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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단상들

 

너튜브 뉴스에서 러시아가 지난 224일 침공한 우크라이나 현지에 대한 한 동영상을 보고 참 마음이 아팠다. 어린 아이가 공포에 질려 울부짖는 장면이었다. 잘못은 어른들이 저질러 놓고 왜 아이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올해 70세가 된 전직 KGB 출신 러시아의 새로운 짜르라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은 결국 설마설마하던 일을 실행에 옮겼다. 자그마치 600대대 15만에 달하는 러시아 병사들을 동원해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반군 세력들이 설립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공화국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것이다.

 

사실 며칠 전부터 미국 정보부에서는 곧 러시아가 군사행동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었다. 시기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라는 설이 유력했고, 그 설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지난 시리아 내전부터 러시아와 사사건건 맞붙던 미국이 러시아에게 한 방 먹었다고나 할까.

 

이 사단의 발단은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문제로 비화되었지만, 사실 서방 어느 국가도 말로만 우크라이나를 지지했지 군사적 지원에는 소극적이었다. 푸틴은 이미 시리아와 아프간에서 미국의 군사개입 실천 의지를 확인한 다음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가 경제 제재 외에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하리라는 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군사 행동을 시작했다.

 

푸틴에게는 서방 세계가 구사하는 경제 제재보다도 자신들의 턱밑까지 들어온 나토의 동진이 더 국가적 위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러시아는 이미 2014년에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오렌지 혁명으로 기존의 친러정권이 붕괴하고, 2019년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친서방 정책을 추진하자 역시 위기감을 느끼고 결국 흑해의 요충지였던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통합한 전력이 있다.

 

푸틴은 지속적으로 1991년 독일 통일을 두고 서방 지도자들이 나토가 동진하지 않 거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실 그동안 기존의 철의 장막에 갇혀 있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차례차례 나토에 가입하면서 러시아가 위기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 종래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대신한 팍스 루시아나 민족주의로 무장한 러시아의 굴기가 현실화된 것이다.

 

어쨌든 푸틴 말고는 모두가 원하지 않던 전쟁이 러시아의 선공으로 결국 시작됐고, 러시아의 압도적인 공세로 우크라이나는 전 전선에서 패퇴했다. 그리고 수도 키예프마저 풍전등화에 놓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지원을 촉구하면서 시민들의 결사항전을 애절하게 호소하지만, 사실상 러시아에 비해 10:1의 절대적인 열세인 우크라이나의 조직적 저항은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는 무시무시한 참수작전으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수뇌부를 제거하고 친러정권 수립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그런 러시아의 괴뢰 정권을 인정해 줄까 싶다. 이미 8년 전에 비슷한 성격의 정권을 시민혁명으로 몰아낸 전적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푸틴이 자신이 보낸 병사들이 유린 중이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자유와 주권을 존중하다는 말도 우습게만 들린다. 그러려면 처음부터 전쟁 대신 다른 방식을 선택했어야 했다. 자신이 전쟁을 일으켜 놓고, 상대방을 실컷 두들겨 팬 다음에 정전협상에 나오라는 건 그야말로 국제 깡패 같은 짓거리가 아닌가.

 

러시아가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저항이 계속되면 우크라이나 전토를 제압하기 위해 자그마치 60만의 대군이 필요한 경우다. 우크라이나 수뇌부는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가까운 하르키우(하리코프)와 수도 키예프를 포기하고 서부 지역으로 가서 저항을 지속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는 소련에게 두 번째 아프간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영악하게도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러시아에게 저항할 것을 주문하지만, 그들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아무런 무기도 그리고 식량 지원도 하지 않고 그저 공염불만 앵무새처럼 지껄이고 있다. 전장은 자신들의 안마당이 아닌 우크라이나의 수도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이고, CNN은 비롯한 서방의 언론들은 예전에 걸프전쟁 시절처럼 타국의 전쟁을 휴대폰과 너튜브로 중계 중이다.

 

