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매일 같이 분주하구나.

책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어제는 분명 퇴근하고 나서 부지런히 번 이음카드 적립금으로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을 알라딘 매장에 가서 샀는데 자기 전에 좀 읽다가 자려고 봤더니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도대체 어따 팔아 먹은 거지?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만난 건사피장이로다.



아주 오래전, 대학선배하고 수봉공원 근처에 가서 장미 사진 찍던 시절 생각이 나는구나 그래. 그땐 그랬지.

 

옛날 찍은 사진들 필름이 있다면 스캔 떠서 옛 추억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리고 싶다.

필름 스캐너가 있긴 한데 말이지.



게으름뱅이가 귀찮아서 할지 모르겠다.

필름을 찾고 스캔을 뜨고 또 포토샵으로 대충 오리기라도 해야 하는데 말이지.

 

그나저나 오늘 점심엘 뭘 먹지.

어제는 뼈해장국을 먹었다. 이 동네는 물가가 비싸서 만원부터 시작이다.

다른 동료들은 섭웨이 가서 섭을 먹었다던데.



저녁에는 버거킹에 가서 단돈 5,300원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회사에서 들고간 음료수에 항상 세일하는 주니어 와퍼 위드 치즈 그리고 주니어 불고기 와퍼 두 개를 먹으니 그만 배가 두둥실해지더라. 그리고 나서 책 사러 갔었지.

 

좀 이른 밥타임이다. 밥 무러 가자~



오늘 저녁 메뉴는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간짜장이다.

인천 간짜장에는 다른 동네에서는 안주는 계란 후라이가 떡~하니 들어가 있다.

아니 요즘은 다른 데서도 주지 않는다고 하던가. 왠지 고향이 온 느낌이랄까.

참 내가 인천 사람이었지. 하도 타지 생활을 해서 깜빡 잊고 있었다.

 

가격을 말하지 않았구나 기래. 가격도 착하다. 단돈 7천원.

 

저녁은 그동안 모아 놓은 이음카드 포인트로 공짜로 먹었다. 다 그런 거지.

참 어제는 그렇게 모은 포인트로 책도 샀구나. 그나저나 카버의 책은 도대체 어따 팔아 먹은 건지 도대체가 찾을 수가 없다.

 

그나저나 이놈의 사무실은 왜 이렇게 더운 거임. 나만 그런가.

지금 내 뒤에서는 초대형 선풍이가 씽씽- 돌아가고 있다네.

이제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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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3-05-18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송도 출퇴근 잘하고 계신가요? 글에서 피곤이 느껴지네요 😥
근데 건사피장이 장미 이름인가하고 찾아봤더니 건물 사이에 피는 장미라니 ㅋㅋ

레삭매냐 2023-05-18 10:32   좋아요 1 | URL
이건 뭐 새로 회사 하나 차리는
기분일까요...

암튼 정신 머리도 없고 그런
5월이 쉴 새 없이 지나가고
있답니다. 오늘은 회식 한다고
하니 술이나 잔뜩 퍼마시 -

건사피장은 하이키라는 그룹이
부른 노래 제목이라고 하더라
구요. 가사가 참 그랬습니다.

페크pek0501 2023-05-18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미의 계절, 5월이군요.
아, 먹고싶고나... 결심합니다. 며칠 내로 간짜장을 꼭 먹기로!!!

레삭매냐 2023-05-19 13:09   좋아요 1 | URL
어려서부터 먹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먹고 있는 게
바로 짜장면이 아닐까 싶
습니다.

맛난 짜장면으로 한 그릇
하시길.
 


회사가 송도로 이사 간 지 3주가 됐다.

결론은 빡세고 힘들다. 우짜쓸까나.

 

다음 주에 회식할 장소라고 한다. 숙성 돼지고기가 600그램에 64,000원이라고 하던데 비싸지 싶다. 어쨌든 실컷 먹을라고.



회사 근처에서 발굴한 구구가가 카페다.

보통 동료들과 점심 먹고 나서 카페에 들러서 수다를 떤다. 하루 중에 기대되는 즐거움이다.

 

낮술 먹는 분들이 부러웠다. 아 여기가 카페인가 낮술집인가 헷갈린다.



디피되어 있는 술병들의 자태가 화려하다.

슬래쉬가 즐겨 마셨다는 잭 다니엘스 술병이 눈에 콕 들어온다.



