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에게 무언가 줘서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우리 어머니가 나에게 항상 하시던 말씀이시다. 지난 주말에 정말 오랜만에 캠핑을 갔다. 안성에 있는 별밤 캠핑장. 아니 이런 곳에 캠핑장에 있단 말인가 싶은 곳에 고즈넉한 분위기의 캠핑장이 있었다. 집에서 출발해서 가는 데 자그마치 두시간 하고도 반이 걸렸다. 밤중에 올 땐 딱 한 시간이 걸렸다. 날이 좋아 모두들 집 밖으로 뛰쳐나온 모양이었다. 영동 고속도로에 정말 더럽게 차가 많았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데.

 

어려서는 캠핑 다니는 걸 참 좋아했었는데. 중학교 때, 갔던 캠핑에서는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 바람에 다들 기겁해서 철수했던 기억이 난다. 진짜 엉망이었지. 대학교 때는 절친과 함께 둘이서 격에 맞지도 않는 6인용 텐트를 들고 정선 아우라지로 여행을 떠났었지. 그 때 아마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지. 다음날 식육점에 갔다가 뉴스를 보고 기겁한 기억이 난다. 준비한 쏘주가 다 떨어지는 바람에 이웃 텐트에 있는 모르는 분들에게 쏘주를 좀 파시면 안되냐고 했더니만 맘대로 갖다 마시라 해서 입이 쩍 벌어졌던 기억도. 만취한 친구가 안경을 그 넓다란 풀밭 어딘가에 잊어 버려서 한참을 걸려서 바윗돌에 잘 올려 안경을 찾은 기억도 난다.

 

 

캠핑장에서 서로 처음 만난 꼬맹이들이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 우리가 꼬챙이에 쏘시지를 구워 주니, 그 집에서 맛난 그리고 그 비싼 복숭아를 세 개나 들려 보내 주셨다. 아이 고마워라. 그렇지 이게 오가는 정이지. 같이 갔던 회사 동료네 딸내미가 삼촌 삼촌 메뚜기 잡아 주세요 그래서 아이들과 미친 듯이 뛰면서 전공을 발휘해서 지천에 널린 메뚜기와 잠자리를 잡았다. 아랫녘에 있는 캠핑장에는 누군가 지난 여름에 먹고 뱉은 수박씨가 자라서 자그마한 수박이 열리기도 했더라. 청개구리도 봤다. 밤에 캠프화이어를 하면서 ‘불멍’하던 순간의 추억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아마 태고적 인간도 밤에 불을 피우고 이렇게 멍을 때렸겠지 싶더라.

 

사연이 길었다. 학교 후배 녀석에게 책 보낸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한참 책 정리를 하고 있다. 인스타에서 에세이를 부지런히 쓰고 있는 후배에게 책을 보내 준다고 했다. 녀석은 책을 다시 돌려 보낸다고 하고, 착불로 보내라고 한다. 됐다, 착불은 됐고 책도 다 너 가져라. 사무실에서 급하게 챙겨 보내느라 미처 보내지 못한 책들이 있는데 그것도 나중에 보내 준다고 했다.

 

인스타에서 끗발 날리는 녀석이 받은 책의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길래 훔쳐왔다. 난 알라딘에 포스팅을 하려고. 그렇게 세상은 돌고 돌아가는 모양이구나.

 

지금 한창 아리엘 도르프만의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읽고 있는 중이다. 아니 이렇게 미키 마우스와 도널드 덕으로 대변되는 미국 문화제국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있었던가. 알라딘에서는 살 수가 없어서 교보로 주문했더니 어디 지방에 있는 책을 수급해서 출고 준비 중이라고 한다. 어딘가에 내가 구하는 책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보니 지난달 독서 모임 때도 책을 몇 권 가져가서 동생들에게 나눠 주었지. 이달에도 갖다 주어야 하는데 그럴려면 추석 때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왕창 책 사러 가야 하는데, 언제 가나. 무려 7권이나 된다. 아리엘 도르프만의 책은 많이 없다. 있으면 쟁여 오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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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9-13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만큼 읽는 건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그래도 어쨌든 읽는 것은 누구나 할 수는 있는 일이지요. 하지만 나누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경지에 오르셨어요 ㅎㅎㅎ 부럽습니다.

레삭매냐 2018-09-13 16:10   좋아요 1 | URL
저도 다른 좋은 분들에게 책을 받았으니
또 순환시킨다는 의미에서 다른 이들
에게 돌려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
습니다.

