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책읽는 계절, 여름이 지나고 독서 페이스가 떨어져 버렸다.

 

언제나 그렇지만 나의 중구난방 책읽기는 계속된다. 일단 수년 전에 사두었지만 읽지 않고 끝까지 버티었던, 작가정신 소설향 시리즈 두 권을 읽었다. 그런데 왜 그 시절에 그 책을 샀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니 이유를 모르겠더라. 그래도 꾸역꾸역 읽었다.

 

간만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아주 재밌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더 바랄 게 없었더라는.

 

KSA의 가상현실도시 같은 진짜 도시에서의 삶을 그린 데이브 에거스의 소설도 인상적이었다.

 

빔 벤더스의 사진집 <한번은>을 읽고 나서 <베를린 천사의 시>를 보기 시작했는데 딱 절반 가량 보고 나서 아직 마저 보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과연 언제나 다 보게 될런지.

 

조너선 스펜스 교수의 마오쩌둥 평전은 너무 평이해서 기대만 못했다. 절판된 책이라 오래 찾아 헤맸건만 기대만 못하더라.

 

어쩌구 저쩌구 해도 역시 9월에 내가 만난 최고의 작가는 바로 아리엘 도르프만이었다.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45주기를 맞이하야, 지근거리에서 대통령과 칠레혁명을 직접 체험한 도르프만의 육성 증언은 정말 값진 발견이었다.

 

희극 <죽음과 소녀>도 인상적이었지만, 자신의 회고록 <남을 향하고 북을 바라보다>는 정말 최고였다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동을 글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게 그저 안타까울 지경이다.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도 거의 다 읽었는데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아, 줄리언 반스의 신간도 빨랑 읽어야 하는데...

 

이달에는 레이철 카슨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으려고 지난주에 무려 3권이나 사들였다. 대표작 <침묵의 봄>은 이미 읽기 시작했다.

 

이달의 독서모임책 아민 말루프의 <동방의 항구들>(예전에 사서 65쪽까지 읽다 말았다)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단박에 100쪽 그러니까 1/3을 돌파했다. 역시 책은 완독하게 되는 시기가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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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8-10-01 17: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저는 독서의 계절이 되면... 책 읽는 시간이 적어지고 자꾸 밖으로 나가게 되더라구요.ㅋㅋㅋㅋ

레삭매냐 2018-10-01 17:58   좋아요 0 | URL
네 정답입니다 !~

그동안의 패턴을 보면 전 여름에 가장
책을 많이 읽더라구요. 날 좋으면 밖
으로 고고씽 !

cyrus 2018-10-01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소설을 읽어야겠어요. 딱딱한 내용의 책만 계속 읽으니까 리딩 페이스가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ㅎㅎㅎ

레삭매냐 2018-10-01 20:07   좋아요 0 | URL
싸이러스 브로의 인문지식의 편람은 대단
합니다 ~ 그야말로 사통팔달이라고나 할
까요.

저같은 편식쟁이로스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이달에는 그래서 레이철 카슨을 좀 읽어
볼까 합니다.

2018-10-01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10-02 08:12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을요... 그저 읽는 대로 읽고
있는 걸요 :>
 


 

지금으로부터 한 1년 전에 앨런 홀링허스트의 책을 읽어 보고 싶다는 그런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었다. 다시 찾아보니 작년 11월이었군.

 

http://blog.aladin.co.kr/723405103/9688993

 

그리고 오늘 문득 램프의 요정을 슬슬 문지르다 보니, 홀링허스트 작가의 책이 출간 예정으로 뜬 것이 아니던가. 오!!!

 

창비에서 다음달 말 정도에 나올 모양이다. 물론 신간은 아니고, 작가의 부커상 수상작으로 일단 독자들의 관심을 끌겠다는 전략이겠지. 그런 다음 반응을 보아 가면서 신작을 출간하려나. 근데 입에 담기도 싫은 모 신문의 연초 출간 계획 기사를 보니, 6월에 나올 예정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암튼 출간이 예정보다 많이 늦어지긴 했지만 지금에라도 나오니 대환영이다.