회사 근처 해돋이 도서관에 가서 재직증명서와 사업자등록증으로 도서관 회원증을 발급받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하지만 정말 오래 전에 인천 중도에서 만든 회원증이 있다는 이유로 새로운 카드 발급이 거부당했다. 리브로피아인가 뭔가로 모바일 카드를 만들라고. 이건 아니지 싶었다.

 

책이라도 한 권 빌리려고 했으나 귀찮아서 패스.

도서관 분위기는 참 좋더만 그래.



지하 1층에 있는 재활용 센터에 갔는데 누군가 버리고 간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어떤 물건이든 아는 이에게만 보이는 모양이다. 잽싸게 램프의 요정 앱을 구동시켜 본다. 어라, 이거 팔 수 있는 책인데 그래. 유후, 팔러 가야지.



그렇게 나는 공돈 4,700원을 벌었다. 이런 방법이 다 있네 그래.

그렇게 번 돈으로 저녁에 김밥을 사먹었다네.



R2-D2 지난주에 두 번 들린 커피샵 앞에 스타워즈 캐릭터가 있더라. 내가 또 예전에 그렇게 스타워즈를 좋아하지 않았던가. 새로 나온 시리즈는 영 그랬지만.



어제 저녁에 먹은 해물팟타이다. 단가는 11,000. 맛은 그냥 그랬다.

내가 아는 파타이는 달달구리였었는데 그 맛이 좀 부족하더라. 반다시 드렁킨타이 팟타이를 먹어 보고야 말리라.



오늘 아침에 보니 치자나무 꽃이 피었더라.

- 치자나무가 이렇게 생겼구나 기래.

 

오늘 어머니 생신이라 아침 출근하기 전에 치자나무 사진을 먼저 보내 드리고, 출근길에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셨다. 어머니가 흰꽃을 좋아하신다고 하셨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는데 어머니가 무얼 좋아하시는지도 몰랐다니...

불효자가 따로 없구나 그래.

지난주에 찾아뵈러 가서 드시고 싶다는 소머리국밥을 사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셨다.

내가 먹은 왕갈비탕은 아숩게도 꽝이었다.



울 꼬맹이가 학교에서 신는 실내화가 떨어져서 사러 갔는데 - 종류도 없고 가격도 비싸서 패스했다.

 

꼬맹이가 주문한 과자 4가지를 사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두 개는 성공했지만, 나머지 두 개는 팔지 않았다.



퇴근을 앞두고 급번개가 성사돼서 트리플스트릿에 진출했다. 좋을시고나 -



정말 오랜만에 만난 도제부아 로고다.

이 맥주의 존재조차 모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친구가 사다줘서 알게 됐다.

이게 아마 메히코 비루지.



매릴린 먼로. 혹은 노마 진 베이커?



오늘 새로 문연 양꼬치 집에서 실컷 먹고 나서 2차로 간 집에서 만난 술병들의 향연.



이틀 전부터 권여선 작가의 소설집을 읽고 있는대 재밌다.

뭐랄까 비슷한 시기를 거쳐온 작가가 그리는 시간이 포로가 된 삶에 대한 서사가 마음에 들었다. 뭐 그 땐 그랬지라는 말도 나오고.

 

그전에 집중해서 찰스 부카우스키의 시집부터 마저 읽으려고 했는데... 새끼줄이 엉켜 버렸다. 게다가 그동안 고대해 마지 않던 필립 로스의 대체 역사서 <미국을 노린 음모>도 나와서 어제 바로 주문장을 날렸다.

 

다음주에 나올 예정이라고 했는데 미리 나온 모양이다. 아마 오늘 정도 도착하지 않을까 싶은데. , 카톡으로 오후 3시에서 5시에 온다고 한 책이 아침에 도착해 있었다. 놀랍군 그래.

 

원래 플랜은 다음주에 회사 근처에 있는 K문고에 가서 바로드림으로 사는 거였는데, 역시 램프의 요정이 스피드에서 뛰어나구나 그래.

아무 것도 안하고 주말 내내 책이나 읽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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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essa 2023-05-13 0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서니데이 2023-05-13 0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치자꽃이 하얗고 예쁘게 피었네요. 사진 잘 봤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05-13 09:16   좋아요 1 | URL
조그만 녀석인데 사진을 찍으니
좀 더 크게 나와 보이는 것 같습
니다.

