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찰살인 - 정조대왕 암살사건 비망록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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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규라는 작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속표지의 <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의 저자라는 점을 보고는 그가 구사하는 역사소설의 킬포를 잡아낼 수가 있었다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나간 걸까. <밀찰살인>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작가의 상상을 불어 넣은 그런 작품이다. 다만 예전에 영화 <명량>에 대해 원균의 후손들이 소송전에 나선 것처럼, 소설에서 악역을 맡은 좌의정 심환지의 후손들도 그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아주 잠시 들었다.

 

소설은 지작소에서 일하는 노가 부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이들의 죽음은 자살로 위장한 타살이었다. 때는 1800년 정조 이산이 조선을 다스린 마지막 해였다. 사건을 맡은 우포청 포도부장 오유진은 검시(당시에도 그런 제도가 있었다는 점이 놀랍다) 과정에서 누군가 검시 과정을 잘 아는 이의 범행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노가가 만든 종이를 분석해 보니, 은홍(수은)이 첨가된 것이라는 점이다. 지작장이는 왜 자신이 만드는 종이에 수은을 첨가한 것일까. 초반에 작가는 킬포를 삽입해 둔다.

 

다음 장면은 정조 시대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인 삼미자 선생 정약용이 등장할 차례다. 남인 출신으로 정조가 정국 운영을 위해 사망한 영의정 채제공에 이어 이가환과 더불어 남인의 영수로 꼽은 인물이라고나 할까. 소설 <밀찰살인>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애민주의와 조선에서 세종과 더불어 가장 영민한 군주로 알려진 정조 이산의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 어려서 광기에 사로잡힌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를 임오화변으로 잃은 이산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성장했다. 그는 아무도 믿을 수가 없게 되었고, 오로지 권력만이 자신의 생존을 담보해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결과, 이산은 왕도정치가 아닌 패도정치에 가까운 왕권강화에 주력한다.

 

이산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역사적 사실이었던 밀찰정치였다. 조정의 중신들과 아무도 모르게 밀찰을 주고 받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국정을 이끌어 나갔다. 이산 즉위 초기, 행동대장으로 물불 가리지 않고 노론 벽파에 포위된 국왕을 호위했던 이는 바로 홍국영이었다. 이산의 외가 출신 홍봉한과 홍인한 세력을 제압하는데 그야말로 미친 개처럼 날뛰었던 홍국영은 이산이 선택한 신의 한수였던 것이다. 훗날 좌의정의 자리에 오르는 심환지 역시 홍국영에게 공포를 느낀 건 마찬가지였다.

 

철저한 보수주의자 이산이 국왕이 모든 걸 다스리는 나라를 원했다면, 노론 벽파로 대표되는 기득권 사대부들은 생각이 달랐다. 한 마디로 왕권정치와 신권정치의 권력투쟁이 당대 권력투쟁이 핵심이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조 사후, 대왕대비의 수렴청정 하에 모든 개혁 정치가 물거품이 된 원인 중의 하나가 개혁정치를 이끌어 나갈 신진 사대부들을 충분히 양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뒤집어 놓고 보면 정약용 역시 미리 그 점을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정조의 병후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파악한 삼미자 선생은 전력을 다해 이산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가. 그의 노력은 주상의 병을 낫게 할 목적 뿐만 아니라 훗날 폐족으로 전락하게 되는 자신의 가문과 당파의 보존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밀찰살인>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이산을 죽이려는 세력이 있다. 그들은 기존의 기득권 세력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또 한편에는 그들의 전횡을 막고, 이산의 죽음을 막으려는 이들이 버티고 서있다. 애민사상이니 국가를 위한다는 것은 모두 포장에 불과하고 본질은 권력투쟁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소설적 상상이 개입된 것으로 보이는 이산의 승냥이들을 제압하기 위해 호랑이를 키운다는 설정은 주목할 만하다. 호랑이와 승냥이는 주군에게 충성하지 않고 언제라도 위치를 바꿀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이산은 밀찰이라는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이용했다. 모든 권력은 전제군주로부터 나온다는 신념을 가진 이산이나, 정의를 위해 싸운다는 심환지나 본질적으로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밀찰은 궁극적으로 이산의 명을 단축시키는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던가. 영명한 군주 이산의 자신감이야말로 자신의 치세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다.

