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거창하게 뽑았으나 사실 내용은 역시나 책읽기에 대한 것이다.

 

4일전에 중고서점에서 냉큼 줍줍한 오르한 파묵의 <페스트의 밤>에 빠져 버렸다. 원래 이번 명절에는 보뱅의 책을 읽으려고 했으나... 아직 명절이 끝나지 않았으니 보뱅의 책도 최소한 한 권은 읽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두툼한 책의 포스에 눌린 나머지, 사두기만 하고 아예 펴볼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다. 어젯밤에 침대 머리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뒷장에 실린 창궐하는 페스트(질병)의 존재를 부인하는 장면에서 코로나 대유행 시절이 생각났다.

 

이거 또 참을 수가 없네 그래.

 

사실 그동안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오르한 파묵의 책들을 만나 보겠다고 몇 번이나 시도를 했으나 한 번도 완독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내 이름은 빨강>을 필두로 해서 그 뒤에도 몇 권이 더 있다. , 이 참에 읽다만 책들을 다시 끝내야 하나 어쩌나.

 

사실 독서는 시의성, 다른 말로 하자면 타이밍 정도가 되겠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작가들도 코로나 시대에 전염병을 다룬 책들을 펴내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 들어올 적에 노를 저어야 한다는 걸까. 너무 시니컬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파묵의 <페스트의 밤>1901년 민게르섬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중국에서 도래한 신종 페스트가 퍼지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제 막 결혼한 누리 파샤와 파키제 술탄 부부는 중국 무슬림에게 전할 술탄의 메시지를 들고 중국행에 오른다. 한편, 술탄은 오스만 제국 동지중해 최대 항구인 이즈미르에 퍼진 페스트를 신속하게 진압하는데 성공한 제국의 보건위생의이자 방역전문가 수석 검사관 스타니슬라프 본코프스키 파샤를 페스트 전염이 심각한 양상을 띤 민게르섬에 파견한다.

 

<페스트의 밤>은 역사소설인 동시에 추리소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사냥한다. 외부로부터 고립된 민게르섬은 소설적 재미를 위한 충분조건을 갖춘 상태다. 참고로 진짜 민게르섬이 존재하는지 지도로 찾아보는 우는 범하지 않도록. 가상의 섬이라고 한다. 우선 민게르섬에는 그리스에게 빼앗긴 지중해 동부의 터키 영역에 가까운 섬에서 피난온 혹은 강제추방된 무슬림들과 그전부터 살아온 기독교도인들의 비율이 거의 50:50이었다.

 

그리고 보니 방역은 처음부터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개화된 룸 사람(기독교도)들은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방역과 격리를 해야만 살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즈미르에서의 방역 성공도 이들의 협력이 절대적 공헌을 했다고 본코프스키 파샤는 증언한다. 반대로 무슬림들은 이웃 크레타섬의 경우처럼 페스트를 이용해서 서방세계와 그리스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섬을 빼앗으려는 고도의 정치적 음모라는 점을 이유를 들어 방역에 반대한다. 아니 총독인 사미 파샤는 처음부터 자신이 통치하는 섬에 페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 존재를 부정한다. 이미 이즈미르를 능가하는 페스트의 명백한 징후를 보이는 사망자가 능가했음에도 말이다.

 

이런 와중에 적극적으로 페스트 발병 사실을 선포하고, 방역에 나서려던 본코프스키 파샤가 암살당하면서 <페스트의 밤>은 그 피치를 올리기 시작한다. 아주 적절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중국으로 향하던 젊은 전문의 누리 파샤 부부에게 술탄의 비밀 명령이 떨어지고 누리 파샤와 파키제 술탄 부부는 다시 민게르섬으로 향한다.

 

파묵 선생은 20세기 초반, 유럽의 환자라는 별명으로 수백년 동안 지배해온 북아프리카와 발칸반도에서 영향력을 급속도로 상실하고 있던 조국 터키(이제는 튀르기예라고 불러야 하나, 난 계속해서 터키로 부를란다)의 운명은 그야말로 등전등화 같은 상황이었다. 그리스를 필두로 해서 유럽의 모든 영토를 잃었으며 이집트와 튀니지 마저 각각 영국과 프랑스에게 빼앗겼다. 부동항을 얻기 위해 남하하던 러시아 제국과 전쟁을 벌여 역시 흑해 연안의 영토들도 상실했다. 과연 이게 수세기 전 빈을 포위하면서 전유럽을 공포에 몰아 넣었던 오스만 제국이란 말인가.