감사합니다. 써니데이님도 즐거
운 주말되시길.

건수하 2023-05-13 0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주 동안 많은 곳을 섭렵하셨군요. 레삭매냐님 엄청 부지런한 분이신게 느껴집니다 ^^ 그 쪽에 맛집들이 많네요.

꽃 사진 찍어 보내는 아들이 얼마나 있겠어요. 효자이십니다!!

레삭매냐 2023-05-13 09:17   좋아요 1 | URL
달빛공원 부근에 있다는
롱비치에도 가보고 싶은데
짬이 도대체 나질 않네요.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 낭
중에 가보려고 합니다.

엄니가 좋아하시니 저도
기분이 좋았답니다 헷.

건수하 2023-05-13 11:34   좋아요 0 | URL
거긴 저도 안 가봤습니다 ㅎㅎㅎ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하더군요 :)

자목련 2023-05-13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치자꽃 정말 예쁘네요. 향기도 전해지는 듯해요. 어머님께 꽃 사진을 보내는 매냐 님, 다정한 아드님시시군요. 스누피 슬피퍼 탐나는데 비싸다면 저도 패스할 것 같아요 ㅎ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05-14 08:29   좋아요 0 | URL
슬리퍼의 단가도 그렇지만
결국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실패할 뻔 했답니다.

역시 신발은 신어 보고 사
야 하는가 봅니다.

저도 치자꽃이 이래 이쁜
줄 처음 알았답니다. 그리
고 또 순식간에 시들어 버
리네요. 그것 참. 감사합니다.

stella.K 2023-05-13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치자꽃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습니다. ^^
근데 도서관 카드만드는데 서류가…?
그럼 먼저 있던 카드를 없애야 만들어 준다는 건가요?
요즘은 정말 모바일 카드 만들라고 하더군요.
저도 그러냐고 하곤 그냥 나왔슴다.
암튼 땡잡으셨네요. 부지런한 사람이 행운도 잡는가 봅니다.^^

근데 오늘 사진은 좀 퇴폐적이군요. ㅋㅋ

레삭매냐 2023-05-14 08:33   좋아요 1 | URL
좀 쌩뚱맞지만...
예전에 끗발 날리시던
재즈 싱어 빌리 할리데이 여사가
머리에 정갈하게 치자꽃을 꼽곤
했었더라는. 실물로 보니 더 멋
드러지네요.

기존 가입 경력이 있어서 결국
도서관 신입회원가입(?)과 카드
발급은 모두 나가리가 난 것으로.
신규 발급은 안해주고 그러니까
모바일 카드를 이용하라고 했답
니다. 점점 더 귀찮아지는가 봅
니다.

간만에 음주를 헷.

페넬로페 2023-05-14 0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리브로피아앱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어요. 여러 도서관 등록만 해 놓으면 검색, 대출연기, 상호대차, 희망도서 신청, 도서예약을 이 앱 하나로 다 할 수있어 좋아요.
책 득템하시어 현금으로까지^^
넘 좋은데요~~

레삭매냐 2023-05-14 08:40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철저하게 아날로그 인간이고
싶어하는 저로서는 고저 신
문물이지 싶습니다 :>
고렇게 유용하다고 하시니
호기심이 발동되긴 하네요.

책 판 돈으로 저녁 김밥 사
먹었답니다 ㅋㅋ
영혼의 양식이 육신의 양식
으로 전환되는 -

페크pek0501 2023-05-14 1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뭐, 요렇게 재밌는 페이퍼가 있다니... 잘 읽었습니다.
책을 주워 돈도 챙기시고... 술병들의 향연도 찍으시고...
저도 국내 작가 단편집을 산다면 권여선 작가의 책을 사려고 장바구니에 담아 뒀어요.
나중에 리뷰 올려 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당~~

레삭매냐 2023-05-14 22:51   좋아요 0 | URL
고대해 마지 않던 필립 로스
할배의 책이 나오는 바람에
권여선 작가의 책이 뒷전으로
밀리고야 말았네요.

열심히 읽고 부족한 리뷰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3-05-15 23:03   좋아요 2 | URL
글쵸글쵸?
레삭매냐님
이런 스타일 페이퍼 넘 재밌어요. 알차게 바삐 보내신 하루를 엿보는 기분이랄까요?

