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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1.5평 청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다카노 히데유키가 쓴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로 시작된 그와의 만남은 <극락 타이 생활기>에 이어 결국 그의 11년간의 와세다초 자취집 노노무라 생활을 그린 <와세다 1.5평 청춘기>까지 읽게 하고야 말았다. 전 세계를 상대로 말도 안 되는 일들만 하러 다닌 다카노 히데유키. 콩고에 가서 정체불명의 괴수 무벰베를 만나겠다고 하고, 아마존 오지를 탐험하러 다니고 또 미얀마에 잠입해서 양귀비 밭에서 일하면서 아편을 만들다가 막판엔 아편중독까지 경험하게 된 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의 배경이 될 수 있었던 노노무라 생활기가 이 책에 구구절절하게 실려 있다.

굳이 직업을 밝히자면 오지 탐험 전문작가라고 할 수 있는 그는 이미 와세다 대학 탐험부 소속 4학년으로 이미 많은 경험을 하고서, 별난 사람들만 모여 사는 노노무라에 뛰어 든다. 달랑 다다미 세장의 90-180(cm) 남짓 되는 곳에서 그가 향후 11년간을 생활하게 될지 그 누가 알았던가. 그렇다고 샤워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래층에 사는 수전노 마쓰무라는 계속해서 구린 반찬으로 자취생들에게 테러를 감행하고, 프라이버시라고는 전혀 모르는 겐조 씨 등 어디서 그렇게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만을 모았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탐험부 후배 이시카와와는 환각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마귀광대버섯을 찾으러 가질 않나, 역시 친구인 기타와 샤미센을 연주하며 점을 쳐서 돈을 벌겠다는 허황된 구상에 이르기까지 보통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그리고 생각을 한다고 해도 실천에 옮길 수 없는 그런 일들만을 작가는 벌여왔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1.5평에서 2평으로 옮겨가면서, 그가 말하는 막막증은 그 증세를 더해가기만 한다. 이미 대학을 졸업한 선배, 동기 그리고 후배들이 사회에 나가 적응해 가는 동안 작가는 내내 그렇게 엄한 탐험과 모험에만 시간과 온 정성을 다하고 있었다.

어느 시인이 그전에 서른 살에 잔치는 끝났다라고 선언했던 대로, 작가 역시 서른 살을 넘기면서 그동안의 자신에 삶에 대해 반추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그의 좌충우돌식 삶을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을 부러워하지만 작가의 고백대로, 어쩌면 두려움반 동경반의 마음을 가지고 꾸역꾸역 삶의 행진을 계속한다. 그리고 그 잔치가 끝난 마당엔 작가의 진한 회한만이 쓸쓸하게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결국 그는 결심을 하게 된다.

작가의 그 후의 삶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노노무라에서의 11년간의 삶은 그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마치 이 책이 다른 책들과 함께 다카노의 삶이란 하나의 커다란 퍼즐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아 그 책에서 말한게 바로 이 부분이었구나! 그러니 어찌 연달아 출간될 그의 다른 책들을 기다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서>가 번역 중이라고 하는데 어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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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 타이 생활기 - 쾌락의 도가니에서 살다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먼저, 이 책의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에게 푸욱 빠져 버렸다는 고백으로 이 글을 시작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봐야 이 책까지 해서 달랑 두 권 읽었을 뿐인데, 책의 표지에서 선전하듯이 일본의 “인디애나 존스‘라는 작가의 좌충우돌 탐험기가 주는 매력에 사로잡혀 버렸다. 그와 나와의 첫 만남은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였는데, 오늘 다 읽은 <극락 타이 생활기>에서는 그 포스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만 같다. 그러니 앞으로 줄줄이 출간될 그의 책들이 어찌 기대가 되지 않겠는가.

이 책은 일본 유수의 대학 중의 하나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다카노 히데유키가, 일본이 아니라면 세계 그 어디라도 좋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타이의 치앙마이로 가서 일본어 강사가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모두 4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극락 타이 생활기>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로 작가가 체험한 타이의 모든 것에 대해 낱낱이 파헤친다.