 

물론 나는 번역판의 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오래 전에 원서를 사서 쓰담쓰담만 하고 있었다. 오늘 출간된다는 소식에 사무실 책상 머리에서 나를 우두커니 바라보던 너란 녀석을 살짝 펴 보았다.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는 6개씩 들어있다. 대처 정권이 재집권에 성공한 1983년부터 시작해서 1986년과 1987년 이렇게 세 시기를 아우른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 소설은 닉 게스트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게이 소설이다. 원서 뒤에 실린 후기를 보니 2006년에 BBC에서 솔 딥이라는 감독 연출로 3부작 텔레비전 시리즈로도 만들어졌던 모양이다.

 

빡빡한 원서로 분량은 501쪽이나 된다. 아니 그럼 도대체 한글로는 몇 페이지나 된다는 거지? 보통 영어 원서가 1.5배로 뻥튀기가 되니 최소한 600쪽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번에 아주 재밌게 읽었던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 원서가 480쪽이었는데, 번역서는 700쪽이 넘었다. 대충 감이 오는구만 그래. 그런데 또 단가는 얼마나 하려나. 피카도르 버전은 8파운드 정도였었는데. 설마 번역서가 원서보다 더 비싼 시츄?

 

나오면 바로 사서 읽어 보려고, 예약알림도 걸어 두었다. 이번 가을에 제격인 소설이라고나 할까. 원서랑 대조해 보면서 읽는 재미도 있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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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9-28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서 대조! 역쉬 메냐님~^____^

레삭매냐 2018-09-28 19:25   좋아요 0 | URL
제 주제에 원서 완독은 사실상 불가능
하고 나중에 번역서가 나오면, 그 때
마다 디비 볼려구요.

추석 끝나고 책이 읽은 책이 넘쳐나서
즐거운 비명을 질러대고 있는 중입니다.

2018-09-28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앨런 홀링허스트 책 출간을 기다리는 독자 중 한 명인데 반가운 소식이네요! 예약알림 걸어두어야겠어요~! :)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18-09-28 19:25   좋아요 1 | URL
저도 오늘 우연히 알게 되었답니다 :>

평소에는 무슨 책이 나오나 딱히 궁금
해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이 참에 앨런 홀링허스트의 전작이 주
욱 출간되었으면 바램입니다.

2018-09-28 21:28   좋아요 1 | URL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는 <수영장 도서관>의 원서를 가지고 있는데 이 책도 꼭 번역서로 보고 싶어요. 앨런 홀링허스트의 글이 나오는 <끌리는 박물관>을 보며 정말 번역서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출간 소식이 기쁘고 반갑습니다. 다른 책들도 더 출간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설해목 2018-09-28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레삭매냐님이 손꼽아 기다리던 책이라 하셔서 일단 출간알림신청부터 해놨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18-09-28 21:36   좋아요 1 | URL
월척이닷 !

이 책을 필두로 해서 앨런 홀링허스트의
다른 책들도 우수수 쏟아져 나오길 기대
해 봅니다.

그나저나 필립 로스의 <미국을 노린 음
모>는 또 언제 나오는 겐지...

syo 2018-09-28 21: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게 알라딘의 위대함이네요. 금시초문의 작가에 대해서 강력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고수들의 존재.....

레삭매냐 2018-09-28 21:45   좋아요 0 | URL
강호 독자 제현의 강력한 호기심을 유발시
키는 데는 일단 성공했네요 :>

다만 고수가 아니라 허조비라는 ㅋㅋㅋ

coolcat329 2018-09-30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몰랐던 작가인데 뭔가 대단하고 특별한게 있나봅니다~ 호기심이 마구 일어나네요^^

레삭매냐 2018-10-01 09:4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 더 기대가 큰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파워리뷰어 2018-10-01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2권으로 나올 가능성이 많군요...