덜고 또 채워야죠 ㅋㅋㅋ

설해목 2018-09-13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뚜기와 잠자리를 잡는 전공이라.. 뭔지 왜이리 궁금할까요. ㅋㅋ
곧 이사하시는군요. 이럴 때 책정리 한번 거하게 해주면 새집에서 또 새책을 살 수 있어 기쁨이 두배인 것 같아요. ^^
책받은 후배님은 덕분에 좋은 에세이 쓰실 겁니다 분명!
캠핑은 아니지만 저도 이번 추석에 고향가서 자연과 벗하며 느긋하게 보내다 와야겠어요.:)

레삭매냐 2018-09-13 16:13   좋아요 1 | URL
아~ 여기서 전공이라 하믄 잘 잡는다는
뜻이었어요. 메뚜기랑 잠자리를 연구하지는
않았죠 ㅋㅋㅋ

책 다이어트를 진짜 빡시게 해야겠습니다.
안 읽은 책들이 문제죠... 누구에게 주기도
또 그냥 기부하기도 그렇고 죽갔습니다 -

명절 때 고향에 가셔서 또 긍정적인 에너지
듬뿍 리필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moonnight 2018-09-13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후배분 기쁘시겠어요@_@;; 저는 책을 팔긴 해도 아는 사람에게 주는 건 못하겠더라구요. 뭔가 내밀한 부분을 보여주는 느낌-_-;;;

레삭매냐 2018-09-13 16:32   좋아요 1 | URL
보내기 전에 포스트잇이랑 메모 다 지우느라
고생했습니다. 미처 못하고 보낸 책들도 있구요...
공감합니다.

택배 마감 치기 전에 급박하게 진행 바람에
말이죠 ㅋㅋ

세상틈에 2018-09-13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레삭님 경지에 오르셨군요.^^ 전 여전히 욕심만 가득한....ㅋ 아리엘 도르프만의 책이 무척 구미가 당깁니다.

레삭매냐 2018-09-13 16:33   좋아요 1 | URL
비우고 새로 채워 넣기를 시행해 보려고
마음~만 먹었습니다.

과연 가능할 진 모르겠습니다만.

아리엘 도르프만, 주문한 책들이 드디어
출발했다고 하네요 !!! 못 기다리고 결국
도서관에 가서 몇 권 빌려 왔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09-13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쉬 우리 레샥매냐님👍👍👍

레삭매냐 2018-09-14 08:13   좋아요 1 | URL
별 말씀을요... 제게 필요 없는 책들을
보낸 것인데요 ~

그 친구가 좋아해서 다행입니다.
 

 


부제 : 아옌데의 45주기를 기념하며

 

우연한 기회에 아리엘 도르프만이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칠레의 사회민주주의는 종언을 고했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은 조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다가 장렬하게 전사했다. 카스트로가 선물로 칼라슈니코프를 들고 있었다지. 피델에게 체가 있었다면, 그에게는 문화 전사 아르헨티나 출신 아리엘 도르프만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혁명가들의 조국이 같구나. 31살의 도르프만은 그 때 아옌데와 함께 죽었어야 했다고 했던가. 지금은 도르프만이 자신의 두 번째 조국이었던 칠레를 그렇게 엉망으로 만든 미국 시민이 된 것도 역시나 아이러니라고나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 아옌데 사망 45주기를 기념해서 이달에는 아리엘 도르프만을 읽기로 했다. 책이 당장 수급이 되지 않는지 며칠 있다 배송이 된다 해서, 당장 도서관에 달려가 그의 책들을 빌려다 읽어야지 싶다.

 

이하 아리엘 도르프만의 바이오는 영문 위키를 내 마음대로 번역한 내용이다.

 

아리엘 도르프만은 1942년 5월 6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러시아 제국 시절 오데사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리엘의 아버지 아돌프는 아르헨티나 경제학 교수였다. 어머니는 베사라비아 키시네프 유대인 후손이었다. 아리엘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으로 이사했고, 다시 1954년에는 칠레로 이주했다. 그는 칠레 대학에서 수학했고 그곳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1966년에는 앤젤리카 말리나리치와 결혼했고, 1967년에는 칠레 시민이 되었다. 1968년에서 1969년까지 미국 UC 버클리 대학원에서 수학하다가 칠레로 더돌아갔다.




1970년에서부터 1973년까지 도르프만은 살바도르 아옌데 칠레 대통령의 문화 고문으로 일했다. 그동안 미국의 문화제국주의를 비판한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벨기에 출신 아르망 마테라르와 함께 발표하기도 했다(1971년). 도르프만은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발발하기 전날에 모네다 궁 야간근무를 하게 되어 있었으나 친구 클라우디오 히메뇨와 바꿨다. 피노체트의 쿠데타 이후, 도르프만은 칠레를 떠나도록 강요 받았고 망명해서 파리와 암스테르담 그리고 워싱턴DC에서 지냈다. 1985년부터는 미국 듀크대학에서 문학과 라틴 아메리카 연구를 가르치고 있다.