서방의 그 어떤 나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할 것을 꺼리고 있다. 경제 제재만으로 자원 부국인 러시아를 굴복시킬 수 없다는 건 아마 미국과 서방 세계의 관리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립서비스만 해대는 그네들의 모습이 정말 위선적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강력한 방식의 국제은행간 통신협정(SWIFT) 제재에는 각국이 이해관계 때문에 보조를 맞추기가 어려워 보인다. BBC에서도 러시아 같은 경제 대국에 제재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존 우크라이나 정부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면서 대통령이 된 젤렌스키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 서방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고, 미국의 망명지 제공 제안까지 거부한 젤렌스키는 결연한 의지로 수도 키예프에 남아 항전을 계속한다는 성명을 냈다. 나도 코미디언으로만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전시 사령관으로 변신하는 장면에서는 조금 감동했다. 적어도 작년 아프간의 어느 대통령처럼 그렇게 다른 나라로 튀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각국에서는 시민들이 나서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나섰다. 심지어 러시아에서도 반전의 목소리를 표시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미 1,700여명이 거리에서 시위를 하다가 체포되어 구금되었다는 소식도 있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자신의 조국을 침입한 침략군과 싸우기 위해 조국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가족과 조국을 지키겠다고 한다. 총동원령이 내려진 가운데, 79세의 우크라이나 할머니가 자신이 사는 땅을 지키기 위해 돌격소총 사용법을 배우는 장면은 정말. 81년 전, 나치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적이었다면 이제 같은 나라였다가 갈라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적이 되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기원한다.

 

Stop the war!

 

[뱀다리] 사랑하는 가족들과 조국 우크라이나를 지키겠다고 돌아가는 청년들이 다음 차례는 폴란드라는 말이 참 그렇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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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26 20: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뮌헨조약이 생각나더라고요. 그 후로 어떻게 히틀러가 유럽을 짓밟았는지도 ㅠㅠ다음 음 차례는 폴란드란 말 ㅠㅠ 참 무섭습니다. 매냐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stop the war !

레삭매냐 2022-02-26 21:34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에게 계속해서 양보하
다가 결국 파국적인 결말이
도래했으니 말입니다.

러시아 민족주의로 무장한
푸틴을 막지 못한다면,
예전 CIS 소속 국가들 중에
러시아에 반항하는 국가들
은 모두 우크라이나처럼 되
지 않을까 우려가 되네요.

미미 2022-02-26 18: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이버테러를 비롯해서 우크라이나 군대에 ‘살고싶냐‘고 문자보내고 고도의 심리전을 벌이는 벌이는 걸 보면 스탈린이 떠올랐는데 유럽에서는 히틀러를 떠올렸다고 만평 그림에 나오더라구요.

천연가스때문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도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못한다고도 하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너무 안타까워요.
백주,대낮에 강도짓하는거란 비유가 딱인듯 싶습니다ㅠ

레삭매냐 2022-02-26 21:35   좋아요 4 | URL
푸틴이 신나치 타령하는
거 보면서 얼마나 웃음이
나오던지요.

신나치는 자신에게 해당
하는 말이 아닐런지요.

가능할 진 모르겠지만,
조속한 정전으로 확전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2-26 2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주변국에 둘러싸인 한국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미 희생은 시작되었기에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레삭매냐 2022-02-27 09:10   좋아요 2 | URL
어떤 경우라도 전쟁은 반대합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는데, 푸틴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일부라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네요.

초란공 2022-02-26 20: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조용히 도망간 것도 아니고 수도를 지키겠다고 말해놓고 다리 끊고 도망간 지도자도 있었다는 사실이 비교됩니다.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나라들은 항상 큰 희생만 치르곤 하네요. 발트3국, 체코 모두 불안할것 같아요. 아니면 핀란드처럼 중립국을 택할지...

레삭매냐 2022-02-27 09:12   좋아요 2 | URL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른 건 몰라도, 결사항전의 의지
를 천명한 것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서쪽
에서는 폴란드에 그리고 동쪽
에서는 러시아에 시달렸다고 하
네요.

핀란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하고 같이 소련을 침공했던
원죄가 있어서...

페넬로페 2022-02-26 2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방 어느 나라도 군사개입을 하지 않는다면 이미 전세는 완전 러시아쪽인데~~
정말 안타까워요.
또 얼마나 사람이 죽고, 감금되고, 고문당할지요 ㅠㅠ

레삭매냐 2022-02-27 09:13   좋아요 4 | URL
서방에서 직접 개입은 꺼리
는 대신 무기 제공은 하겠
다고 하네요. 왠지 우크라이
나 혼자서 대리전을 치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조속히 전쟁이 끝나길 바랍니다.

singri 2022-02-26 21: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빨리 멈춰야할텐데요. 발트3국도 불안해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분석글 잘 읽었습니다.

레삭매냐 2022-02-27 09:14   좋아요 3 | URL
심지어 발트 3국은 NATO
소속이라고 하네요.

나토가 개입할 것을 알면서
러시아가 침공하지는 않겠
지 싶습니다만...

새파랑 2022-02-26 22: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세계의 다른 곳에서는 저렇게 전쟁중인데 (러시아는 우리 주변국이기도 하고) 왠지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모두가 바라만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언제나 전쟁은 비극입니다 ㅜㅜ 러시아 같은 강대국을 누가 말리기도 쉽지 않아 보이네요~

레삭매냐 2022-02-27 09:15   좋아요 5 | URL
푸틴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실력 행사에 나설 지 예측
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전의 예방이 아쉽습니다.