 

산업혁명을 계기로 눈부신 경제 및 과학의 발전을 이루어가던 영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과는 달리 여전히 중세 무슬림 율법에 안주해 있던 터키는 그야말로 열강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어 버렸다. 동방에서 도래한 페스트가 창궐해도, 터키는 제대로 된 방역 대책을 세울 수가 없었다. 물론 술탄은 그전부터 이런 사태를 대비했지만 페스트에 대한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제한적인 방역과 격리 말고는 다른 대처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코로나라는 이전에 보지 못한 가공할 위력을 지닌 바이러스의 공격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던 2년 전의 기억이 이 책을 통해 다시 소환되었다. 그나마 페스트는 공기 중의 오염으로 전파되지 않지만, 마스크를 써도 막을 수 없었던 코로나의 확산은 우리의 삶을 B.C.(Before Corona)와 그이후로 100% 바꾸어 버리지 않았던가. 그리고 여전히 코로나는 우리 주변을 떠돌면서 위협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전염병이다.

 

, 지금 다시 책을 살펴 보다가 파묵 선생이 정한 민게르섬의 위치를 책에 실린 지도에서 찾을 수가 있었다. 놀랍게도 크레타섬과 로도스섬 사이 가상의 공간에 민게르섬을 배치했다. 개인적으로 더 아래쪽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터키 위정자들이 우려한 대로 섬이 페스트 사태를 통해 그리스의 지배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게 됐다.

 

짧게 탁탁 치고 넘어가는 <페스트의 밤>이 지닌 구성 때문인지 두께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소화 중이다.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 술탄이 파견한 수석 검사관이 피살되면서 발생한 미스터리까지 해결해야 하는 해결사로 등장한 누리 파샤와 그의 아내로 이 모든 걸 기록한 파키제 술탄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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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9-10 1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780쪽의 두꺼운 책이네요! 오르한 파묵이 집필을 마칠 무렵
코로나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본인도 많이 놀랐을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2-09-11 23:41   좋아요 1 | URL
역시 책은 타이밍이지 싶습니다.

파묵 샘들의 책이 예전만 인기가
없지 싶네요. 노벨상 특수를 가장
많이 탄 작가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데 말이죠.

새파랑 2022-09-10 19: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파묵 항상 읽어보고 싶지만 손이 잘안가는 작가 입니다 ㅋ <하얀성> 한편만 읽었는데 좀 어려웠습니다 ㅎㅎ 왠지 좀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

레삭매냐 2022-09-11 23:42   좋아요 1 | URL
앗~! 저도 <하얀성> 도서관
에서 빌려다 읽다 말고 반납
했는데 -

<페스트의 밤>이 좀 더 완성
도가 높지 않나 싶네요.

coolcat329 2022-09-10 21: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실물보고 두께에 놀랐습니다. 오르한 파묵 이젠 <내 이름은 빨강>읽어보고 싶은데, 손이 안 가는 작가입니다.

레삭매냐 2022-09-11 23:48   좋아요 2 | URL
저도 그러하답니다 -

그래도 무려 노벨문학상 작가
라고 하니, 한두권씩 쟁이다
보니 ㅋㅋ

얄라알라 2022-09-11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다가 종종 단어에서 막히면, 네이버 검색하고 다시 돌아와 읽는 저같은 독자에게 하시는 말슴 같아서 뜨끔.

‘민게르섬‘ 검색해볼 뻔 ㅋㅋ
가상의 섬이어도, 나름 위치성이 분명하게 있네요
근데 크레타섬과 로도스섬, 이 섬들의 위치도 다시 검색하러 가봐야겠어요 ㅎㅎ 레삭매냐님 페이퍼를 읽다보면 왜 이리 검색할 일이 생기는지 . 배움 주시는 레삭매냐님.