도르프만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피노체트 독재의 공포에 대해 자주 다룬다. 그는 인터뷰에서 세상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인들이 사라져 버리고 고문당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대표작 희곡인 <죽음과 소녀>에서는 오래 전 자신을 고문했던 의사라고 믿는 고문 희생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주인공 파울리나 살라스는 의사 미란다를 죽음의 벼랑 끝까지 밀어 붙이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복수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과다. 1994년에 시고니 위버와 벤 킹슬리를 캐스팅해서 로만 폴란스키가 연출을 맡아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도르프만은 ‘삭막하면서도 고통스러웠던 칠레식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자신의 대표적 희곡의 중심 주제였다고 밝혔다.


1990년 칠레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된 뒤에 아리엘 도르프만과 그의 아내는 산티아고와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요즘 즐겨하는 인스타그램에서 아리엘 도르프만을 검색해 보니, 그의 저작에 대한 포스팅보다는 희극/연극에 대한 포스팅이 압도적이었다. 그가 쓴 저작보다 아마 국내에서는 연극으로 더 유명한 기분이다. 문득 그의 연극도 기회가 되면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엘 도르프만의 대표작은 희곡 <죽음과 소녀>다. 1994년에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도르프만의 희곡을 바탕으로 시고니 위버를 주인공으로 한 <진실>이란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오래 전에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느낌이다. 부랴부랴 네이버 검색으로 영화의 줄거리를 훑어 본다. 그리고 슈베르트가 작곡한 동명의 <죽음과 소녀>도 찾아서 들어 봐야지. 영문판에는 총은 든 여전사 시고니 위버가 자신을 고문한 의사 미란다의 턱을 움켜 쥐고 총을 든 모습이 그려져 있다. 멋진 포스터가 아닐 수 없다.

 

 

 

 

 

 

 

 

 

 

 

 

 

 

그 외에도 몇 권의 책들이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되었다. 원제와는 사뭇 다른 <체 게바라의 빙산>, 원제는 <유모와 빙산> 정도. 그런데 구글링해 보니 원래 표지는 무척이나 야했다. 아니 작가의 홈피에서 본 것이었던가. 1992년 칠레가 피노체트의 야만적인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로 고통스러운 전진을 하던 시절, 세비야 엑스포에 실제로 출품한 빙산에 대한 이야기를 아리엘 도르프만이 소설화한 거라고 한다. 오늘 도서관에 가서 냉큼 빌려다 읽기 시작했다. 24세 청년 가브리엘 매켄지의 이메일 유서로 아마 시작됐지.

 

다른 두 권도 빌려 왔는데 아르망 마텔라르와 공저한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와 <블레이크 씨의 특별한 심리치료법>이다. 전자의 부제는 무려 “디즈니 만화로 가장한 미 제국주의의 야만"이다. 놀랍군, 미국 듀크 대학에서 라틴 아메리카 문화강의를 하면서 이런 도발적인 제목을 발표하다니 말이다. 월트 디즈니가 개발한 착취 시스템은 유명하지. 국제법에 따라 지적재산권 시효가 끝난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지들 맘대로 20년 더 늘려서 해먹질 않나, 그들에게 상호간의 규칙 따위는 지킬 필요가 없는 그런 것이다. <블레이크 테라피> 역시 매력적인 책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정보 부족으로 패스.

 

 

 

 

 

 

 

 

 

 

 

 

 

 

칠레 시민들에게 9월 11일이 잊을 수 없는 그런 날이 되었던 것처럼, 칠레 시민들이 합법적으로 세운 사회주의 정부를 구박하던 미국인들에게 9월 11일은 똑같은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압도적 군사력으로 모네다 궁을 압박해 오던 쿠데타군에게 항복하고 망명하라는 군인들의 협상조건을 거부하고, 별이 된 아옌데 대통령을 추모하며 부족한 글을 맺는다.

 


Rest in peace, Dr. Allende. #NeverForget as the other meaning in the St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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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9-13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아리엘 도르프만, 이란 작가가 제 눈에 띄면 레삭매냐 님이 생각날 것 같군요.

이 글 읽으며 많이 배워 갑니다. 유익한 글로 추천합니다!!!!!

레삭매냐 2018-09-13 11:40   좋아요 1 | URL
저도 신문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답니다 -

그리하야 <체 게바라의 빙산>과 <도널드 덕>을
동시다발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아마 후자부터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그야말로 폭염이 사상 최고의 기세로 달려 들던 8월에도 지난달만큼 많은 책을 만났다. 더워서 잠이 오지 않는다는 핑계로 더 읽었다고 해야 하나.

 

언제나 그렇지만 나의 주 종목은 소설읽기다. 소설이 제일 재밌다. 다른 분야의 책도 간간히 읽긴 하지만, 그래도 나의 책사랑의 타겟은 소설이지. 그런데 가만 보니 가끔 인문 사회책도 읽지만 과학 분야 책들은 아예 읽을 시도도 하지 않는구나. 그래 난 책편식쟁이다. 아, 소설만큼 좋아하는 분야가 역사다. 역사책은 소설보다도 더 빨리 읽는다.