바람돌이 2022-02-27 0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발 Stop the war!

레삭매냐 2022-02-27 09:17   좋아요 4 | URL
협상이 결렬되고 다시 전쟁
이 재개되었다고 하는데,
걱정이네요.
 


평소와는 다르게 느린 속도로 안드레 애시먼의 <하버드 스퀘어>를 읽는 중이다.

작년엔가 이 책이 너무 읽어 보고 싶어서, 원서를 주문한 것은 안 비밀이란다.

코로나 때문에 책은 석달 정도 전 세계를 떠돌다가 잊어 버릴 즈음해서 결국 도착했다.

책을 받은 다음에 몇 페이지 정도 읽다가 때려 치우고, 지금 원서는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번역서가 짜잔 출간됐다.


바로 사서 읽기 시작했다.



어제 만료되는 적립금을 쓰기 위해 부랴부랴 인근 램프의 요정을 찾았다.

그리고 3,500원 짜리 스누피 책갈피를 샀다. 살 책은 사실 없었고... 너무 멀리 있어서 사러 가기에는 쫌 그랬다. 여전히 사고는 싶지만 어쨌든 책갈피는 항상 부족하다. 읽다 말기의 반복 때문이라고 해두자.

 

안드레 애시먼의 <하버드 스퀘어>를 읽으면서 나는 자꾸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올랐다. 하버드 박사 과정의 화자는 소설 <조르바>의 지식인 그리고 이집트계 유대인 가 카페 알제에서 만난 칼라지는 조르바로 그렇게 읽혔다.

 

자기혐오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남자는 하버드 스퀘어라는 공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아마 근본주의자들이었다면 불가능했을 둘의 우정은 종교나 인종을 뛰어 넘는다.

 

나도 해피 아워 시간에 낮술을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미처 시도는 하지 못했다. 왠지 낮에 술을 마시면 안될 것 같다는 유교보이 같은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럼 그전에 대학교 교정 잔디밭에서 매일 같이 낮술이고 밤술이고 가리지 않고 먹은 건 어떻게 변명하려고.

 

어쨌든 그가 쓴 해피 아워 거지라는 표현이 왜 이렇게 와 닿던지. 튀니지의 튀니스 시디 부 사이드 출신의 34(추정) 칼라지는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을 쏘아댄다. 나와 칼라지 모두 이방인이지만, 조건이 확연하게 다르다. 칼라지는 불법체류자 신분의 택시 운전사고, 나는 하버드 대학 영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준비 중인 영주권자다. 물론 둘 다 이방인이지만, 미합중국에서 합법적으로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그린 카르트의 소유 유무로 신분은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하버드 박사 학위만 따낼 수 있다면 자신이 그렇게 위선적이고 허위라고 비난하던 써클 속으로 진입할 수도 있었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어쩌면 안드레 애시먼 작가는 이 모든 글들과 하버드 스퀘어에서의 외롭고 고단하며 배고픈 추억들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이 멋드러진 글을 지은 게 아닐까 싶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아웃 오브 이집트><알리바이>를 읽고 나서 청년기의 저자의 삶에 대한 자전적 소설 <하버드 스퀘어>를 만나게 된다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순서가 좀 어긋나긴 했지만 그래도 전작들을 만나서 다행이지 싶다.

 

번역을 보다가 확실히 그곳에 살아 보지 않은 역자의 번역에 조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스토로우 거리는 사람이 다니는 곳이 아니다. 스토로우 드라이브는 차만 다리는 자동차 전용도로다. 그런 점에서 메모리얼 거리도 마찬가지고. 현지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종이에 인쇄된 문자만으로는 번역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구글 지도를 보니 메모리얼 드라이브는 찰스강을 기준으로 강변북로 정도 되겠지 싶구나.


184쪽 : 작은 이탈리아 -> 리틀 이태리

이건 압구정을 "갈매기와 친하게 지내는 정자"라고 번역하는 격이지.

 

안드레 애시먼이 저술한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써 느끼는 스산함과 이러저러한 감정들이 절절하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뭐 그땐 그랬지라고 말해야 할까.

 

 

어제 저녁에 부랴부랴 사들인 스누피 책갈피들. 아주 요긴하게 쓸 작정이다. 누군가의 훼방만 없다면 말이지.


[잡썰]



지금 책을 받으러 램프의 요정으로 달려 갔다.

며칠 전에 스타니스와프 렘의 책들이 우수수 쏟아진다는 소식에 서둘러서 책주문을 날리려고 마음 먹었다.