회사 옮기신 이후에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런데 저런 새 책을 버리다니!^^;;;누구일까요.... 덕분에 김밥을 드셔서 자원순환하신 셈이네요

얄라알라 2023-05-15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램프의 요정, 저는 당일 배송을 당일에 받아본 적이 많지 않아서...^^;; 지역차가 있나봐요
 
고래 (문학동네 30주년 기념 특별판) 문학동네 30주년 기념 특별판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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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글] 고래 / 천명관

2009. 5. 31. 1:47


* 이 리뷰는 무려 14년 전에 쓴 리뷰다. 책도 재개정판으로 나오는 마당에 리뷰라고 해서 울궈먹기가 안될쏘냐, 이 말이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천명관 작가의 <고래>는 몇 년 전에 근처 서점주인형의 추천으로 이미 한 번 읽었던 책이다. 뭐 지금이야 4, 500쪽 정도의 책들이야 쉽게 읽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아, 이 책 두껍다라는 타령이 절로 나오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추천으로 읽기 시작하면서도 내내 불안해했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너무 재밌어서 바람에 게눈 감추듯이 다 읽었었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재밌으니까 그리고 다시 옛 추억의 여행지를 더듬어 가는 여행길이어서 그랬을까.

 

천상 구라꾼(혹은 이야기꾼)인 천명관 작가의 이 판타지와 현실세계에 철저하게 기반한 리얼리티로 범벅이 된 <고래>는 매혹적인 이야기다. 2대에 걸친 어느 모녀의 기구한 인생유전에 덧붙여서, 고구마 줄기처럼 달려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등장 그리고 섬세하기 그지없는 이야기틀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처음 읽을 당시, 아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고 작가의 창작력에 경이를 표했던 기억이 맴돈다.

 

부두, 평대 그리고 공장 이렇게 3개의 큰 장으로 구성된 <고래>는 주인공 금복과 그의 딸 춘희의 파란만장한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어느 촌부의 딸로 태어나 부둣가에 흘러들어 깡다구 하나로 자수성가해서 삶의 정점을 맞이했다가 바로 거지 신세로 추락하기도 하고,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 기업을 일으키는 금복의 삶이 바로 천명관 작가가 그려내는 이야기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가 관계하는 만남은 언제나 불행으로 귀결된다. 그녀의 아버지가 그랬고, 한때 같이 살았던 생선장수가 그랬으며, 유년의 추억을 같이했던 걱정이 그랬고 부둣가의 날건달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심지어는 자신의 딸 춘희마저 평탄치 못한 삶의 여정을 걸었다. 해피엔딩을 갈구하면서도, 희극보다는 비극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는 아주 평범한 사실을 작가는 진작에 알고 있었던 것일까.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금복과 춘희의 삶을 지극히 제한된 부두, 평대 그리고 공장이라는 공간으로 옭아매면서 독자들에게 그 이상은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말라는 친절한 경고까지 덧붙이기도 한다. 남북의 장군들에 대한 작가의 희화는 슬쩍슬쩍 핵심적인 부분들을 비껴 나가면서도, 피할 수 없는 시대상을 그리고 있었다. 어쩌면 작가의 그런 언급이 없었더라면 <고래>의 시공간적 배경들은 아예 판타지로 치부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공간적 낯설음만큼이나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 역시 지극히 이원적이다. 소설 전반부의 주인공인 금복은 현실의 치열한 삶을 살아나가는 억척여인의 전형으로 나중에 가서는 성전환이 된 게 아닐까할 정도로 남성화된 이미지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온통 휘젓고 있는 물신(物神) 맘몬(Mammon)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한편 그의 딸인 춘희(春姬)는 리얼리티에서 철저하게 고립된 판타지 세계에 사는 섬세함의 소유자이다. 그리고 아예 홍진세상의 더러움들을 제거하기 위해서인지 말을 할 수가 없는 벙어리란다. 그녀와 생뚱맞기 짝이 없는 코끼리 점보와의 대화는 현실세계와 판타지의 경계에서 요란한 회오리들을 만들어낸다. 하긴 춘희는 국밥집 노파의 딸인 애꾸에 비하면 보다 현실계에 좀 더 가까운 인물이긴 하지만 말이다.