레삭매냐 2022-09-11 23:49   좋아요 2 | URL
부족한 닝겡이의 허접한 글을
좋게 봐주시니 고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야말로 아예 네이버와 위키
피디아 그리고 구글맵을 달고
산답니다 ^^

서니데이 2022-09-11 1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면 잘 모르겠는데, 페이지가 두꺼운 책인 모양이네요.
레삭매냐님, 추석 잘 보내셨나요.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 좋은 주말 되세요.^^

레삭매냐 2022-09-11 23:4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명절이 그렇게 설렁설렁
지나가고 있네요.

얄라알라 2022-09-11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레삭매냐님 저 방금 ˝닝겡˝ 검색하고 다시 왔어요 ㅎㅎ

레삭매냐 2022-09-13 13:34   좋아요 0 | URL
저도 일본어 하는 동료에게
배운 말인데, 나름 갠춘한 것
같아서 종종 쓴답니다 :>
 



이틀 전에 크리스티앙 보뱅의 책 <인간, 즐거움>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어제는 <가벼운 마음><그리움의 정원에서>를 각각 새책으로 그리고 중고책으로 사들였다. 두말할 것 없이 이번 추석은 보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인간, 즐거움><환희의 인간>이라는 타이틀로 재출간됐다.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그의 문장들을 읽으면서 도대체 얼마나 갈고 닦아야 이런 문장이 나오는지 궁금해졌다.

 

먼저 세상을 떠난 연인에 대한 연가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에게는 꽃을 사랑하게 된 자신의 경험을 들려 주기도 한다.

 

자신에게 영원히 필요한 것은 결국 책과 활자라는 고백 앞에서는 절로 선밴님이 외쳐지기도 했다.

세상에 나같은 책과 활자 중독자가 또 있었구나, 우리 북플동지들 같은 사람들이 바다 건너에도 있구나 싶은 마음에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그의 문장을 책쟁이의 기준에 맞게 패러디해 본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변한다.

-> 무엇을 읽느냐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변한다.

 

우리 위대한 선밴님은 그의 글과 만나게 되는 세상의 모든 책쟁이들에게 지령을 내리셨다.

읽고, 쓰고 사랑하라고.

 

읽은 닝겡은 쓸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그것이 감상이던, 개인의 기록이던 간에 읽은 닝겡들은 모두 쓰기에 나선다. 이미 현재가 된 미래의 너튜브 세상에서는 동영상 콘텐츠로 기록이 남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읽기가 입문이라고 한다면 쓰기는 1단계 액션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이 완성이라는 말일까.

 


읽기를 통해 무언가 깨달음을 느꼈다면 쓰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으리라. 울 선밴님이 그랬던 것처럼, 염통에서 쿵쾅거리는 느낌을 어떤 방식이로든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병이 되지 않을까. 아 몽땅 때려치우고, 실컷 책이나 읽었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속한 속세의 시덥잖은 사무들이 나를 가만 놔두지 않는구나.

 

빛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는 보뱅의 책들을 만나게 되어 참으로 즐거운 9월의 명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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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9-08 11: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뱅님의 문장이 오랜 수련(갈고 닦음) 끝에 나온 건가봐요? 아 레삭매냐님께서 극찬하시니 이거 진짜 궁금해지는데요

9월의 명절, 보뱅님과 친해지시며 행복하게 보내시어요~~

레삭매냐 2022-09-08 14:51   좋아요 1 | URL
고수님들이 좋아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가 봅니다.

아주 절절하게 느끼고 있답니다.

얄랴알라님께서도 메리 추석이
되시길 바랍니다.

stella.K 2022-09-08 1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생겼는지 그 자태나 보게 해 주시지 안쿠. ><;;
어제 적립금도 받으셨겠다 정말 넉넉하고 즐건 명절이 되시겠습니다.
보행과 함께 행복한 명절되시길.^^

레삭매냐 2022-09-08 14:51   좋아요 1 | URL
넵, 바로 영롱한 자태의 사진
을 올려 보았습니다.

카메라가 집에 있는 지라 -

제프 다이어와 크리스티앙 보뱅
의 책들을 사냥하는 것으로 이번
추석을 보내볼까 싶습니다만.