 

뚜학! 그런데 문제는 배송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씨제이 대한통운 파업으로 배송을 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긴 했지만, 이건 아니잖아 아니잖아~

 

배송이 네 가지 옵션이 있어서 이번에는 우체국 택배를 눌렀다. 무려 32일 배송예정이라고. 그래도 어쩌랴 싶어서 신청했는데 이번에도 나가리. 그래서 이번에는 편의점 택배를... 이번에도 역시 어김 없이 실패했다. 그러니까 책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은근과 끈기의 대한국인이 책 주문을 포기할쏘냐. 그래서 결국 마지막 옵션인 중고서점 배송을 선택했다. 이건 되더라. , 중고서점 배송은 다른 물류 시스템을 이용하는가 보다.



책을 사고자 하는 우리 책쟁이들의 집념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다.

어떤 식으로 포장이 되어 있을까 궁금했는데, 박스 포장은 아니고 이렇게 비닐 봉다리에 담겨 있더라.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직원분이 책을 넘겨주셨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대표작 <솔라리스>4년 전 이맘때쯤에 오멜라스 버전으로 만났다. 그 때도 가히 충격적이었었는데... 이번에 민음사에서 총 3권이 새롭게 알로록달로록 구린표지를 달고 등장했는데, 그 중에서 나의 픽은 유머 감각이 빛난다는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였다. <솔라리스>는 이미 읽었으니 <우주 순양함 무적호>는 희망도서로 오늘 인근 도서관에 신청했다네.

 

막 읽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다. 난 에스에프 팬도 아니면서 4년 전에 왜 그렇게 에스에프 소설들을 읽어댄 걸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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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2-24 15: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피 아워 거지‘에서
폐까지 웃으며 동요했어요!

<그리스인 조르바>를 조만간 읽고 싶은데 창피하지만 서재에서 분실중입니다.^^;

레삭매냐 2022-02-24 16:23   좋아요 2 | URL
해피 아워 때 쁘띠 상드위치와
치킨윙을 실컷 먹겠다고
들어 갔다가, 시간이 지나
돈 더내는 장면이 참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전 조르바만 한 세 권 샀
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다 읽었으니 다행
이지효...

blanca 2022-02-24 16: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리바이>는 정말 좋았는데 <아웃오브이집트>는 읽다 중간에 멈추고 말았어요. <하버드 스퀘어>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책갈피 정말 귀엽네요.^^

레삭매냐 2022-02-24 16:20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알리바이>가 훨씬 더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사라진 종로책방에서 아주
저렴이로 만나서 그랬을 지도요.

작가의 시원을 알아 본다는 점에
서 <아웃 오브 이집트>도 나름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02-24 1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빨리 읽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는 글 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와 닮았다고 하시니 조금은 먼저 맛을 본 느낌입니다.

책갈피!
레삭매냐님 취향이~~
귀엽다고 해두죠^^
아주아주 소시적 학교 다닐 때 마셨던
낮술의 기억도 떠오릅니다~~
하버드대학교 못갔지만 그때 그 시절도 나름 좋았던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2-02-24 17:24   좋아요 4 | URL
책갈피를 좋아라~하는데
마땅하게 살 것도 없고 해서리 -
그랬다고 합니다.

술은 뭐니뭐니해도 낮술이
아니겠습니다 크하 !
그 시절, 되돌아 봐도 좋았
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라로 2022-02-24 17: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교보이 매냐님!!ㅎㅎㅎㅎ
저는 원서로 시작하신 줄 알았는데
번역본으로 읽으시는 군요!!
저도 원서 매냐님 때문에(?) 샀는데
글씨가 너무 작아서 고민이에요,,ㅠㅠ
제 눈은 저를 배신하고 젤 먼저 노화가 되고 있네요.ㅠㅠ
해피아워는 그 옛날에도 있었나요??
저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들어본지라,,

암튼 번역은 그런 맹점이 있긴 한 것 같아요.
덕분에 하버드에는 사람들이 걷지 않고 차만 다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다음에 가게 되면 기억할게요.^^

레삭매냐 2022-02-24 17:35   좋아요 2 | URL
시작은 원서로 했습니다만,
미쿡 사람도 아닌데 스트레스
받아 가면서 영어로 읽느니
걍...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눈이 침침하답니다. 이게
다 그놈의 책 읽다가 그만~이
라고 핑계를 대고 싶습니다.

그 짝 동네는 가을이 참 좋답
니다. 가을에 가보시길 추천
해 드립니다. 비콘 힐의 도로리
거리도요...

해삐아워는 오래 전부터 있었
더라구요 ^^

stella.K 2022-02-24 1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갈피가 튼튼하게 만들어졌는지는 몰라도
왠지 싸다는 느낌은 안 드네요. 하긴 뭐는 싸겠습니까?ㅠ
그래도 예쁘긴 하네요.