레삭매냐 2018-10-01 16:25   좋아요 0 | URL
아 그 생각을 못했네요.

두터워도 그냥 한 권이 훨씬 나은데
말이죠. 두 권이면 가격도 가격이고 -
 

[독서일기] 2018926일 수요일

 

기나긴 명절의 끝을 달려가고 있다.

 

명절 때 이런저런 책을 읽어야지 싶었지만, 삶이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목표대로 된 건 하나도 없었다. 그냥 되는 대로 읽었다. 아리엘 도르프만의 책을 좀 읽고 싶었으나, 껌딱지가 달라 붙어서 자신의 재량껏 나의 독서질을 방해했다. 영화도 <베를린 천사의 시>를 절반 정도(다 못봤다, 역시 흥미로웠다) 그리고 <공작>도 절반 정도 보고 말았다. 영화 보기는 마치 나의 책읽기와 비슷한 궤적을 그리는가 싶구나. 보다 말다 보다 말다하기 거듭하기.

 

그나마 도르프만의 <죽음과 소녀> 한 권을 읽어 다행이다. 이달에는 가능한한 아리엘 도르프만의 책을 많이 읽고 싶었지만 그 사이 사이에 이런저런 책들을 읽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아니 애초부터 불가능한 목표였던가. 대신 사방을 다니면서 아리엘 도르프만의 책을 컬렉션했다. 책쟁이들에게 무한한 즐거움인 책사냥 말이다. 지난 금요일날 신촌에 가서 <체 게바라의 빙산>을 사들였고, 일요일에는 구월동에 가서 <죽음과 소녀> 그리고 오늘부터 읽기 시작한 도르프만의 회고록 <남을 향하며 북을 바라보다>을 샀다. 전자는 이미 읽어서 리뷰까지 작성했고, 후자는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진도가 쑥쑥 나가고 있다.

 

그러니까 작가의 아버지 아돌포는 러시아 오데사 출신 레닌주의자/공산주의자였다고 한다. 뮬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유대인이었고, 그의 어머니의 탁월한 언어능력 덕분에 여러 언어에 능통했다고 한다. 조국인 칠레, 아르헨티나 그리고 미국을 점프하며 사는 바람에 정체성에 문제는 없었을까.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사는 바람에 10년 동안 모국어인 스페인어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깡에 할 말을 잃었다. 하지 못해서 안한 게 아니라 의도적이었던 게 아닌가.

 

1973911,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바로 그 때 죽었어야 했다는 작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계속해서 곱씹어 보게 된다. 사실 내가 이 작가를 읽게 된 것이 신문에서 접한 이 한 문장 덕분이 아니었던가. 작가가 칠레혁명 당시 아옌데 대통령 휘하에서 문화전사로 활약하던 당시 준비했다는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도 한 백쪽 가량 남겨 두었는데 이달의 작가로 선언한 만큼 부지런하게 읽어서 마무리지어야 할 것 같다.

 

, 그런데 이번 주말에 달궁 독서모임이 있었지. 대비해서 구해서 읽기 시작한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워터멜론 슈가에서>도 마저 읽어야 하는데. 이 책은 남미 주술적 리얼리즘을 연상케 하는 그런 요소들을 잔뜩 품고 있어서 그런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물론 토요일 전에 다 읽긴 하겠지만... 분량이 적지 않는데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느닷없이 등장한 호랑이에게 부모님을 다 잃은 저자의 이야기, 아이디아뜨(I-DEATH)라는 요상한 이름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쉽지 않다 쉽지 않아. 원래 생각 같아서는 브라우티건의 <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도 읽을까 했지만 다 글렀다. 뭐 책읽기가 원래 그렇지 않은가.

 

오늘 저녁에는 보다만 영화 <공작>을 마저 볼까 아니면 도르프만의 회고록을 더 읽을까 고민 중이다.