서니데이 2022-09-08 1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오늘부터 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09-09 09:2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즐거운 명절되세요.

mini74 2022-09-09 1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보뱅 넘 좋지요 매냐님 ~ 매냐님 말씀하신 책들 다 사고 싶어요 ㅎㅎ 전 작은 파티드레스 빌렸다가 결국 구매했어요 ~~ 매냐님도 즐거운 추석보내세요. ~

레삭매냐 2022-09-10 08:33   좋아요 0 | URL
결국 그리하야 순차적으로 책을
사들이고 있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책 사들이는
속도가 책 닐는 속도를 훨씬
넘어 넘더라는. 그랬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젤소민아 2022-09-14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뱅을 아직 영접하지 못했습니다~~~일단 뭐부터 볼까요~~~

레삭매냐 2022-09-14 16:07   좋아요 0 | URL
외람되지만 저도 보뱅을 지난
주부터 읽고 있는 지라 추천
하기가 쫌 그렇습니다.

책은 세 권 수배해 두었답니다.
일단 질러~!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변한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자신의 참모습이 드러나고 진정한 이름이 주어진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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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2-09-14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읽고픈데...절판이고, 중고가 89,000원!!!!

레삭매냐 2022-09-14 13:33   좋아요 0 | URL
전 이 책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고 있답 니다 :>

1984북스에서 새로 나온
<환희의 인간>을 구해서 보
시면 됩니다. 같은 책이거든요 ^^
 

우리가 하는 말 속엔 더 이상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고 아무런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탐욕스레 만들어낸 무수한 마음속 상(像)이 우리를 눈멀게 했고 끝내 우리 자신을 일깨우던 영혼의 얼굴마저 거칠게 닦아냈다.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던 하느님이 어느새 우리로부터 점점 멀어져 이제 까마득히 먼 곳에 있다. 하지만 집시와 길 잃은 고양이,
접시꽃은 우리가 더는 알 수 없는 영원한 것에 대해 알고 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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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9-07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순하지만 파란색이 들어간 표지가 상당히 예쁜데요.
책소개를 읽어보니 내용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제 태풍이 지나갔는데, 오늘은 다시 맑은 날입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09-07 21: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보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토스 만보도 달성했네요.

귀뚜라미 소리만 들리는 평안
한 밤입니다.
 


다시 한 번 독서는 자극이다.

 

크리스티앙 보뱅.

처음 들어보는 작가다. 아마 프랑스 사람일까.

 

자목련님의 글을 통해 알게 됐다. 어제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 갔다.

아니 우리 동네에는 진차 나랑 독서 취향이 비슷한 닝겡이 사는지 보뱅 작가의 책이 모두 대출 중이었다. 오 놀라워라! 그것도 나랑 비슷한 시점에 럴수 럴수 이럴 수가!

 

대신 <인간, 즐거움>이라고 <환희의 인간> 전에 나온 책을 빌렸다.

어제 제임스 레스턴의 <신의 전사들>을 마저 읽지 못하고 시작했다가 날을 넘길 뻔 했다.

다시 부랴부랴 <신의 전사들>부터 읽고 <인간, 즐거움>으로 돌아갔다.

 

뭐라고 꼭 짚어서 좋다라는 말을 할 수 없지만, 그 스타일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북극으로 간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등장하니 왜 이렇게 반갑던지.

 


오늘은 교보에 가서 새로 나온 소설이라는 <가벼운 마음>을 샀다.

어디서 얻은 만원짜리 도서상품권에 그전에 교보에서 받은 천원 할인권 해서 단돈 3천원에 데려왔다. 왠지 모르게 거저 얻은 느낌이랄까.

복귀하는 길에 손에 이것저것 잔뜩 들고 있어서 미처 책을 펼쳐볼 여유가 없었다.

명절머리인데 왜 이렇게 분주한지 모르겠다. 연락할 곳도 많고 할 일도 많고...

오전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근처 중고서점에 <그리움의 정원에서>라는 보뱅의 다른 책이 입고되었다. 당장 그 책부터 사러 가야겠다. 아니 웃기는 게, 어떤 작가에 꽂히게 되면 책부터 사대는 건 무엇.

<고독한 얼굴>이 벌어준 적립금으로 사야지. 신나는 하루다.




중고서점에 냉큼 가서 보뱅의 책을 사왔다.

누가 먼저 집어 갈까봐. 우리 동네에는 나의

책쟁이 라이벌이 살고 있다.