 

<밀찰살인>은 짧지만 강렬한 소설이었다. 문득 역사소설의 한계는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핵심인 정조 이산 독살설은 과연 사실일까? 귀납적 구성이라기 보다, 정조의 죽음이 수은중독에 연관되어 있을 것 같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한 전개는 자못 흥미진진하다. 삼미자 선생이 걱정했던 대로, 이산이 훙어했다고 해서 나라가 결딴나고 그런 일은 없었다. 조선이 망하려면 100년은 더 있어야 했다. 단지 나라의 주인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남인과 시파들의 기회가 사라진 것일 뿐. 하나 더 덧붙이자면, 과거 권력투쟁의 국면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파간의 싸움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모두가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 놓고 보면 시민의 복리와 안위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다만 누가 권력을 잡았는가에 따른 차이일 뿐. 역사는 그렇게 되풀이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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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조지 마이클 아니 왬은 나의 우상이었다. 죽어라고 그들의 노래를 들었었지. 카세트테이프 시절이었는데 그야말로 테이프가 다 끊어질 정도로. 요즘에는 MP3 혹은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지만 그 시절에는 레코드 아니면 테이프로 노래를 들었다. 믹스 시디처럼 그 시절에는 학교 앞, 음반 가게에서 테이프에 2,500원인가를 내면 노래를 녹음해 주었다. 가오갤의 스타로드가 듣던 테이프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60분 짜리 테이프에 노래를 담는 것도 기술이었고, 노래 선곡도 무척 신중했다. 당시 2,500원은 거금이었기에.

 

그리고 보니 할리우드 키드가 되기 전에는 헤비메틀 매니아였구나. 팝송, 하드록 그리고 헤비메틀을 거쳐 클래식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안동림인가 하는 양반의 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책쟁이는 그리고 보니 음악도 책으로 배운 모양이다. 어쩔 수가 없구나. 그리하여 클래식의 무궁무진한 세계에 빠진 나는 명동 디아파송(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으로 어디로 전설적인 명연주자들의 복각시디들을 찾아 헤맸다.

 

 

알프레드 코르토, 아돌프 부슈를 필두로 해서 한스 뷜러가 지휘한 베를린 필의 베토벤 교향곡까지. 아, 심지어 사라사테가 직접 연주한 직직 거리는 잡음이 더 많은 <찌고이네르바이젠>을 감동적으로 들었던 것 같다. 사실 가장 내게 인상적이었던 클래식 중의 한 곡은 군대 식당에서 들은 클라우디오 아라우가 연주한 리스트의 <리베스트라움 No.3>였다. 나중에 휴가 나와서 바로 명동으로 달려가 아라우의 음반을 샀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그렇게 소중하게 컬렉션한 나의 시디들은 모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침 출근길에 대릴 홀의 <드림타임>, 조지 마이클의 <I Knew You're Waiting for Me> 그리고 제인 버킨과 세르주 갱스부르가 녹음한 그 악명 높은 주뗌, 무농플뤼를 들었다. 세상에 내가 오래전 즐겨 듣던 가수들이 이젠 모두 고인이 되었구나. 놀랍군. 사실 조지 마이클은 1987년 첫 번째 솔로 앨범 발표 뒤에 맛탱이가 가 버렸다. 그 다음에는 음악보다 구설수로 더 호가사들의 입에 올랐었지. 어쩌면 그의 마지막 불꽃 같은 앨범이 바로 <FAITH>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유투브로 세상 모든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뮤직비디오는 커녕 음반도 제때 공급이 되지 않던 시절이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I Knew You're Waiting for Me>는 원래 애리사 프랭클린과 듀엣곡인데 라이브에서는 아마 조지 마이클 혼자 부른 모양이다. 전성기 뺨치는 실력에 곡까지 좋으니, 파워 넘치는 리듬앤블루스 갬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곡이지. 사실 난 <FAITH> 음반 중에서 최고의 곡은 바로 <Kissing a Fool>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 앨범에서 마지막 싱글 컷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잔잔한 발라드에 흑백으로 연출한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었다. 노래 중에 제목이 담긴 가사는 맨 마지막에 딱 한 줄 나오는데 우찌나 그렇게도 갬성을 자극하는지 모르겠다.