 

소설의 제목으로 정한 고래의 상징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금복이 부둣가 시절 우연히 보게 된 대왕고래의 거대함은 그녀의 삶을 지배하는 물욕과 결합해서 소설의 중요한 모티프로 작용을 한다. 그녀는 건어물장사, 다방 그리고 벽돌사업 끝에 자신에게 판타지이자 현실세계로부터 도피처였던 극장을 만들게 되는데 바로 그 극장의 꼴이 바로 고래였다는 것이다. 뛰어난 사업가로서 금복은 요즘 말로 하자면 얼리 어댑터로 벌써부터 커피 맛을 알고 시골마을에 다방을 차리고, 또 조국 근대화에 이바지해야 할 시기에 벽돌사업을 시작해서 건설 붐에 한몫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성공이 그녀의 개인적 행복을 담보해 주진 않는다. 그녀는 물론이고, 그녀의 주변인들은 모두 불행한 결말을 맺는다. 그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 어느 누구도 이런 사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미 천명관 작가는 책에 수도 없이 등장하는 예의 법칙들로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가게 되어있다는 사실을 세뇌해두었기 때문이다. 절로 멋지다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그것은 이야기의 법칙이었으니까.

 

책을 다 읽고 나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고래에서 현실계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작법에 대해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타이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아울러 포스트모더니즘 역사 이론의 첨가도 뒤늦게 깨달을 수가 있었다. 남과 북의 두 장군들의 이야기와 슬쩍 빗겨나가기가 예의 포스트모더니즘 역사 이론과 일맥상통함을 알게 됐다. 역시 <백년 동안의 고독>에 나오는 주무대인 마콘도는 천명관 작가의 <고래>에서 평대로 치환될 수가 있겠다. 너무 작위적이지 않냐고 묻는다면, 나는 적어도 그렇게 읽었다라고 답할 수가 있겠다.

 

춘희 파트에서 난 자꾸만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와 불멸의 영화 <양들의 침묵>의 렉터 박사의 짬뽕이 연상이 됐다. 혹시 영화감독이 소설 <고래>에서 영화의 어느 캐릭터를 베낀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뭐 아니면 말구! 무언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 같았던 금복의 이야기에 비해, 춘희 이야기에서는 니힐리즘의 향기와 판타지스러운 결말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하지만 놀라운 건 <고래>가 천명관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이다. 초짜 작가가 이런 글을 썼단 말인가, 믿어지지가 않는다. 어쨌든 <고래>를 읽고 나서 작가의 다른 책이 없나 해서 찾아보니 재작년에 <유쾌한 하녀 마리사>라는 단편집을 발표했었다고 한다. 작가 소개글에 보니 계간 <문학동네>에 장편 <사신(死神)과의 하룻밤>을 연재 중이라고 하는데 그의 새로운 작품이 기대된다.

 

[뱀다리] 가히 국내 작가 최고의 데뷔작이라고 할 만한 어떤 작품 이래, 그것을 능가할 만한 문학적 성취를 보여 주지 못하는 어느 작가에 대한 아쉬움이 짙어지는 그런 봄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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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5-13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천명관 책 있는데 함 읽어봐야겠슴다.
아시겠지만 시나리오 쓰다 소설 쓴 거 잖아요.
부커상은 어떻게 되나 모르겠어요.

레삭매냐 2023-05-13 21:34   좋아요 0 | URL
오 그랬군요. 미처 몰랐습니다.

이 소설 영화로 맹글면 재밌겠다
싶은데... 그럴 일은 아마 없지
싶습니다.

페크pek0501 2023-05-14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래, 이 책 큰 상의 후보에 올랐던 것 같아요. 신문에서 보고 놀랐던 기억이...
글 잘 쓰는 사람이 참 많구나, 새삼 느끼며... 저주 토끼를 비롯해 대단한 작가들이에요.
앞으로 우리나라 작가들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레삭매냐 2023-05-14 22:50   좋아요 0 | URL
케이팝 다음에는 부디 케이노블
이 뒤를 잇기를 바랍니다.

cyrus 2023-05-15 0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궁 모임 이전에 펭귄클래식 모임 한창 했을 때인가? 그 당시에도 <고래>가 엄청 재미있다고 호평하신 분이 있었어요. 올해 국제 도서전에 천명관 작가 <고래> 북토크가 열린다고 하던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거 예약을 안 했네요... ^^;;

레삭매냐 2023-05-15 08:35   좋아요 0 | URL
그랬던가요? 그랬다면 그게
저일 수도 있겠네요 ㅋㅋㅋ

제가 그곳에 간다면 왜 데
뷔작 만한 작품을 다시 쓰지
못하고 있는지 물어 보고
싶네요.
 