[뱀다리] 어제 저녁 나의 선택은 아리엘 도르프만의 회고록이었다. 지난여름 귄터 발라프의 발견에 이은 두 번째 쾌거라고 과언이 아닐 듯 싶다. 하마터면 밤을 셀 뻔 했다. 긴 연휴 끝의 출근인데 그러면 안 되지 싶어. 애써 잠을 청했다. 대단한 작품이다. 파괴된 칠레혁명에 대한 육성 증언이자, 스페인어와 영어 사이에서 오가는 분열적 이중생활에 대한 작가의 냉철한 분석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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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 로베르 앙텔므

 

오래전부터 중고서점에 나오길 기다리고 있던 책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린비 출판사에서 나온 로베르 앙텔므의 <인류>.

 

3년 전에 나온 책이었는데, 기다린 끝에 마침내 수중에 넣을 수가 있었다.

 


1937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독일 내 최대 강제수용소였던 튀링겐 주 바이마르 시 외곽에 위치한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프랑스 레지스탕스 로베르 앙텔므의 기록이 바로 그의 유일한 저작 <인류>다.

 

2차세계대전 말엽, 프랑스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던 앙텔므는 체포되어 부헨발트로 이송되었다. 다행인지 부헨발트는 폴란드 땅에 있던 아우슈비츠 같은 절멸수용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수용소 내의 인권 상황은 아우슈비츠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치 친위대는 정치범인 로베르 앙텔므와 동료들을 독일 형사범들과 함께 수용했다. 수용소내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그들에게 친위대원은 가히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들의 생사여탈을 마음 대로 정할 수 있는.

 

부헨발트 수용소를 검색하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보았는데, 독일을 점령한 연합군이 전쟁 기간 동안 나치 독일이 절멸수용소에서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영화로 보여 주니, 대다수 독일 사람들이 연합군의 조작이라며 관람을 거부했다고 했던가. 결국 부헨발트 수용소로 도보로 걷게 해서 현장을 보여준 뒤에야 비로소 진실을 접할 수가 있었다는 장면에서는 가히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로베르 앙텔므는 <인류> 한 권으로 프리모 레비의 그것과 더불어 증언문학의 기념비적인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오늘부터 거북이걸음으로 읽어 볼 계획이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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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틈에 2018-09-18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년을 기다리신건가요? 대단!! ^^ 제노사이드, 수용소 관련 책들은 두께와 상관없이 정말 느리게 느리게 읽히더라구요.ㅜ.ㅜ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요 책은 몰랐는데 보관함에 넣어둬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18-09-19 09:22   좋아요 0 | URL
아니 나온 다음에 3년이나 기다린 것은 아니구요...
한 몇 개월된 것 같아요. 기다리고 있었죠 !

네 말씀대로 진도가 잘 나가지 않네요. 사실 그렇게
술술 읽히는 책도 아니구요. 그래도 오래 기다린 책
이라 꾸준히 읽어 보려고 합니다.
 

감상일 : 2018년 9월 13일 목요일

 

스타워즈 팬이다. 나온 시리즈들을 망작이라는 <라스트 제다이> 빼고는 모두 봤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오리지널 만한 작품이 없는 것 같다. 나머지 외전들까지 포함해서 봐도. 조지 루카스의 마법이 40년이 흘러 기존 팬들 외에 새로운 팬들을 영입하지 못하는 걸가. 블로그에 올라온 리뷰들을 검색해 보니, 그저그런 SF영화로 보는 시선들이 다수라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그렇지 시간은 흘렀고, 스타워즈 새가에 대해 생소한 이들은 오리지널 시리즈부터 다 봐야 하는지 묻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런 것 같다. 소설가가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처럼, 스타워즈 새가의 팬들도 영화가 발표되면서 성장하고 진화하게 된 게 아닐까. 아무래도 앞으로의 전망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오리지널이 다루던 시절과 지금은 너무도 달라졌으니 말이다.