 

 

<드림타임>은 홀앤오츠로 유명한 미국 듀오 중의 한 명인 대릴 홀이 솔로곡으로 발표한 곡이다. 아마 이런 노래가 있을까 싶을 걸. 유투브에서 대릴 홀의 라이브하우스에서 라이브로 부르는데 연세가 많이 드셔서 폭발력 넘치는 가창력을 볼 수 없다는 게 흠이다. 케니 로긴스도 초빙해서 <풋루스>를 즉흥적으로 잼을 가지기도 했는데, 멋지더라. SNL에서 출연한 케빈 베이컨이 크루들과 같이 춤추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어쨌든 조지 마이클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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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해목 2019-05-03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골 살다가 서울와서 제일 좋았던 건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는 카페에 앉아서 마음껏 해외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다는 거였네요. 한밤에 방영하던 배철수 아저씨 진행의 뮤직비디오 소개해주는 프로도 즐겨봤고.... 오늘 아침에는 올드팝송을 들으며 출근했는데.. 이렇게 뭔가가 통하는 글을 만나다니 신기합니다. ㅎㅎ

레삭매냐 2019-05-03 13:59   좋아요 1 | URL
좀 쌩뚱맞지만...

오래 전 호주 배낭여행 나섰을 때 시드니
시내에서 테렌스 트렌트 다비의 CD를
사겠다고 찾아 헤매던 생각이 나네요.

울나라 케이블 텔리비전에서 한창 뮤직
비디오를 틀던 시절에는 이미 팝음악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터라 그닥 감흥이
오지 않더라구요...

oldie but goodie ~ 입니다. 그거슨 진리!

stella.K 2019-05-03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조지 마이클이 죽었나요?
아쉽네요.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이 사람 노래 꽤 많이 들었는데...
한창 때 꽃미남이었는데 나이 드니 많이 달라졌네요.
아침 뉴스에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도 정말 잘 생겼는데
늙으니까 정말 부담스럽더군요.
아무튼 이런 소식 들으면 정말 한 세대가 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ㅠ

레삭매냐 2019-05-03 15:39   좋아요 1 | URL
넵... 3년 전 크리스마스 날 거짓말
같이 돌아가셨네요 그것 참 -

조지 마이클-프린스-마이클 잭슨
휘트니 휴스턴 정말 한 시대를 주름
잡았던 가수들이 모두 가셨네요...

오늘은 마이클 부블레 버전으로
‘키싱 어 풀‘을 들어 봅니다.
(기름진 보이스는 조지 마이클을
따라가지 못하네요 ㅠㅠ_)
 


오월의 두 번째 날이다.

 

지난 달에는 모두 13권의 책을 읽었다. 사실 읽다만 책들이 너무 많다.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해 놓고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지난 1월에 읽기 시작한 칼럼 매캔의 누레예프에 대한 소설인 <댄서>도 마저 읽어야 하는데... 내가 그 책을 사러 알라딘 부천에까지 다녀온 생각을 하면 정말. 그 추운 겨울에 말이다. 뭐 그렇게 가는 거겠지만.

 

슈테판 츠바이크의 조제프 푸셰에 대한 저격은 그야말로 제대로였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내린 결론은 역사는 선한 영웅들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었다. 악당도 역사의 한귀퉁이에서 나름 대로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 요즘 소위 동물국회에서 벌어지는 촌극을 보니 그 생각이 들더라. 독재 타도 운운하는 장면은 정말 가소롭기 그지 없었다. 그럴 정신이 있었다면 진짜 독재시절에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더라.

 

토바이어스 울프의 <올드 스쿨>도 기대이상이었다. 역시 대단한 작가였다. 헤밍웨이 그리고 앨리스 먼로의 소설에서 귀를 그어 죽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는 순간, 짜릿했다고나 할까. 문학은 그렇게 서로 상호소통하면서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참 신기했다. 그리고 보니 지난 달에 헤밍웨이의 책도 읽기 시작했는데 못 다 읽었네 그래.

 

이중톈 선생의 중국사 그리고 김명호 선생의 <중국인 이야기>까지 두루 달렸다. 내가 중국사에 원체 관심이 있다 보니 중국사 책들의 경우에는 거의 복습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야말로 술술 읽히더라. 종래의 사관과 다른 이중톈 선생의 접근이 마음에 들더라. 텔레비전 강의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한 번 찾아서 보고 싶은 마음이랄까.