이번에는 나의 윈 !!!



전설 같은 책의 실물 영접 순간.


두께에 놀라 구매 포기.



보뱅의 <가벼운 마음>과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인 책.


정보가 없어서 살포시 평대에 책을

내려 놓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곧 만나게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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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9-07 17: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대출하려는 책이 떡하니 다른 분이 대출중이면 그 사람이 누굴까 저도 궁금하더라구요. 매냐님과 비슷한 성향의 독서 스타일을 가지신 분이 있으신듯하네요ㅎㅎㅎ 그 대신 <인간, 즐거움>을 빌리셨으니 다른 즐거움을 얻으신 셈이 아니겠습니까^^
저도 명절 앞두고 있어서인지 정신이 없는데 이번 연휴는 너무 짧아서 시댁 갔다오면 끝이 날것 같은 씁쓸함이...ㅠㅠ 남은 하루 알차게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09-07 17:59   좋아요 2 | URL
어제 저녁 먹고 나서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 갔는데, 대출
중이더라는. 놀랍더라구요 ~
도대체 누구지?

그러니깐요. 기대하지 않았던
책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습
니다.

주말 낀 명절이라 상대적으로
더 짧다는 너낌입니다.

명절 끝자락에 간만에 친구들
만나기로 해서 기대 중입니다.
벌건 대낮부터 낮술로 대동단결 !!!

페넬로페 2022-09-07 17: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저는 아닙니다.
동네의 라이벌요 ㅎㅎ
크리스티앙 보뱅의 책을 서재에서 접했지만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네요^^

레삭매냐 2022-09-07 18:00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이었으면
좋갔습니다 !!! ㅋㅋㅋ

보뱅의 책들을 빌리고 사들이
고 있습니다.

어제 맛보기로 쫌 봤는데
너낌이 뽝~!!!

mini74 2022-09-07 2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뱅을 올 초에 사서 아직도 필사중입니다 ㅎㅎ 언제쯤 다 쓰고 읽을지 ~~ 득템 축하드립니다 *^^*

레삭매냐 2022-09-07 22:00   좋아요 3 | URL
이번 명절에는 보뱅을 읽어 볼랍니다.

분량이 적어서 그나마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필사하실 정도라면 그만큼 좋은 책
이라는 말씀이시겠죠. 기대만빵입
니다.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9-07 21: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집주변으로 원을 그려서 도서관 4개 있는 곳으로 이사가세요. 왠만한 라이벌은 다 처치 가능합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2-09-07 22:10   좋아요 2 | URL
오래 전 주거의 로망은
극장 근처에서 사는 것이었답니다.

그리고 그 꿈은 비록 잠시였지만
집 주변에 극장이 느닷없이 생기
면서 이루어졌지요.
영화 두 편을 내리 때리고 집으
로 걸어 오기... 판타스틱했습니다.

도서관 4개로 둘러 쌓인 곳이라
면 꿈이지 싶습니다.

독서괭 2022-09-08 0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네의 라이벌 ㅋㅋㅋㅋ 재밌네요 ㅋㅋㅋ 보뱅 책 문장이 좋다고 이웃님들 리뷰들을 본 것 같은데 저도 궁금합니다!

레삭매냐 2022-09-08 09:07   좋아요 0 | URL
다른 건 욕심을 부리지
않는데 책부심은 도저히
참을 수가 ㅋㅋㅋ

국물이, 아니 문장이 끝내
줍니다.

coolcat329 2022-09-08 0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요즘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교보문고 가고 싶어 마음이 들썩거렸는데 매냐님 다녀오셨군요.
보뱅 노란책 너무너무 이쁩니다.
보뱅의 문장은 더 아름다운가 보네요.

레삭매냐 2022-09-08 09:08   좋아요 1 | URL
네 어제 잠시 들렀답니다.
목표만 달성한 뒤에 바로
철수했지요.

보뱅의 글을 읽으면서
도대체 얼마나 문장을 갈고
닦아야 이런 글이 나오는가
싶었습니다.

출근 길에서 책을 펼쳤다가
그만 멍해졌답니다.
필사하시는 분들 이해가 되
더군요. 심지어 저도 손으로
써봐야 하나 싶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