불교국가이면서 여느 동남아시아 국가와 달리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타이는, 아시아에서 일본과 더불어 유이하게 타국의 지배를 받아본 적이 없는 나라라고 한다. 애국심으로 대변되는 국가주의 사고보다는 개인의 편리와 영달만을 추구하는 타이인들의 모습은, 한 때 국가주의의 화신으로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인들의 시선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으리라. 역시 이방인으로서 사물의 본질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자신 스스로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더 수월하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타이인들이 보면 기분이 나빠할 정도로, <극락 타이 생활기>는 타이인들의 “혼네[本音]”를 까발리고 있다. 고작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생활 집기를 얻기 위해 자신들의 딸을 유곽으로 팔아넘긴다거나,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급 자동차들을 무리해서 사대질 않나 또는 아웃도어 활동보다는 편리하고 쾌적하고 ‘시원한’ 울트라 메가 쇼핑몰에서 ‘몰래츠(mallrats)’처럼 다니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논리와 이성을 중요시하기 보다는 개인적인 감성적 판단에 근거해서 삶의 방향을 잡는 타이인들이 어쩌면 소위 문명세계에 사는 우리네로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많을 수밖에. 개인적으로도 만난 타이인들의 경우에 보면, 어떤 일에 있어서 뚜렷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슬렁슬렁 잘만 살아간다. 일본인들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 역시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많은 타이 여자들이 일본인들과 결혼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일본에 가보고 싶다던가 아니면 일본에 가서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싶다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생각들이 툭툭 튀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어디 그런 이야기들만을 하겠는가. 그런 어수룩함 가운데서도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대개의 타이인들에 대한 사랑 또한 숨기질 않고 드러낸다. 1998년 IMF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저널리스트들이나 혹은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던 이들이 좌판을 벌이거나 혹은 식당을 차려서 다시 재기를 도모했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어쩌면 남국에 사는 사람들 특유의 낙천성이 한몫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네의 그것과는 너무나 다른 유연한 사고와 삶에 대한 태도가 엿보였다.

물론 타이에 대한 실제적이면서도 유용한 정보들도 부족함이 없이 제공해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조금은 농담에 있어서 심하게 관대한 타이인들이지만 딱 두 가지 금기시되는 분야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국왕과 국교인 불교에 관한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그 두 가지에 대해서는 정색을 할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한다고 하니 타이인들을 만나거나 혹은 타이를 여행할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숙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작가도 학생들을 데리고 떠난 필드트립에서 불상에 대해 농담을 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작가의 글에서 왠지 모를 동양인에 의한 오리엔탈리즘이 느껴졌다. 큰 메기 요리를 먹겠다고 나선 작가가 라오스와 국경지대의 작은 마을 나콩파노무를 찾은 에피소드에서는 서양인의 눈에 비친 “쇼킹 아시아”식의 식도락 탐험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포도가 나지 않는 타이에서 만들어낸 유사와인에 곁들여지는 벌레통조림에서는 그런 신비주의적(혹은 미개한?) 오리엔탈리즘의 냉소가 얼비치는 것 같아 책을 읽으면서 피어난 미소들이 사라지면서 개운찮은 뒷맛이 남았다.

어쨌든 이 ‘미소의 나라’를 찾은 이방인의 눈에 비친 타이 생활기는 나에겐 개인적으로 유쾌한 경험이었다. 당장에 비행기를 잡아타고, 타이에 가볼 수가 없으니 이 정도의 간접체험만으로도 황공할 따름이다. 계속해서 이어질 다카노 히데유키의 괴짜 여행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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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레 보르자 - 마키아벨리를 사로잡은 『군주론』의 모델
세러 브래드퍼드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체사레 보르자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 할머니를 통해서였다. 이탈리아 사에 흠뻑 빠진 노작가는 카이사르의 중세판 환생이라고 할 수 있는 체사레 보르자에 경도되어 이미 그에 대한 글도 쓰지 않았던가. 덧붙여서 체사레 보르자가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의 실제적인 모델이 되었던 인물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체사레 보르자에게는 냉철한 군주이자, 과감한 결단력의 소유자 그리고 전쟁터에서 뛰어난 전투지휘관이라는 온갖 미사여구가 뒤따르지만 결국 그는 아버지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후광을 입어 그런 성공들을 이루었다는 것이 알렉산데르 6세의 사후에 드러난다.