 

아 참, 얼마 전에 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했다. 그런데 까였다. 이유는 희망도서가 만화책이어서 거절당했다. 놀랍군. 부커상 후보작으로 그래픽노블이 오르는 마당에, 도서관에서 희망도서 가부를 결정하시는 분은 그야말로 공무원 마인드로 철저하게 무장하신 모양이다. 만화는 도서관에서 회람되면 안된다는 고루하고 진부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다는 게 놀랍다. 아, 그리고 지난번에 래리 고닉의 미국역사 만화는 또 사주지 않았던가. 암튼 일관성도 문학적 감성도 전혀 없는 모양이다. 참고로 그 책은 티부이라는 작가가 그린 <우리가 했던 최선의 선택>이라는 책이다. 베트남 회고록이라고 하는데, 천상 사서 봐야할 모양이다.

 

또 내 전문인 삼천포로 빠졌다. 8월 책읽기 결산하다 말고 또 그러네. 이 달에 만난 책 중에는 라로님의 격려로 근 일년 만에 읽게 된 호프 자런의 <랩 걸>, 한스 폰 루크의 생생한 2차세계대전 회고록 그리고 귄터 발라프의 암행취재를 바탕으로 쓴 책들이 최고였다. 어제부터 귄터 발라프의 신간 <버려진 노동>을 읽기 시작했다. 과연 노동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놀기 위해 일한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또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를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할까. 그전에 놀이하는 인간에 대한 석학의 글을 읽긴 했지만 좀 의무감에 읽어서 그런지 제대로 된 감상의 잔향은 남아 있지 않다.

 


 

 

 

 

 

 

 

 

 

 

 

 

 

자본주의 3.0 시대에도 여전히 이윤의 극대화라는 자본 고유의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착취해야 하는 역설의 상황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가장 쉬운 비용절감 정책은 바로 노동 착취다. 기본 재료와 설비 투자 같이 꼭 비용을 줄일 수 있는가? 한계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노동은 다르다. 노동 유연화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정규직 대신 고용이 불안한 임시직 계약직을 창출해 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해고장을 발부하고 새로운 노동력으로 대체하는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딱 맞는 시스템이라고 그 누가 주장한단 말인가.

 

기존의 유통질서가 붕괴되고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시대가 지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쇼핑과 택배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성장의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다만, 그 가운데 누군가는 원치 않은 희생은 강요당하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소비자로서는 싸고 품질 좋은 물건, 빠른 배송을 원하지만 그 과정을 가만 살펴 보자. 아마존이 하루라도 빨리 국내에 진출하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노동행태를 강요하는 기업정서를 보면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다. 뭐 발라프 아저씨가 <버려진 노동>에서 고발하는 아마존이나 잘란도 같은 온라인쇼핑의 실상이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아침부터 불필요하게 흥분했구만 그래. 어쨌든 다음달에는 발라프 아저씨의 책도 다 읽게 되겠지. 허망하다.

 

 


 

 

 

 

 

 

 

 

 

 

 

 

 

바로 옆에 지난달에 산 독일작가 예니 에르펜베크의 <모든 저녁이 저물 때>가 얌전히 놓여 있다. 책 살 때 받은 플라스틱 책갈피는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정작 책은 안 읽고 있다. 어떻게 오늘부터라도 읽기 시작해야 하나. 어제는 발라프 아저씨의 책과 <경애의 마음>도 읽기 시작했는데... 에라 모르겠다. 그리고 보니 에르펜베크의 책들은 그전에 몇 개 쟁여 두었는데 읽다 말고 그렇게 되어 버렸다. 가을이 되면 읽다만 책들부터 하나씩 마저 읽어야겠다. 그리고 책도 정리해야 하고. 참 오늘부터 우리 동네 책잔치한다고 하던데. 장마당에 나가서 읽지 않거나 쌓아둔 책들 다 정리하고 싶어라. 그것도 사전신청을 해야 하는 거라 쉽지 않다. 요즘에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게 맹점이다.

 


 

 

 

 

 

 

 

 

 

 

 

 

다음 달에는 도리스 레싱의 책들을 읽어 볼까 한다. 문예출판사에서 오래 전에 절판된 단편소설집을 두 권으로 낸 모양이다. <19호실로 가다>가 볼륨 1과 볼륨 2가 있는 모양이지. 프로파일 사진을 보면 정말 할머니로 나오던데. 이번에 나온 <사랑하는 습관> 주문하려고 지금 대기 중이다. 램프의 요정에서 새달에 할인쿠폰 뿌리면 박박 긁어모아서 사야지. 근데 먼저 나온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어야 하나 어쩌나. 지금 대출 한도가 꽉 차서 더 이상 빌릴 수도 없다. 먼저 빌린 책들을 반납하지 않는 이상.