레삭매냐 2022-02-24 19:58   좋아요 2 | URL
램프의 요정에서 주는 적립금
으로 산 거라 ㅋㅋ
안 쓰면 사라지는 거라서요.
뭐라도 사자!였습니다.

독서괭 2022-02-24 1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배송을 안 한대서 당황스러우셨겠네요;; 인간승리입니다! 하버드스퀘어가 요즘 정말 핫하네요.. 알리바이도 재밌다 하시니 궁금궁금

레삭매냐 2022-02-24 19:59   좋아요 3 | URL
그러니깐요, 램프의 요정에서
책 사면서 배송이 하염 없이
늦어진 경우는 있었어도 이렇
게 아예 대놓고 배송 못한다
는 없었거든요. 별 일이 다 있
습니다.

<알리바이> 재미집니다.
 




요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책이나 기타 등등을 잔뜩 덜어내고 있는 중이다.

아침에 재활용 상자에 담겨 있던 책들을 리사이클링 센터에 내다 놓으러 나갔다가...

몇 권의 동화책들을 발견했다.

 

6권을 들고 일단 차에 싣고 출근했다.

그 다음에 램프의 요정 바코드 리더 시스템을 겁나 문질러 댔다.

 

그 중에서 4권은 매입 불가 판정, 나머지 두 권은 각각 900원 그리고 1,100원이 나왔다.

만날 하는 말, 땅을 파봐라 돈 100원이 나오나...

난 리사이클링 센터에서 습득한 책으로 2,000원을 땡기겠다는 속셈을 안고 룰루랄라 램프의 요정을 찾았다.

 

문제는 내가 바코드 리더로 읽은 것과 현장 매입가는 또 다르다는 것이다.

사전에 바코드를 찍어본 결과에 의하면, 모두 균일가 매입이라고 하는데 검수하시는 분은 겁나 꼼꼼하게 책의 상태를 점검해 보신다. 오 놀랍군 그래. 이거 긴장은 무엇?

 

그리고 대망의 매입가 감정의 순간!

한 권은 예상대로 900원 그리고 다른 녀석도 900원이 찍혔다. 그러니까 나의 예상과 200원 차이가 난다는 거다. 현금으로 땡기고, 열린책들에서 나온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을 찾아 봤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이긴 하나 굳이 사야 싶어서 패스했다. 정 읽고 싶다면, 도서관에 가서 빌려다 볼 생각이다.

 

주말에 팔 다른 책들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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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2-18 1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띠지까지 모아놨다가 책을 팔때 장착시키고 갑니다ㅎㅎ

타지역 모지점에서 감정받은적이 있는데 직원분이 갑자기 다리까지 벌려 짜세를 잡으시더니 제가 본 중 가장 꼼꼼히, 프로페셔널하게 검수하더라구요. 괜히 진땀이 나더군요ㅎㅎ

레삭매냐 2022-02-18 14:18   좋아요 2 | URL
이렇게 꼼꼼하게 검수를 하는데도
가끔 헌책에서 돈이 뚝~ 떨어지는
걸 보면 ㅋㅋㅋ

헌책의 세계는 참 재미진 것 같습
니다.

얄라알라 2022-02-18 13: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직원분께서 검수하시는 데 책 사이에서, 제가 예전에 썼던 편지가 나온 적이 있어서 땀 쪼르르 ㅋㅋㅋㅋ직원분께 감사드렸어요 ㅎ

레삭매냐 2022-02-18 14:23   좋아요 2 | URL
오옷, 책을 팔러 갔는데
편지가 나온다면... 저도
당황했을 것 같아요 >.<

직원분 센스쟁이 ~

독서괭 2022-02-18 13: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 책 팔려고 보니 균일가매입 1000원이 많아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땅 파봐라 100원이 나오나” 하시는 말씀 보니 그냥 팔아야겠다 싶네요 ㅎㅎ

레삭매냐 2022-02-18 15:23   좋아요 2 | URL
재작년엔가 산 도쿠가와 이에야스
팔려고 했는데 균일가 1,200원이
라고 해서 망설이고 있네요 ^^

요즘 왠놈의 균일가 가격매입이
많은지 모르겠네요.

coolcat329 2022-02-18 14: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치 의사 멩겔레 저도 관심가던 책인데 레삭님이 먼저 읽어주세요~☺