스페인의 아라곤 지방의 보르자(스페인말로는 보르히아) 가문 출신으로 자신의 삼촌이자 교황이었던 칼릭스투스 3세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로마에 입성해서 추기경으로 발탁된 로드리고 보르자는 1492년(컬럼버스가 미국대륙을 발견한 바로 그 해!) 정적 줄리아노 델라 로베레를 꺾고, 오랜 염원이었던 교황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삼촌이 그랬던 것처럼 족벌등용이라는 폐습을 적극 활용해서 정부와의 관계를 통해 낳은 자신의 아이들인(사생아) 체사레, 후안, 루크레치아 그리고 호프레를 고위 관직에 연달아 등용시키기에 이른다.

과거 막강했던 교회 권력의 부활을 꿈꾸던 교황 알렉산데르와 로마의 전통적인 보수귀족 가문인 오르시니, 콜론나 가문들과의 마찰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갈등의 전면에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체사레 보르자가 서 있었다. 명예를 중시하는 보르자 가문의 후예답게, 체사레 보르자는 자신의 일족이 당한 수치나 모욕에 대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보복을 함으로써 당시 보르자 가문이 누리고 있던 권세를 당대의 모든 이들에게 인지시켰다.

한편, 당시 여러 개의 소국으로 나뉜 채 하나의 구심점이 없는 채로 이전투구를 계속하고 이탈리아 주변에는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 그리고 스페인으로 대표되는 강대국들이 호시탐탐 이탈리아의 정치문제 특히 남부의 나폴리 왕국에 대해 자신들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알렉산데르가 주창한 대로, 교황령을 중심으로 한 주변의 여러 도시국가들과 공국 그리고 공화국들을 아우르는 대역사가 필요한 참이었다.

이미 어린 나이에 추기경에 임명되어 권세를 누리고 있던 체사레 보르자는 1498년 동생이자 교황군의 총사령관이었던 간디아 공작 후안 보르자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사제복을 벗고 환속하여 동생 후안을 대신해서 교황군의 총사령관이 되어 이탈리아 정복에 나서게 된다.

체사레 보르자는 로마냐 지방 석권을 위한 자신의 첫 전장이었던 이몰라와 포를리 공략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 주면서 포를리의 영주 카테리나 스포르차를 사로잡고 자신의 첫 번째 공략을 대성공으로 이끌게 된다. 보르자 가문의 영욕을 그린 영화 <보르히아>에서 보면 음모의 달인 카테리나 스포르차는 교황 알렉산데르를 독살하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가 발각되면서 파멸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뒤이어 리미니와 페사로, 파엔차 그리고 우르비노를 정복하면서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무장이라는 당대의 칭송을 얻게 된다.

이 책에서는 어제 본 영화 <공공의 적 1-1>에서 강철중이가 말했다시피 ‘무슨 가족 간에 이렇게 팀웍이 안 맞아 먹어!’라는 푸념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아들 체사레의 이탈리아 원정을 위해, 교권의 최고 지도자인 알렉산데르는 자신의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대의명분과 금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아직 상비군 체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던, 르네상스 시대에 용병들이 주를 이루는 전쟁에서 교황이 지원하는 돈의 힘은 그야말로 막강했다.

이탈리아에 존재하고 있던 각 공국들과 공화국들 간의 정치적 갈등과 더불어 주변 강대국들 간의 이해문제까지 겹쳐져서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던 시대 상황이었다. 모든 일들에 대해 냉혹한 분석을 통해 판단하고 움직이던 당대의 풍운아 체사레 보르자조차도 자신이 내린 어떤 결정도 그 결정이 불러올 결과들에 대해 알 수가 없었다. 오늘의 적이 내일은 맹방이 되고, 오늘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던 가문과 부하 장수들이 내일은 반대편에 서서 자신에게 칼날을 겨누는 상황 가운데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고, 그러지 않아야 하는지 격동의 세월을 겪은 지도자의 고뇌가 이 책의 곳곳에서 배어났다.