 

지난 한 달도 책 읽느라 수고했다, 새달에도 빠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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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8-31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빠이팅!!
전 레삭매냐님 글을 읽고 <버려진 노동>을 빌려왔습니다ㅎㅎ

레삭매냐 2018-08-31 09:59   좋아요 1 | URL
<버려진 노동> 읽고 있다 보니 어쩌면
한국의 실정과 유사한지, 국경을 넘나
드는 신자유주의의 본질은 역시나 어디서나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귄터 발라프 아저씨의 다른 책들도 추천해
드립니다. 열독 !

설해목 2018-08-31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점점 선선해질테니 좀 덜 달리셔요. 느므 달리시다가 책에 걸려 넘어질까 걱정입니다. ㅋㅋ

레삭매냐 2018-08-31 13:09   좋아요 0 | URL
그러고 싶습니다... 라고 말은 했지만
오늘 또 도서관에 신청한 희망도서와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집 사왔습니다.

바로 읽기 시작했네요.

9월에도 달립니다 ~ 카오

2018-08-31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08-31 13:10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더워서 잠을 자지 못하다
보니 더 내달린 것 같습니다 :>

가을이 되면 쉬엄쉬엄 가려구요.

세상틈에 2018-08-31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시민 작가님이 띵언을 남기셨죠. 내 취향에 맞는 책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ㅋ 참고로 정확한 워딩은 아닙니다.ㅎ

레삭매냐 2018-08-31 13:10   좋아요 0 | URL
네 맞는 말씀입니다 -

자기가 좋아하는 책 읽는 데만도
버겁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2018-08-31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메냐님 이 글 읽고 <버려진 노동>이 제일 눈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갑니다. 대출하러요^^

저도 희망도서 부결될 때가 많은데요. 저희 구의 도서관들은 한 곳에서 신청한 책이면 다른 곳에서는 그 곳 책을 상호대차 하시오~~ 하면서 부결합니다.
그래서, 저희 구에서 제일 큰 도서관만 엄청 바빠요.
8월에도 부지런히 읽으신 레삭메냐님 결산 보고나서
저도 소박하게 결심하고 갑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레삭매냐 2018-08-31 13:14   좋아요 0 | URL
아 그런 도서관도 있군요. 저희는 그러진
않는 것 같아요. 상호대차 시간이 너무 걸리
는 것 같더라구요.

저희 동네 도서관에 없는 책 빌리러 다른
동네 도서관 대출증도 만든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론 안가게 되더라구요. 너무 멀어서리.

그동안 몇 번 희망도서 신청했었는데 이렇게
보기 좋게 물먹은 건 처음이라서 쫌 당황스
럽네요.

귄터 발라프 아저씨 책 후회하시지 않으실
겁니다. 엄청 재밌고, 분노하게 됩니다.

페크(pek0501) 2018-08-31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록을 보니 문학동네 책이 많고 외국 작가가 많네요.
저에겐 6개월치의 양인 듯합니다.(너무 비교된다는... ㅋ)

저도 오늘 <사랑하는 습관>이란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필립 로스의 자서전 <사실들>과 함께요. 작가의 삶을 엿보는 게 흥미로워서요.

저를 위해 파이팅. 님을 위해 파이팅.



레삭매냐 2018-08-31 16:02   좋아요 1 | URL
적어 주신 내용을 보니 정말 그렇네요.

제가 원체 두서 없이 마구잡이로 독서
를 해서 그런가 봅니다. 아무래도 마음
에 꽂히는 작가들의 전작을 하다 보니
특정 출판사에 집중이 되는 현상이 ㅋ

이번에 존 쿳시 작가의 책 판권이 문동
으로 넘어간 것 같더라구요. 한동안
문동책들을 더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유나리 2018-08-31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레삭메냐님처럼 독서 결산을 매달 해봐야겠어요 ^^ 읽으신 책 중에 제가 읽고 싶은 책도 보이네요..!! 매달 대단하세요 😸

레삭매냐 2018-08-31 17:27   좋아요 1 | URL
이제 겨우 두달한 건데요...

예전에는 매일 같이 싸이월드에 기록을 했었는데
기록장이 없어져 버리는 바람에 끊었다가 아주
오랜 만에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유나리 님도 빠이팅 !

김유나리 2018-08-31 18:17   좋아요 1 | URL
싸이월드 오랜만이네요..!!! 서비스 없어져서 아쉬웠던 기억이 나네요😹 같이 파이팅 해요 ^^

카알벨루치 2018-08-31 1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만화책이 얼마나 좋은데 넘 하시네요! 햐~참! 전 오늘 희망도서로 <십팔사략>(10권) 들고왔네요! 기대감 백배입니다! 근데 고우영씨가 고인이 되셨네요.....

레삭매냐 2018-09-01 07:55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
만화라고 해서 안된다는 건 너무 고리타분
한 결정이네요.

정말 오래전에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 그리
고 열국지며 초한지 시리즈를 재밌게 읽
었습니다. 말씀 대로 고인이 되셨더군요...