 

지난 달의 대미는 이장욱 작가의 <천국보다 낯선>이었다. 자그마치 5년 전에 산 책이었는데 이제사 읽게 됐다. 아주 오래 전 내가 할리우드 키드를 꿈꾸던 시절 동숭시네마텍에서 처음으로 본 영화가 짐 자무쉬의 <천국보다 낯선>이 아니었던가. 거친 흑백 질감의 영화 이야기를 만나는 순간 역시나 오래전 기억이 소환되었다. 그 땐 그랬더랬지하는 느낌. 다시 한 번 짐 자무쉬의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5월에는 날이 좋아 어디 많이 가지 않을까 싶다. 뭐 그래도 나의 책읽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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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청소하고 재활용 쓰레기 가져다 버리고...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구나. 나의 책도 마찬가지일 테지. 지난 겨울 이사하면서 엄청나게 정리를 했는데도 여전하다. 읽지 않은 책들은 읽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서 버리지 못하고, 또 애정하는 책들은 애정한다는 이유로. 읽다만 책들도 마찬가지. 그런데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을 끼고 있는 건 뭐지. 아무래도 대대적으로 정리를 좀 해야겠다. 누구에게 주면 좋으련만, 주변에 줄 사람도 없고 포장해서 보내는 것도 일이다. 결론은 다 귀찮다. 그래서 재활용하는데 내다 버리는 걸까.

 

그나마 우리 동네에는 곳곳에 오픈 서가가 있어서 작년 겨울에는 체육공원 인근에 있는 오픈 서가에 엄청나게 가져다 두었다. 누군지 발견한 사람은 땡잡았다고 생각할 지도. 뭐 그렇게 가는 거지.

 

사실 책 정리하는 것도 정리하는 거지만, 사실 사는 것도 문제다. 계속해서 꾸준히 끊임 없이 사대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지난 달에도 책을 제법 샀다. 헌 책 새 책 가리지 않고. 그런데 막상 사서 다 읽은 책이 있던가... 토바이어스 울프의 <올드 스쿨>은 정말 대단했었는데. 지난 달에는 책읽기가 좀 부진했다. 그런데 그냥 그것도 삶의 한 방편이지 싶다. 무지막지하게 읽어서 뭐할려고. 변명일 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책 정리하다가 머리 맡에 쌓아둔 책탑 가운데서 돈 드릴로의 <화이트 노이즈>를 펴들었다. 예전에도 한 번 사서 읽겠다고 하다가 31쪽인가 읽고서는 그만 둔 책이지. 오늘은 이 책이다 좀 파다가 자야겠다. 아니 유홍준 선생의 중국답사기 2권을 마저 읽어야 하나. 읽을 책들은 참으로 많은데, 나의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뭐 그렇다.

 

김용민 브리핑에서 추천받고 산 꺼페이의 <복사꽃 피는 날들>도 책상 위에서 나를 조용하게 바라보고 있구나. 인터넷 교보에서 이런저런 쿠폰 끌어 모아서 새 책으로 샀는데, 얼마 전 종로책방에서 발견하고는 얼마나 아까웠는지 모른다. 헌책으로도 살 수 있었는데 하고 말이다. 그러니 당장 읽고 싶은 책이 아니면 가능하다면 헌책방을 애용해야지 싶다. 가격도 저렴하고...

 

알라딘 헌책방이 요즘 단가가 너무 올라서 구입하기가 망설여진다. 왜 이렇게 비싼 거야 그래. 하긴 검수를 무지 빡시게 하면서 그 조건으로 최상급 책의 단가를 올린 걸까? 하긴 모든 헌책들을 알라딘이 빨아 들이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온라인 서점보다도 헌책방 덕분인지 알라딘 매출과 영업이익이 장난 아니라고 하던데. 당분간은 책 사지 말고 묵혀둔 책 읽기에 전념해야지... 그러면서도 또 새로 나온 책이 뭐가 있나 기웃거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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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해목 2019-05-02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제가 작성한 줄 착각했습니다. 읽으면서...ㅋㅋㅋ
그사이 알라딘 중고서점은 이수역과 영등포역에 또 생겼더군요.
정말 책으로 제일 장사 잘하는 곳이 알라딘이지 싶은데... 음~~ 뭔가 근데 씁쓸하네요.
저도 당분간은 읽는 책이나 읽자 모드로 변환하려구요.
그래서 오늘 마지막으로(과연,, 얼마 동안? ㅋㅋ) 책 세 권 지르고 나서 이 페이퍼를 봤네요. ^^

레삭매냐 2019-05-02 07:35   좋아요 2 | URL
책지름은 책쟁이들의 영원한 숙제
인 것 같습니다...