 

루카스필름을 인수한 디즈니에서는 어쨌든 과거의 영광을 발판 삼아 향수에 젖은 팬들의 호주머니를 털기 위해 계속해서 영화를 찍어내고 있는 중이다. 스핀오프 <로그 원>에 이어 이번에는 스타워즈 새가 최고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헌 솔로의 기원을 찾아 나선다. <로그 원>에서 막판 깡패 다스 베이더의 등장으로 모든 게 한 방에 해결이 되었다면 이번에는 오래 전 해리슨 포드가 맡았던 헌 솔로 솔로로 영화를 이끌어 가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스핀오프에서는 왜 스타워즈 새가 갤럭시 화 화 어웨이~ 흐르는 자막이 등장하지 않는 거지. 오리지널에 대한 예우일까? 궁금했다. 임페리얼 아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 젊은 날의 헌이 주인공이다. 식량과 의약품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하이퍼퓨엘의 원료 코악시움이 중요한 시대다. 돈 대신 크레딧이라는 개념이 있었고. 근데 난 왜 갑자기 뜬금없이 가상화폐와 유러가 생각나는 거지. 전 세계를 아우르는 화폐라는 개념에서는 크레딧, 그리고 통합화폐라는 점에서는 유러화가 생각났다.

 

코렐리아 행성에 살면서 미래의 파일럿의 꿈을 꾸며 사는 헌과 여자친구 키라(그렇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애인 레이아 공주 이전에 첫사랑 키라가 있었다!)는 소년 갱단의 일원으로 코악시움을 탈취해서 지긋지긋한 행성을 떠날 궁리를 한다. 헌은 가까스로 손에 넣은 코악시움을 가지고 키라와 함께 탈출을 시도하지만 추격자들에게 키라가 잡히고 자신만 떠나게 된다. 추격을 피하기 위해 제국군에 입대하게 되는데, 이 때 솔로라는 성을 얻게 된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떠돌이 모험가의 일생이 시작된 것이다.

 

원래 제국군 해군 비행사를 지행했지만 아카데미에서 쫓겨나고 땅개로 전쟁에 참전해서 치열한 전투를 치른다. 언젠가 제국군에서 탈출해서 코렐리아의 키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혹독한 전장을 전전한다. 우연히 만난 미래의 멘터이자 우주불한당 토비아스 베킷단의 일원으로 전장을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이 때 먹잇감으로 던져진 우리에서 친구이자 전우 우키족 츄바카(츄이)를 만난다. 그러니까 이 스핀오프에서는 헌 솔로의 기원과 그가 맺게 되는 관계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베킷 일당은 드라이덴 보스의 명령으로 밴더원 행성에서 코악시움을 수송하는 열차를 습격할 계획을 세운다. 어때? 예전에 미국의 대서부를 가로 지르는 금괴수송 열차를 탈취하려는 무장강도단이 연상되지 않나. 미국 문화의 이런 단면에서는 기존 문화의 복제와 재생산이라는 이데올로기적인 단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하지만 이때 보안관도 아닌 엔피스 네스트라는 그룹이 등장해서 베킷 일당의 코악시움 탈취는 실패한다. 크루 리오 듀란트와 여전사 밸이 습격 중에 장렬하게 죽는다.

 

우주악당 드라이덴 보스(폴 베타니 분)를 찾아간 베킷과 헌 그리고 츄이는 새로운 제안을 제시한다. 아, 그전에 헌이 꿈에 그리던 애인 키라를 드라이덴 보스의 기지에서 기적적으로 재회하는 장면도 있었지.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데, 결국 영화를 알려주지 않는다. 어쩌면 헌 솔로의 행적보다도 더 궁금한 게 그녀의 지난 3년에 대한 이야기였다. 혹시 이 이야기도 나중에 스핀오프로 써먹으려고 준비해 두었나.