싱글 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창비 / 201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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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리고 또다시 크리스 아이셔우드의 <싱글맨>을 읽는다. 내가 지금까지 이 책을 몇 번이나 읽었더라. 인생책까지는 아니더라도, 항상 곁에 두고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읽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지난달에는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갑자기 발생한 일신상의 이유 때문에. 그래서 오월의 첫날에 다시 <싱글맨>을 읽기 시작했다. 독서 슬럼프 탈출에 이만한 책이 없지 싶다.

 

소설 <싱글맨>의 주인공은 영국 출신으로 올해 58세의 조지다. 그는 게이다. 그리고 파트너 짐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소설 제목에 등장하는 싱글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말 그대로, 싱글이면서 외로울 수밖에 없는 그의 처지를 대변한다고나할까. 조지는 철저하게 고독 가운데 살고 싶어하지만, 그의 주변은 그런 그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우선 서던 캘리포니아로 안정과 직업을 찾아온 평범한 보통 가정들이 조지 주변에 포진해 있다.

 

아이를 좋아하던 짐과 달리 조지는 그러지 못하다. 사실 처음에 읽을 적에는 이 부분을 간과했었는데, 아이를 기르는 입장이다 보니 이런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나와 다른 어떤 부분들이 그들이나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나와 다른 사고와 문화 혹은 습관들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차별하게 되는 어떤 이들의 성향에 대해 수긍이 되기도 했다. 대개의 경우, 무관심으로 일관하게 되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조지는 서던 캘리포니아를 상징하는 자동차를 타고 프리웨이를 지나 대학으로 출근한다. 교외에 살면서 교수라는 안정적인 전문직을 가진 게이 남성이라. 또 어떻게 전형적인 클리셰이로 보일 수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는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대학이라는 공적인 공간으로 위치이동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조지 주변의 인물들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시간적 배경은 19621211일 정도, 그러니까 크리스마스를 2주 정도 남겨둔 시점이다. 세계 초강대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이 그야말로 핵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11일간의 긴박한 시간이 지난 다음이다.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인간들이 그때나 지금이나 자국 인구의 3/4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방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강성 발언을 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크리스 아이셔우드는 당장 핵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분위기도 언젠가는 지나가고 또다시 평화로운 일상이 전개될 거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바로 이런 지점에 싱글맨 조지의 단순해 보이는 일상, 쿠바 미사일 위기라는 시대적 위기 그리고 다시 개인들의 소소한 일상을 뭉뚱그려 아우르는 서사의 힘을 보여준다. <싱글맨>을 읽을 때마다 생각할 거리와 동시에 심심파적으로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싱글맨>은 하루 동안, 캘리포니아에 사는 영국 출신 문학교수 조지의 일상을 다룬다. 이 짧은 하루 동안에, 이렇게 다양한 묘사가 가능하다는 점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정치적으로는 우리가 사는 지구별을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었던 쿠바 핵미사일 위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조지는 16년 동안 같이 산 짐을 잃었다. 그리고 외로움 가운데 삶을 이끌어 나간다. 그가 느끼는 고독의 한 스푼이라도 내가 느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이웃과의 소소한 이야기들, 그 다음에는 출근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가린 채 근엄한 문학교수로서의 일상을 이어간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을 두고 작가의 실력이 발휘하는 지점을 대단했다. 마치 나도 강의 속에 들어가 있는 그런 분위기라고나 할까.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그런 미묘한 지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크리스 아이셔우드의 실력을 정말 대단했다. 말미에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강의시간을 넘겨 버리는 장면까지 완벽했다.

 

그 다음에 교수 식당에서의 연기 무대다. 동료 교수들은 조지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까? 지금이라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소설이 발표된 반세기 전인 1964년에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제자와의 대화에서 그리고 동료들과의 가벼운 대화에서 어쩔 수 없는 텐션이 느껴진다. , 그전 출근길에 테니스장에서 전력을 다해 테니스를 치는 사내들을 보고 흥분을 느끼는 조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야 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 그 감정은 어쩌면 작가 아이셔우드의 그것일지도.