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오늘도 뭐
또 살 게 없나하고 기웃거리는 헷 -

영등포점에는 다녀 왔는데 매장이
넓다란 것이 좋더군요. 짧은 책도 하
나 읽고 왔답니다.

이수역에도 생겼다 하니 한 번 가보
려구요... 이러다 전국 알라딘 순례
하게 생겼습니다 ㅋㅋ

stella.K 2019-05-02 1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말 정도부터 책을 거의 안 사고 있습니다.
물론 사던 습관이 있어서 아주 안 살 순 없고.
그런데 이것도 다 마음 먹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저도 사는데 비해 읽는 게 너무 적고 요즘은 옛날에 사 둔 책을
펼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거의 새 책임에도 테두리가 누렇게 변색되더군요.
그런 책은 중고샵에 가면 천원 받더군요.
그러니까 책을 쌓아두면 쌓아둘수록 손해란 생각이 듭니다.
요즘엔 업그레이드 해서 나오는 경우도 많고.
정말 꼭 읽을 책이 아니면 안 사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알라딘의 중고샵에 대한 독과점은 문제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출판사도 중고샵으로 넘어갈 걸 미리 알고 단가를 높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중고샵이 있기 전에 이렇게까지 비싸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지난 달 이런 중고샵을 견제하려고 무슨 헌책 페스티발인가
뭐 그런 걸 어디선가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취지는 좋은데 한시적이고 어느 지역에서만 해서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런 게 활성화가 되면 대형서점의 독점을
막을 수도 있을 텐데 아쉽더군요.ㅠ

레삭매냐 2019-05-02 14:54   좋아요 2 | URL
이야~ 알라딘의 독과점이 문제라는 점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헌책 페스티벌 같은 아이디어도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상시적인 게 아니
고 지역 행사다 보니 아무래도 접근성이...

요즘 알라딘 검수가 무지 빡세져서 어지간
한 책들은 모조리 매입불가 판정입니다.
지난 번에는 제가 보았을 때는 상태가 양
호한데, 뻰찌를 먹어서 그냥 오픈 서가에
우수수 넣어 버렸답니다...

변색과 책곰팡이의 아픔은 저만 가지고
있던 게 아니었군요. 새 책으로 샀는데 헌
책으로 읽는 기분은 참...

syo 2019-05-02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월은 뭔가 책버리고 싶은 기분이 드는 달일까요? 저도 최근 책을 대량으로 처분하고 있습니다만, 어쩐지 언 발에 오줌누는 느낌이고.....ㅠㅠ

레삭매냐 2019-05-02 17:53   좋아요 1 | URL
매우 동병상련의 느낌이 듭니다...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습니다.

눈 딱감고 정말 앞으로 다시 안볼 것
같은 책들은 드러내야 하지 싶습니다.

대량처분, 듣기만 해도 아찔합니다 -

cyrus 2019-05-06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폐기처분하고 싶은 책은 한 가득인데, 그 책들 전부 한 번도 읽지 않았다는 게 함정입니다... ^^;;

레삭매냐 2019-05-06 21:52   좋아요 0 | URL
안 읽은 책은 안 읽어서 버리거나
처분하지 못하고,

또 읽은 책은 읽은 책은 읽은 책대로
사연이 있어서 킵하게 되니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뒷북소녀 2019-06-03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사하면서 책 엄청 정리했는데...
읽지 않은 책들은... 혹시나 읽게 될까봐... 차마 정리를 못하겠더락요.
어차피, 영원히 안 읽을 것 같은 책인데도 말이죠.

레삭매냐 2019-06-03 13:11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아무래도.

수년을 끼고 있었는데도 읽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정리해야 하는디...

