화목한 가정에 대한 희망과 계부의 인정을 바랐던 모양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비극이 시작된 게 아니었던가.

 

그런데 훗날 토바이어스 울프 작가는 성인이 되어 그 시절이 그렇게 나쁘지 만은 않았다고 회상했다고 한다. 어쩌면 울프 같은 글쟁이에게 남들이 경험할 수 없었던 일들이야말로 귀한 글감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에는 트라우마겠지만 나중에는 또 밑천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어쨌든 소년 토비의 고난은 멈출 줄 몰랐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렵사리 들어간 힐 고등학교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입대해서 베트남의 전쟁터로 향한다. 아마 이 부분은 그의 회고록 3부작 가운데 <파라오의 군대>에서 다뤄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곳곳에서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해서 언제 나올 지도 모를 <파라오의 군대>가 너무 궁금하다.

 

비행 청소년이 될 수밖에 없었던 토비의 돌파구는 다른 곳에서 찾아오게 된다. 바로 프린스턴에 진학한 형 제프리와 연락이 닿으면서 아버지와 형이 그랬던 것처럼 동부의 명문 사립학교 진학을 꿈꾼다. 철저하게 속물이었던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던 토비는 자신이 회고록에서 고백하는 것처럼 뛰어난 거짓말쟁이에 도둑이었다. 어쩌면 이제는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하나가 된 토바이어스 울프의 스토리텔링에는 바로 이런 바탕이 절실했던 게 아닐까 뭐 그런 추론도 해본다.

 

하버드나 프린스턴 같은 명문대는 들어가기도 쉽지 않지만 진짜 승부는 그전 단계인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서 이미 결판이 난다는 걸 소년은 깨달았다. 그런데 싸움질에 온갖 비행으로 무장한 토비가 무슨 수로 그런 사립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단 말인가. 토비는 추천서와 성적표를 조작하고, 시애틀에 사는 하워드 씨마저 철저하게 속여서 마침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한다. 놀랍다 놀라워. 아무리 전후 세대라고 하지만 이 정도의 스토리텔링은 지금처럼 사회가 견고한 시대에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아이젠하워와 맞붙은 아들라이 스티븐슨이나, 토비의 엄마가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섰던 케네디 같은 이름들이 등장하는 50년대 후반의 풍경은 아무래도 낯설다. 게다가 미국 사람들이라면 익숙할 당대 차량이나 텔레비전 커머셜 같은 부분도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얼마 전에 읽기 시작한 <늑대의 역사>에 등장하는 냉전 시대 보수주의에 경도된 교사들의 모습도 등장해서 흥미로웠다. 베를린이 아니라 모스크바로 진격해야 했다는 신박해 보이는 주장들 말이다. 꼬마 소년이 아무렇지도 않게 총기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헌법 수정 조항이 언론의 자유 대신 무기를 소지할 권리라고 부추기는 선생님의 발언은 또 무언가. 얼핏 총기 사고로 얼룩진 미국 사회의 단면을 엿보는 느낌도 들었다.

 


소설을 읽다가 우리 브랜던 친구가 최고의 단편으로 꼽은 토바이어스 울프의 <Bullet in the Brain>15분 짜리 단편영화를 유투브로 봤다. 예전에 단편집으로 읽었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 부분에 they is, they is 가 도대체 뭔 말인지 브랜던 친구에게 물었는데 한창 술 마시면서 듣는 바람에 또 이해를 하지 못했다. 집에 가서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어쨌든 <이 소년의 삶>은 대단한 작품이었다.

 

[뱀다리] 오래 전에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기회가 되면 영화도 한 번 보고 싶다. 그나저나 도대체 킹스턴 트리오의 <늪지>는 원제가 뭘까. 역시나 원서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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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9-07-17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도 이 책 기다리고 있었는데 레삭매냐 리뷰 읽으니 설레이네요. 사실 토바이어스 울프는 유튜브에서 카메라 앞에서 장시간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고백한 인터뷰가 인상적이어서 기억한 작가였어요. <올드스쿨> 참 좋더라고요.

레삭매냐 2019-07-17 21:09   좋아요 0 | URL
유튜브 토선생의 인터뷰도 한 번 찾아 봐야
겠네요 :>

책은 기대이상이었습니다.

속히 <파라오의 군대> 그리고 단편집들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회고록 3부작의 완간
을 고대해 봅니다.

서니데이 2019-07-18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휴가 잘 다녀오셨나요.
시원하고 좋은 밤 되세요.^^

레삭매냐 2019-07-19 07:08   좋아요 0 | URL
휴가 전반부에 비가 오긴 했지만
잘 다녀왔답니다.

감사합니다.
 