 

강의를 마치고는 사별한 짐과 썸을 탔던 요양원의 도리스를 찾아간다. 예전에는 질투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병상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연적에 대한 감상들이 이어진다. 역시나 기묘하다는 감정이 든다. 그전에 방문한 체육관에서는 평등을 만끽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침에 거절한 이웃이자 지기인 샬럿의 초대에 응한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샬럿을 방문해서 짐이 죽었을 때, 자신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추태를 부린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는 조지. 그렇지 모름지기 우리 인간이란 그럴 시기에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 아닌가 말이다.

 

샬럿의 집에서 나온 조지는 스타보드사이드 술집에서 만난 제자 케니 포터와 작은 일탈을 경험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선을 넘거나 하진 않는다. 위태로운 줄타기 같은 감정이라고나 할까. 몇 번을 읽었어도 엔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나의 기억 속으로 휘발되어 버린 느낌이랄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무엇 때문에 <싱글맨>이 그렇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지. 물론 거창한 시대적 사건도 있었지만, 작가 크리스 아이셔우드는 그것보다 개인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 서사를 제시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상 속에도 이렇게 다양한 감정의 파편들이 녹아 있을 수 있다는 그 가능성에 나는 매료가 된 게 아닐까. 개인이 하나의 우주라면 그 우주에 담긴 이야기들은 얼마나 다양하고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지 말이다. 억지스럽지 않은 설정에, 조지라는 개인의 일상에 변화무쌍한 감정을 투영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조심스레 한발자국 들어가 한 꺼풀만 더 벗기면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튀어나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6년 전에 중고서점에서 2,900원을 주고 산 <싱글맨>은 그야말로 마르고 닳도록 읽을 판이다. 아니 점심마다 즐기는 아이스 라떼 한잔 값보다도 싸지 않은가.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고 새로운 무언가를 퍼올리기에 <싱글맨>만한 책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의 인생책 가운데 하나로 꼽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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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5-09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지고 계신 건 구판인가 봅니다. 언제고 신간 한번 사셔야겠네요. 신간이 중고샵에서 발견되면 순삭-ㅋ

레삭매냐 2023-05-09 10:09   좋아요 1 | URL
제가 신간이 나왔을 적에 역자라도
다르다면 사들일라고 생각도 해보
았으나... 역자가 같아서 패스했답니다 ^^

도대체 역서에 실린 ˝오호통재라˝ 그리고
˝도장왈짜˝의 원어는 어떤 표현인지 너무
궁금합니다.

바람돌이 2023-05-09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이 마르고 닳도록 읽는 책이라니... 이건 찐보증아닙니까? ^^
저도 일단 보관함에 킵합니다.

레삭매냐 2023-05-09 20:04   좋아요 1 | URL
책이라는 것이 워낙에 편차가
있다 보니...

바람돌이님께서도 부디 좋아
하시면 좋겠습니다 ^^

빨강앙마 2023-05-11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레삭매냐님이 그리도 애정하시는 책이란 말씀이세요? 오오오오오.... 제목만 어렴풋하게 들어봤었는데 급 호감이 생기네요.. ^^ 저도 이런 책 한권쯤 있었음 하네요.. 재독한 책이 진짜 다섯손가락안에도 못드는 판국이니..

레삭매냐 2023-05-12 23:09   좋아요 0 | URL
굳이 이탈로 칼비노 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책은 고저 모름지기 ‘다시‘
읽는 것이라는 주자의 사실에
방점이 찍히지 않나 뭐 그런 생
각을 해보게 됩니다.

페크pek0501 2023-05-14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900원 오!!! 행운을 잡으셨네요!!!

레삭매냐 2023-05-14 22:47   좋아요 1 | URL
별다방 라떼가 오천원이니
정말 싸다고 생각됩니다.

얄라알라 2023-06-08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레삭매냐님!!!^^
30000원 적립금 이야기를 여기서 하긴 뭐하지만, 페크님께서도 2900원 행운 이야기를 하시니^^

따블 행운이십니다. 축하드려요~~
 


 

오늘은 노동절이다. 그래서 쉰다.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어제부터 집안 대청소에 들어갔다.

