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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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 보면 지난 달에 정말 SF작품들을 많이 읽었다. 지난달에 사서 읽기 시작한 존 스칼지의 데뷔작 <노인의 전쟁>(2005년 출간)도 같은 연장선에 서 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잠시 외도를 한 끝에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해서 오늘 다 읽을 수가 있었다.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 서문에서 만난 존 스칼지는 역시 지난 세기의 SF 미스터리의 대가 조 홀드먼과 로버트 A. 하인라인의 후계자로 부르기에 유감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75세의 나이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우주개척방위군(Colonial Defense Forces:CDF)에 자원입대해서, 지구인들이 외계에 개척한 식민지를 침공하는 외계인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과정을 그린 것이 <노인의 전쟁>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자 그런데, 이십대의 팔팔한 청춘도 아니고 75세의 노인들로 된 늙다리 군대가 우주 정복에 나선다?

 

핵심은 바로 유전자 첨단기술의 경이적인 발전에 힘입어, 자원입대한 노인들의 의식을 새로 구성된 DNA 복제된 육체에 이식해서 정예 CDF 병사들로 만든다는 것이다. 문제는 2년 복무기간이라고 하지만 1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는 것과 그동안 죽는 비율이 자그마치 3/4에 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육신을 얻어 그동안 체험해 보지 못한 신세계로 인도한다는 CDF의 유혹에 많은 수의 노인들이 주저 없이 입대를 선택한다.

 

9년 전 사랑하는 아내 캐시와 사별한 전직 광고 카피라이터 조 페리 역시 우주개척방위군의 일원으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를 우주로 향한다. 늙은방귀쟁이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구성된 입대동기생 7인과 더불어 새롭게 태어난 육신을 가지고 고된 훈련을 이겨낸 우리의 정예 노인 병사들은 바로 전장에 투입된다. 뭐 여기까지가 소설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콘수, 르레이 같이 생소한 이름의 지구인과 엇비슷한 기술을 가진 외계 종족과의 전쟁은 끊이지 않는다. 숱한 전투를 통해 단련된 CDF 병사들은 전장의 소모품으로 수없이 쓰러지고, 지구에서 보급되어 전장터에 투입된다. 존 스칼지는 이병으로 투입된 전직 상원의원 벤더의 입을 빌려 왜 외교협상 대신 오로지 전쟁이라는 방식의 폭력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과연 그것이 상호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일 것이다.

 

살인기계로 거듭난 우주방위개척군 요원들은 개척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종족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 고작 3cm 사이즈의 코반두들을 거대괴수 고질라처럼 짓밟는 학살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주인공 존 페리는 문명인으로서 필연적으로 겪는 갈등을 체험할 수밖에 없다. 페리는 인간을 별미로 삼는 르레이족과의 치열한 코랄 행성 전투에 참가해서 9년 전에 죽은 아내 캐시의 도움으로 단신으로 살아남아 복귀한다. 존 스칼지 작가는 <노인의 전쟁>의 스핀오프에 해당하는 <유령 여단> 소속으로 페리의 아내 캐시/제인 세이건을 등장시키면서 시리즈의 출발에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포석도 빼놓지 않는다. 정말 영리한 작가로군.

 

르레이족이 콘수족으로부터 전수 받은 도약기술에 대한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콘수족 대 인간으로 구성된 5:5 맞짱 대결도 흥미로웠다. 이런 장면들을 영화화한다면 어떨지 문득 궁금해졌다. 50년 전의 모습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초록색의 노인 병사들이 전장을 누비면서 식인 외계인들과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이라, 상상만 해도 흥미롭지 않은가. 뇌도우미(BrainPal)의 도움으로 상호교신한다는 설정도 대단히 흥미롭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고함으로 의사전달한다는 게 우주전쟁에서 가능할까? 나노봇을 동원해서 전투 중에 부상당한 상처를 치유하고, 갖가지 방법으로 활용한다는 구상도 주목할 만하다. 한 마디로 말해 21세기 테크놀로지를 총동원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조 홀드먼 수준의 반전 메시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락적 요소와 도대체 왜 인간은 전쟁이라는 방식을 선호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의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2011년에 파라마운트에서 영화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다. 대신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강자로 부상한 넷플릭스가 만들 예정이라고 하는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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