아직 읽지 않았다는 이유로다가 ㅎㅎ
 
이중톈 중국사 5 : 춘추에서 전국까지 이중톈 중국사 5
이중텐 지음, 김택규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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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는 이 책까지 해서 모두 12권으로 나의 독서편력을 마무리할 것 같다. 주말에 도서관에 빌려서 못다 읽은 책들을 반납하러 갔다가 빌려 왔다. 존 톨런드의 한국전쟁을 먼저 시작했는데, 가독성이 좋은 이중톈 선생의 중국사 춘추전국편을 먼저 읽었다.

 

장장 500여년에 걸친 파란만장한 시절을 250쪽 남짓한 책에 담으려는 저자의 노고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길게 늘여 쓰는 것보다, 축약해서 간략하게 쓰는 게 더 어렵다는 걸 리뷰를 쓰다 보니 절실하게 느끼겠더라. 취사선택이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하지 싶다.

 

선생은 춘추시대와 전국시대에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사건으로 전자는 제환공의 패주 등극과 후자는 진나라 효공시절 상앙의 변법을 꼽는다. 서주의 동천 이래, 정나라 장공이 패주 행세를 했다. 자그마치 22년 동안 동생과 생모의 반역을 기다린 정장공이야말로 희대의 군주가 아닐까 싶다. 견융족의 침입으로 호경(함양)에서 낙양으로 수도를 옮긴 주식회사 시스템의 주나라의 위세는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여전히 존왕양이 시스템을 방국제도의 근간으로 삼고 있었지만 시절은 이제 더 이상 도의정치가 먹혀들지 않는 약육강식의 시대로 변모해 가는 중이었다.

 

어쩌면 제환공을 보필해서 패주에 자리에 오르게 만든 관중이야말로 오늘날의 중국을 설계한 명재상이 아닐까 싶다. 근본적으로 재상 관중이 만든 나라는 훗날 군국주의 국가 모델로 봐도 무방하지 싶다. 군대야말로 도시국가에서 영토국가로 나아가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관중은 3만의 정예병을 양성해서 천하제패에 나서게 된다. 제나라를 필두로 한 주나라가 책봉한 제후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추구하면서 소국들과 연합해서 회맹을 갖고 패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으로 유명무실해진 주나라를 대신해서 천하의 도를 행하게 되었다.

 

이중톈 선생은 중원에 자리잡은 진(晋)나라야말로 화하(華夏), 그러니까 중국의 실제를 있게 만든 나라였다고 강조한다. 수십 년간 망명생활을 마치고, 이웃 진목공의 도움으로 귀국해서 나라의 군주가 된 공자 중이 그러니까 진문공은 남방의 초나라를 한 번의 전쟁으로 제압하고 명실상부한 천하맹주의 자리에 오른다. 남방의 강자 초나라는 처음부터 제왕을 칭하면서 만이라는 사실을 애써 감추지 않는다.

 

저자는 어쩌면 초나라-오나라-월나라로 이어지는 패권국가가 중원의 예악을 따르지 않는 실리적인 방식으로 패권을 차지했다고 주장한다. 제나라의 전진 일가가 주왕실로부터 제후로 인정되고 삼진의 분리로 전국시대가 시작되면서 이러한 시대의 흐름은 가속화되기 시작한다. 그것은 마치 서양 중세시대 기사도 정신이 후퇴하고, 근대화된 보병이 출현하면서 전쟁의 방식이 달라진 것 같다고 해야 할까.

 

한편 중원의 패자 진나라와 남방의 강국 초나라 사이에 낀 소국들인 정나라, 송나라 그리고 노나라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 같은 신세였다. 진나라가 강성할 때는 진나라 편에 붙고, 또 초나라가 국운이 하늘을 찌를 적에는 초나라 편에 붙은 이 세 개의 소국들을 현대의 시점으로 비난할 수 있을까. 초나라에 포위된 송나라를 구할 의향도 없으면서 사지에 파견된 진나라 장군 해양과 조국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포로를 자처한 대부 화원의 고사는 정말 눈물겨울 정도다.