 

드라이덴 보스에게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코악시움을 만들어서라도 보스에게 진상해야 했다. 케셀 행성에서 채굴 중인 정제되지 않은 형태의 코악시움을 탈취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전에 베킷과 헌, 키라 그리고 츄이는 새로운 건달 랜도 칼리시언을 만나 미래에 헌 솔로의 애마가 될 밀레니엄 팰콘을 타고 케셀 행성으로 출발한다. 그전에 랜도 수하의 안드로이드 L3로 크루에 합류하는데, 랜도와 모종의 썸을 타는 관계라고 해야 하나. 갤럭시 최고의 내비게이터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멋진 활약을 보여준다. 아울러 “Equal rights"를 주장하며 인간에게 착취당하는 안드로이드 해방을 꿈꾼다.

 

케셀 행성에서 코악시움을 캐내기 위해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반노예 상태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외계종족들의 모습이 왜 그리 익숙한 거지. 자본주의 경제를 돌리기 위해 꼭 필요한 노동력의 원천이 결국 인간이라는 점을 디즈니가 꼭 집어서 말하고 싶었던 걸까?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천하의 디즈니가 그럴 리가 없겠지 싶다. 아니 그렇게 기술이 발전한 미래라고 한다면 힘센 안드로이드들을 잔뜩 만들어서 광산에 투입하면 간단하게 문제가 해결될 게 아닌가. 아마 미래에도 그건 불가능한 모양이다.

 

11개의 코악시움 캐니스터를 싣고 케셀 행성을 탈출하던 제국군 모함을 만난 솔로 일행은 자신들의 뒤를 쫓는 타이 파이터와 괴물 그리고 중력장을 피해 이제 실전을 통해 유능한 파일럿으로 변신한 솔로의 진두지휘 아래 도주에 성공한다. 만신창이가 된 팰콘을 타고 도착한 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엔피스 네스트와 무장한 클라우드 라이더들이었다. 자,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날 것인가. 배신의 드라마가 반복되는 가운데, 시퀄을 위한 떡밥들이 다량 투척되고 무엇보다 베일에 쌓인 신디케이트 크림슨 돈의 두목이 그 유명한 다스 몰이라는 점에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정작 에피소드 원에서는 그냥 그렇지 않았던가. 검 스타일의 라이트세이버가 아니라, 창 같이 양쪽에서 광선검이 나오는 아이디어는 정말 멋졌었는데.

 


헌 솔로는 엔피스 네스트로부터 반란군과 함께 제국에 싸우자는 제안을 받는다. 헌은 처음부터 좋은 선수가 아니었다. 결국 시스라는 거악과 싸우기 위해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반군에 합류하기는 하지만. 헌 솔로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바로 <This is America>로 이름을 날린 도널드 글로버/차일디시 갬비노다. 개인적으로 스타워즈 새가 시리즈 중에 최고라고 생각하는 <제국의 역습>에서 친구이자 경쟁자인 헌을 제국군에게 팔아 넘기는 랜도 칼리시언 연기를 도널드 글로버는 매력적으로 해냈다. 도박 일차전에서 랜도의 속임수에 헌이 넘어갔다면, 2차전에서는 그의 속임수를 간파한 헌의 승리로 결국 팰콘의 주인이 되었다. 그러니까 갤럭시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아무도 믿어서는 안되고(희대의 깡패 토비아스 베킷의 충고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걸어야 한다. 한 마디로 판돈이 클수록, 얻는 것도 크다는 말인가.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기면서 헌은 그렇게 멋진 우주 건달로 커가는 모양이다.

 

어쩌면 <헌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에피소드 4로 이어지는 오리지널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크림슨 돈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키라의 미스터리, 베킷의 말을 믿고 태투인 행성(루크 스카이워커의 고향!)으로 향하는 헌 솔로와 츄이에게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시퀄에서 부디 기대하시라. 일단 <헌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결정적이 한 방은 없었지만, 무언가 기대를 하는 떡밥들을 사방에 투척해 두었으니 론 하워드 감독이 어떤 식으로 시퀄에서 이야기를 풀어갈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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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4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09-14 11:40   좋아요 0 | URL
무언가 강력한 MSG가 필요한데
론 하워드가 너무 약하게 친 모양입니다 :>

아님...
각본을 맡은 로렌스 캐스단이 문제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