<이 소년의 삶> 토바이어스 울프

 

예전에 토바이어스 울프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나서 언제나 그의 책이 번역나올까 싶었는데 올해 들어 <올드 스쿨>을 필두로 해서 작가의 책이 줄줄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반갑다.

 

아마 다음 순서는 단편집이 아닐까 싶다. 우리 브랜던 친구가 강력하게 추천한 단편의 결말을 과연 어떻게 번역했을지 무지 궁금하다 나는.

 

<이 소년의 삶>이 지난 주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주문하려다가 주말에는 당일배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머뭇거리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인근 교보문고 바로드림 서비스로 사야 하나 하는 나의 고민은 귀차니즘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램프의 요정 적립금이 있으니 그걸...

 

오늘 오후에 받았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 원서를 사서 읽다 말았지 아마. 그래서인지 기시감이 팍팍 드는 기라. , 만사 때려치우고 이 책이나 읽고 싶구나. 타부키의 <인도 야상곡>도 마저 읽어야 하는데.

 

미리보기 서비스로 <늑대의 역사><보라색 히비스커스>도 읽기 시작했는데 이 두 책 다 마음에 든다.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당장 읽어야 할 책들이 생겼으니 어쩌면 다음 달로 미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달 달궁 모임은 아쉽게도 패스해야할 팔자다. 아 억울타. 책도 다 읽었는데. 우리 동지들을 못 보니 그것도 아숩고. 뭐 사는 게 다 그렇지 아니한가.

 

오늘 밤 <이 소년의 삶>을 읽을 기대에 벌써부터 설레는구나. 어쩌면 <블러디 프로젝트> 때처럼 새벽까지 읽게 되는 거 아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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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해목 2019-07-17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신간 나온 기념으로 <올드 스쿨>을 샀습니다. ㅎㅎㅎ
작가의 다음 단편집이 나올 때쯤 이 책을 구입할까봐요. ~

레삭매냐 2019-07-17 09:36   좋아요 1 | URL
전 어제 받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오늘 아침
까지 절반 가량 읽었네요. 너무 너무 재밌네요.

브랜던 친구가 왜 그렇게 토바이어스 울프
타령을 했는지 알겠더라구요. 근데 진짜 걸작
은 단편이라고 하는군요 :>

원서 읽던 책이라 그런지 기시감도 들고...
비교해 보고 싶은 부분도 있는데 읽던 원서를
어디에 두었는지 못 찾겠네요. <올드 스쿨> 때
도 그랬었는데 흠 -
 
집시와 르네상스 - 피렌체에서 집시로 살아가기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김운찬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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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와 르네상스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라는 호기심에 타부키의 책을 두 번째로 만나게 됐다. 이탈리아 출신 작가 안토니오 타부키의 <집시와 르네상스>의 시공간적 배경은 지난 세기말의 피렌체다. 구유고슬라비아가 내전으로 초토화되면서 발칸반도 그 중에서도 세르비아와 코소보 그리고 마케도니아에 살던 집시들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지금 시리아 내전과 리비아 내전이 수많은 난민들을 만들어냈다면 20년 전에는 유고내전이 그랬다.

 

집시에게 덧입혀진 도둑, 불결함 그리고 구걸 같은 부정적 이미지는 어디에서 왔을까? 인도 북부에서 유래했다는 유랑민족에 대한 정주민들의 네거티브 프로파간다가 아닐까 싶다. 집시들은 피렌체 외곽에 설치된 올마텔로, 포데라초 같은 낯선 이름의 수용소에 갇혔다. 이탈리아 시민들도 아닌 이방인들에게 위생시설이나 제대로 된 거주시설 같은 것들이 주어질 리가 없었다. 코무네와 소수의 양심적인 인사들이 제공하는 물자는 집시들에게 턱없이 부족했다. 이것이 인간인가, 나는 왜 또다른 이탈리아의 양심이 외친 말이 떠오르는가.

 

그런데 저자가 명백하게 통속적인 도시라고 밝히는 위대한 인문학의 도시 피렌체가 지닌 제노포비아의 역사는 유구했다. 이미 메디치 일 마니피코가 다스리던 공국 시절부터(무려 500년 전부터!) 집시들은 추방과 배제의 대상이었다고 타부키는 역사적 고찰을 통해 밝힌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자리와 마실 물 그리고 음식도 없는 비참한 집시들의 스케치가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꽃의 도시 피렌체의 단면이라면 또 한편에서는 피렌체 비엔날레라는 이름의 흥청망청한 파티가 진행되고 있다. 타부키가 노린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도시의 한 편에서는 인간들이 인간 이하의 삶을 영속해 가는데 또 한 편에서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얼치기 행사에 수십억 리라를 쓴다는 역설적 상황 말이다.