 

한편 주나라의 동천 이후, 제후로 임명되어 서방의 견융족을 제압하는데 성공한 진(秦)나라는 전국시대 위나라에서 등용되지 못한 상앙을 받아 들여 훗날 전국통일의 기초를 닦는데 성공한다. 춘추대의라는 표현이 있듯이 도의와 예악을 중시했던 춘추시대와 달리 전국시대는 오로지 실력이 말해주는 시대였다. 전국의 수많은 사인들은 자신들의 재주를 사주는 이가 있다면 나라와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기존의 춘추시대가 귀족 중심의 기존 질서유지를 목적으로 한 시대였다면, 전국시대는 실력이 모든 걸 증명하는 시대였다. 전쟁에서도 패하고 복종을 맹세하면 국가로 삼아 남을 수 있었지만, 오나라와 월나라의 전쟁에서 보듯이 상대방을 최종적으로 섬멸하는 것이 전쟁의 유일한 목적이었다. 전쟁에 패한 병사들과 성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대한 학살극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시 상앙의 변법으로 돌아가 진나라의 상황을 살펴보면,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진나라는 중원의 제후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나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진목공을 저자는 준패주로 간주했던 것일까. 진나라 고유의 장례 풍습인 순장 때 수많은 사람들을 제후와 같이 묻었다는 이유로 패주의 자리에 올리지 않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방인 상앙은 군주의 총애를 받으면서 엄격한 법가주의에 기초한 개혁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기존 세습귀족들의 특권을 모두 폐지하고, 전자에서 능력을 발휘한 신귀족들을 등용하면서 모든 권한을 군주에게로 돌리는 군현제로 나라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법치주의의 기본인 엄격한 처벌 정책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진효공과 상앙은 아예 나라를 통째로 미래의 통일전쟁에 적합한 군국주의 국가로 개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문제는 상앙의 최후가 수많은 개혁가들의 그것처럼 불운했다는 점이다. 국가의 미래는 예측했지만, 진효공 사후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 거라는 예측은 왜 하지 못했을까.

 

맹상군의 식객으로 등장하는 풍환의 고사도 흥미진진하다. 제왕의 권위를 능가할 정도의 명성을 지닌 공족 맹상군 휘하에는 자그마치 3,000명의 식객이 있었다고 한다. 자신들의 주군인 맹상군의 식사와 같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식객들에게 자신의 밥상을 보여주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야사도 첨가되긴 했겠지만, 그만큼 다양한 재주를 지닌 사인들이 맹상군의 휘하에서 활동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와 있던 공자 이인의 미래에 거금을 투자한 상인 여불위의 이야기는 또 어떠한가. 시절인연처럼 의기투합한 여불위와 공자 이인의 운명은 던지는 족족 맞아 떨어졌지만, 결국 문신후 여불위는 편안한 노후를 맞지 못하고 진왕 정, 훗날 진시황에 의해 자결 명령을 받지 않았던가.

 

춘추전국시대를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 중의 하나는 전국시대 초기 가장 융성했던 국력을 자랑했던 위나라가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결국 서방의 진나라에게 복속당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마치 춘추시대 초반의 정나라의 그것과 유사하다. 결국 후발주자에게 잡혀 먹힌 셈이 아닌가. 상앙을 등용하지 않으려면 죽이라는 공손좌의 충언을 듣지 않은 위혜왕은 결국 통한의 패전을 겪게 된다. 결국 진나라의 공격 앞에 하서지역의 영토를 할양하고 수도마저 안읍에서 대량으로 옮기는 수모를 경험한다. 군주의 잘못된 선택이 나라를 거의 망국에까지 몰아넣은 것이다.

 

저자는 합종연횡으로 한 시절을 호령했던 소진과 장의에 대해서도 도박꾼과 사기꾼이라는 표현으로 일갈한다. 자객에게 암살당한 소진은 사후 자신의 복수를 위해 군주에게 범인을 잡을 묘책을 알려준다. 도둑으로 몰려 엄청나게 두들겨 맞은 장의는 자신의 혀가 온존하지 않느냐는 말로 미래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도박꾼과 사기꾼에게 올바른 국가관이나 주군에 대한 충성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자신들의 안위와 명성 그리고 치부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러니 그들에 대한 후세의 평가가 박할 수밖에.

 

이중톈 선생의 중국사는 읽을수록 재밌다. 그냥 설렁설렁 읽기 시작했는데 이러다가 팬이 될 기세다. 다른 책들도 한 번 읽어봐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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