50리터 쓰봉에 신발장에 들어 있는 안신는 신발들부터 정리했다. 왜 이렇게 버릴 게 많은지. 이번에 회사 이사하면서 불필요한 것들은 그때그때 정리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그리고 보니 어제도 회사에 가서 종이상자들을 왕창 내다 버렸다. 너무 오래된 그런 자료들.

 


오늘부터 이반 골이라는 작가의 <소돔 베를린>을 읽고 있다.

세계대전 이전, 잘 나가던 시절의 독일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독일 대학생 오데마 뮐러가 학창 시절을 보낸 본에 대한 묘사가 등장한다. 소위 잘 나가는 인싸 대학생이었나 보다. 결투를 하다가 얼굴에 기스도 나고. 그러다가 솔메이트 빌헬름 반더도 만나고. 결국 모든 것을 끝장내기 위한 전쟁인 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총동원령이 발령된다. 그 다음에는 다시 191811. 아마 종전시기로 보인다. 일단 여기까지 읽었다.

 

지난 달, 독서 실적은 저조했다.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달까. 책은 곧잘 사고 이 책 저 책 읽기 시작한 책들은 제법 되자만 막상 끝낸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권수 채우기 위해 안달복달할 필요도 없고. 뭐 그래서 그냥 되는 대로 읽었다.

 

어느 신문에 전임 대통령이 책방을 냈다는 기사와 함께 왜 그 시절에 도서정가제를 실시하지 않았냐는 어느 대학교수의 칼럼이 실렸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시절에, 도서정가제만 실시하면 모든 이들이 책 읽기에 미친 듯이 나설 거라는 출판계의 모든 문제들이 도서정가제 하나로 해결될 거라는 자가당착적인 망상에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전국민 대상으로 책읽기 캠페인을 하던가. 지금도 책값이 비싸다고 책을 멀리하는 이들이 많은데 도서정가제를 실시하면 결국 구조적으로 책값이 올라가는 시스템이 아닌가 말이다. 책사기에 지갑을 열지 않는 이들이 도서정가제를 한다고 너도나도 책사기에 나선단 말인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다. 그러니 결국 다수가 책 읽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는데, 먼저 해야할 일 대신 오로지 도서정가제만이 만병통치약인 양 말하는 이들의 논리가 참 궁색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같은 책쟁이들은 한푼이라도 책값을 덜 낼 수 있다면, 당연히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지 않을까 말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책값만 유일하게 부가세 면제 대상이라는 점도 아예 잊고 있는 모양이다. 헛소리할 시간에 다수 대중이 어떻게 하면 책을 더 읽게 만들 궁리나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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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5-01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서점 가보고 싶은데, 멀더라고요… 전직 대통령이 서점지기라니 그것도 이런 시절에. 멋집니다..

레삭매냐 2023-05-01 14:47   좋아요 2 | URL
격공하는 바입니다.
아마 집 근처에 그런 서점이
있다면 가서 죽치고 있을 지
도 모르겠습니다.

stella.K 2023-05-01 0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한쿡이 책값이 싼 나라라고 하는데 요즘엔 별로 모르겠구요 중고샵이라도 번창했으면 합니다.
서울은 책들고 무슨 광장에서 모이라고 홍보하더라구요.

레삭매냐 2023-05-01 14:48   좋아요 3 | URL
예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책값이 배송료 정책 때문에
더 오른 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해보게 됩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행사장
으로 뛰쳐 나갔겠지만 이젠
늙어서 그런 열정이 다...
책 들고 광장에 모여 보고
싶네요.

stella.K 2023-05-01 14:53   좋아요 1 | URL
ㅎㅎㅎ 더 늙으면 더 못 가십니다.
조금이라도 덜 늙었을 때 다니십시오.^^

cyrus 2023-05-01 16: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출판사들이 책을 잘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기본을 안 지키는 출판사들이 있어요. 구판 내용을 고치지 않은 개정판을 정가(구간보다 인상된 책값)로 파는 것은 독자를 속이는 짓이에요. 그래서 저는 독자들이 그런 질 떨어지는 책을 사지 않도록 알려줄 수 있는 서평을 쓰고 싶어요.

레삭매냐 2023-05-05 08:36   좋아요 0 | URL
싸이러스 브로가 말씀해 주신
부분이 어느새 출판사의 유행
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재개정판이 나오는 거에는 찬성
하지만, 역자를 그대로 기용해서
내는 걸 보면 과연 -

합리적 의구심이는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2023-05-07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