 

수십개의 분절로 이루어진 글을 읽으면서 가장 슬펐던 장면 중의 하나는 누군가 집시 소녀에게 소녀가 한 번도 가지지 못한 인형을 선물했는데 그 선물이 집시 소녀의 품에서 폭발했다는 지점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인 인간인가. 집시 청년과 이탈리아 아가씨와의 사랑은 온갖 역경을 이겨낼 것 같았지만 결국 오래된 프로파간다의 위력으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는 전언도 비극의 연장선 위에 있었다.

 

자본과 패션의 르네상스를 원하는 이들에게 안토니오 타부키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사제 폭발물을 투척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시들을 환대한다는 이미지를 보여 주기 위해 집시 노인들에게 아파트 열쇠를 건네주는 코무네가 기획한 쑈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누군가는 꽃의 도시 피렌체에서 압도적인 예술품들을 보면서 스탕달 신드롬을 경험할 것이다. 하지만 또 누군가는 올마텔로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초현실적인 모습을 보고 비슷한 수준의 분열증을 겪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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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7-15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려한 축제 분위기와 그 분위기에 가려져 배제된 집시들의 삶이 공존하는 피렌체. 88 올림픽이 열리기 전의 서울의 분위기와 비슷하네요. 정부가 서울역 주변에 있는 노숙자들을 쫓아냈고,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잘 보이려고 낡고 오래된 건물들을 철거한다는 이유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쫓아냈잖아요.

레삭매냐 2019-07-15 17:04   좋아요 0 | URL
싸이러스 브로의 지적이 정확하게 맞습니다 !

가장 자유주의적이고 유구한 인문학의 역사
를 자랑하는 도시에서 그런 야만적인 행위
들이 수백년 동안 자행되어 왔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다시 한 번 이것이 인간인가를 말해 봅니다.
 
블러디 프로젝트 - 로더릭 맥레이 사건 문서
그레임 맥레이 버넷 지음,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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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원래 휴가 다녀와서 일찍 자는 계획이었는데 그레임 맥레이 버넷의 <블러디 프로젝트> 읽다가 그만 망했다. 자기 전에 좀 읽는다는 게 그만 다 읽고 나서 새벽 2시에 잠들었다. 물론 다 읽고 나서도 <문타이거>도 좀 읽었지. 아 끝없는 나의 책사랑.

 

<블러드 프로젝트>1869810일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컬두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장르소설로 맨부커 최종심에 올랐다는 점이 아무래도 셀링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소설은 사건 발생, 주인공 로더릭 맥레이의 진술, J 브루스 톰슨의 편견에 가득한 보고서 그리고 재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좀 맥이 빠질 진 모르지만 스포일부터 해야할 것 같다. <블러디 프로젝트>에는 기가 막힌 반전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로디의 불쌍한 사연을 잘 파악한 유능한 삼류 변호사 앤드루 싱클레어의 법정에서의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정신이상에 의한 범죄라는 정상참작은 거부된다. 그렇다고 자그마치 세 명이나 되는 브로드 패밀리를 잔혹하게 살해한 로디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게 아닌가.

 

화끈한 법정 드라마나 반전 대신 저자는 어떻게 해서 17세 소년 로디가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우선 사건발생 1년 전 쯤, 맥레이 집안의 균형추라고 할 수 있었던 우나 맥레이가 산후합병증으로 사망한다. 로디의 아버지 존 블랙맥레이의 로디에 대한 학대는 일상이 되었다. 그전에 사건을 바라보는 컬두이 주민들의 진술이 등장하는데, 로디에 대한 의견이 판이하게 나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결정적인 것은 라클런 브로드가 치안관이 되면서 가뜩이나 사이가 좋지 않던 맥레이 가족과 불화가 극단으로 치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건 발생 후, 로디는 도주도 하지 않고 순순하게 자신의 죄를 자백하지 않았던가. 아버지의 짐을 덜어 드리겠다는 의도에서 사건을 저질렀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작가는 사건의 이면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우선 맥레이 집안의 우환이 겹치면서 어쩌면 교육을 받고 탁월한 사회 구성원이 되었을 수도 있는 로디가 살인자가 되는 과정을 보면서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하일랜드 지역의 마름과 치안관을 앞세운 착취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블랙 맥레이는 대대로 소작을 부쳐 먹고 살았다. 그들에게 컬두이 외의 삶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잠시 로디는 아치볼드 로스의 말을 듣고 캐나다나 혹은 글래스고로 떠나 상인이 되어 성공하는 꿈을 꾸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집안을 건사하는 제타와 쌍둥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잠시 동안의 가출은 로디로 하여금 원인제공을 한 라클런 브로드를 제거하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다는 점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라클런의 횡포에 견디다 못한 블랙 맥레이와 로디는 마름을 찾아가 항의해 보지만, 라클런이 치안관 행세를 하면서 모든 문제를 막아 주는 마당에 지주를 대신하는 마름이 무엇하러 일개 소작인을 상대해야 한단 말인가. 바닷가의 해초마저 지주의 것이니 자신의 허락을 받고 채취해야 한다는 라클런의 완장질은 로디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누이 제타에 대한 성적 착취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여기에 변수가 하나 등장하니 바로 그것은 라클런의 딸 플로라 매켄지와의 로맨스다. 이런 장치는 참으로 정교하다. 초반에 라클런 가족이 살해되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세 명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누굴까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그 집에 모두 다섯 명의 식구가 있다고 들었는데 라클런은 확실하고 나머지 두 명은 누굴까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그 중의 하나가 로디가 한 때 사랑한다고 믿었던 플로라였다니! 아 스포일은 이제 고만 해야겠다.