레삭매냐 2022-02-18 15:56   좋아요 2 | URL
넵 오늘이나 내일 도서관
에 가서 빌려 볼라구요 ^^

라로 2022-02-18 16: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거 긴장은 무엇?˝ 에서 빵 터져서 저 지금도 이 댓글 웃으며 달고 있어욥!!!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왜냐면 저도 한 5년 전에 살림에 보태겠다고
여기 엘에이에 있는 중고 매장에 책을 팔려고 가져간 적이 있거든요.
그때 아들이랑 남편이랑 들어줘서 엄청 많이 가져갔는데
검수 하시는 분이 정말 꼼꼼히;;;
그떄 그 심정 느껴져서 막 공감되는 한 줄의 문장이
저를 막 웃게 하네요.
저 덕분에 한 5년은 젊어진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2-02-18 19:37   좋아요 1 | URL
워낙 텐션 없이 흘러가는
인생이라, 고 정도의 텐션
이라면 환영할 만하지 않
을까요 ㅋㅋ

책 판 돈으로 꼬맹이 인절
미 사다 줬습니다. 세상에
떡값도 올랐더라구요. 인
플레가 새삼 -

been young, 콩그레츌레이션 ~

mini74 2022-02-18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주로 인터넷 매입하는데 택배료 안 받아서 좋더라고요 ㅎㅎ ~ 긴장돼죠.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낮은 등급 나오면 뭔가 진 듯한 느낌 들어요 ㅎㅎ

레삭매냐 2022-02-18 20:11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에 램프의 요정에서
헌책 매입할 적에 주로 인터넷
택배를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제가 생각한 등급하고
많이 다르더라구요...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램프의 요정이 회사 근처에
있어서 종종 이용하고 있답니다.
 


 

요즘 황현필 아저씨 너튜브에서 조선 역사 컨텐츠를 줄기차게 보고 있는 중이다. 어제는 이순신과 관련된 임진왜란 이야기들을 시청했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임진왜란 당시 2군 사령관 가토 기요마사의 우선봉이었다는 22세의 항왜 사야가, 모화당 김충선(1571~1642)의 삶을 컨텐츠로 봤다. 일본 사무라이로 22년 그리고 조선인보다 더 조선인 같았던 김충선의 삶은 정말 영화나 소설로 만들어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삼천포로 가는구나. 중종, 진성대군 (이혁:1488~1544)이야기에 집중해 보자.

 

중종에 앞선 조선의 군주는 바로 악명 높은 연산군이었다. 그는 아버지 성종의 뒤를 이어 총 12년간 집권했다. 그 중에서 폭정의 시기는 말기의 2년이었다고 한다. 어머니 폐비 윤씨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고 1504년 갑자사화를 일으켰다. 자신의 계모들이라고 할 수 있는 귀빈 엄씨와 정씨를 참혹하게 주살하고, 그들이 낳은 이복동생들도 모두 귀양 보내 사약을 내렸다.

 

이렇게 폭정을 하는 가운데, 연산군은 아마 반란이 일어날 경우 자신의 이복동생들을 반란군들이 옹립할 것을 경계했으리라. 그중에 가장 유력한 인물이 바로 훗날의 중종, 진성대군이었다. 미래의 왕위 경쟁자들은 모두 죽였으면서도 진성대군을 살려둔 것도 미스터리다. 진성대군은 연산군의 어머니 윤씨가 폐비가 된 뒤 성종의 계비 정현왕후(1482~1530)가 낳은 적자였다.

 

중종반정의 일등공신은 바로 문관으로서는 성희안(이조참판) 그리고 무관으로서는 박원종(중추부지사)이었다. 그들은 진성대군의 장인인 신수근 형제에게도 반정에 참가할 것을 종용했지만 신수근 브라더스는 거부했고, 결국 그들 삼형제는 반정의 와중에 살해됐다. 반정군이 진성대군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들을 보냈을 때, 진성대군은 반정이 실패하고 연산군이 자신을 죽이러 병사들을 보낸 것으로 판단하고 자결하려 했으나 조강지처 신 씨가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반정 공신들은 신 씨가 중전이 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고 결국 내쫓기게 되었다. 권력이 없는 허수아비 왕의 실체가 아닐까. 사가로 내쳐진 신 씨가 인왕산인가 어딘가에 중종이 좋아하는 빨간 치마를 바위에 널었다는 치마바위 전설의 시작인가 어쩐가.

 

그 후 중종은 두 번째 부인으로 장경왕후를 들여 인종을 낳고, 장경왕후가 죽은 다음에는 문정왕후를 들여 명종을 낳는다. 문정왕후의 수렴청정은 그야말로 잘 나가던 조선을 수렁에 빠트린 그런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너튜버 황현필 아저씨에 따르면 조선의 16세기는 중종 38년과 명종 22년 치세로 60년 정도를 해먹는다고 한다. 성종-중종 연간에 나온 삼강행실도(?)()동국여지승람 등의 출판물이 나왔고, 삼포왜란으로 비변사가 설치되었다.

