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후 누군가 초인종을 울렸을 때,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다만 그가 택한 자살의 방식이 너무 놀라울 뿐이었는데, 잠시 뒤 생각해보니 파울에겐 그럴 이유가 충분히 있었어요. 기차는 그에게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지요. 기차의 종착역은 항상 죽음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몰라요. S시에 있던 그의 집을 둘러보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처럼, 그가 운행 예정표, 운행시간 책자, 철도의 전반적인 운영방식,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어떤 강박적인 관심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어요. 비어 있던 북쪽 방의 책상 위에 만들어놓은 모형철도가 아직도 눈에 선해요. 그것은 파울이 겪어야 했던 독일의 불행을 상징하고 있었어요.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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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모름지기 자극이다.

그레이스님의 리뷰를 보고 나서, 11년 전에 사서 4년 전에 읽은 <이민자들>을 서가에서 찾아내서 읽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태사부 장삼봉 앞에서 태극권을 전수 받는 장무기의 그것 같다고나 할까.

 

책은 11년 전, 파주 북소리 잔치에서 샀다.

그전에 <토성의 고리>를 먼저 만났는데, 창비 출판사 앞 매대에서 <이민자들>을 만났다.

창비 직원분은 나에게 <토성의 고리>도 추천해 주셨다.

그래서 웃으며 이미 그 책은 읽었답니다,라고 대답한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는 다시 제발트의 <이민자들>을 읽는다.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역시 책은 다시 읽는 것이다.



그랬다. 그의 이야기는 고백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어디가 그렇게 그리우냐고 묻자, 그는 어릴 적에 리투아니아의 그로드노 근처 마을에 살다가 일곱살 되던 해에 가족과 함께 그곳을 떠나 이민길에 나섰다고 대답했다. 1899년 늦가을, 그의 부모님, 여동생 기타와 라야, 그리고 삼촌 샤니 펠트헨틀러와 함께 아론 박트라는 마차꾼이 끄는 작은 마차를 타고 그로드노로 갔다고 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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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벌써 기름기가 밴퀴퀴한 냄새, 썩은 식물과 잎사귀와 유사한 냄새가로저케이스먼트의 코를 찔렀다. 푸투마요를여행한 삼 개월 동안 라 초레라의 구석구석 모든 곳에 배어 있고온종일 그를 따라다닌 냄새, 결코 익숙해지지 않은 그 냄새 때문에 그는 구토를 하고 구역질을 했다. 공기, 땅, 사물,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듯한 그 악취가 그때부터 그에게는, 아마존의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고무에 대한 탐욕이 현기증을 유발할 정도로 극심하게 악화시켰던 악과 고통의 상징으로 변해버렸을 것이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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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8-11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지만, 습도가 높은 날입니다.
비피해가 없으셨으면 좋겠네요.
레삭매냐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08-16 17:47   좋아요 1 | URL
다행히 비 피해 없이
지나가서 다행입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더 나쁜 것은-로저는 위를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다시 느꼈다-나중에 스코틀랜드 야드에서 이뤄진 여러 번의 긴 심문 말미에 찾아왔는데, 그때 로저는 아이빈트/루시퍼의 이름이 다시는 그들의 대화에 불쑥 끼어들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던터였다. 최후의 일격이었다! 로저 케이스먼트라는 이름이 유럽과 세계의 모든 신문에 실렸고-영국 정부로부터 기사 작위와 훈장을 받은 영국 외교관 한 명이 조국을 배신한 반역자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그의 임박한 재판 소식이 사방에 알려졌다. 그때 필라델피아의 영국 영사관에 아이빈트 아들러 크리스텐센이 나타나 영사의 중재를 통해 이렇게 제안했다. 영국 정부가 여행 및 체류 경비 일체를 대고 "자신이 수용할 만한 보수를 받게 해준다면" 언제든지 영국으로 가 로저 케이스먼트의 죄를 입증하는 증언을 하겠노라고.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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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안에는 질병이 있었다. 소모된 삶이라는 질병이.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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