북프리쿠키 2018-09-19 17:51   좋아요 1 | URL
제가 최애하는 소장템중 하나입니다ㅋ

카알벨루치 2018-09-19 18:09   좋아요 1 | URL
근데 그게 다 품절이라는 ㅜㅜ이현세 <삼국지>는 있어요
 

 

나는 비겁하다. 사회적 변혁을 꿈꾸면서도 정작 행동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저 책이나 읽고 독후 감상문이나 끼적일 뿐. 그런데 저 멀리 독일에는 나와는 달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불의에 맞서 현장에 잠입해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편견과 모욕을 직접 취재한 르포 전문기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귄터 발라프였다.

 

1942년 10월 1일에 독일 라인 지방의 부르샤이트에서 태어난 귄터 발라프는 어려서부터 정당활동을 시작했고, 1974년 5월에는 그리스 여행을 하던 중에 군부독재에 항거해서 인권 문제에 대한 시위에 참여했다가 14개월 동안 그리스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다.



그가 세계적인 저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리게 된 계기는 바로 그만의 독특한 잠입 취재 방식이었다. 이전에도 다양한 직종을 전전하면서 이주 노동자, 특히 터키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선진국이라는 독일 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적나라하게 까발렸다. 그의 주요 타겟은 바로 신자유주의였다. 한국의 보수정당들은 2002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집권 아래 이루어진 노사정 대타협의 산물인 하르츠 개혁에 대해 그야말로 입이 마르도록 칭찬일색이지만, 실제로 독일에서 하르츠 타협의 결과 고용률이 상승했지만,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 마디로 고용의 안정성과 노동자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줄어 들었다는 점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귄터 발라프는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아마존 같은 세계적 차원의 공룡대기업들의 기록적인 성장 배경에는 심지어 독일에서도 저임금 노동자들의 눈물에 배어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하청 이슈는 이미 고질적인 문제가 되었고, 임금 덤핑, 노동자에 대한 철저한 감시 그리고 비정규직 양산의 문제는 이제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 일상화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1960년대에 탄광노동자로 잠입취재를 시작한 희대의 저널리스트 발라프는 1983년 터키 출신 이주 노동자 알리로 위장/변신해서 2년 6개월 동안 암행기자로 활동했다. 그야말로 사회 밑바닥에서 독일이 그렇게 자랑하는 노동법으로부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아우구스트-티센제철(ATH) 같은 세계적 대기업의 재재하청 회사의 인부로 일했다. EBS에 나온 그의 인터뷰를 보니, 단기간에 위장취업해서 취재를 하는 다른 기자들과는 달리 장기간에 걸친 프로젝트에 자신을 직접 투영한 것이다. 6주 정도가 지나면 자신의 새로운 아이덴티티에 적응하게 되는데, 순수 독일 사람으로 독일말을 제대로 못하는 터키 사람 행세하기는 쉬웠지만, 정작 터키 출신 동료들에게 터키 말을 하지 못하는 터키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그리스 피레우스에서 자라 그렇다고 둘러대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이주 노동자들을 착취함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나도 모르게 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저 싸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매일 같이 이용하는 대형할인매장, 패스트푸드점 그리고 알고 보니 노동자들을 악랄하게 착취해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티센-크루프에서 설계하고 만든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을 오가는 나의 모습에, 주변의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장구조차 갖추지 못한 채 상시적인 모요과 멸시 그리고 위험수당마저도 철저하게 빼앗기고 동냥처럼 임금을 받은 이주 노동자들의 고통과 눈물이 오버랩되는 게 아닌가 말이다.


 

나는 우연히 귄터 발라프라는 저널리스트를 알게 되었고, 국내에 나온 그의 책에 대해 알아 봤다. 세 권이 발표되었는데 아쉽게도 두 권은 이미 절판되었고 올해 또 한 권 그의 책이 나왔더라. 절판된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보잘것없이>를 구해서 읽고 있는데,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알리는 가톨릭교회에서 사제들과 주교들에게 ‘비관료적인 방식’으로 세례를 요청하는데, 원수도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파해야 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그를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장면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자신이 사는 곳에서 자그마치 100KM나 떨어진 곳에 있는 폴란드에서 이주한 신부가 알리의 요청을 들어주겠다는 나서는 장면에서는 여전히 신학과 종교가 사멸해 가고 있는 독일의 양심이 살아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고나 할까.

 

대머리 발라프 아저씨는 진실/사실에 접근하는 자기 고유의 방식에 대해 우리에게 말한다. 내부의 진실을 알기 위해 자신을 가리는 행위, 다시 말해 마스킹(masking)이 어쩌면 하나의 표현 방식이라는 것이다. 한편, 신문이나 잡지 같은 기존 매체의 광고 수입과 판매부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광고주의 영향력이 증가되면서 예전 같은 비평기사 쓰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도 예리하게 지적한다. 이미 한국에서도 막대한 광고집행 비용을 무기로 언론을 연성화시키는 전략이 지속적으로 시행되어 왔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되지 않았던가. 기업에 부역하는 언론종사자들에게 귄터 발라프 같은 암행기자야말로 정말 불편한 존재가 아닐까. 한국에서 귄터 발라프 같은 용기 있는 기자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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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해목 2018-08-24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도 진짜 저널리스트를 소개해주시네요!
책이 품절이라 동네 도서관사이트 검색했더니 다행히도 한곳에 있더라구요.
그리고 심지어 누가 대출중으로 읽고 있다니!!! 일단 예약해놓았습니다. ^^
권터 빌라프.. 저도 기억해두려구요!