 

중종 시대에 중국으로부터 양명학이 유래되었고, 풍기군수 주세붕이 조선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서원을 세웠다. 그 다음에는 군적수포제도 실시되었다고 하는데 이건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다. 무슨 제도인지 검색을 좀 해봐야겠다.

 

*** 군적수포제 기존의 불법적으로 운용되던 방군수포제(병역을 행할 수 없는 이들이 부득이하게 병역 대신 한 달에 베 3필이나 쌀 9두를 받는 제도)를 양성화한 제도로, 16개월마다 양인 정남에게 베 2필을 징수하여 용병을 고용하는 제도다. 부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종 36(1541)부터 실시되었다.

 

이전 세기인 15세기에는 폭군 대접을 받기는 했지만 태종과 세조 같은 군주들이 부국강병책을 실시했고, 세종과 성종 같은 성군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런 세자 교육도 받지 못하고, 공신들의 견제를 받게 된 중종은 자신의 권력 유지에만 급급했다. 조광조(1482~1520) 같은 신진 사림들을 기용해서, 훈구파 대신들을 제압하려 했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도덕군자 조광조는 사림의 숭앙을 받는 선비로 그가 계속해서 중종의 신임을 얻어 개혁정치를 실시했다면, 어쩌면 중종은 후대에 성군 취급을 받지 않았을까. 물론 기득권 계급인 훈구파의 반발을 무마할 수 없어서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 지도.

 

주초위왕(走肖爲王)’이 단초가 된 기묘사화(중종 14, 1519)로 조광조가 실각하고, 귀양보내진 뒤 사약을 받으면서 중종 시대의 개혁은 물 건너가 버렸다. 중종 대에는 역모와 반란에 대한 고변이 빈번했는데, 그것도 아마 자신감이 결여된 군주 자신의 모습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국가 조선이 중흥할 수 있었던 모든 기회를 무산시켜 버린 군주 중종, 38년의 재위 시절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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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17 17: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광조가 그렇게 잘생겼다던데요 ㅎㅎ 아깝죠.

레삭매냐 2022-02-17 17:34   좋아요 3 | URL
공부도 잘하고 청렴결백하여
조선시대 그 엄격한 사림들
의 사조로 추앙을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인물까지 좋았다고 하니...
 


 

차를 타고 간만에 외출을 했다. , 차가 너무 더러워서 세차를 좀 해야 하는데...

주말에 눈 혹은 비가 온다고 하니 세차하지 말란다. 아니 어쩌란 말인가 그래.

암튼 차가 너무 드럽다.

 

차에만 있다 보니 봄 같은 날씨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직 겨울은 물러갈 생각은 하지 않았고 여전히 겨울이 다가오는 봄과 치열한 전투 중이지 싶다. 어서 봄이여 빨리 오라. 봄이 온다고 해서 우리를 옥죄고 있는 코로나가 달라질 것 같지도 않지만.

 


재활용 쓰레기들을 버리러 리사이클링 센터에 갔다.

거기서 찾은 책이다. 하나 더 있었는데 그 녀석은 데려오지 않았다. 한국일보-타임라이프에서 나온 <인 스페이스>였는데 나는 우주에 관심이 없으니까. 예전에도 그랬었다.

 

정말 오래 전에, 청계천 책방거리에 가서 아부지와 월드 워 투 시리즈 가운데 열권을 사서 노끈에 묶어서 집에 낑낑대면서 가져온 기억이 난다. 당시 헌책 값도 상당했던 것 같은데 전철을 타고 서울에서 인천까지... 아마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그런데 그 책들은 수도 없이 읽었고, 본전은 톡톡히 했다. 그리고 지금도 소장 중이다. 책은 모름지기 이 정도 가치는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오늘 득템한 책은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에 나온 책이다. 단가는 40,000. 지금도 사만원 짜리 책은 잘 안사지 않나. 하긴 지금 사만원과 그 당시의 사만원은 완전 다르니까.

 

내가 이 책에서 오른 첫 번째 픽은 1936년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 반란군에게 의연하게 맞선 여성 민병대원의 사진이다. 최근에 읽은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에도 빈번하게 전쟁이 등장해서인진 몰라도 왠지 모르게 사진에는 비장미가 흐른다. 그리고 공화국의 대의를 지키기 위해 전선에 투입된 여성 민병대원 상당수가 프랑코 반란군의 총탄에 희생되었다고 한다.



1943년 미영 연합군이 이탈리아에 상륙한 뒤, 나폴리에서 동맹군에서 점령군으로 변신한 독일군에 대항해서 수많은 게릴라 전사들이 분연하게 대항에 나섰다가 전사했다. 한 학교에서 16세에서 20세 청년들이 20명이나 죽었다고 했던가.