체사레 보르자와 그의 아버지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교황권의 강화라는 초석에 바탕을 해서 보르자 가문을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통일을 꿈꾸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알렉산데르는 우리 나이로 환갑에 교황이 되어 11년간 로마를 지배했지만 보르자 가문이 이탈리아에 뿌리를 내리고, 체사레 보르자가 정복한 로마냐 지방의 정복지들을 공고히 하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부족했고, 보르자 가문에 대한 정적들의 증오의 깊이는 상상을 초월했다.

체사레 보르자는 자신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정치적 상황과 수많은 판단과 결정 사이 가운데 위태로운 줄다리기들을 시도하면서 영락을 거듭했지만, 결국 아버지 알렉산데르의 죽음으로 자신에게 가장 큰 도움과 후원을 제공해 주던 보호막이 제거되면서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르네상스 시대 한 풍운아의 삶은, 비록 그의 성공의 상당 부분이 아버지의 후광에 의한 것이었다고 하지만, 역시 시시각각으로 변해 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에 있어서 어떤 결정들을 올바르게 해야 하고 그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현명한 삶의 처세술에 대한 귀감을 보여 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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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일본의 명문 와세다대학교 출신의 다카노 히데유키의 글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대학 탐험부 소속으로 아프리카 콩고로 무벰베라는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찾아 나서고, 아마존탐험을 하고 타이의 치앙마이에 가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교사생활을 하는 등 국제인으로서 나무랄 데 없는, 어떻게 보면 황당하기까지 한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인 작가가 이번에는 일본국가의 수도이자 중심인 도쿄에 거주하는 아니 표류하는 8명의 외국인들과의 경험을 책에 담았다.

혼네와 다테마에로 대변되는 일본인들의 정서에 싫증이 난 작가는 일본이 아닌 전 세계를 그 무대로 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세계화되어 가는 과정에 있어서 일본도 그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일본에 건너 와서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떤 이는 일본의 암흑무도를 배우기 위해, 또 어떤 이는 그냥 개인적인 경험을 위해, 경제적으로 부흥한 일본에서 돈을 벌기 위해, 또는 정치적 망명을 한 이들도 있다. 그에게는 어떤 인종도, 언어도(왜 모르면 배우면 되니까), 종교도 상관이 없다. 다카노 히데유키는 그들 모두를 열린 마음으로 대한다.

그리고 책의 곳곳에서 자신의 감정들을 숨기지 않고 들어내 보이기까지 한다. 일본인들의 전통적인 정서인 혼네에서 벗어나서 말이다. 예를 들면, 자신 개인의 안녕과 영달을 위해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한 미스터 동가라의 일본방문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아마존 탐험을 위해 스페인 말을 공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니라 연애 감정이 자연스레 소멸해가고 있는 여자 친구와의 실낱같은 인연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고 담담하게 고백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이야기는 페루 출신으로 일본계 후예로 일본에서 직장을 얻어 생활하러 온 우에키의 이야기였다. 다른 보통의 경우처럼 우연하게 인연을 맺게 되고, 자신이 아마존 탐험을 하기 위해 배운 얼치기 스페인어로 작가는 우에키와 소통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관찰을 해봐도, 우에키는 일본계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남미의 인디오일 뿐이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101번째 우에키라는 오명만을 뒤집어쓴 채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게 된 우에키. 아마 그 우에키에게 도쿄는 “천국보다 낯선” 곳이 아니었을까.

자신은 정작 일본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그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지만, 어쩌면 그가 찾는 것들은 이미 모두 도쿄 아니 Tokyo에 존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일상의 평범한 가운데 묻혀서 보지 못했을 뿐. 신파 소설처럼 가슴 찐한 감동은 없었지만 대신에 다카노 히데유키의 <별난 친구들의 도쿄표류기>를 읽으면서, 잔잔한 미소와 가슴 훈훈한 미담으로 가득한 그들의 표류기에 동참하는 기분이 들었다.