 

사건의 배경에는 라클런에 대한 로디의 개인적 원한도 있었겠지만, 라클런의 완장질을 방치한 사회경제적 시스템의 문제도 심각했다고 생각한다. 라클런은 규칙을 운운하며 계속해서 말도 안되는 벌금을 컬두이 주민들에게 매겼지만, 사실 그런 규칙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맥레이 부자가 찾아간 마름은 아예 규칙에 대해 알려 주려고 하지 않는다. 이유는 규칙을 알려 주면, 나머지는 위반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해괴한 논리였다. 그래서 규칙에 대해 알려줄 수가 없다고 강변한다. 그런 식이라면 라클런의 완장질은 거의 무소불위한 권력을 갖게 되는 게 아닌가. 치안관과 마름 그리고 지주의 이런 견고한 연합체가 지배하는 하일랜드의 실상이 드러나자 입맛이 바로 씁쓸해졌다. 뭐 지금의 상황과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법의학자로 등장하는 J 브루스 톰슨의 존재는 악역을 맡은 라클런 브로드의 그것에 견주어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교도소에 갇힌 재소자들의 사정 따위는 알아 보려고도 하지 않고 오로지 사실과 실례만을 주장하는 모습에서, 최근 재판에 넘겨진 일단의 인사들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법기술자들이 사법농단을 통해 어떤 식으로 시민들 위에 군림하려고 했는지 말이다. 알량한 지식과 편견으로 무장한 톰슨의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짜증이 났다. 어쩌면 그런 지식인들의 위선적인 태도야말로 빅토리아 시대를 규정하는 시대정신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자신이 창조해낸 역사 서류를 바탕으로 이런 멋진 소설을 쓴 그레임 맥레이 버넷의 역량에 감탄했다. 재밌기도 하고, 장르소설 답게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블러디 프로젝트>가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다른 책들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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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9-07-15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을 잊은 책사랑에 존경을!!

레삭매냐 2019-07-15 14:10   좋아요 1 | URL
너무 재밌어서, 고만 읽고 자야지를
반복하다가 다 읽고 자게 되었던
것입니다 ㅋㅋㅋ

stella.K 2019-07-15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끝없는 나의 책사랑!!!ㅋㅋㅋ
글치 않아도 휴가는 잘 다녀오셨는지 궁금했는데.
뭐 잠을 못 주무셨어도 피곤한 줄 모르겠는데요?^^
그런 책 읽어 본지가 언젠지...ㅠ

레삭매냐 2019-07-15 16:41   좋아요 1 | URL
휴가지에 책을 싸들고는 갔는데
정작 읽을 시간이 없었더라는...

휴가지 바닷가에서 책 읽는 로망
은 아무래도 팔자와 맞지 않는가
봅니다 핫하 -

설해목 2019-07-15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용을 보니 한번 잡으면 손에서 쉽게 놓을 수가 없을 것 같네요. ㅋㅋ
그나저나 벌써 휴가를 다녀오셨군요.
아까 다른 글에서 보니 강릉쪽으로 다녀오신 것 같은데.. 즐거운 휴가였기를요. ^^

레삭매냐 2019-07-15 16:43   좋아요 1 | URL
넵 강릉 일대를 누비고 다녔습니다.

강릉 - 옥계 - 사천 - 대관령목장

사람들 버글대는 게 싫어서 좀 이른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반은 비가 와서 망치고 반은 절절
끓더군요. 비교체험 극과 극 !!!

강릉 바다, 좋더군요. 마침 비치비어
페스티벌인지 뭔지도 해서 맥쥬도
신나게 마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