마지막 컷은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의 오판으로 장진호 부근에서 중공군 30만 대병력에 포위되었다가 탈출한 성공한 미해병의 사진이다.

 

최근 너튜브를 통해 처참했던 장진호 전투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그동안 잘못 있었던 사실들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다시 한 번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어서 내다 버린 책이, 또 다른 누군가에는 보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 어느 주말 저녁이었다.

 

[뱀다리] 안드레 애시먼의 <하버드 스퀘어>가 도착해서 읽기 시작했다. 스러져 가는 겨울 말미의 기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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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2-12 23: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왕건이 건지셨네요!
이런 책을 버리다니...그래도 이 책은 더 좋은 주인을 만났으니 잘된거겠죠?
축하드립니다. 부럽네요 ☺

레삭매냐 2022-02-13 22:35   좋아요 1 | URL
가끔 재활용 센터에서 득템
할 때가 종종 있답니다.

지난 번에는 갠춘한 책들을
집어다가 헌책방에 팔아
먹었답니다.

라이프 워 타이틀은 정말~

얄라알라 2022-02-17 00:25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종종 들리시는 재활용 센터가 어디냐고 묻고 싶어 촐싹거리는 맘을 눌렀습니다.

우연히 이런 보물을 만나신 날은 정말 흐뭇하시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2-12 23: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 권의 책으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잘못 안 역사적 사실도 다시 교정하고...
득템한 책의 좋은 영향인 것 같아요.
저는 ‘하버드 스퀘어‘, 희망도서로 신청했어요.
감상, 기대하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2-13 22:36   좋아요 3 | URL
그렇지요 ^^
닝겡은 이래서 평생
배우고 살아야 하는가
봅니다.

<하버드 스퀘어>는 평
소처럼 휙휙 읽지 않고
꼭꼭 씹어서 읽는 중이랍니다.

타이틀은 그땐 그랬지로 할까
봅니다.

mini74 2022-02-13 10: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페인 내전 정말 알수록 끔찍한 것 같아요. 어릴 적 은인이라 배운 맥아더가 전쟁광에 돌아이 ㅠㅠ ㅎㅎ 매냐님 득템 축하드립니다!

레삭매냐 2022-02-13 22:39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 항상 하는 말이 지난
세기에 많은 전쟁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스페인 내전과 베트남
전쟁은 인류 역사에 상흔이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맥아더는 진짜 꼴통이었습니다.
태평양전쟁 당시, 아무런 전략적
가치도 없는 필리핀 전역을 시작
하면서 애꿎은 필리핀 사람들만
죽어 나갔으니 말이죠. 일본군이
가장 많이 죽은 전장도 필리핀
이라고 하네요.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2-02-17 00:28   좋아요 2 | URL
헉! mini74님과 레삭매냐님 댓글 읽다가, 맥아더 장군?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데도, 더 알려고 해본 적 없다는 걸 알겠네요. 두 분 말씀에 우선 귀부터 종긋 해보고 지나갑니다.^^ 고맙습니다

라로 2022-02-13 17: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렇게 깨끗한 책을 내다 버리다니,,
그런데 책 가격이 그 당시 사사사...사 만원!!
완전 득템하셨는데요!!
<인 스페이스> 가져 오셔서 당근에 파시징,,^^;;
암튼, <하버드 스퀘어> 읽기 시작하셨다고라??
저도 그럼 후다닥~~.

레삭매냐 2022-02-13 22:46   좋아요 2 | URL
그러니깐요 ^^ 아마 그럴 만한
사연이 있겠죠 -

아 당근 마켓 생각을 못했네요.
근데 당근 마켓에서 책은 인기
가 없더라구요 헷

<하버드 스퀘어>는 오래 전,
66번 버스와 레드 라인을 추억
들을 되새기며 찬찬히 읽어 볼
랍니다.

바람돌이 2022-02-13 17: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 여기 부산은 봄날씨 같아요. 외투 없이도 나갈 수 있는.... 이러다가 꽃샘추위 한두번쯤 오고 봄이 오겠네요. 저정도 책이면 저같으면 절대 못버릴거 같은데... 진짜 오늘 득템하셧네요. 축하드립니다. ^^

레삭매냐 2022-02-13 22:49   좋아요 2 | URL
바다에 가본 지가 제법 되었네요.

어제 오늘 날이 너무 좋아서
바다 생각이 절로 나는 그런 시간
들이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집
에만 있어서 그랬지만요...

벌써 봄이 온 줄 착각할 뻔했네요.

책의 상태는 너무 좋았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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