※ 내가 찾은 오탈자

① “세계가 태어난 아침에”(114페이지) “세계가 탄생한 아침에”(115페이지)

② 탈로 → 탄로 (168페이지)

③ 경제재재 → 경제제재 (210페이지)

④ 흔이 → 흔히 (21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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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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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샌드위치? 요리책 제목인가? 아니었다, 이 책은 뉴욕 생활을 하면서 미국이 뉴욕에 건설한 문화제국을 알게 된 저자가 쓴 문화제국 입문서였다. 이 책의 주제는 저자의 말 그대로 간단하다, 문화가 밥 먹여준다는거다. 자, 그럼 바로 이런 질문이 나오지 않을까? 어떻게 밥 먹여준다는거지?

웹 2.0이 선도하고 있는 우리 시대는 그야말로 세상이 휙휙 돌아가는 세태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종래의 문자매체와 텔레비전은 점점 더 인터넷을 따라잡을 수가 없게 되었다. 웹으로 무장한 세대들은 더 이상, 일방통행적인 소통을 원하지 않는다. 게다가 전통적인 비즈니스만으로는 무한경쟁에서 도저히 이길 승산이 보이지 않는다. 바로 그 시점에서 저자는 문화사업, 소위 컬처비즈로 눈을 돌린다.

바로 이런 면에서 세계의 온갖 인종들이 몰려 있는 뉴욕이야말로 온갖 문화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험장이고, 총본산이 아니겠는가. 저자는 뉴욕을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이라고 명명하고 있지만, 그 표현보다는 '샐러드 접시'(salad bowl)이란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갖가지 야채들과 신선한 재료들이 담겨져 있는 샐러드 접시는 굳이 펄펄 끓이지 않아도 충분히 독특하면서도 개성적인 맛을 내지 않는가, 뉴욕은 나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조직과 경직된 기업문화가 판을 치는 우리나라와 창조적이면서도 자유로운 기업문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미국의 비교는 가히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더 가슴에 와 닿았다. 많은 기업들이 유행처럼 겉으로는 ‘창조경영’을 외쳐 대지만 껍데기만 요란한 빈 수레가 아닌가 말이다. 도대체 창조적이지 않은 기업환경에서 어떻게 창조경영을 이룩해낼 수가 있는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어떻게 해서 문화와 예술의 불모지였던 뉴욕이 그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밀레니엄 캐피탈로써 전 세계의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었는지 첫 번째 챕터에서 저자는 워밍업으로 재밌으면서도 가볍게 풀이해준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중앙정보국(CIA)에서 나서서 뉴욕이 2차 세계대전 후 세계 예술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게 공작을 꾸몄다는 가설에는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 다음의 두 개의 챕터에서는 먼저 문화예술이 점점 더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의 문화예술 전략과 현실에 대해 그리고 더 나아가 개인의 삶에 영역에서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한 상세한 기술을 보여 준다. 결국 시대의 흐름에 맞춰 문화인간으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개인의 해탈과 변이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저자가 역설한 문화제국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법을 알려 주고 있는데 그건 바로 글쓰기이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공감하는 부분으로, 문화제국 내에서 자신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 생존하기 위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현학적이면서도 기교가 넘치는 글이 아닌, 내가 상대방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것을 군더더기 없이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글쓰기야말로 가장 쉽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려운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 중의 하나는 저자가 매우 많은 잡지나 신문기사 그리고 인터뷰 등을 인용하면서도, 제대로 된 각주들을 제공해 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인용문의 출처를 밝히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미국에서 글을 썼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일 터인데, 실수였는지 어쨌는지 그 부분이 빠져 있어서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65페이지에서 애플 회장 스티브 잡스를 테크노라트(technocrat)라는 호칭을 사용해서 불렀는데, 테크노라트가 경영관리직의 전문 기술자를 지칭하는 표현이라면 적절하겠지만, 통상적으로 기술적 지식과 동시에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는 기술관료라는 뜻으로 사용되어진다는 고려해볼 때, 적당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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