레삭매냐 2018-08-24 14:29   좋아요 1 | URL
저도 우연히 알게 된 작가인데 다행히
중고책으로 구할 수가 있었네요.

EBS 다큐와 기타 영상 자료로 접하고
나서 책을 읽으니 더 와 닿더라구요.

단기 취재가 아닌 자그마치 2년 6개월
동안 진짜 터키 이주 노동자들과 같이
동고동락하면서 몸소 체험한 글을 발표
했다는 시도가 정말 대단합니다.

십수년 전에 뮌헨에 갔을 적에 밤거리
를 누비다가 터키 사람들로 보이는 이들
과 마주했던 기억이 나네요. 형제의 나라
라고 하면서도 여전히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참 씁쓸합니다.

더 오래 전에 친하게 알고 지내던 터키
친구 마무트 생각도 나네요. 잘 살고 있을지.

세상틈에 2018-08-25 0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권터 발라프 같은 용기를 가질 수는 없어도 <어느 독일인의 삶>의 브룬힐데 폼젤 같은 사람이 되지는 않기를 다짐해 봅니다.

레삭매냐 2018-08-25 09:19   좋아요 1 | URL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폼젤처럼은 되지 말아야죠 절대!
 

 

 

 

얼마 전, 자주 들르는 동네 카페에 외국인들에게 선거권을 주면 안된다며 청원을 올린 게시물을 읽었다. 가뜩이나 제주도에 입도한 예멘 난민 문제로 제노포비아가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등장한 글이라 유심히 읽어 보았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정식 귀화하지 않은 이상,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합법적으로 거주한 지 3년 이상이 되고, 외국인 명부에 등록한 사람들에 한해서 지방선거권은 부여한다는 합리적인 법안이었다. 물론 그들은 세금도 낸다.

 

가짜 뉴스에 속은 분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외국인은 다 싫어(으응, 과연 백인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인지는 모르겠다)하며 특히 무슬림과 아랍 출신 사람들에 대한 제노포비아를 폭발시킨 것이었다. 정확한 정보로 팩트폭행을 하니, 해당 게시물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번 경험을 통해 경제불황이라는 미명 아래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가는 제노포비아와 인종주의의 그늘을 보았다. The Depression이라는 고유명사로 알려진 1920년대 말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은 전세계를 휩쓸었다. 흥청거리던 20년대, 생산과잉으로 촉발된 공황이 무역전쟁을 동반한 세계적인 공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누가 예상을 했을까. 그나마 미국은 루즈벨트가 케인즈식 수정주의에 입각한 뉴딜 정책 그리고 2차세계대전으로 완전고용 신화를 창출해 내면서 장기간에 걸친 불황을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대다수 국가들은 그러지 못하고 파시즘이 득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독일에서는 1차세계대전에서 전투에는 승리했지만 전쟁에서는 졌다는 기묘한 결과를 대다수 국민들이 받아 들일 수가 없었다. 압도적인 전투력에 의한 패배라면 모르겠지만, 국내에서 발생한 수병들의 반란 그리고 사회주의 세력의 준동으로 전쟁에 지게 되었다는 극우 보수세력의 선동에 의해 히틀러가 이끄는 국가사회주의 세력이 집권하기에 이르지 않았던가. 여기에서 히틀러와 나치당이 주목한 것이 바로 독일내 유대인들이었다. 엄연한 독일 국민들이었지만 태생적으로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소수세력 유대인들에 대한 무자비한 테러가 시작되었고(크리스탈나흐트), 독일의 법기술자들은 그 유능한 능력을 발휘해서 인종법으로 인종차별을 위한 사회제도적 기반을 다졌으며, 그 결과 전 유럽을 통해 자그마치 600만의 유대인들이 희생당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한편 무슬림 난민들을 받아들이면 나라가 결딴난다는 듯이 부화뇌동해서 가짜 뉴스 제조와 확대 재생산에 집착하는 국내 보수 언론(이라고 쓰고 조중동이라고 부른다)들의 노고가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계를 상대로 한 교역에서는 글로벌리즘을 외치면서, 정치적 난민 수용률은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점을 왜 굳이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다시 한 번 세계 10권 경제국가 진입을 그렇게 외쳐 대면서, 그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거부하는 것이 우리의 현재 상황이 아닌가.

 

그리고 제노포비아만큼 우려되는 것이 특정 인종에 대한 인종주의다. 우리나라에서 백인 노동자가 불법이민자로 간주되어 폭행을 당하거나, 고용주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두들겨 맞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던가. 오늘 아침에 본 외국인 폭행 뉴스에 의하면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이 타겟이 되었다고 한다. 어제 인스타그램에서는 안성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 남성에게 지나가는 행인이 폭언한 뉴스를 봤다. 무슨 피해의식이 있어서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들에게 그런 폭언을 내뱉는단 말인가.

 

외국인 노동자가 140만 명이나 되는 시절에,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5명이 합법 비자를 가지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유학생을 집단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게다가 5일 동안이나 불법 구금까지 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어느 누가 그들에게 외국인을 상대로 폭력을 상대한 권리를 주었단 말인가. 단속 중이던 자신들의 요청을 거부했다면, 경찰을 불러 해결하면 될 일이 아닌가.

 

서구 사회의 백인들에게는 끽소리 한 번 하지 못하면서, 우리보다 약한 나라 출신 시민들을 상대로는 폭력행사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나는 무섭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혹은 유학생들이 만약 다른 나라에 가서 이런 대접을 받는다면 뭐 그럴 수도 있다며 괜찮다고 무마할 것인가. 그 누군가는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9-11 발생 후, 미국 사회에서 벌어진 아랍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 테러와 폭언을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9-11 테러와는 전혀 무관한 인도 출신 시크 교도들을 아랍인들이라고 생각하고 거리에서 때려눕히고(종교와 인종도 구별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미국식 무식함의 발현이었다), 심지어 핵무기로 그들을 공격하라는 범퍼 스티커(Nuke 'em)를 자랑스럽게 자동차에 붙이고 다니는 게 진정한 애국자라며 떠들어 대지 않았던가.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대다수 나라들이 인종차별을 심각한 증오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굳이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어떤 종류의 인종차별도 그리고 인종적 편견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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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8-01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와 다르다‘라는 이유만으로 행해지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받아들여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레삭매냐 2018-08-01 15:42   좋아요 1 | URL
이제 그놈의 배달의 민족, 겨레 타령을
고만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와 다른 것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
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cyrus 2018-08-01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회는 인종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못 느끼면서 살아왔어요. 결국 난민 문제가 급부상하게 되면서 난민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여론이 쉽게 확산된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18-08-01 15:43   좋아요 2 | URL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자신이 한 번
인종차별을 당해 봐야 그 기분을 알지
싶습니다.

딱히 자신에게 어떤 반대급부가 걸린 것도
아닌데 맹목적인 이유로 무조건 반대에 나
선다는 게 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
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8-01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치투명성 1위인 핀란드(아..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북유럽국가)
에서는 누구나 정치인의 그날 스케줄을 요구하면 정부는 답해야 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아무개가 대통령 2시에 뭐했냐 하고 질문하면
대통령이 2시에 똥을 싸고 있었다 해도 그것에 대해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겁니다.
놀라운 것은 정치인 공개 요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국민뿐만 아니라 아무나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가령, 제가 핀란드 대통령 2시에 뭐했냐 하면 답해야 한다는 거죠. 난민이 대통령 2시에 뭐했음.. 하면 그것에 대해 답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제도를 도입했냐... 난민에게도 자국의 대통령에 대해 간섭할 수 있게 만든 겁니다.. 이 차이는 외국인 혐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죠.. 아마, 예맨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 어제 뭐했음 ? 이라고 물었다가는 화형을 당할 겁니다..



정보투명성이 결국은 정치 투명성이라는 관점 때문이랍니다.
정보가 투명하면 정치인들이 꼼수를 못 부린다는 거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정치투명성 1위입니다..

레삭매냐 2018-08-01 15:56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누가 물어도 자신의 행적에 대해 자신있게
답변해야 한다. 멋집니다 ~

달래 핀란드를 비롯한 북구 나라들이 항상
행복한 나라 어쩌구에서 상위를 차지하는게
아니었나 봅니다.

정치인들의 장난질과 꼼수가 가히 세계 1위
공화국에서는 기대난망한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좀 쌩뚱맞지만
말도 되지 않는 용처를 알 수 없는 국회특활비
부터 당장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해목 2018-08-01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니 몇 년 전에 읽은 미셸 우엘벡의 소설 <복종>이 문득 떠올랐어요.
소설로 구현된 근접한 미래의 프랑스 사회를 보았지만 그게 마냥 허구의 이야기로만은 느껴지지 않았던 기억도 같이 떠오르네요.

뭐든 세계 몇 위 안에 드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우리나라가 과연 난민수용이라는 국제적인 책임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레삭매냐 2018-08-01 17:01   좋아요 0 | URL
우엘벡의 <복종>...

이벵으로 가제본 책을 받긴 했는데 미처 다
읽지 못했네요. 책이 어디에 가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다시 한 번 찾아서 읽어 보고 싶네요.

난민수용률 당당히 전세계 꼴등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정해 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